요즘 갑자기 자가용으로 쓸 차가 필요해져 어떤 차를 살까 고민하면서 시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전 시승할 때와 다른 시각들이 보입니다. 독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지 몰라 정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성능과 편의사양-마치 카다로그를 보는 듯한- 중심의 열거 위주의 시승기에서 ‘내가 차른 고른다면’ 이라는 시각으로 다음달까지 다섯 편의 시승기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우선 수입차 고르기부터 생각해봤습니다. (다섯 편 시승기가 끝나고 국산차 고르기를 해보죠!)
제가 염두에 두는 기준은 가능하면 ^최소 할로겐 프로젝션이나 흰색 빛이 나오는 HID(제논) 헤드라이트가 달려 있을 것(이건 거의 필수입니다) ^차량 유지비를 회사서 지원받지 않으므로 경제성이 뛰어날 것 ^운전석 및 조수석 열선 시트가 있을 것(요것도 필수) ^ 최대 마력보다는 순발력 있는 토크를 더 따져볼 것 ^전륜구동 국산차를 몇 번 소유해 봤으니 이왕이면 후륜 구동(또는 사륜구동)이면 좋을 것 ^뒷좌석 시트는 가능하면 폴딩(접을 수 있는 장치)이 가능해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을 것(쉽게 말해 세단보다는 해치백이나 왜건형이 더 좋다는 것이죠) ^가솔린도 좋지만 경제성과 토크가 좋은 디젤도 동등하게 고려할 것 ^사소하지만 핸들(운전대) 열선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안전장치로는 에어백은 가능하면 사이드 에어백이 달려 있고 ^자세제어장치(ESP)는 꼭 있어야 할 것 이라는 몇 가지 저만의 기준입니다.
다음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것을 따져봤습니다. ^전동 시트 ^가죽 시트 ^크루즈 컨트롤(레이더가 달리지 않은 일반 사양,요건 한국에서 진짜 쓸모 없음다) ^선루프(필자는 담배를 피지 않습니다) ^내비게이션(요즘 거치식이 워낙 좋고 충돌 안전성도 검증받은 받침대도 있더군요)이죠.
가장 중요한 가격대는 수입차인지라 할인을 포함해 실 구입가격이 4000만원대 초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정했습니다. 사실상 수입차를 살 때 발품만 좀 팔면 권장소비자가격에서 5% 할인은 대부분 해줍니다. 그럴 경우 4500만 원 차량도 4000만원대 초반에 구입이 가능하죠. 물론 큰 돈입니다만...
할로겐 프로젝션이나 제논 헤드라이트가 우선 조건이 된 것은 점점 밤길 운전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면서 제논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죠. 특히 비오는 밤에 프로젝션도 아닌 할로겐 램프는 정말 쥐약이더군요.(40대 중반이 되신 분들은 침침한 눈이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운전석 시트 열선은 제가 야기 안해도 독자분들이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더구나 겨울이 4개월인 나라에서..다음으로 최고 마력보다 토크를 중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가용으로 구입해 서킷을 달리지 않는다면 최대마력은 쓸 일이 없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통상 엔진회전수가 6000RPM이 넘어야 최대마력이 나오죠. 보통 폐차때까지 이런 엔진회전수는 쓸 경우가 없거든요. 고속도로에서 추월이나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은 토크가 중요합니다. 핸들 열선장치는 요즘 타본 디스커버리4나 기아차K7에서 익숙해져 요건 진짜 있으면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옵션이 있는 수입차는 통상 1억원대가 넘더군요.
이런 저런 기준에 맞춰 차종을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고려해 봤습니다. 프리미엄 선봉장 격인 벤츠는 아예 가격대가 맞지 않아 포기했습니다.B클래스가 있지만 이건 토크도 그저 그렇고 제가 쓰기엔 용도에 적합치 않더군요.C클래스 디젤과 1.8가솔린에 터보를 단 C200K도 있지만 가격대가 5000만원을 훌쩍 넘고 이 가격대면 고를 만한 다른 차가 즐비해 아예 대상에 넣지 않았습니다. 벤츠는 섭섭하겠지만요.
다음으로 BMW는 3시리즈 디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문제는 예산에서 멀어진다는 것이죠. 여기에 실내 인테리어 재질이 넘 싸구려 티가 나 영 BMW라는 프리미엄과 거리가 멉니다. 요즘 나온 M패키지는 그럭저럭 봐줄만 하네요. 혹자는 320 가솔린은 어떠냐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320은 BMW의 엠블럼 때문에 타는 차라고 여겨집니다. ‘얼티메이티드 드라이빙’이라는 BMW만의 달리기 선능이 따라와주지 않거든요. 로또 맞으면 사고 싶은 차 가운데 하나가 BMW에선 335입니다.(요건 가격대가 8000만원대죠)
다음은 요즘 뜨는 아우디입니다. A3와 A4가 가격대에 근접하지만 A3는 무선 무선 도어 잠금키의 성능이 나쁜 것으로 유명합니다. 비오는 날 문이 안열려 홀딱 비를 맞았다는 아는 지인이 여러분 계시거든요. 거기에 BMW 320디젤과 마찬가지로 아우디만의 럭셔리하고 탁월한 내장도 찾아보기 어렵지요. A4콰트로는 사륜구동에 럭셔리한 내장에 토크도 쥑이고... 문제는 조금 예산을 오버합니다. 5000만원에 근접하거든요.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음다.
요즘 리콜로 된서리를 맞은 렉서스 브랜드에선 IS250이 가격대에 들어옵니다. 제논에 후륜구동에 연비도 좋고 조건에 맞는 점이 여럿이지만 왠지 스타일링이 저와 맞지 않네요. 스포티한 디자인이 좋지만 파워가 디자인에 비해 떨어집니다. 해치백이 아닌 세단이라 적재공간 활용성도 그렇구요. 렉서스의 경우 4000만원대라면 차라리 퍼포먼스가 좋은 GS 중고차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IS도 3000만원 이하 중고차라면 ‘한번 생각해볼까’ 할 정도지요.
('럭셔리 SUV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를 확실히 보여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필자는 2005년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인-과거 한니발 장군이 보병과 기병으로 넘었던-피레네 산맥을 이 차로 넘었다. 로또 맞으면 살 차다)
재규어ㆍ랜드로버 역시 가격대에 맞는 차가 없습니다. 하지만 로또 맞으면 가장 먼저 계약하고 싶은 차가 하나 있지요. 바로 디스커버리4 입니다. 꼭 한번 소유하고 싶은 차로 점찍어둔 놈이죠. 요건 가격대가 9000만원 정도라 중고차라도 5000만원이 넘어 현재 가격대에선 불가능합니다. 미래의 장바구니에 넣어 두는 데 만족해야죠. 제가 은퇴하더라도 맘에 꼭 품고 있을 겁니다. 물론 최상급인 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레인지로버라는 쥑이는 차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주말 레저용으로 치면 황제지요. 문제는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과 5.0L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입니다. 이런 차를 사시는 분들은 연비를 따지진 않겠지만 실주행에서 5㎞/L를 넘기기 힘듭니다. 디자인으로 보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더 쥑이죠. 암튼 드림카에 디스커버리4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머리속 어딘가 살아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인 피레네 산맥을 레인지로버 스포츠로 넘던 2005년의 기억과 함께 말이죠.

(전설의 상품기획자인 밥 러츠의 손길이 살아있는 캐딜락 CTS. 미국의 럭셔리가 유럽만 못하다는 것은 옛말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훌륭한 성능에 럭셔리한 내장재를 자랑한다)
캐딜락으로 가보면 맘에 드는 놈이 하나 있습니다. 예산을 조금 초과하지만 CTS 기본형이 맘을 꿈틀거리게 합니다. 솔직히 전 세단보다 CTS왜건에 맘이 끌렸는데 요건 5000만원이 넘습니다. 전설의 자동차 상품기획자이자 월급장이의 꿈인 밥 러츠(77세) GM 부회장이 손을 본 진짜 괜찮은 차죠. 디자인도 4,5년전 오로지 미래 감각뿐에서 상당히 모던하게 다듬어졌고 후륜 구동에 제논에, 연비도 3.0 가솔린 치고는 괜찮은 편입니다. 더구나 직분사 3.0엔진이라 토크도 따라옵니다. 이왕이면 디젤 버전이면 좋겠는데 디젤은 전 세계에 없네요. 일단 시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CTS 3.0 Luxury라는 가장 저렴한 모델이 4780만원이죠. 왜건은 조금 더 비싸 5150만원입니다.아 실용성은 왜건이 더 쥑이는데...
(요거 스타일링도 쥑일뿐 아니라 3.7L
VQ엔진은 무려 최고 330마력을 냅니다.이 정도 성능을 내는 BMW를 사려면 8000만원은 줘여 하거든요. 더구나 7단 자동변속기까지 달려 있죠.) 인피니티에서는 G37이 최고로 보입니다. 예산을 조금 오버하지만 그러적럭 잡을 수 있는 차죠. 우선 끝내주는 달리기 선능에 럭셔리한 시트와 실내장치 등이 돋보이죠. 무엇보다 후륜구동에 묵직한 핸들감과 BMW에 버금가는 핸들링 실력도 매력입니다. 디자인 역시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멋진 녀석이죠. 배기량은 3.7L로 무척 큰 편이지만 연비(9.5Km/L)는 그럭저럭 괜찮네요. 생각보다는 좋은 연비지만...거기에 7단 자동은 매력입니다. 제논 헤드 램프에 럭셔리로는 빼놓은 게 별로 없는 편의장비를 갖췄지요. 가격대비 가치가 뛰어난 차지요. 암튼 요 녀석도 후보에 올렸습니다. 가장 저렴한 프미미엄 모델이
4890만원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브랜드가 볼보다. 주식으로 말하면 옐로칩의 선봉이라고 할까. 디자인으로만 본다면 C30만큼 주위의 눈길을 끌 차도 별로 없다. 더구나 T5는 달리기 성능도 끝내준다.)
담은 볼보입니다. 대중차도 아닌 게 프리미엄도 아닌 게 어중간하게 끼여 있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브랜드죠.일단 프리미엄에 끼워 주도록 하죠. 실용적인 프리미엄이라고 할까요. 물론 안전은 최고이구요. 차의 가치에 비해 국내에선 판매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으로 말하면 옐로칩의 선봉장이라고 할까요. 한 마디로 저PER 주입니다. 캐딜락과 한국에서 그런 점에서 비슷하죠. 문제는 가격대가 만만찮습니다. 왜건형인 XC70이 가장 맘에 들고 다음으로 충돌을 방지해 알아서 서는 차는 XC60이 썩 좋은 차인데 둘 다 5000만원대 중반 입니다. 싸게 사도 4000만대 후반이죠. 유일하게 예산에 맞는 차가 C30입니다. 일단 팬시한 디자인에 제논 헤드라이트, 편안하기로 소문난 시트 등 장점이 많지요. 더구나 요즘 마이너 체인지 신모델이 선보였지요.
2.4i 모델이 3590만원, 터보가 달린 T5모델이 4380만원인데 역시 C30은 터보가 달린 T5가 제격입니다만. 최근 흡혈귀가 나오는 미국영화-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에서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이 멋진 드라이브 신을 선보였죠. 180도 회전까지. 암튼 맘먹은대로 잘 움직여 주는 차죠.
다른 차에는 없는 사각지대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알려주는 세계최초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가 달려 있는 것은 매력입니다. 양쪽 사이드 미러에 창작된 소형 카메라로 주행 시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불빛으로 알려주죠. 운전을 잘해도 이 장치는 쓸모가 있지요. 단 적재공간이 너무 작아 뒷좌석은 아예 짐칸으로 써야 합니다. 적재공간이 가장 큰 문제죠. 요것도 장바구니에 일단 넣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