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감옥에 갇힌 아이들] (2) 쉴 틈도 놀 틈도 없다
대입논술 위해 여섯살 짜리가 ‘철학’과외
아스피린·타이레놀 달고 살아…“실컷 자고싶어”
▲사진설명 : 서울의 한 영유아놀이학교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창의력,논리적 사고를 훈련시키려는 엄마들로,이름난 유아 교육 프로그램은 자리얻기가 힘들 정도다./채승우기자
-우리 지구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럼 영어 안해도 되니까. (초등 3년·남) 앉아서 공부하는 내 모습이 꿈에 보인다. 눈은 감겨 있는데 정신만 날아가는 느낌. 그래서 불안하다. (초등 6년·남)
-시험 못 보면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린다. 큰 죄를 지은 것같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나도 좀 놀아야 하지 않나? 엄마한테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나서 못한다. (초등 5년·여)
-공부하다 딴 생각할 때 엄마 눈치를 많이 본다. 말로만 혼이 났는데도 마음이 쪼인다. 엄마, 아빠 잔소리 때문에 귀에 딱지가 앉는다. 언제나 엄마가 결정하고 통보한다. (초등 5년·남)
-1학년 때부터 사는 즐거움이 없어졌다. 학원 다니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 (초등 5년·남)
-작아지고 싶다. (내가 좀더 어리다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 1년·남) 학원 다니기 힘들지만 줄여서는 안된다. 힘들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다해야 한다. (초등 4년·여)
<원광아동상담소에서 고민을 털어놓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말말’>
초등학교 3학년생인 예진(가명)이는 두통약을 달고 산다. 어떤 날은 소화제도 먹는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학년 때부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대더니 3학년 올라와선 거의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 경시 대회나 피아노 대회를 앞두면 두통은 더 심해진다.
타일레놀, 아스피린을 ‘상비약’으로 대놓고 사는 아이들이 적잖다. 강북구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예진이에게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뒷목이 당기고 골치가 지끈지끈 쑤신다는 초등학생들이 지금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개포동의 초등학교 4년생 여자아이 연희(가명). 한달 넘게 두통을 호소하고 헛구역질까지 해서 부모는 ‘큰 일’ 난 줄 알고 신경외과에 데려갔다. MRI촬영을 해봤지만, 사진은 깨끗하다. 아이를 봤던 강남구 삼성동 N신경외과 에서는 “좀 쉬게 하라”며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두통약을 처방해줬다. 연희는 4학년 들어 부쩍 어려워진 수학 때문에 수학 한 과목만 주 2회 개인지도와 주2회 학원, 한 대학교수가 하는 주1회 특강 교실 등 3곳을 다니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 교실까지 다니고 있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7살 성재. 내년 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 아이는 회화, 문법, 어휘 등 영어만 세 군데를 뛰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다섯살 영훈. 오전 유치원을 마치면 유아 체력 교실과 영어 학원을 번갈이 3일씩 다닌다. 종이접기, 과학조립, 노래, 바이얼린, 피아노도 그 사이 사이에 끼어있다. 아무 부담없이 텔레비전 보며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채 안된다.
만성 두통과 배앓이를 부르는 과외 열풍은 점점 더 어린 나이로 내려가고 있다. 생후 24개월이면 영재 교육을 시킨다고 난리굿이다. 지난 3년 간 한국어린이육영회 부설 치료교육연구소를 방문한 어린이중 24.4%가 과잉조기교육으로 발달상의 장애를 보인 경우였다. 이 연구소 박랑규소장은 “교육용 비디오, 오디오 테이프 등 만2세 이전부터 과도한 시·청각적 환경에 억눌려 즐거운 놀이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말이 늦거나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고 혼자 노는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목동의 한 ‘영재원’. 아이큐(IQ) 130을 기준으로 교실을 지상·지하층으로 나눠 은근히 엄마들 경쟁 심리를 부추긴다. 네살난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엄마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따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귀띔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에는 유아 논술학원이 성업이다. 대입 논술에 대비한 ‘논리적 사고’를 기른다고 여섯 살밖에 안된 아이들이 토론식 그룹 수업으로 ‘철학’을 공부한다. 전교생 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전남 구례군 토지초등학교 아이들도 피아노·영어·수학을 배우러 매일 구례읍까지 나간다.
예진이 경우로 다시 가보자. 피아노, 수학, 글짓기, 어느 것도 빠지지 않는 만능 선수다. 일주일에 두번은 강남까지 수학 학원을 다닌다. 경시 대회 날짜가 잡히면 그때 그때 개인 레슨을 추가한다. 예진이는 ‘아리랑’이란 단어를 넣어 시조를 지어보라는 어느 학습지 문제에 이렇게 답을 써서 친구들을 웃겼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이 졸려라 돼지우리에 가서 잠이나 실컷 자고 싶구나.”
머리 아프고 배 아픈 아이들. 원광아동상담소 신철희 부소장은 “공부와 특활에 스트레스 받는 요즘 아이들에겐 아주 흔한 증세”라고 말한다. 이 상담소에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수민(가명)이 증세는 그 이상이다. 대낮에도 계속해서 잠을 잔다. 신체에 이상이 있나 싶어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고, 병원에서는 상담 치료를 권했다. 아이를 극도의 피곤으로 몰고간 것은 갑작스레 시도한 과외 수업이었다. “수민이는 손가락으로 숫자 세는 정도의 실력으로 입학했는데, 들어가보니 머릿셈(암산)으로 두자리수를 계산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어서 지난 1년간 대여섯 개 학원을 순례했다”고 엄마는 털어놨다.
“우리 병원 환자 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40%에 이른다”고 밝히는 정신과 전문의 조주연(36)씨는 “증세와 사연은 가지각색이어도 결국은 성적 얘기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이의 점수가 곧 엄마 점수’라고 생각하는 데서 아이와 엄마 모두가 고통받는 일이 많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강북구 미아동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일종의 집단 강박증”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부모든 자녀든 남한테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 심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유아 발달 단계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연세대 신의진 교수(소아정신과)는 “만 두살 된 아이가 비디오 과시청 장애로 병원을 찾는다”며, “만 7세가 되는 동안 사람의 뇌는 급속히 변하고 성장하는데 이 시기에 과도한 부담과 자극을 주면 정신과 육체에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초래한다”고 충고한다.
저녁 일고여덟 시나 돼야 어두워진 밤길을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힘들면 엄마한테 다니기 싫다고 말하라”는 상담사들의 충고는 별 효과가 없다. “우리 엄마한텐 안통해요.” “나중에 학원 다니게 해준 걸 고마워할 날이 올거다, 맨날 그러세요.” 아이들의 한결같은 대답. 그렇게 학원 다니는 게 당연한 일과인 줄 아는 아이들은 더 많다. 그런 아이들이 입밖에 내지 못한 말을 몸이 한다. 두통과 배앓이, 갑작스레 잠들기(졸음발작) 등은 바로 소리없는 아우성인 것이다.
----------------------------------------
딸 셋둔 40대 주부의 충고
“최선 다했으면 꼴찌라도 칭찬해줘야”
--------------------------------------------
좋은 책과 신문, EBS방송만 활용해도 국어, 한자, 영어 교육에 충분하며 과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 큰딸이 고2, 둘째딸이 중2, 셋째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모두 성적이 상위권이지만 과외학습이라곤 셋이 한꺼번에 일주일에 한시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게전부다.
아이들이 한글을 익힌 것은 아주 어려서였다. 큰애는 4살 때 항상 신델레라 동화책을 테입으로 듣는 것을 즐겨했다. 글을 아는 지 모르는지 테입에서 땡 소리가 나면 책장을 넘기곤 했다. 그렇게 테입을 들으며 책을 보다보니 저절로 한글을 읽게 되었다. 둘째와 세째는 ‘냉장고’ ‘창문’ 이라고 한글 카드를 써서 그 자리에 붙이고 읽게하며 익혔다
한자나 한글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냉장고, 텔레비젼, 창문 등 글자를 써서 실제 자리에 붙여두는 것이다. 특히 한자는 컴퓨터에서 뽑아둔 뒤 글자에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한자를 붙여보게 했다. 가장 한자를 빨리 익히는 방법은 새로 반 배정을 받은 뒤 친구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하는 것이다.
신문은 어른 신문을 읽게한다. 문화면과 연예면, 스포츠면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페이지를 읽게 하면 상식과 단어, 한자 교육이 저절로 된다. EBS교육방송도 학습에 큰 도움을 준다. 방송을 보기 전에 꼭 예습을 하는 것이 효과를 높인다.
최선을 다했다면 1등을 하든, 중간을 하든, 꼴지를 하든 칭찬을 해주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스스로 옷 챙기기, 옷다리기, 청소하기등은 기본으로 교육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미옥ㆍ42ㆍ경남 창원의 독자)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