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최초 격전지, 팔미도를 걷다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 팔미도 등대 유명
섬 등대 및 둘레길 트레킹 1시간 포함, 유람선 왕복 3시간 소요
지난 주말, 문학모임 회원들과 인천앞바다에서 가까운 팔미도를 다녀왔다.
팔미도는 월미도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의 최초 격전지역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편도 약 50분 거리. 정규여객선으로 가는 섬이 아니고 유람선으로 만 갈 수 있는 곳이다. 팔미도는 특히 등대가 유명하다. 1903년 6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설치, 점등된 곳이다. 미국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중 하나로 선정한 섬이기도 하다.
팔미도는 인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간다. 해양광장이 꽤 넓다. 전망대 건물이 서 있고 몇 개 이색적인 볼거리도 있다.
러시아의 상징 인형인 ‘마트료시카’ 조형물이 서 있고, 모스코바 크레믈린 궁전 모양의 문주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그 광장’ 안내판도 보인다. 왠 러시아 도시이름의 광장인가? 의아하여 내용을 보니 2010년에 한·러시아 우호교류 합의서 채택으로 인천-상트 페테르부르그 시 사이에 자매결연이 이루어졌는데, 이의 상징으로 2011년 10월 14일 이곳 ‘해양광장’을 ‘상트 페테르부르그 광장’이라 명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러시아와 인천 간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04년 2월 9일, 러일전쟁 당시 인천 팔미도 해상에서 일본 군함들과 포격전을 벌였던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호 등이 배에 큰 손상을 입고 소월미도 부근으로 피신하였다. 러시아선원들은 일본군에게 함선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않고 자폭을 감행하였다고 한다.
광장 코너에는 ‘바랴크호’ 선원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2004년에 세운 추모비도 보인다. 러시아 상징 문주는 2013년 11월 13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세운 것이다.
이곳 해양광장에는 이 이외에 ‘연안부두’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조운파 작사 김트리오 노래인 ‘연안부두’는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네/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로 이어진다.
인천 연안부두는 인천 앞바다의 크고작은 섬 150여 개와 주변 해역을 이어주는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이곳 일대는 원래는 바다였는데 1960년대 후반 급증하는 무역량을 소화하기 위해 인천 내항 재개발을 하면서 나온 흙으로 매립, 조성된 곳이다. 유람선매표소 전망대에 오르면 연안부두 및 인천대교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무의도 등 가까운 섬도 시야에 들어온다. 해양광장 선착장은 경인아라뱃길 출항지이기도 하며, 해양장(바다장) 배도 운항한다. 해양장은 시신 화장 후 분골을 바다에 뿌려 장사를 지내는 장례의식으로 요금은 44만원이라 한다. 150인승 중형선박이 뜬다.
해양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밴댕이회센터의 금산식당(032-884-1324)이라는 곳에서 밴댕이 회무침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13시 30분 발 유람선을 탔다. 팔미도 가는 크루즈는 10:00, 13:30, 16:30 등 하루 세 번 운항한다. 크루즈 왕복요금은 대인 22,000원, 청소년 18,000원. 또, 10시 출항선박 이용시 약 1시간 선상체험낚시도 즐길 수 있으며, 팔미도 관광과 함께 썬셋 바비큐뷔페코스도 있다. 5월-12월까지 매주 주말에는 1시간 20분 코스의 낙조크루즈도 운항한다. 7-8월 18:00, 9-10월 17:30 등 계절에 따라 출항시간이 다르다. 낙조크루즈 요금은 18,000원(대인 기준).
팔미도행 유람선이 특이하다. 황금색 물고기 입에서 배가 나오는 듯한 모양의 여객선으로 ‘황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승선인원 230명 정도의 중형 배다. 유람선이라서인지 1층은 초청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등 여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좌석 선실, 3층은 전망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안부두를 나가면 곧 인천대교 밑을 지난다. 백령도, 굴업도,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 등 인천 앞바다 섬들을 갈려면 반드시 지나는 다리지만 언제봐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인천대교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21,38km에 이르는 국내 최장 대교로, 2009년 10월에 개통됐다. 인천대교 조망 포인트는 여객선 선상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인천대교 기념기념관 전망대, 청량산 전망대, 월미도 월미산 전망대, 영종도 전망대 등이 있다. 인천대교 홈페이지(https://www.incheonbridge.com/tour/viewpoint#)에 들어가면 조망포인트 찾아가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또, 전망대는 아니지만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포인트로 봉재산 포인트도 있다. 동춘터널에서 가까운 이곳 숲 속에는 삼각대 6-7개 겨우 세울 정도의 좁은 바위봉우리가 있는 데 이곳에 서면 인천대교 진입로에서부터 거의 끝단에 이르기까지 인천대교 조망이 S자곡선으로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날씨가 화창하다. 파란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그림같이 떠 있다. 구름 사이로 갈매기 한 마리 비상하는 날개짓이 쓸쓸하다. 인천대교를 지나자마자 멀리 팔미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측으로는 무의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출한 후 1시간 정도 걸려 팔미도에 도착했다. 팔미도는 멀리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좌우로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모습이다.
인천항에서 15.7km 남쪽에 위치한 이 섬은 사주(沙洲)에 의해 연결되어 그 형상이 마치 여덟 팔(八)자처럼 양쪽으로 뻗어내린 꼬리와 같아 팔미도(八尾島)라 불리어 왔다.
인천 사람들에게는 ‘팔미귀선(八尾歸船)’ 즉, 낙조에 팔미도를 돌아 오는 범선의 자취가 아름다워 인천팔경(八景)의 하나로 꼽혔던 해상 경승지이다. 섬 정상에 등대가 보인다. 팔미도 등대는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선박 운항의 안전을 위해 1902년 5월 착공하여 1903년 6월 완공한 한국 최초의 등대이다. 2003년 옛등대 옆에 현대식 등대가 새로 건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배에서 내리면 선착장 바로 앞에 등대역사관을 만나고, 좌측 비탈길로 정상 등대까지 이어진다. 조금 오르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벽화가 보이고, 곧 무궁화 숲도 만난다. 가이드는 이 숲이 토종 무궁화숲이라고 소개한다.
선착장에서 10분 쯤 오르면 ‘천년의 광장’ 도착, 이곳에는 ‘천년의 빛’이라고 이름지어진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팔미도 등대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조형물이다. 천년의 광장 옆에는 직원숙소가 있고 옛등대사무실도 보존되어 있다.
천년의 광장에서 다시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등대가 서 있는 팔미도 정상이다. 등대 앞에는 팔미도 등대 소개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시 팔미도 등대 점등에 얽힌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에 필요한 정보수집활동을 펼치고 있던 클라크(Eugene F. Clark) 미군 대위는 팔미도의 등대가 북한군에게 파괴되지않았음을 확인하고 유엔군사령부에 보고하였다. 이에 유엔군사령부는 작전시간에 맞춰 팔미도 등대에 점등할 것을 명령하였다. 클라크 대위가 한국군 유격부대(KLO)의 지원을 받아 9월 14일 야간 팔미도에 상륙, 등대에 불빛을 밝히면서 유엔군 함대는 안전하게 인천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일제의 강권에 의해 설치한 암울한 역사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옛등대(높이 7.9m)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40호로 영구보존관리되고, 그 옆에는 현대식 첨단등대가 세워져 있다. 새로 건립된 등대는 2003년 12월에 준공하였으며, 총사업비 38억원을 들여 높이 31m의 등탑, 사무실, 전망대를 갖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로 세워졌다.
4층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활짝 트이면서 인천 앞바다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서쪽으로는 인천항, 인천대교 및 송도국제도시가 보이고, 북서쪽은 무의도 및 인천국제공항이 시야에 잡힌다. 또, 남서쪽으로는 영흥도 및 영흥대교, 자월도 등도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망을 즐긴 후 섬 둘레길로 하산한다.
울창한 숲길로 조성된 둘레길 중간에는 작은 모래해안이 보이는 전망대도 있고, 해안포가 전시된 안보교육장도 만난다.
팔미도 트레킹 코스는 선착장-등대역사관-천년의 광장-등대소개 야외문화공간-등대전망대-둘레길-선착장으로 이어지며,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유람선 왕복 2시간 포함, 총 3시간의 팔미도 탐방이다. 섬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등대 및 인천상륙작전에 얽힌 역사문화를 함께 되돌아볼 수 있는 멋진 섬여행이었다.
*팔미도 가는 방법은...
팔미도는 인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유람선선착장은 여객선 터미널과는 별도로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으로 갈 경우에는 동인천역에서 하차 후 7번 출구(맥도날드 앞)로 나와 12번 버스를 타고 라이프쇼핑 정류장에서 하차하거나, 24번 버스를 타고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차한다. 자가용의 경우 네비게이션 주소 ‘인천 중구 항동7가 58-1’로 치면 된다. 해양광장에 공영주차장이 있으며 주차요금 1시간당 1,400원(유람선 승객 할인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