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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술자리가 계속 이어지더니 몸이 많이 피곤한가 보다. 입술이 불어 터져 피가 흐른다.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내마음에다 대고 다짐을 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모레 일요일(11월6일) 포이오 산악회 11월 정기산행때 까지는 쉬고 몸을 좀 추수려서 산행을 리더 해야 한다면서... 술을 마시면 성을 간다고 제법 큰소리로 와이프 앞에서는 협박까지 해대면서 마음의 칼날을 단단히 담금질 해놓아본다.
제법 한기를 느끼게 하는 쌀쌀한 날씨다. 금요일은 등산학교 수업도 없는 날이라 오랫만에 한가한 여유를 부려 볼 수 있는 날이다. 퇴근길 속은 쓰리지만 기분만은 깊어가는 가을 만큼이나 한껏 부푼다. 형산강 뚝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형산교 아치의 오색불빛 그리고 포스코의 야경이 형산강에 아른아른 비추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들이 함께 어울어져 화려한 불빛 축제를 만들어 놓고 그아래로 형산강의 강물이 작은 노을을 만들면서 잔잔한 행복을 싣고 흘러간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들어가려는데
가슴이 떨려온다. 작은 떨림이지만 큰그리움으로 설레임으로 반가움으로 가슴을 울린다. 속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떨림의 진원지를 확인 해보니 회사 동료의 전화번호다. 쉰두살의 노총각이다.150센티 조금넘는 작은 키에 머리의 절반은 빛나리 이고 제법 도수 높은 돋보기 안경을 써야 신문을 읽어 내려 갈 수가 있다. 세상살이가 항상 버거워 보이는 모양새 인데도 한잔의 술에는 홀로사는 독신생활의 미학에 푹 빠지시고 또 한잔의 술에는 비우는 삶에 대해서 큰소리로 떠들어 대고 석잔의 술에서는 세상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조금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분이시지만 나와는 좋은 만남 좋은 친구 이상으로 뜻이 통한다. 그런 우릴 두고 나의 와이프는 둘의 만남을 '천생연분'이라는 한마디로 이름지어 부른다.
사연인즉 얼마전에 맞선을 보았는데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뒤숭숭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고민이니 일단 만나서 자문을 구해야 겠다면서 '원조돼지국밥'집으로 긴급 출동하란다. 하고많은 사연중에 노총각이 장가 한번 가야겠다고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데 나 어찌 하오리까.. 이데로 집으로 곧장 가야 합니까? 이렇게 하여 나의 다짐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공염불로 끝이나고 우리들은 밤을 새워가며 술잔을 비우고 또비우면서 둘만의 아방궁을 수도 없이 지었다 허물어 버린다.
구속이 싫어 자유로운 독신을 그렇게 고집하면서 바람같은 삶을 구름같은 삶을 원했는데 가을 찬바람에 많이 외로웠고 많이 그리웠나 보다 설겆이가 귀찮아 지고 빨래가 쌓이고 가끔씩 등이 가려워 오기도 한단다. 이가을에 결혼식장이 미어 터지는 것을 보면 가을은 노총각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계절인 모양이다.
토요일 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면서 변기를 부여안고는 용서 해달라면서 빌고 또 빈다. 위로 아래로 한점도 남김없이 모두를 반납하고서야 좀 조용해진다. "형택씨 나 김씨 아저씨하고 결혼 했는데 김씨아저씨 성을 바꿔야 하는데 나 어떡하지 아저씨 말 좀 해보세요" 한다. 자기를 위해서 그냥 성만은 바꾸지 말아 달라면서 핀잔을 주는데 웃음이 나오지만 쓰린속이 거북해서 웃을 수도 없었고 그냥 좀 살려 달라는 애원을 할 뿐이다. 호박즙,양파즙, 오가피즙을 차례로 마시게 하더니 '아이구 못살아 내가 못살아' 하면서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아내의 잔소리는 감미로운 자장가로 나를 깊은 잠으로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일요일 새벽 4시 30분이다. 토요일 오전부터 1박2일동안 무려 18시간30분동안 잠을 잔 모양이다.
갈증과 허기를 느낀다. 냉수로 갈증을 달래고 거울앞에 서니 낯선 아저씨 한분이 해괴망측한 몰골을 하고는 서있다.처량하다 못해 서글픔을 느끼게 까지 한다. 하고 또 후회르 해본다. 대추나무에 걸린 연줄 모양 이리꼬이고 저리꼬인 내 삶의 실타레를 한올 한올씩 풀어 보려 하지만 풀면 풀수록 더욱더 얽히고 만다. 모든걸 접어두고 오늘 산행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색으로 등산지도 찾아내어 산행코스및 산행시간등을 확인하고 도시락을 챙기고 배낭을 꾸리면서 부터는 신들린 무당마냥 나의 마음은 칼춤을 추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가늘게 내려오니 아내는 비가 오는데 무슨 산에 가느냐고 하지만 나는 가을비가 내리니 가을비 우산속을 헤메이고 있으니 중년의 아저씨는 이미 가을에 완전히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일게다.
가늘게 내리던 빗방울이 그치면서 하늘이 서서히 열리더니 쪽빛 가을 하늘을 만들어 놓는다. 얼굴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코끝에 와 닿는 풍요로운 냄새로 깊어가는 가을날이다. 불혹의 40대를 훌쩍넘기고 지천명의 50대를 눈앞에 둔 우리들 '포이오'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좋은만남 좋은인연으로 중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고자 가을의 전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영남의 알프스 천황산에 오른다.
중년의 아름다운 소풍길에 나서니 버스안은 설레임,반가움,그리움이 함께 묻어 나면서 작은 속삭임으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작은 속삭임 중에서도 오늘의 검색어 순위는 '발리댄스'가 최고의 히트수를 자랑한다. 요즈음 우리들카페(포고 25회동기회)에서 최고의 상종가로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태우각시 여우각시 도영님의 발리댄스 이야기가 모두의 관심이다. 얼짱,몸짱, 인데다 글을 어찌나 재미나게 잘 쓰시는지 글짱까지 대단한 우먼파워로 우리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끼가 발리댄스를 배우게 까지 한 모양이다. 댄스의 교습내용을 시리즈로 해서 카페에 올려 놓으니 후속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남성들의 관심이 들썩들썩 하는 것이다. 나자신 또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쁜모자를 눌러쓰고 차창밖의 가을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황홀한 최면에 빠져버린다. 빤짝빤짝 거리고 가슴 앞부분이 많이 패이고 배꼽이 살짝 드러나 보이면서 짝 달라붙은 발리댄스의 옷차림에서 부터 그녀의 쭉쭉 빵빵한 몸매를 탐하게 된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흔들어 대는 몸동작에 나는 흐느적 흐느적 거리기 시작한다. 늘씬한 다리와 위로 착 달라붙은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좌우 앞뒤로 흔들흔들 할때는 나의 가슴도 울렁울렁한다. 그러다 출렁출렁 거리는 그녀의 젓가슴에 나의 시선이 고정되자 호흡이 멈추어 지고 심장의 박동마저 멎어 버리고 만다.
쌀 한가마의 무게 보다도 8킬로그램이나 더 무거워 미련한 곰이라 그녀의 친구들로 부터 백곰이라는 별명까지 얻어 가지고 있는 와이프와 오랜 세월 함께한 나자신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면서 마냥 황홀해 하고 있는데...
언양의 석남사를 넘어서 살티고개를 지나면서 깊은계곡 산허리의 아름다운 단풍이 나의 황홀한 최면을 거두어 버리고 만다. 다들 창밖으로 마지막으로 타들어가고 있는 단풍에 환호를 보낸다. 화려한 단풍들이 가벼운 붓 터치로 우리들의 마음에 투명한 수채화를 그려 놓는다.
살티고개를 올라서고 다시 배내고개의 가파른 오름길에 올라서자 차량의 행렬들이 길게 늘어지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니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갑자기 공포 분위기로 만들면서 아슬아슬 하게 배내고개를 오르더니 한숨에 거침없이 달려 내려서니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죽전마을에 도착한다.
영남알프스란? 영남에 있는 산들 특히 언양과 밀양일대에 밀집되어 있는 1000 미터가 넘는 산들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가지산,운문산,고헌산,재약산,천황산,간월산, 신불산, 영축산,등 8개의 산군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알프스를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광활한 산상고원에 펼쳐지는 억새평원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억새고원인 사자평고원은 가을이면 은빛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사자평고원위에 사자의 머리 모습을 한 기암이 갈기를 세우며 천하를 호령하면서 우뚝 서있는 모습을 천황산이라 일제시대 부터 여지껏 불러 오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 산행은 죽전마을을 들머리 해서 사자평고원에 올라 산상에 펼쳐지는 억새의 물결에 깊숙히 파묻혀 보다가 정상에 올라서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영남알프스의 조망과 불어오는 바람에 일상의 모든 번뇌를 던져버리고 하산길은 주암계곡의 단풍길로 들어서기로 한다.
산행들머리인 죽전마을에 모여 가벼운 스트레칭과 따끈한 커피로 몸과 마음을 풀고서는 기념사진을 찍는다. 카페지기 박장원이가 회사근무인데도 불구하고 걸음마 단계인 포이오 산악회의 발전을 위하여 일부러 휴가를 내어 참석하여 카메라 셔터를 콕콕 누를때 마다 우리네 삶의 갈피갈피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툭 튀어나온 줌렌즈의 카메라에 프로사진작가를 능가하는 그의 솜씨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쁨과 즐거움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 하니 산이좋아 사람이 좋아 따라 나선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등산로 초입에서 부터 사자평고원까지 계속되는 오름길이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게 한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한발한발 힘겹게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푸른하늘을 향해 몸부림치는 억새의 물결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다들 잠시 넋을 놓아버린다 이런세상이 있다니 !! 바람이 불어오니 사각사각 소리를 만들어 속삭인다.
이가을날 사랑하면서 살아 보라고 한다. 거창한 말이나 대단한 움직임이 아니란다 사랑은 함께 걸어 가는 것이란다. 높이를 같이하고 시련과고통을 이겨내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까지도 둘이 닮아 가는 것이란다.
오늘 부부가 함께한 친구들이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진정 사랑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인듯 하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매일 매일 축복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둘이서 걷던 갈대밭길을 아~~~아~~~ 믿는다 하여도 믿지 못하고 눈물이 나네요 아아아~~~ 그대는 숨어우는 바람소리... 노랫말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억새밭길을 거닌다.
다들 소녀가 되고 소년이 되어 억새밭에 마음을 놓아버린다. 몇몇은 억새밭에 누워버린다. 강물처럼 넉넉해지고 오늘 하루는 들판처럼 넓어진다 함께 뒹구는 모두가 아름다웠다. 우리들의 아름다움을 하늘이 무지개를 만들어 축하를 보낸다.
사자머리 모습을 한 기암의 천황산이 갈기를 세우고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곳 천황봉 정상에 서면 모든게 정겹고 풍요롭다. 머리가 맑아지고 티끌한점 없는 눈동자를 만들어 놓으면서 바라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작은 행복으로 느껴진다.
산이 좋아 산에 올라 작은행복 배낭에 담아 산을내려선다. 태우부부와 상율이부부가 함께하는 하산주에는좋은만남 좋은인연들을 이야기 하면서 가슴이 따뜻해 진다. 작은행복을 깨달으면서 나는 '희망의 바이러스'에 나도 모르게 감염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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