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에서 봉전교를 건너 계곡가에 난 소로를 따라 150m쯤 가면 '영귀정(詠歸亭)'이 나온다. '귀거래사를 읊는다'는 뜻이다. 맞은편 계곡 가에는 단아한 정취의 '군자정(君子亭)'이 암반 위에 서 있다. 봉전리는 조선 5현의 한 명인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1450~1504)의 처가가 있던 마을이다. 마을 선비들이 일두를 기려 그가 처가에 들를 때면 찾았다는 현재의 계곡 가에 1802년께 이 정자를 지었다.
영귀정에서 1.6㎞가량 가면 '동호정(東湖亭)'이 있다. 1895년 지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누각인 이 정자는 화림동 계곡에 세워진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정자 앞 계곡 한복판의 너럭바위가 눈길을 끈다. 수십~수백 명이 모여 시회나 토론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호성마을과 경모정, 람천정을 지나면 발길은 '동호정에서 3㎞쯤 떨어진 '황암사(黃巖祠)'에 이른다. 이곳은 정유재란(1597년) 때 황석산성을 지키기 위해 왜적과 싸우다 숨진 당시 안의현감 곽준(郭埈), 함양군수 조종도(趙宗道) 등 순국선열 수천 명의 넋을 추모하려고 세운 사당이다.
황암사를 뒤로 하고 1㎞가량 걸으면 널따란 반석 가에 세워진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의 '농월정(弄月亭)'이다. 이름처럼 밤이면 달빛이 계곡물을 타고 흐르며 찬란한 금빛 그물을 드리운다고 한다. 농월정 앞 반석을 달바위라고 부르는데, 그 면적이 3300여 ㎡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