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구타교실]-49-구타의 드림팀 편~
* 악질 선생님만이 판치는 세상인가요? 일부 선생님을 제외하곤
대부분 좋은 선생님이라 믿고 싶습니다.
어여쁜 용모 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우셨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처녀 담임선생님
한문 시험 시간에 낑낑대는 저에게 다가와 슬쩍 답을 손가락으로 짚어주셨던
등록금이 없는 아이의 등록금까지 대주시던 중2때의 담임 선생님
점수가 안돼서 다른 과에 진학한다는 저의 원서를 집어 던지시며 국문과에
가라고 고집하시던 고2때 담임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저 재수했습니다. 훗~
모두 잘 지내시겠지요. 선생님들이 그립습니다.
육사에 범접할 제식 동작을 익히기 위해
우리는 운동장을 매일 미친 놈들처럼 뛰어다니며
똥행패의 구두발에 피흘리며 쓰러져야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수업시간은 편했으랴!
수업 시간은 수업 시간대로 똥걸레와 기타 선생들의 구타와 고문에 시달리며
보내야했다.
M고는 유고 내전의 보스니아보다 더 참혹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엠네스티의 파견을 긴급 호소하는 바이다.
하지만 불행의 끝은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우리의 돈은 뜯어 먹었어도 구타는 그리 심하지 않았던 함춘봉의 후임으로
새로운 강적이 출현한 것이다.
새로온 국어 선생이 길다란 몽둥이를 지팡이 삼아 들고 들어왔다.
그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홀쪽한 해골형의 얼굴에 검은 양복을 입었다.
우리는 그를 보고 언뜻 '황금박쥐'가 떠올렸다.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 만화주제가 中 -
하지만 그는 정의의 용사 황금박쥐가 아닌 음습한 동굴에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을 흡혈 황금박쥐였다. '피가 모잘라 캬캬캬~'
우리는 그가 민주 교사이길 감히 바라지 않았다.
다만 똥행패같은 절세의 살인기계가 아니길 빌 뿐이었다.
어차피 썩은 구조 아래선 그놈이 그놈 아니던가
박정희가 살해 당하자 전두환, 전두환이 물러나자 노태우 이런 식이니
썩은 내가 풀풀 풍기는 개천에서 연어가 팔딱 팔딱 살아 숨쉴 수는 없기에.
그는 교실에 들어서서 책을 교탁에 내려놓자마자 코를 킁킁거렸다.
"어디서 썩은내가 이렇게 진동을 하나. 이 반 이거 청소를 한거야 뭐야"
첫수업에 들어오자마자 이름도 안 밝힌채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트집을 잡으면서 시작하는 선생의 결론은 단 하나 구타다.
'이런 씨부럴 제식하느라 온몸이 녹작지근한데 또 맞겠구만
때릴려면 빨리 때려라 귀찮게 트집잡아 때리지 말고 음냐~'
우리 반은 다른 모든 것도 다른 반을 앞섰지만
청결면에선 단연코 압도했다.
반 아이들이 절반씩 격일제로 교실청소에 투입될 뿐더러
똥행패가 검사를 해서 불합격을 했을 때엔
피의 응징이 기다리니 먼지 하나 교실에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랐다.
해 떨어질때까지 우린 제식만을 했고
교실 청소는 제식에서 제외된 응석이 혼자서 담당을 했으니
교실이 예전처럼 깨끗할리 없었다.
아니 응석이 녀석이 청소를 하는지 잠을 퍼 자는지 지저분한 편이 옳았다.
황금박쥐는 교실 뒤쪽 청소도구함에서 대걸레의 냄새를 맡았다.
"어디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나 했더니 여기였군
대걸레를 사놓고 한번도 안 빨았나."
걸레의 냄새가 크리스챤 디올 향수 냄새일리 없다.
왜냐? 걸레는 빨아도 걸레니까.
그는 이어 노란 물 주전자 뚜껑도 열었다.
주전자의 밑부분엔 흙이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
황금박쥐는 주전자 뚜껑을 들은 손을 부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아니 대걸레는 사다놓고 한번도 안 빨았는지 시체 썩는 냄새가 나고
먹는 주전자 밑엔 흙이 깔려 있다니 이런 이런"
격분한 황금박쥐는 이어 꽃병에 꽂혀있는 꽃을 손으로 톡 건드렸다.
꽂아놓은지 오래 된 장미는 그의 손끝에서 오래된 미이라를 손으로 건드리자
먼지로 변해버리는 것처럼 와스스 부서져 버렸다.
우리의 가슴도 함께 와르르 무너졌다.
'음.. 꼬투리를 여러개 잡는거보니 몇대로 안 끝나겠군
휴우~~~~ 까짓 하루 이틀 맞냐 때림 맞지 뭐'
"Oh My God"
황금박쥐는 장미꽃이 우스스 부서지는 광경에 괴성을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이게 교실이야 난지도 쓰레기장도 여기보단 깨끗하다.
교실을 이따위로 해놓고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교실에 앉아 있어
정신 상태가 완전 썩은 녀석들이군"
황금박쥐가 첫수업에 들어와 20분 동안 한 것은 교실 위생상태 점검 뿐이었다.
그는 청결을 목숨처럼 여기는 결벽증 환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대걸레에선 냄새가 진동하고 주전자에 흙이 들어가있고
쓰레기통엔 김치 국물이 흐르니 그로선 참을수 없는 분노였다.
그는 M고로 잘못 찾아왔다.
구청 위생과로 찾아가 근무하는게 적성에 맞았을텐데 말이다.
그는 길다란 몽둥이가 없었으면 분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정도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교탁 앞에 섰다.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교실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방치하다니"
그의 눈에선 눈물까지 비치는 듯 싶었다.
"주번자식들 앞으로 나와"
황금박쥐는 앞으로 뛰어나가는 주번 아이들을
길고 검은 몽둥이로 한차례 후려 갈기고 이어 뺨을 연속으로 십여차례 때렸다.
그의 무공 역시 M고의 고수 대열에 끼기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이새끼들 주번이란 자식들이 교실을 이따위로 만들어 놔"
번호만 주번인 재석이와 진철인 너무도 억울했다.
요즘 청소는 물론 주전자 물 떠오기, 대걸레 빨기 등은 모두 응석이의 몫이었다.
응석이가 농땡이를 자신들이 뒤집어 쓴 것이다.
진철이는 황금박쥐에게 억울한 따귀를 맞고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선생님 실은 그게 아니라..."
황금박쥐 역시 학생의 말은 들어줄 필요가 없는
개나발이라고 믿고있는 선생들 중의 하나였다.
"허어~ 이새끼 봐라. 그게 아니긴 뭐가 아냐.
주번 활동을 잘못했으면 잘못한거지 누구 앞에서 변명이야"
그러더니 몽둥이로 진철이를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가느다랗고 긴 몽둥이가 검도의 죽도라도 되는 양 하늘에서 춤을 췄다.
'퍽~ 퍽~ 퍽~' '크허허허허헉~~~~'
진철이는 응석이의 죄를 뒤집어 쓴 채 변명 한마디 못하고 죽도록 맞아야했다.
똥행패의 추천으로 M고에 온 똥걸레가 '터미네이터 투' 였다면
황금박쥐는 똥걸레의 단점을 보완해 더 강력하게 제조된 '터미네이터 쓰리'였다.
'구타의 신' 똥행패 수학 선생, '고문의 달인' 똥걸레 영어 선생에 이은
'Mr. 결벽증' 황금박쥐 국어 선생
이로써 국,영,수 트리오는 최강의 이승엽, 양준혁 타선에다
타이론 우즈를 트레이드해서 가운데 박은 구타의 드림팀이었다.
진철이와 재석이는 황금박쥐의 몽둥일 맞으면서
원한맺힌 눈초리로 응석일 쏘아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응석이도 미안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한참을 주번을 두들겨 패던 황금박쥐는 우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런 쓰레기장에서 공부를 할 순 없다.
빨리 주전자 물 새로 떠오고 대걸레 다시 빨아서 교실 바닥을 밀어라"
50분의 수업시간중 45분이 위생 점검과 청소로 흘러갔다.
이러니 M고에서 대학가기가 힘들수밖에 없었다.
수업 종료 5분을 남겨 놓고서야 황금박쥐는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썼다.
'박영길'
황금박쥐 박영길 그는 이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함춘봉' 돈봉투 준비해 놓을테니 빨리 돌아오시오.
어느덧 우리들의 마음속엔 더 큰 불행이 닥치면 예전의 고통이 나았다고
위로하려는 간사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