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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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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자료실 스크랩 고경숙- 나의 詩論
하나 더 / 전 홍구 추천 0 조회 6 09.05.17 08: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고경숙- 나의 詩論]


1. 詩란 무엇인가?


시에 관한 명쾌한 정의는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하는 얘기지만, 또 가장 주관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란 한 마디로 “나 자신에게 말걸기” 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현실의 삶이 행복하고 불행하고의 차원을 떠나 대부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으므로 거기서 오는 갈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없이 나에게 말을 걸다보면 내 속에서 끄집어내지는 나의 실체...그것은 때론 정직한 나의 모습일 수도 있고, 때론 나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내재되어 있다.


2. 시를 쓰는 이유?


시를 왜 쓰는가? 각자의 분분한 얘기들이 많겠지만, 내게 있어 시를 쓰는 첫 번째 이유는,

첫째, 미욱한 내 인생의 서사를 지극히 본능적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건 종족본능과 같아서 감정의 미세한 울림보다는 동물적인 감각 쪽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둘째, 부족한 내가 세상으로부터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작게 몸부림 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가 꼭 지적수준을 높인다거나 장식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창작하는 과정에서 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란 시를 쓰는  모두 경험해보는 내용들이다.

셋째, 현실의 나와 다른 이중적 내 모습에 대한 희열이 아닐까 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오는 행동의 차원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가장 확실한 노후대책이다.

경제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 같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향후 복지정책이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는 희망적인 가제를 설정해 놓고 본다면,  현실참여적 실버로서 미래에 대해 투자는 詩로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3. 詩集에 대한 변명


모텔 캘리포니아

-첫 시집은 등단 이후부터 시집이 나오기 전까지 4년간의 발표시들을 묶었다.  모텔 캘리포니아! 이것은 부재하는 것을 차용한 허상의 장소로  좌절된 욕망의 자리를 피해 은둔하고 싶은 막다른 현실에 대한 은유이다 라고 요약해 주셨다. (이상 장석주 평론가 ) 피뢰침, 잉글리쉬 페이션트, 또 다른 가을 등


-제목에 관한 에피소드 ....

‘모텔’이란 생소하고 미지의 단어로 색다른 세계와 통하는 통로라고 여겨진다. 더구나 태평양 건너 ‘캘리포니아’라는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들, 다시 말하면, 막연하게 내가 서있는 반대의 얘기들을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1집 2집을 망라해 경험하지 못한 인생들 얘기가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달의 뒤편

첫 시집 이후 간간히 발표된 작품들을 4년 만에 묶었다.

달의 뒤편... 존재하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곳,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투영하는 시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상 서동인 평론)

달의 뒤편, 풍경의 공식, 화문석짜기, 마트로시카 등


4. 3시집의 방향설정


3집부터는 소신을 담아야 하고 자신의 철학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기획된 시를 써야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 말에는 아직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시란 다른 장르와 달라 미리 예정된 방향의 시들을 쓴다는 것이 아직 내겐 서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적어도 자신의 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 또한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들어 내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은 간과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1시집이 내 안의 얘기와 주변의 얘기를 쓴 것이었다면 2집은 소외된 이웃들의 얘기를 묘사했다. 3시집에서는 조금 더 영역을 넓혀 사회적인 인식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1). 분단국가에서의 이데올로기가 과연 문학적 소재로서 가치가 남아있는가?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미 한 물 간 소재거리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이후의 세대들에게 이데올로기는 흥미의 대상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고.. 그런 이유로  습작기에 써놨던 이데올로기 詩들을 버려야 했던 까닭도 그런 이유이다.


(2). 사회문제와 내면의 인식사이의 선택문제

  현실적으로 파고드는 많은 사회적 문제, 즉 노동문제라든가, 교육문제, 빈곤문제 등 도시 곳곳에 파고드는 많은 이슈들을 다 잡아 표현하는 것은 가능한가? 그것은 한계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사회적인 참여가 마땅하고 그것이 일반층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예술성과 상충되는 부분들이 많아, 때론 선택의 귀로에 놓일 때가 많다.

다수의 노동시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내 취향의 시는 아니므로, 그런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앞으로 수없이 연구해봐야 할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3). 다문화 시대에 관한 관심

  

  부천예총의 모든 행사에 관한 기획을 맡고 있다보니, 공연이나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반적인 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시 창작을 하는 입장에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축제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참 많다. 한때 아메리칸 드림으로 우리 또한 저들과 똑같은 과정을 겪었던 세월이 불과 얼마 전이었을 텐데,  이제 우리  주변에 더불어 함께 해야 할 다문화 가정들이 너무 많고, 또 그들의 행복과 아픔이 공존하는 가운데, 자녀들이 성장하고 국가가 치유해야 할 책무들도 산재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런 시를 쓰고 다뤄보고 싶기도 하다.

예전에 썼던 ‘렛싼 삐리리’라는 네팔인에 관한 시도 그런 류이다.



3. 내 시의 원천 (소재, 상상력)


내 시의 원천은 어머니이다. 충청도 서해안에서 성장한 어머니의 어휘와 언어구사는 전라도를 많이 닮았다. 대개의 전라도 언어가 어휘 자체가 맛깔지고 풍부한 것이 특징이므로 그런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시인으로서 내겐 축복이었다. 어머니로부터 대동아전쟁과 얽힌 외삼촌의 이야기, 6.25무용담, 아버지의 빨치산소탕작전까지 간접적으로 겪은 전쟁만도 난 이미 일제강점기 여성이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잠시 시골에 거주했던 것도 내 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춘기 시기를 도회지에서 살았다면, 난 아마 지금쯤 시를 쓸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건 지극히 현실적인 제 습성 탓이 가장 클 것이고, 또 사실 우리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시의 소재거리는 도시 쪽 보다는 서정이 넘치는 시골분위기가 훨씬 적합하다.


엄한 가정에서 자란 저 같은 여자들은 스스로를 옥죄는 버릇이 있다. 어떤 땐 내 전생이 수녀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사실은 참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내 안 저 깊은 곳에선 무의식적으로 반발하는 마음이 함께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도 모르는 결에 내 시는 도발적이 되고 , 남자가 되고, 퇴폐적 인간이 되기도 하고, 또 마트로시카에서처럼 대포집 여자도 되어보고....

몸이 말을 안 들으면 다른 감각 기관이 발달한다는 말.... 백번 진리라고 생각한다.  행동 대신 나름대로 별의별 상상을 다 하며 살아가는 것은 시인에겐 의미있는 일이다.



시에 나타난 사람, 사람들


1. 사랑을 하자

2. 철저한 고독을 즐기자.

3. 시에 있어 최고로 창의적인 경영자가 되어야 합니다.

내 시가 문화콘텐츠로서 각광받을 수 있으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하는 문제를 늘 고민하자.


이 모든 생각이 집중되고 몰입하려면 열정으로 똘똘 뭉쳐야 함은 기본이고, 또 열정만 있어서 되는 것이 시는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쓰면 쓸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또한 시라는 생각도 변함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용병입니다. 누구누구 사단하나 없는 그저 내 개인의 체력과 용기 하나만으로 뛰어든 문단이지만, 의미없이 죽을 수는 없으므로 계속 정진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함께 가는 길.... 전우애로 우리 따뜻하게 서로 보듬어주는 문우들이 됩시다.


두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냥 좋아서.........그러겠습니다 대답을 해놓고.. 고민했던 시간들... 모두 사랑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시간... 좋은 추억으로 저 또한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F씨의 고독


오후엔 채광이 적어지곤 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밖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모하지 하늘을

본 지도 오래됐다 한 달째 계속되는 건조주의보 때문에

여기저기가 가렵다 통로엔 나름대로

질서정연한 골바람이 불어 바람을 피해 계단을 오르려다 그만 두었다

1 2 3 F 5 6 7 8...숫자를 센다

방금 관리실에서 끊어진 전구를 갈았다 남자는 급한 일이 있는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말고 그냥 뛰어 내려갔다

그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왈츠 리듬을 탄다 비상구

계단을 타고 싸늘한 어둠이 밀려 내려온다 누군가

계단으로 뛰여나와 우는 소리, 나는 또 버릇처럼 숫자를 센다

1 2 3 F 5 6 7 8...


아까 그가 눌렀던 버튼이 이제야 작동해 문이 열린다


나는 숫자들의 틈에 끼어 허우적댄다

눕거나 때로 물구나무를 서도 내가 이방인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이렇게 밧줄 하나 의지해 통로를 오르내리며 가끔은

서너 살 지능으로 돌아간다

계단 수만큼이나 무한으로 치닫는 고독

1 2 3 F 5 6 7 8...





또 다른 가을




길은 퉁퉁 불은 면발처럼 끈기를 잃고

占집 지붕에 백기 하나 내걸려 펄럭였다

구청 철거반이 다녀갈 때마다 녹색의 잎들은 무리져 떨어지고

동네는 한 뼘씩 산으로 올라갔다

단풍은 노을 속에서만 빛났다

제일 먼저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쑥쑥 자랐다

누우면 별이 보일 거라고 좋아하던 아이는

밤마다 별을 찾았다

어미는 아예 눈을 감았다

애들 조잘거리는 소리 비닐창에 부딪쳐

주르르 이슬로 맺히는 아침

어른들은 못 본체 툭툭 물기를 털고 일을 나갔다

불 피우지 마라 절대로,

생라면에 스프 뿌려먹고 물 한 대접 들이키면

아이들 뱃속엔 차가운 강이 흘렀다

어쩌다 재수 좋게 빈병이라도 주워 판 날,

바닥 가득 쏟아진 삶을 따라 올라오는 계단엔

하나 둘 별이 떴다

내 팽이 따먹을 놈 어디 나와 봐

야광팽이 따조를 신나게 돌리며 아이들이

화려하게 가을밤을 점령했다.




렛산 삐리리 (Resam Phiriri)* [미발표]


네팔 전통음악이 흐르는

잔디광장 한 가운데 오색의 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오른다

각국 노동자들의 축제현장,

네팔에서 온 딜리씨의 서툰 연줄이

햇빛에 보일락말락 할 때마다

Resam Phiriri   Resam Phiriri

설산에 나부끼던 기원깃발

비단 옷감  바람에 휘날리고,

하늘호수서 놓쳐 날아간 그 깃발

먼 이국의 하늘에  날리고 있다


히말라야 차가운 눈(雪)길아!

참 멀리도 흘러왔구나

연은 

점점 더 높이 솟구친다

두고온 여인의 새침한 인사처럼

실패를 떠나 허공으로 달아나려는 연

딜리씨는 그 여인을 놓치지 않으려

두 발을 땅에 팽팽하게 딛는다

 

내 소원은 추방당하지 않고 큰병치레 없이

죽어라 일만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또요? 돈 많이 벌어 고향에 가는 것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는 것

Resam Phiriri  Resam Phiriri


* Resam Phiriri: 네팔의 전통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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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


지나온 길은 언제나 낭패였다

조실부모하고 시집와 줄초상 나더니

해먹을 거 없어 차린 게 대폿집

오다가다 눈 맞을 변변한 놈 하나 없었다

술살 올라 두루뭉술한 몸

앞치마로 받아낸 씨 다른 딸년들

못난 어미도 어미라고 빼다 박았다

손맛 좋은 큰아, 바지런한 둘째, 싹싹한 셋째 년

젖배 곯아 잘잘한 막둥이 보러

과부 집 문턱이 닳게 드나드는 술꾼들

늙으나 젊으나 사내놈은 모두 개라며

빈대떡 쭈-욱 찢어 입 틀어막는다

일렬로 늘어서 끝 손님 보내는

앞치마 다섯 장 깃발처럼 펄럭인다

마트로시카!

씩씩한 그녀, 치마폭에 딸년들 차곡차곡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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