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팬들은 약속 많은 주말 저녁에도. 출근·등교 걱정이 앞서는 월요일 새벽에도 TV 앞으로 모인다.
이국땅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을 안방에서 확인하는 것은 스포츠팬들에게 커다란 기쁨. 하지만 순기능만을 강조하기엔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7년 30만 달러에 불과했던 메이저리그 중계권료가 3년이 지난 2000년 10배 인상. 8년 뒤인 2005년 40배가 뛰었을 때 ‘외화 낭비. 스포츠 마케팅 제국주의의 침범’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격투기 중계권료가 100배. 인기 절정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가 산술적으로 셈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국제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횡포’ 어쩌구 하는 말조차 한낱 넋두리에 불과한 지경에 이르렀다.
찾는 이가 있기에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저 많은 돈 중 일부라도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중계권료 인상의 형태로 돌아갔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헛된 생각마저 들게 한다.
▲돌이킬 수 없는 MLB 중계권
시즌 해외스포츠 중계의 출발은 메이저리그. 97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시작된 인기는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상승시켰다.
97년 KBS가 30만 달러를 지불해 따낸 중계권료는 방송사들간의 경쟁이 붙으며 경인방송이 3년간 550만 달러. MBC가 4년간 3200만 달러를 제시하고 나서야 얻어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 올랐다.
경인방송은 메이저리그 중계를 계기로 광고수입과 고정 시청자수를 획기적으로 늘려가며 투자분 이상의 성과를 올렸지만 MBC는 KBS·SBS와 공동 협상을 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파격적인 금액으로 중계권을 따내놓고도 적자를 봤다.
이후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번 치솟은 중계권료는 내려가지 않았고 2005년부터 메이저리그를 독점 중계하고 있는 엑스포츠는 4년간 4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서야 중계권료를 얻었다.
▲5년간 100배 뛴 K-1 중계권료
21세기 들어 깜짝 등장한 스포츠가 이종 격투기. 표도르·크로캅·밥 샙에 이어 최홍만의 진출로 관심이 엄청나게 늘었다. 최근 CJ미디어는 150억원의 중계권료를 지급하고 3년간 K-1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K-1 국내대회 흥행권 보장 60억원. FEG의 한국법인 FEG코리아 설립에 100억원 출자 등이 더해져 사실상 독점 중계권 확보에 들어간 금액은 310억원인 셈이다. K-1을 안방에 소개한 것은 KBS SKY스포츠(현 KBS N스포츠). 2002년 12월부터 1년간 K-1 경기를 방영한 KBS SKY스포츠는 테이프당 50만원. 총 1억원을 지불했다.
5년 사이에 100배 이상 상승한 것. 그 사이 최홍만이 K-1무대에 진출하고 국내 시장이 커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상승폭이다. 일본에서 K-1 인기가 프라이드만 못하고 또 프라이드마저 새로운 흥행카드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K-1 한 종목에 연간 100억원 이상 베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일본프로야구 중계권료
일본프로야구는 해당 팀이 홈구장 중계권을 갖고 있다.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서 뛰던 2004시즌과 2005시즌에는 국내 시청자에게 별로 어필하지 못한 관계로 SBS스포츠는 2006시즌 요미우리 중계권을 40억원보다 적은 선에서 가져 왔다.
요미우리 경기가 게임당 1억 엔(약 8억원·요미우리 신문그룹 계열인 니혼TV 중계)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최근 요미우리 측은 인기 하락으로 일본 내에서 게임당 중계권료가 5000만 엔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시장을 통해 손실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여 2007시즌 한국방송사측이 지불한 중계권료가 60억원 이상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EPL 중계료 전쟁 임박
CJ미디어의 거액 베팅에 K-1 중계권 경쟁에서 밀려난 MBC ESPN은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며 독점 중계권 유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MBC ESPN은 2004년 아시아지역 방영권을 획득한 ESPN 스타 스포츠가 주주회사인 관계로 큰 출혈없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해 왔다.
하지만 ESPN 스타 스포츠가 중계권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2007~2008시즌부터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현재 최고 인기 상품인 데다 중계권 자체가 비싸고 다른 국내 방송사들도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가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엑스포츠가 MLB 중계권 경쟁에서 제시한 금액(연간 1200만 달러·약 110억원)은 되지 않을까 추산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은 놓칠 수 없는 금맥이지만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4인방(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동국)의 활약도 등 변수가 많아 투자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관계자들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실속은 해외 스포츠 관계자만…
스카이스포츠가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를 안방에서 보기 위해 영국인들은 43파운드(약 8만원)의 수신료를 내고 있다. 영국인들에게조차 비싼 중계이기에 한국에 넘어 올 때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또 중계권 입찰도 경쟁인 만큼 막을 방법도 없다.
문제는 국내 스포츠 발전과 무관하게 해당 해외 스포츠 관계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 한 스포츠채널 관계자는 “방송사들의 과잉 경쟁으로 메이저리그 중계권료가 턱없이 치솟았다. 이번 K-1 중계권료 인상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익을 챙기는 쪽은 일본 K-1 관계자들 뿐인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한국프로야구 2006년 90억 지출
한국프로스포츠 맏형 격인 프로야구의 2006년 중계권료는 90억원이며 해마다 해당 경기단체와 방송사가 협상을 통해 중계권료를 정한다. 2007년의 경우 해외 스포츠에 지불되는 중계권료보다 많은 돈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