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이승주 대원 4차 훈련 보고서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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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기의 4차 훈련이 시작되는 날이 되었다. 아침에는 정말 날씨가 좋아서 등산하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점 날씨가 흐려지더니 낮 3~4시가 되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이번 훈련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축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결국 나의 우려대로 훈련 일정이 민둥산 등산으로 바뀌게 되었다. 비도 많이 오고 여러 대원들이 사정이 있어서 4차 훈련에 못 참가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일정이 바뀌었다. 이번 훈련이 많이 힘들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 놓았었는데 막상 훈련이 취소가 되니 약간 아쉬웠었다. 하지만 일정을 신속하게 바꿔서 훈련을 계획대로 진행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일정 변경에 대한 통지를 받은 후 지하철 2호선에서 추돌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비도 오고, 일정도 갑자기 바뀌고 이런 사고 뉴스까지 보게 되니 마음이 산만해지고 피곤해졌다. 하지만 훈련은 예정대로 시작되고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몸과 머리가 제대로 따르지 않는 다는 것을 배웠기에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밤 10시, 사무국에 대원들이 모였다. 이번 훈련에는 적은 수의 대원들이 참석했다. 나, 성민, 장원, 준하 그리고 원영 이렇게 다섯만이 사무국에 모였다. 이번 훈련에도 대원들 전원이 한명도 빠짐없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렇게 소규모로 가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대원들 외에 동진이, 원영이 아버지, 윤석이 그리고 지은이가 참가했고 찬호는 청량리역에서 합류할 예정이었다. 윤석, 지은 그리고 찬호가 대학생활이 힘들 텐데 매 훈련 빠지지 않고 이렇게 대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참석하는 노력과 그리고 원정대 활동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국에서 간단한 짐 정리를 한 후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청량리역에 도착한 후 기차역으로 들어가 표를 샀다. 연초에 청량리역에서 친구들과 국내여행을 시작했었는데 기차를 탔던 추억과 여행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왠지 모르게 힘이 났다. 단순한 기억과는 다르게 추억은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복 돋아 주고 힘을 내게 해준다. 또한 추억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 친밀함이 추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더욱 커진다. 이런 점들에서 추억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로체원정대 활동을 한 후에 원정대에 애착을 가지는 대원들이 많은 이유 또한 원정대 활동을 통해서 쌓은 추억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쉽게 마음과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고 그 추억들 생활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옛 추억이 심어진, 그리고 새로운 추억이 시작되는 청량리역을 떠나 플랫폼에 정차되어 있는 기차를 향해 갔다.

표를 받고 짐을 옮기느라 정신없어서 못 봤는데 준하가 우리가 받은 표가 입석표라는 것을 알려줬다. 옛날에 친구들과 여행했을 때는 그냥 빈자리에 앉았다가 자리의 주인이 오면 비켜주고 다른 자리에 앉거나 식당칸 바닥에 앉아서 갔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했다. 자리에 앉을 걱정 대신 이 많은 카고들과 배낭들을 어떻게 기차 안에 실어야 할까라는 걱정을 했다.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신속하게 짐들을 옮기고 자리까지 잡았어야 했다. 평소 같았으면 허겁지겁 행동했었겠지만 이번에는 일행들끼리 역할 분담을 잘해하고 차근차근 짐을 옮겨서 허겁지겁 대신 침착하고 신속하게 짐을 실었다. 평상시에 신속하게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항상 허겁지겁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드럼을 치는 경우에도 조금 어렵고 빠른 곡을 칠 때 빠르고 정확하게 쳐야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어 신속과 정확과는 거리가 먼 허겁지겁하고 부정확한 소리가 나서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차근차근 연습을 충분히 한 후에 마음에 긴장을 풀고 느긋한 마음으로 쳤을 때 몸은 허겁지겁 칠 때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더 정확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급하게 쳤을 때는 정신이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불필요하게 힘을 많이 들이게 되고 결국 틀린 소리를 내게 된다. 하지만 긴장을 어느 정도 푼 느긋한 상태에서 칠 때는 정신이 정리가 되어 불필요한 움직임이 줄게 되어 몸에 무리가 덜 가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짐을 싣는 것도 비슷한 경우였다. 역할분담을 확실히 한 후에 빨리만 옮기려는 생각대신 안전하고 확실하게 옮길 생각으로 움직이니 더 수월하게 짐들을 기차에 실을 수 있었다.

내가 맡은 짐들을 기차 어딘가에 실어 놓은 후 대원들과 함께 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기차를 타기 전에는 밤이라 자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 자리가 빈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나와 윤석, 동진, 준하 그리고 원영이는 기차 맨 끝에 있는 조그만 복도에 서있게 되었다. 우리는 서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찬호를 청량리역에서 못 봤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알고 보니 일이 있어서 청량리역에 시간에 맞춰서 도착을 못 한 것이었다. 참 아쉬웠지만 기차는 떠났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한 외국인 아저씨가 가방에서 윤석이에게 계속 비닐과 종이를 주었다. 나는 처음에 윤석이에게 버려달라고 주는 줄 알고 약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외국이 아저씨께서 우리보고 깔고 앉으라고 주신 것이었다. 더욱이 우리가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을 보시더니 자리를 조금 차지하게 앉으시면서 우리에게 자리를 조금 만들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동남아에서 오신 분 같았는데 타지에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힘들게 생활 하시면서도 배려심을 잃지 않으신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드린 후, 우리는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다시 기차 칸으로 들어가서 대장님과 나머지 대원들과 만났다. 알고 보니 우리가 민둥산역까지 입석인 것이 아니라 원주까지는 입석이고 그 후 부터는 자리가 있었다. 그전까지 일단 앉아 있을 곳을 찾기 위해 대원들과 대장님과 다시 자리사냥을 떠났다. 다니는 도중 기차 칸의 맨 뒷 자석과 벽 사이에 있는 자리를 대장님께서 찾으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좁아 보였지만 막상 지은이가 들어가서 앉아있는 것을 보니 널찍하고 콘센트까지 있어서 편해보였다. 지은이가 들어간 것을 보고 나도 비슷한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은이와 같은 방법을 쓰고 있었다. 자리를 못 찾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식당칸으로 향했다. 식당칸도 이미 만원 상태였다. 결국 우리는 식당칸 옆에 있는 조금 넓은 복도에 서있거나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무리 조그만 자리여도 들어가서 쉬고 있는 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산에서 밭농사를 지을 수 없지만 인간은 계단식 논을 발명하여서 생계를 이어갔다. 인구가 많아져서 수용해야하는 인구가 많아지자 인간들은 건물들의 층수를 늘리는 것으로 발전해나갔다. 이처럼 인간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고와 발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들을 해쳐 나가고 더욱 발전된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기에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사고와 발상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이처럼 인류 생존과 발전에 크나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는 길거리 바닥 같은 곳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지만 기차 안에서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든 사람들이 바닥이나 조그만 구석에 들어가서 쉬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에서 상황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원주에 도착한 후 사람들이 많이 내리자 우리는 앉을 자리들을 찾아서 떠났다. 드디어 자리를 찾고 앉으니 서있었을 동안은 못 느꼈던 피로감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했다. 앉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의외로 잠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상태가 지속되다 결국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있었다. 잠을 깨고 다시 자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성민이가 나를 데리러 와있었다. 찌부둥한 몸과 멍한 정신을 이끌고 기차에 흔들리며 짐들을 내리는 문 앞에 옮겨다 놓았다. 처음 기차에 짐들을 실을 때처럼 짐들을 빠르게 내렸다. 기차에서 내리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인하가 역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역을 나가니 인하의 아버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간단한 인사들을 나눈 후 아버님의 차에 짐들을 옮기고 차에 탔다.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는데 희미한 전등들이 듬성듬성 마을과 거리를 비춘 모습과 새벽이라 모두 문을 닫은 껌껌한 상점들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어둑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산길로 들어가니 이런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더욱 강해졌다. 전등이 하나도 없고 차의 헤드라이트의 창백한 빛만이 산의 무거운 어둠을 밝히니 빛의 약함이 더욱 두드러져 빛의 존재가 안심을 주기보다는 스산한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거기다 산길이 어둠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실루엣들이 보이고 길이 험한 곳에서 자동차가 심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하니 우리의 모습이 정말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찰나에 자동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불이 없어서 어두컴컴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사람들이 지내는 집이 보이니 정말 큰 안심이 되었다.

짐을 잘 놓은 후 우리가 묶을 황토방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이 없어서 촛불 빛 하나와 원영이 아버님의 해드렌턴으로 방을 비추고 있었다. 모두 들어와서 앉고 간식으로 챙겨온 햄버거를 배분 받고 보니 벌써 새벽 3시였다. 새벽 3시에 까먹는 햄버거와 콜라. 듣기에는 이상하고 속이 거북해 보일지 몰라도 마침 배고팠던 나와 대원들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따스한 촛불 빛과 곧고 하얀 해드렌턴의 빛 속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현대문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산중의 방 안에서 촛불을 키고 현대문명의 산물인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황토방 안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으니 색다른 느낌이 들어 햄버거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햄버거와 황토방의 부조화의 결과로 새로운 느낌의 기쁨이 나온 것이다. 세상에는 겉으로는 부조화라 생각되는 조합을 이용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제, 정치 체계가 한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짝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당연시 하고 이 조합만이 나라의 발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를 보면 정치 체제는 공산당이 나라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공산주의이지만 경제 체제를 살펴보면 자본주의의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 사람들이 그동안 공존 할 수 없다고 믿었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렇게 외면적으로는 부조화를 이루는 체계로 중국은 현재 중국만의 방법으로 큰 발전을 이루어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강대국이 되었다. 물론 과정 속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겉으로는 부조화처럼 보이는 조합의 색다른 특징을 잘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캡틴아메리카 역시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모두들 갖은 하이테크 장비들과 무기들을 사용해서 싸울 때 캡틴아메리카는 오로지 간단한 방패, 유연한 수트 그리고 강인한 몸만을 사용해서 적진을 누비고 다닌다. 캡틴의 성격 역시 현대사회에 만행하는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반하는 이타주의, 연대의식 그리고 희생정신을 강조한다. 이런 캡틴과 현대사회와의 부조화가 캡틴의 영웅성을 부각시켜 주고 캡틴의 매력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렇듯 겉으로는 부조화를 이룬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좋은 조합을 이루어 성공을 불러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조화 속에서의 어울림을 사람들 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특정한 조합이 부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지만 부조화 속에 숨은 어울림을 찾을 수 있지만 이런 편견을 깨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견을 깨고 색다른 시선으로 사물과 사고에 접근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나가야만 혁신과 발전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햄버거를 다 먹은 후 모두 이불을 깔고 잘 준비를 하였다. 나도 자기 위해서 이불에 누웠는데 대장님께서 나를 부르셔서 나는 대장님과 밖으로 나가서 방을 따듯하게 만들기 위해 화롯불을 피웠다. 처음에는 불이 붙게 하기 위해 잔가지들, 나무 그리고 가지고 온 박스를 뜯어서 화로 안에다가 넣고 불을 붙였다. 불이 어느 정도 붙은 것 같을 때 중간 크기의 가지들을 넣고 그 다음 굵고 큰 장작들을 공기가 통하게 엇갈리게 넣으면 큰 모닥불이 만들어진다. 이런 모닥불 피우는 과정을 옛날에는 몰랐지만 원정대 훈련들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나중에 친구들과 놀러 갔을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불을 피우려고 노력할 때는 불이 약하고 꺼질 것 같아서 불안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큰 불을 만들어 놓으니 뿌듯했다. 화롯불을 피워놓고 나도 자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가서 아까 내가 누워있었던 자리에 가서 누웠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누운 자리가 화롯불의 열기가 제일 빠르고 강하게 느껴지는 아랫목이었다. 아랫목은 어른들께서 사용해야 한다고 배웠던 것 같아서 대장님과 원영이 아버님께 자리를 드리고 나는 아랫목 바로 옆의 위치에 누웠다. 화롯불을 꽤 크게 피워서 자는 동안 자리가 뜨거워질까봐 대원들이 걱정을 하였다. 이불, 배게, 벽, 지붕 그리고 자리가 너무 뜨거워질까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정말 이 황토방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의 나였으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로체 훈련들을 통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황토방을 제공해 주신 인하와 정하의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로체 훈련들 중 처음으로 따듯한 이불과 바닥위에서 잠이 들었다.

5/3

아침에 푹 자고 따듯한 몸과 마음으로 눈을 떴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산책을 갔다. 전날 비가 많이 내린 후라 그런지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햇빛도 밝게 빛나고 공기는 맑고 선명했다. 전날 밤에는 어두워서 몰랐지만 기림산방 주변 경치가 정말 멋있었다. 사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푸르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맑은 햇빛, 청량한 하늘, 선명한 공기, 아름다운 색깔의 꽃들 그리고 푸르른 산이 어우러져 멋진 절경을 이루었다. 이런 경치를 감상하며 산에 나있는 차로를 따라 산책을 했다. 대원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배낭이 없는 가벼운 몸으로 평평한 차로를 따라 올라가니 정말 수월하게 올라갔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서포터즈들, 인하, 정하 그리고 동진이가 멀리 뒤쳐져 있었다. 딱히 급하게 올라온 것 같지 않은데 우리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걸었나 하고 놀랐다. 대원들과 같이 경치를 감상하고 이야기하면서 걸으니 힘든 것을 몰라서 우리도 모르게 빠르게 올라온 것 같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 조금 전에 우리는 산책을 멈추고 다시 기림산방으로 돌아갔다.

기림산방으로 돌아가니 대장님께서 잠시 쉰 후에 우리는 기림산방 수련장 밑에 있는 밭에다가 고추를 심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처음해보고 언제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모종심기라 큰 기대를 했었다. 우리를 도와주실 아저씨께서 고추모종 심는 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듣고 있는 순간 갑자기 ‘아 이거 잘못 심으면 기림산방에 큰 폐를 끼치는 것 일 텐데’ 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아저씨의 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설명이 끝난 후 모종을 들고 밭으로 갔다. 밭에서 아저씨께서 직접 심으시는 것을 보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한 줄씩 두 명이 담당해서 한명은 호미로 땅을 파고 다른 한명이 모종을 파인 곳에다가 넣은 후 흙으로 메우고 물을 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물을 주는 형식으로 일을 진행하였다. 나는 지은이와 짝을 이루어 처음에는 모종을 넣고 흙으로 구멍을 메우는 일을 맡았다. 처음 듣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막상 모종을 심는 일을 해보니 신경쓸 일이 많았다. 우선 나중에 우리가 심은 모종이 자라면 쓰러지지 말라고 줄 같은 것으로 모종들을 연결하는데 그 일을 위해서 모종들을 일렬로 바르게 심어야 했다. 또한 물을 흙에다 주면 흙이 안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흙의 양을 구멍에 좀 넘치게 줘야했다. 더욱이 흙은 밭의 땅에서 바로 손으로 퍼서 넣으면 되었지만 밭의 땅이 자갈밭이어서 흙을 모으는데 애를 좀 먹었다. 모종이 잘 자라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심다보니 어느새 나와 지은이가 맡은 줄이 끝났다. 이번에는 내가 호미로 구멍을 내고 지은이가 모종을 심고 흙으로 메우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자갈밭이어서 그런지 구멍을 내기 힘들었고 어느 정도의 깊이로 파야되는지도 감이 오지 않아서 일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하다 보니 일이 익숙해지고 노하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원들 모두 자신들만의 방법들을 생각해내서 하고 있었다. 특히 성민이와 장원이의 시스템이 매우 효율적이여 보였다. 줄에 구멍을 미리 내놓고 거기다 모종을 먼저 넣어 놓은 후 성민이가 모종을 넣어 놓았던 판에다가 흙을 가득 넣어서 돌아다니면서 모종에다 흙을 주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따르면 모종들을 하나하나 심는 것 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심을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 방법으로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소소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 사이로 문화와 기술이 퍼져나가고 발전하는 모습을 미니어쳐식으로 관찰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원시적인 기술들을 사용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처음의 기술보다 더 생산적인 기술이 누군가에 의해서 발명된다. 새로운 기술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얻고 싶어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신기술을 사람들이 외면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게 되면 문제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게 되고 다시 사람들 사이로 신기술이 퍼져나가고 결국 전에 보았던 패턴이 계속 순환하면서 나타나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대체로 이런 순환으로 진행되었다. 나라가 세워지고, 전성기를 지나 나라 체계가 부패하면서 점점 문제점들이 심화되고 결국 기존의 나라가 멸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진다. 이렇듯 순환하는 패턴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 체계, 문화 등 인류역사의 모든 방면에서 나타난다. 이런 관점으로 우리가 모종을 심는 것을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신기했다.

어느덧 수련장 밑에 있는 밭에는 나름 질서정연하게 고추 모종들이 가득 심어져있었다. 우리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면 새참 초콜렛과 과자를 먹은 후 좀 더 밑에 있는 밭에 가서 고추 모종 심기를 이어나갔다. 호미로 열심히 구멍을 파고 있는데 옆에서 원영이 아버님께서 흙을 싸고 있는 비닐을 너무 많이 뜯는다고 말씀해주셨다. 갑자기 왜 흙을 비닐로 이렇게 단단히 조여 놓았는지 궁금해 졌다. 처음에 흙을 비닐로 조여 놓은 것을 보고는 그냥 그러나 보구나 하고 딱히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알고 보니 흙을 비닐로 단단하게 쌓은 이유가 수분을 새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좀 더 관찰을 잘 하고 관찰 한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열심히 고추모종을 심다 보니 어느 순간 모종 심기가 끝나 있었다. 듣기로는 우리가 한 일이 원래는 3일치 일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좋은 숙소와 음식을 제공해주신 기림산방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마침 고추 모종 심기가 끝날 때 쯤 찬호가 기림산방에 도착했다. 어제 밤에 아쉽게 기차를 놓쳤지만 첫차를 타면서 까지 훈련에 참가해준 찬호가 고마웠고 반가웠다.

고추 모종 심기를 끝낸 후 기림산방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밥을 불을 지피고 솥에다가 해 먹었다. 솥을 사용해서 밥을 해 먹는 것이 처음이어서 열심히 구경했다. 로체 훈련을 통해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느꼈다. 점심상이 완성 된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식탁이 정말 컸는데 그 위에 고기, 두릅, 두릅튀김, 김치찌개 등 정말 여러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다시 한번 인하와 정하의 부모님과 이모님께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음식들의 맛 또한 정말 맛있었다. 특히 두릅튀김과 두릅은 고기에 버금가는 맛을 자랑했고 김치찌개는 매콤했지만 손이 계속해서 가게 되는 마성의 맛을 냈다. 모종심기를 한 후라 그런지 더욱더 음식들이 맛있었다. 정신없이 점심을 먹은후 우리는 도하 연습을 하기 위해 출발 했다.

아침에 산책했던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 우리를 데려갈 차가 우리를 따라오기로 약속하고 출발했다. 올라가면서 사진도 찍고 하면서 우리가 아침에 멈추었던 지점보다 조금 더 가서 차를 기다렸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장님, 나 그리고 찬호 셋이서 차로 옆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감싸고 있는 넝쿨을 잘라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멕가이버 칼에 들어있는 조그만 톱으로 돌아가면서 톱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넝쿨이 생각보다 많이 질겼다. 잡아 댕기고 발로 부러트리려고 까지 해봤지만 넝쿨은 미동도 안했다. 나중에 살펴보니 우리가 톱질을 하던 곳이 발로 부러트리려고 할 때 힘이 작용하는 곳과는 먼 곳이었다. 처음에 차근차근 관찰을 하고 톱질을 시작했으면 부러트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를 악물면서까지 잡아 땡기고 찢고 부러트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가 일 하는 사이 어느새 차가 도착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도하연습을 하러 갔다.

우리가 애초에 갈려고 했던 곳이 지금 시기에 물이 말라있다고 해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서 떠났다. 내가 꾸벅꾸벅 조는 사이 어느 새인가 물이 꽤 차있는 하천 옆에 차를 세웠다. 처음에 도하연습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대가 컸고 흥분이 됐었다. 차에서 내려서 하천을 보니 그렇게 깊어 보이지도 않았고 물살도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천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는 신발이 젖으면 골치 아플 것 같아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채로만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주변의 대원들이 신발을 안 신으면 미끄럽고 아플 것이라고 걱정을 해줬다. 하지만 신발이 젖어서 질척질척한 상태로 있는 것 보다는 지금 조금 힘들게 강물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목표는 하천 중간쯤에 있는 돌 섬까지 나아가는 것이었다. 로프를 다리의 기둥에 묶고 대장님께서 먼저 들어가셨다. 처음에는 큰 문제 없이 앞으로 나가셔서 쉬운 도하가 되겠구나 했지만 중간 쯤 들어가시니 물의 깊이도 생각보다 많이 깊고 물살도 강해 보였다. 결국 대장님께서 돌섬까지 가는 것은 우리들은 안 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못할 것 같다고 하시니 왠지 모르게 더 돌섬까지 가고 싶어 졌다. 일단 대장님 다음으로 동진이가 들어가는 것을 구경하고 그 다음 준하와 내가 들어갔다. 발을 물에 담는 순간 ‘아 추운 하루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 추웠지만 돌섬에 발을 디디겠다는 나의 뜨거운 마음을 식히지는 못했다. 우선 대장님께서 다리 쪽을 따라서 가보라 하셔서 다리 옆으로 추위에 떨며 걸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가니 대장님께서 물에 빠져보라고 하셨다. 준하와 나는 바로 빠져봤다. 엄청 추웠다. 그 후 이제 본격적으로 돌섬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돌섬에 가까워질수록 물살은 더 강해졌다. 물살이 강해질수록 신발을 벗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발이니 발을 이용해서 바위에 좀 더 매달릴 수 있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 대장님이 해주신 바위를 잡으라던 조언을 떠올리며 열심히 주변에 있는 바위를 움켜쥐며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느리게였지만 그래도 점점 돌섬이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돌섬에 가까워질수록 떠내려가지 말라고 나의 몸에 매단 줄이 강물에 들어가서 물살에 밀리면서 나를 계속 뒤로 잡아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줄을 어깨에 맨 채로 조그만 나룻배 하나를 매고 간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바위를 잡으며 앞으로 기어갔다. 나의 몸을 지탱할 바위를 하나 찾은 후 돌섬을 바라보니 정말 코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고 나의 생명줄은 앞으로 나아면 안 된다는 듯이 나를 열심히 뒤로 잡아채고 있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내듯이 힘을 내서 나아갈려 하는 찰나에 뒤에서 대원들이 돌아오라고 했다. 매우매우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히 무리하는 것보다는 나겠다 싶어서 돌섬을 등지고 다시 육지를 향해 출발했다. 오는 길에는 돌섬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힘들어도 악으로 앞으로 나아갔지만 목표가 갑자기 사라지니 갑자기 몸이 지쳤다는 것이 느껴졌다. 인생에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다. 인생에 목표가 있어야 삶에 의미가 부여 되는 것이고 삶의 추진력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고3들이 대학입시가 끝난 후에 큰 허망감과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을 느낀다고 한다. 3년 동안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들었었는데 그 목표가 갑자기 사라지고 인생의 목표가 없어지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삶의 목표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도하를 통해 육체적으로 느꼈다. 육체적으로 느끼고 깨닫는 것이 오래간다는 대장님의 말씀처럼 이번에 배운 교훈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항상 새롭고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 다시 나의 도하 과정으로 돌아가서, 내가 다시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선 순간 물살을 못 이기고 물위에 눕게 되었다. 그런데 물위에 누워 물살에 몸을 맡기니 몸이 알아서 육지 쪽으로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냥 이 상태로 가는 것이 더 빠르고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운 체로 가만히 있었다. 어느 정도 간 후에 이제 걸어서 나가려고 몸을 일으키려 하니 육지에는 확실히 많이 가까워져 있었지만 아까보다 물살이 훨씬 더 강한 곳으로 떠내려 와 있었다. 물이 많이 깊지 않은 데도 몸을 일으켜서 가누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드디어 육지에 발을 디뎠다. 와서 보니 누군가가 캠코더로 나를 찍으면서 질문을 하셨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횡설수설하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모두 수고했다고 반겨주면서 초콜렛을 먹으라고 주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후라 그런지 더 맛있고 달게 느껴졌다. 일행들이 도하하는 것을 벌벌 떨면서 구경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상의를 벗었다. 상의를 벗으니 훨씬 따듯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춥기는 추웠다. 젖은 상의를 말리고 나는 차에서 미리 벗어놓은 바람막이를 입고 구경을 계속 했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물에 들어갔다 나온 후 모닥불을 지펴서 몸을 대폈다. 도하연습이 끝난 후 우리는 차를 타기 전에 간단한 암벽타기 연습을 했다. 인공구조물에서 암벽타기 연습을 하니 ‘스파이더맨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라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대장님이 만들어 놓으신 암벽타기연습 코스는 다리가 올라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밑에서 다리를 찢어서 올려주고 팔 힘에 의지해서 올라가니 어찌어찌 올라갔다. 이번 4차 훈련이 끝난 후 집 주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물에 작은 틈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구조물들이 보이자 타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내가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번 훈련에서 했던 암벽타기 연습의 영향인 것 같다. 1차 훈련 때만 해도 암벽등반이라면 엄청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연습을 몇 번 하고나니 아주 조금 암벽등반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연습이라는 것이 정말 간단하지만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직도 무서운 곳에서 암벽등반 하는 것은 정말정말 무섭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괜찮아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기림산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 들려 간단하게 장을 보고 맛있는 전을 먹었다. 장을 보는 내내 추워서 정말 힘들었다. 기림산방으로 돌아온 후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화롯불에 가서 몸을 녹였다. 추위가 몰아내지는 것이 느껴지고 몸에 피가 돌 듯이 온기가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행복했다. 몸을 간단하게 녹인 후 점심에 남았던 김치찌개, 밥 그리고 이번에 사온 고기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요즘 되게 입맛이 좋은데다 음식까지 맛있어서 정말 많이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 조금 쉰 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구경하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의 훈련 중에서 별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훈련하러 갔던 장소들이 도시 근처에 있던 장소들이어서 밤하늘을 볼 때마다 자주색 빛이 돌았는데 이번 기림산방에서의 밤하늘은 주변에 도시가 없어서 그런지 푸른빛을 띠었다. 별들을 보면서 별자리 이야기가 나왔다. 별자리에 대한 묘사를 들으며 별들을 보는데 저 많은 별들을 연결하고 싶은 데로 연결하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데 별자리들을 모양으로 정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쩌면 별자리의 모양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별들을 보는 데 관점을 제한시키는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별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고개를 위로 든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화폭에 담으면 밀레의 유명한 그림인 이삭 줍는 사람들의 반대되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이름은 별을 (마음에)담는 사람들 이라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별들을 구경한 후 하루를 마무리 짖는 느감배를 하고 겨우겨우 힘들게 하지만 기다림의 보람이 있는 장원이의 곰세마리 노래를 들은 후 황토방으로 들어가서 잠이 들었다.

5/4

훈련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마지막 날은 정말 푹 자고 일어났다. 기림산방의 수련을 받기 위해 어제 고추 모종을 심었던 밭 위에 있는 수련장으로 갔다. 안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 모두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배를 따듯하게 해야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셨다. 정말 수련장 오기 전에는 배가 거북했는데 수련장에 들어와서 차를 마시니 거북했던 것이 많이 나아졌다. 땀도 많이 나고 자고 일어나서 축축했던 정신이 서서히 깨어났다. 순간 꼭 차만을 마셔야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선생님께 꼭 차만을 마셔야 되는 것인지 물어봤다. 다행이 꼭 차만 안 마시고 온도에 중점을 둬서 다양한 음료를 마셔도 된다고 하셨다. 차와 배가 따듯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신 후 기림산방의 경락법을 직접 해주시고 가르쳐주셨다. 선생님께서 목과 등에서 뚜두둑 소리가 나게 해주시는 것은 정말 시원했다. 경락 방법은 간단하고 외우기 쉬웠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경락법을 모두 한 번씩 실습을 해보고 수업을 끝냈다. 집에 가서 모두 실천하기 위해 둘 다 혹은 차 마시는 것 하나만이라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30분 정도 쉰 후 우리는 민둥산을 오르기 위해 선생님과 함께 수련실 위에 있는 작은 언덕에서 만났다.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걷는 법과 등산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셨다. 크게 정리하면 다리와 입의 문을 닫고 호흡을 천천히 하며 천천히 자세를 유지하며 발소리를 최대한 적게 내면서 걷는 것이었다. 등산을 하면서 천천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고 천천히 가본 적도 없는데 선생님께서 선두에서 이끄시는 이번 등산은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항상 등산을 빠르게 올라갔다 정상을 찍는 거에만 목적을 두는 한국의 문화에 반하는 주변 경치와 산을 느끼면서 올라가는 새로운 방법의 등산이었다. 확실히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며 천천히 등산을 하니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주변의 경치가 평상시 등산 할 때보다 더 잘 들어왔다. 도로가 나올 때 까지 이런 방법으로 등산을 하고 도로에서 부터는 전보다는 빠르게 움직였다. 올라가면서 맛있는 간식과 따듯한 물을 먹고 내공을 테스트하는 자세를 누가 오랫동안 유지하나를 가리는 시간도 가졌다. 등산을 하는 동안 계속 자세에 신경을 쓰면서 다니니 어느 순간부터는 몸에 자세가 익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 중턱부터 시작해서인지 민둥산 정상에 어려움 없이 금방 도착했다. 정상에서 아침에 배웠던 경락으로 몸을 풀고 오이를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외나무다리가 있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연습을 했다. 나는 처음에 쉬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중심 잡기가 힘들었다. 결국 나는 옆으로 떨어질 뻔 했는데 가까스로 통나무에 박쥐처럼 매달려서 다치지는 않았다. 다시 두 번째 시도에는 그래도 수월하게 성공하였다. 외나무다리 건너기를 끝낸 후 내려가는 길에 어제 보았던 것처럼 넝쿨이 나무를 휘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낫 까지 있어서 어제보다는 수월하게 넝쿨을 잘랐다. 넝쿨을 자른 후 우리는 넝쿨에 매달려서 왔다갔다하는 연습을 했다. 내가 넝쿨을 타는 것도 재밌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마지막에 준하가 넝쿨을 타다 넝쿨이 끊어져서 멋있게 넘어졌다는 데 가방의 버클을 매느라 목격을 못했다. 아쉬웠다. 재밌게 산에서 논 후 우리는 다시 기림산방으로 향했다. 아까 사용했던 도로가 나오자 갑자기 누군가가 뛰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는 배낭을 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뛰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래서 11기 대원들과 함께 신나게 뛰었다. 배낭이 무거웠지만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끔씩 이런 충동적인 행동을 해서 항상 이성에 지배를 받고 있는 마음과 몸에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것도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된다. 뛰고 경치 구경하고 이야기하면서 하산하다 보니 어느새 기림산방에 도착 했다.

기림산방에 도착 한 후 어제 먹었던 맛있는 김치찌개와 두릅튀김을 먹은 후 뒷정리와 간단한 짐정리를 한 후 원영이 아버님께서 해주시는 회계 입문 강의를 들었다. 회계를 조금 공부하기는 하지만 정말 회계는 어찌 보면 쉬운 과목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과목이다. 회계의 법칙들을 외우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회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울 것이 정말 많고 심화 회계로 들어갈수록 외울 것들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공인회계사인 원영이 아버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원영이 아버님의 회계 강의 후 간단한 숙제와 이번 훈련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 민둥산역으로 떠났다. 민둥산역에 도착해서 인하, 정하 그리고 아버님께 감사인사와 작별인사를 드린 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주차장에 있는 평행봉 같은 것으로 다시 외나무다리 건너기 연습을 했다. 나는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평행봉에 올랐다. 하지만 중간도 못가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떨어질 것 같았지만 포기하기는 싫어서 끝까지 발을 평행봉에서 안 때었다. 결국 평행봉에서 옆에 있는 차로 크게 쓰러졌다. 다행히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차에도 피해가 가지 않았다. 괜히 무리하게 집착하는 것보다 포기할 때는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줄 아는 것도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끈기와 집착 사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에디슨이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구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며 당대 사람들은 에디슨이 너무 전구에 집착을 하고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에디슨이 보란 듯이 전구를 발명하자 후세 사람들은 에디슨의 끈기 덕분에 엄청난 발명이 가능했다고 칭송한다. 이렇듯 끈기와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이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나에게 언젠가 끈기와 집착을 구분해야하는 일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 둘을 구분하는 안목을 키워나야 한다. 평행봉 연습 후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니 쳥량리행 기차가 금방 왔다. 기차를 탄 후 우리는 짐을 구석 구석 배분해놓고 식당칸에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청량리역을 향해 갔다. 확실히 처음 민둥산역으로의 여정보다 덜 힘들고 이야기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청량리역에 내린 후 마무리를 지은 후 로체 구호를 재밌게 외친 후 각자 집으로 향하면서 이번 4차 훈련을 마쳤다.

이번 훈련은 육체적으로는 매우매우 힘들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들과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이번 훈련을 가능케 해주신 인하, 정하 부모님과 인하, 정하에게 정말 감사하다. 또한 신속히 일정을 바꿔서 유익한 훈련이 될 수 있게 해주신 대장님과 간사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가을 때 가서 우리가 심은 고추들을 우리가 거둘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된다. 다음 훈련 때까지 대원들 모두 건강한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고 다음 훈련 때는 대원들이 모두 참석했으면 좋겠다.

[이승주]

마이레코드에 자꾸만 안 올라가는 데 왜 그런 건가요? 혹시 등업 해야 하나요?

[로체청소년원정대]

승주학생, 정회원으로 변경했어요.~ 이 카페에서 준회원으로 되어 있었던 걸 제가 이제 알았네요. 늦게 변경해서 미안해요. -사무국 이지혜간사

[김인하]

오빠! 보고서 완전 좋은대요!!완전 멋있어요ㅋㅋㅋㅋㅋ다음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