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해바다를 보고 우럭회를 먹기위해 감포로 가기로 하여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지나서 포항톨게이트를 나오니
포항을 우회하는 새로난 도로가 생긴 것 같아 그 길을 통하여
구룡포를 지나 감포로 향했다
예전엔 포스코를 거쳐서 도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호미곶을
통과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감포까지 가면 시간이 많이 걸렸었는데
훨씬 편리한 것 같다 그래도 돌아갈 때는 구도로를 타고서
겨울바다를 만끽하며 돌아갈 것이다
감포 간 김에 신라 문무왕 수중릉인 대왕암을 볼려고 갔었는데
때마침 많은 인파들이 모여 정월맞이 방생행사를 하고 있었다
절에서 온 신도들과 무속인을 따라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기도를 하거나 치성을 드리는 모습이 별세계처럼 보였는데
내 눈과 마음에는 성이 차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게 아니고 마치 돈벌이 처럼 보여서...
좋은 일이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야 한다
아니면 오른손 자신도 그 일을 하였는지 몰라야 한다
선업을 쌓는 건가 죄업을 쌓는 건가 구별이 잘 안된다
그래도 지성으로 기도를 하거나 치성을 올리는 건 좋겠지...
바닷가에 버려진 수많은 흔적들이 상처처럼 다가온다
씁쓰름한 기운이 가슴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심호흡으로 그 기운을 다스리고는 사진을 몇장 박고서
이견정(利見亭 : 신라의 왕들이 문무왕릉을 참배하던 곳)에
서서 문무왕릉과 대본해수욕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감포항에 있는 횟집에 들러 우럭을 시키니 작은게 5만원이라 한다
헐~~ 구미에서는 세명이서 5만원짜리 시키면 따라나오는
반찬들하고 양껏 먹을 수 있는데 둘이서 5만원짜리를 먹으려니
아까워서 모듬회 4만원짜리를 시켰다
이집도 감포에 오면 가끔 들리는 곳인데 예전에는 3만원짜리 정도면
둘이서 싫컷 먹고 오는 집이었는데 이제는 이곳도 관광지화 되어
바가지를 씌우는 집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않다
2년전에 거제도에 갔을 때 학동의 횟집들은 이곳보다도 더 비싸서
둘이서 6만원짜리를 시켰는데도 젓가락 몇번 돌리니 비워졌었다
그리고 숙박비도 두배이상 비싸서 다시는 거제도에서 먹고 자지
않는다고 맹세했었다
거제에서 나오면서 통영 중앙시장에 들러 우럭 2만원어치 잡아서
양념과 야채를 조금 사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둘이서
배 터지게 먹었었다 그래서 지금은 늘 통영에서 먹거리를 가지고
거제도에 들어간다 거제도에서 돈 한 푼 안쓰고 나오기 작전이다
또 그런 동네가 한 군데 더 있다면 바로 울진 죽변이다 허름한 여관
방 하나가 12~15만원이나 받아묵더라 그래서 한수원 인근까지 가서
5만원 주고 방을 빌려 잔 적이 있다 도둑심보가 따로 없다
그러하니 요즘은 울진에 가도 죽변에는 놀러 가지 않는다
대신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횟값이 가장 싼 영덕의 노물리에
자주간다 강구에서 축산까지 보석 같은 해안도로가 펼쳐져 있어
눈을 호강 시켜 주고는 노물리에 가서 자연산 잡어회를 2~3만원이면
배 터지도록 먹고서 나오니까 일석이조다
모듬회가 나오는데 우럭과 광어 그리고 숭어가 나온다
광어는 중국 수입산인지 아무런 맛도 없고 마치 스폰지를 씹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야채 썬 것과 콩고물을 주어 비벼먹곤했는데 이젠 그것도 없다
우럭만 골라서 먹고는 매운탕과 밥을 먹고서 나온다 현금주기엔 너무
아까워 굳이 카드로 결재한다 이곳도 이젠 내 수첩에서 지워 질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래를 보지않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장사를 하는게
답답하게 여겨진다 당장 바가지를 씌워서 얼마 더 벌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한두사람 떨어져 나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그곳에서 돈을 쓰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제주도 물가가 비싸니 그 돈으로 차라리 동남아로 간다는 말이 나온다
이젠 그게 보편화가 되었다 그런데도 제주도 숙식비는 내릴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중에 관광이 많이 차지할 것이다
구룡포로 가는 길에 해안가에 차를 세워놓고 해안으로 몰려와 바위를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오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같은 물인데도 민물이 모여 바닷물이 되고 또 그게 파도라고 불리운다
산을 산이라 이름짓지 않고 물이라고 불렀다면 물이라고 부를 것이다
내 이름이 종우이지만 바우라고 지었다면 바우로 불리우는 것 처럼
나와 파도가 둘이 아니다 둘다 이 세상 인연이 다하여 티끌같은 것도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이 되면 다를바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와 파도가 하나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하시면서도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라고 하셨는지 모른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아는바로는 바닷물은 3월이 가장 수온이 낮다고 한다
스쿠버를 하다보면 사실 12월에는 오히려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구룡포 공판장에서 대게를 좀 사갈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한다
대게는 맛은 좋지만 돈 값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그 가격이면 맛있고 배 부르게 먹을게 너무 많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별스런 것들을 먹여줄려해도 아이들이 집에 없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둘이서 먹으니 더 그런가 보다
아니면 내가 돈을 더 잘 번다면 어떨지 모르긋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