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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
올해 준비를 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독해였습니다. 무작정 청취를 많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영작을 많이 한다고 해서 리스닝과 영작실력이 향상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독해수업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준비반 수업은 독해예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날 한 두 시간 정도 준비를 한 후 발표를 통하여 선생님의 크리틱을 받았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선생님께서 번역본을 나눠주시는데 복습할 때 자료를 대조해 보면서 예습할 때 어려웠던 부분이나 오역한 부분을 반드시 숙지하고 넘어갔으며, 좋은 표현은 따로 노트를 만들어서 정리를 해가며 철저히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수업자료 복습을 마친 후 ‘이코노미스트’지와 ‘헤럴드트리뷴’지를 읽었는데, 남들처럼 커버투커버는 능력이 되지 않아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많이 읽으려 애를 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주로 정독용으로, 트리뷴지는 다독용으로 활용했습니다. 정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의도를 파악해야 글을 논리적으로 볼 수 있고, 그렇게 해야 글을 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 Leaders의 경우 읽은 후 반드시 영어로 요약을 했는데 이는 독해학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청취
수업자료는 주로 CNN뉴스와 AP뉴스 등이 주를 이루는데, 선생님 청취수업의 특징은 여타 학원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자세하게 가르쳐주신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따로 복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실 겁니다. 단, 발표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미리 테이프를 듣고 오는 자기무덤파기 식 예습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10년을 해도 늘지 않습니다.
저는 청취수업복습은 한 문장씩 들은 후 그대로 따라 읽기를 했는데 이는 받아쓰기보다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한 두 번 듣고 따라 한 후 수업시간에 나눠준 스크립트와 비교를 하여 틀린 부분을 반드시 체크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패러그래프 분량이 되면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죽 외워본 후, 전체를 다시 들으면서 쉐도잉을 했습니다.
이렇게 복습을 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데 남는 시간은 인터넷에서 ABC뉴스를 다운받아 스크립트를 가지고 1분 정도씩 끊어서 영한순차통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테이프를 돌려서 위와 같은 식으로 따라읽기를 한 후 쉐도잉을 하되 가급적 스크립트는 마지막에 보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보통 ABC뉴스의 경우 한 꼭지가 2분 30초 정도되는데, 거의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매일 ABC뉴스 3~4꼭지와 수업자료복습을 했는데 청취에만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도 아직도 가장 불안한 게 청취입니다.
영작
수업시간 과제물을 올 1월부터 시험 전 마지막 수업 일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수업 전날 숙제를 했는데, 제 경우 속도에 치중하지 않고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어-영어 단어조합이 아닌 의미 전달방식으로 영작을 하려 했기에 한영사전은 특정 단어를 찾을 때만 봤고, 주로 ‘Longman Activator’를 봤습니다. 비슷한 단어의 뉘앙스를 예문과 함께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영작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작을 하기 전 관련기사를 여러 개 찾아서 표현을 정리한 다음 영작에 들어갔습니다.
스터디
연초부터 스터디를 했는데 1월~2월까지는 영영요약, 간단한 한영을 하였고, 3월~4월은 ABC뉴스청취와 문장구역,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5월은 잠시 스터디를 중단했다가 6월부터 시험일까지 영한과 한영만 했습니다.
영한의 경우 파트너가 2분 정도 읽어주면 우리말로 바로 통역하는 훈련을 했는데, 워낙 길고 어렵다 보니 세부에 얽매이기보다는 흐름을 잡아서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퍼포먼스위주로 해나갔습니다. 자료는 시사잡지에서부터 영자신문, 연설문 등 청취스크립트와는 완전히 다른 자료로 했습니다.
스터디는 서로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성실한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봅니다. 무조건 자신보다 나은 사람만 추구하면 스터디가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좌절감만 커집니다. 저는 올 한 해 두 사람하고만 스터디를 했는데 다행히 두 분 다 저와 비슷한 실력에 성실하고 친절한 분들이라 스트레스없이 스터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대비
선생님께서 4월달부터 준비반학생들만을 위한 외국인수업을 만들어주셔서 9월까지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담당 외국인선생님께서 전 시간에 미리 글을 나눠주시면 다음 수업시간까지 글을 읽고 요약해서 발표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주 2회 진행되었는데, 저는 이 수업을 통하여 글을 요약하는 훈련과 제가 요약한 글이 과연 외국인에게 설득력 있게 들리는가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발표 후 담당선생님께서 해주시는 크리틱을 듣고, 다음에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면서 다른 학생의 발표도 귀담아 들었습니다.
문제풀이
텝스가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청취문제의 경우 두 번씩 읽어주는 파트는 한 번씩 들리도록 따로 테이프를 편집해서 풀었고, 독해는 실제시간보다 더 짧게 배정해서 풀었습니다. 그 외에 Graduate English와 토플 등을 보았는데 제 경우 문제 풀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25문항, 전공외국어 50문항으로 되어있는데, 한국어 시험의 경우 은근히 까다로운 문제가 몇 개 있었습니다. 모국어가 한국어이신 분은 그리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전공외국어 시험은 독특하게 청취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장시간을 집중해서 들어야 했습니다. 시사문제에서부터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올 한해 굵직한 이슈 위주로 다양한 주제가 나왔기 때문에 전반적인 청취능력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시사 이외의 낯선 내용이 나오기도 했는데 답이 쉽게 나오질 않았던 걸로 봐서 변별력을 위한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문대 통역대학원 홈페이지에 가시면 기출문제가 공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2차 시험
번역시험은 영작의 경우 국내경제문제를 내용으로 하는 사설이 A4지로 한 장 가득 이었는데,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가 한자라서 부담되었습니다. 하지만 흐름을 파악하면서 유추를 하니 그다지 막히지는 않았습니다. 영한번역은 ‘중동평화 로드맵’이었는데, 역시 A4지로 한 장 가득 이었습니다. 평이한 내용이었지만 두 세 군데 아리까리한 부분이 나온 걸로 보아 채점 시 변별력평가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름에 맞게 번역했습니다.
번역시험은 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A4지 두 장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속도전’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저는 영한번역을 먼저 한 다음, 영작을 했는데 마지막 두 줄 빼고 다 했습니다. 영작을 하면서 느낀 점은 평상시 수업 예/복습만 철저히 하면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면접시험은 외국인교수님와 한국인교수님 두 분이 인터뷰를 하셨는데, 먼저 프리토킹 10여분을 했습니다. 돌발 질문이 중간중간 나와서 당황했지만 가급적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대답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인교수님이 A4지 한 장을 주시면서 문장구역을 시키셨습니다. ‘유비쿼터스’에 관한 한국어 사설이었는데, 문제는 영한 문장구역은 해봤지만 한영 문장구역은 처음 해보는 거라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2차 시험에서는 통대응시생한테서 엄청난 실력을 보려는 게 아니라 위기상황대처능력을 보려고 한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영어로 풀어나갔지만, 단어 하나 하나만이 눈에 들어오지 해당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틀린 부분이 있었지만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기분은 오히려 홀가분했습니다. 시험을 잘 봐서 느끼는 홀가분함이 아닌, 비록 보잘 것은 없지만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기량을 다 보여줬다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었습니다.
합격자발표 전 마지막 1주일은 정말이지 ‘피를 말리는’ 한 주였습니다. 최종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기쁨과 함께 허탈감이 엄습해서 잠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합격하니 좋았습니다. 올 한해 코리아헤럴드학원에서 공부했던 나날들이 그리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기도 합니다. 학원에서 자습을 하고 있으면 가끔씩 와서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격려해 주시기도 하였고, 이따금씩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기도 하셨던 지민구선생님…...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뛰어난 실력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잘한다고 격려해 주셔서 진짜로 잘 하는 줄 착각하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든 입시기간 동안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한 관심에 힘입어 수업시간발표에서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수업에 임했나 봅니다. 물론 통대입시에 있어서 가장 큰 결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준하는 작은 꽃봉오리를 맺었다고 생각하기에 현재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통대입시를 처음으로 공부하시는 분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점은 절대로 장기전을 펴지 말라는 것입니다. 1년을 목표로 하시되,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최선을 다 하라는 것입니다. 재수까지는 괜찮겠지만,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2~3년을 잡고 시작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 열과 성을 다하여 공부한 다음 그래도 안됐을 경우에 하는 재수와, 대충대충 한 해를 공부한 후 하는 재수는 그 질이 다릅니다. 저는 이 점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좀 더 긴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아울러 수업발표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세요. 2차 인터뷰에서 더도 덜도 아닌 수업시간 발표에서 나오는 퍼포먼스 그대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목표는 높게 가지시되 국내의 여러 통번역대학원에 대한 편견을 하루빨리 버리시면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도 꼭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좋지만 그 기간이 길 경우 주변 사람들과, 무엇보다도 자신이 피곤해 집니다. 이 공부는 길게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통번역은 실력으로 승부하는 냉혹한 세계라 출신학교보다는 탄탄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곳 선문통번역대학원에서 제 실력을 갈고 닦을 것입니다. 합격자 발표 후 일주일 뒤 있었던 오리엔테이션에서 본대학원 출신 선배님들과 재학생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은 후 그 동안 제가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달았습니다.
통번역대학원입학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석사과정을 마친 후 더 공부하고 싶으면 통대입시준비생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학교로 가서 박사과정을 밟으면 됩니다. 하지만 통번역세계는 공부보다는 실력과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연 박사과정이 중요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