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7-19 11:57:07
149차 소요산 산행기 - 서상국
1. 일시 : 2007. 7. 14(토)
2. 곳 : 동두천 소요산
3. 참가 : 경호(대장), 병순, 병욱, 상용, 상호, 정호, 상국, 인섭, 문수, 펭귄(10명)
149차 산행은 덕영이가 대장, 경북 청량산으로 정해뒀는데 덕영이가 요즘 일이 많아 부산을 오르내린다며 다음으로 미뤄달란다.
나도 일이 조금 바빠 광용이한테 알아서 정하라 했더니 광용이는 다시 요즘 산에 통 뜸한 갱호에게 산행대장을 맡겨버린다.
갱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즉시 블로그에 소요산 산행대장을 자임하고 나선다.
대장 안 시켜줬으면 큰일날 뻔했다.
소요산, 지난해 1월인가? 거북이 산악회를 따라간 적이 있는데 ‘초반 자재암에서 하백운대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던데... 가나 마나?’ 좀 망설였다.
불참할지 모른다고 신고했더니 갱호가 대뜸 “와 내가 대장할 때는 안 나오노?”하면서 태클을 걸고, 또 정호가 의자를 못 받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섰는데 소요산역에 닿으니 9시 15분이다. 억수로 멀다. 펭귄과 뱅욱이도 내캉 같은 차를 탔던 모양이다. 먼저 와 있던 일행들이 반긴다. 잘 안 보이던 상용이와 병순이까지 총 10명. 그래도 두자리 숫자를 채우니 산행대장 갱호, 체면치레는 했다며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진다.
효용이가 일러준 코스로 가서 말만 잘 하면 입장료 안내도 될 것 같아 미리 연습을 하고 왔건만(*** 애향동지회 10명입니다. **약국의 선배님 존함을 팔아먹을 작정까지 했음) 들머리를 못 찾겠다. 게다가 산행대장이자 불자인 갱호는 절을 보고 가야한다며 자재암행을 명한다. 쫄들이 뭔 힘이 있나? 대장 따라 촐레촐레 따라간다. 입장료가 개인당 2,000원 생각보다 비싸서 툴툴거리고.
자재암에서 갱호는 부처님을 보고 절을 해대고, 그런 모습은 마나님에게 보여줘야하니까 내가 사진을 찍었다. 얼마전에 송광사에 5박6일간 묵언 수행을 다녀온 상호도 새사람이 된(?) 것 같다. 곁에서 절을 한다.
펭귄이 오늘 산행을 위해 이틀간 운기조식하여 컨디션 만땅이라며 오늘 뭔가 보여줄 거라며 기염을 토한다. 좀 불안하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른데 예전과 달리 군데군데 계단과 난간을 설치해 두어 그나마 좀 편하게 올랐다. 남쪽지방에 부는 태풍 영향으로 바람까지 불어주어 체력소모도 덜 하고...
하백운대에 올랐더니 일착한 펭귄은 아이스-케키를 하나 빼물고 뻐기는 듯한 얼굴로 헥헥거리며 올라오는 우리를 보고 나무란다.
“야~들이 10분이나 늦네? 너그들은 기어왔나? 크크”
“와, 펭귄 대단타! 오메 기죽어.”
우리들이 꼬리를 내리는 시늉을 하자 더욱 기고만장한 펭귄, 침을 튀기며 뭐라뭐라 알아듣도 못하는 말을 씨불고는 또 앞장서 휑하니 날아간다.
밑은 직벽, 소나무 멋있고...
사실 소요산은 자재암에서 하백운대만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저 맨 마지막 공주봉 오를 때 정상 근처에 급한 비탈이 좀 힘들지만 나머지는 오르락 내리락 주위를 살펴가며 재밌는 곳이다.
칼바위 지나서 선발대가 찾아둔 숲속 그늘, 아주 너른 곳에서 점심상을 폈다.
의자가 없을 줄 알고 정호는 자기 앉을 거라며 큰 나무 둥치를 들고 온다. 의자 가져왔다니까 좋아서 입이 벌어진다.
뱅욱이가 부산에서 가져온 부산 생탁이 서울 생탁보다 더 맛있다. 뱅욱이는 막걸리 안주할 거라며 다시마에 된장까지 가져왔다. 맨날 맛있는 거 다 챙겨주는 걸 보면 마누라한테 잘 해주는 모양이다. 1시간 넘게 떠들고 놀았다.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나한봉-의상대-공주봉을 거쳐 내려오다가 탁족을 하고 자재암으로 내려오니 여긴 땡볕이다. 병순이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고 나머지는 문수가 추천하는 의정부 부대찌개 원조집을 찾아 갔다.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들이 써빙하는 그곳에서 자리 때문에 뱅욱이가 좀 붉혔다. 우리가 앉고싶은 자리에 못 앉게 했나보다. 성질 급하고 목소리까지 큰 뱅욱, 인섭 둘이 설치니까 식당이 시끄럽다. 주인 할머니가 나와서 미안하다 그러고...
근데 맛은 있더라.
상호랑 상용이가 한 차를 타고 가고 나머지는 뭔가 허전했던지 남대문 시장의 막내횟집에 가보잔다.
아~ 멀다.
길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따라 댕긴다.
막내횟집에 가니 이모가 잘 해준다. 25,000원 짜리 회를 두 개 시키니 고등어찜에 낙지찜이 따라 나오고 그것도 리필... 술을 9병이나 마셨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밖엔 벌써 어둠이 내렸다. 남대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딱 한잔만 더하자고 슬슬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펭귄의 마수를 뿌리치고 버스를 타고 집에까지 무사귀환.
(산행기는 갱호가 엄청 맛깔스럽게 쓸 낀데
그거 읽어보는 기 우리들이 누리는 또 다른 재민데
갱호가 뭔 일이 데기 많은갑다.
술 한 잔 거하게 살 테니까 산행기 대필 쫌 해달라꼬 계속 문자를 보내온다. 내가 잘하는 것, 광용이한테 미라뿌는 것인데 근데 이건 산에 안 간 광용이에게 넘길 수는 없고 해서 쓴 날치기 산행기에 죄송.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