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2012년의 여름 이야기 (7)>
◎ 고단했던 한 주간
지난 한 주간을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일요일, 성당에서 본당의 날 행사 중 하나로, 반 별 요리 콘테스트가 있어, 반장인 나도 한 몫 거드느라고 다리가 피곤했었는데, 피로를 풀 사이도 없이 다음 날 포천으로 어머니를 뵈러 갔다. 버스타고 광나루역으로 가서 5호선을 타고, 아차산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로 환승해서 간다. 시외버스 타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지만 이래저래 하루 종일 걸리는 일정이다.
화요일 수요일에도 계속 나갈 일이 있어 많이 걸었고, 목요일에는 어머니 보청기 약을 사갖고 또 포천 나들이를 했다. 지난번에는 남편과 함께 갔고 이 날은 혼자서 갔다.
금요일에는 시립 요양원을 방문하였다. 어머니 계신 곳이 너무 멀어서, 집에서 가깝고 요양원 평가 등급도 높은 구리시립요양원을 찾아갔는데, 인원이 다 차 있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왔다.
노인 장기요양 보험이 생긴 이후로 우후죽순 요양원이 생기고 있지만 제대로 된 요양원에 들어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립 요양원이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은 산등성이에 있어서 집에 오니 등산 하고 난 후처럼 다리가 뻐근하였다. 자리가 난다 해도 위치도 안 좋고, 자식들이 면회를 가도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도 근처에 없어서 생각을 좀 해보아야겠다.
토요일에는 큰 딸 율리안나가 국립 중앙 박물관 안에 있는 극장 ‘용’에서 공연하는 연극표를 예매 해 줘서 남편과 함께 보러 갔다.
연극 제목은 ‘뿌리 깊은 나무’인데 이정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얼마 전 TV에서 한석규, 장혁, 윤제문, 송중기 등이 출연한 드라마로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연극 ‘뿌리 깊은 나무’는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해온 겸사복 말단 강채윤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함께 있던 광대 ’희광이’에게 지나간 일들을 차근차근 털어 놓으며, 첫 번째 학사에서 네 번째 학사까지의 죽음의 사건들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극장 안의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편안한 의자, 어두운 무대, 긴 대사에 몸이 나른해져 눈이 자꾸 감기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을 떠 보니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한글 창제에 성공한 세종이 한글을 반포하는 장엄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백성들은 신명나는 노래와 춤으로 한글을 표현해 내며 퇴장하고 있었다.
5만 원짜리 명품 연극을 보러 와서 어이없게도 연극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만을 보고 공연 내내 잠만 실컷 잤으니 내가 정말 고단하기는 고단했었나 보다.
연극을 보고 난 뒤 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율리안나와 만나 한강시민공원 이촌 지구로 나가 한 시간 가량 산책을 한 후, 저녁식사를 하고 중앙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단하기는 했지만 쳐지지 않고 열심히 움직였던 한 주였다. 일부러 산책을 나가지 않았어도 충분히 걸었던 한 주간이었다.
2012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