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시강좌 50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이상옥 교수의 <소통하는 디카시, 지역에서 세계로>를 소개한다.
1. 다시 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필요한 시대
근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용어들의 회자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렸다.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인공지능화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일컬어진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 평가되는 것은 무엇보다 가상과 현실의 융합 ? 연결이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6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전 세계 사회, 산업, 문화적 르네상스를 불러올, 과학기술의 대전환기는 시작됐다!”라는 선언이 있자마자 그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승리하며 큰 충격을 주었다. 알파고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하나로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의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익혔다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분석하며 학습한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인 인간지능 이세돌을 이긴 것이다.
AI는 제4차 산업혁명을 표상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에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어플을 깔며 AI가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님을 실감했다. 'Ok Google'이리고 말하면 음성 인식으로 곧바로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스마트폰 화면에 문자가 뜬다. “무엇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여러 가지 작업 가능한 것을 추천해 준다. 그 중에서 사전 기능으로 “긍정의 정의”, “희망의 뜻이 뭐야”라는 예시가 나온다. 그에 따라 “디카시가 뭐야”라고 스마트폰에 질문을 하니, “‘디카시’라고 들어보셨나요?”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로부터 디카시 관련된 정보들을 제시한다.
이미 AI는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시나 소설 같은 창작도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KT 인공지능소설공모전이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 이 공모전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보유한 대학생, 대학원색, 연구단체 등 31개 팀이 참가했다 한다. AI가 쓴 소설이 단어와 문장도 정확하고 내용 전개도 물 흐르듯 전재할 만큼 일정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AI가 여러 소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전개 패턴과 표현을 인식하고 다시 조합해서 소설을 창작해내는 방식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능가하듯이 AI 작가가 문단을 지배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해외에선 지지난해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와 로스 굿윈 뉴욕대학교 교수가 함께 개발한 AI 벤자민이 SF 영화 대본을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쓴 대본으로 SF 영화 「잇츠노게임(It's No Game)」도 있다. AI가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작곡한다.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삶과 예술의 양식이 바뀌어 왔는바, 시도 예외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을 통한 융ㆍ복합 현상과 함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온 ?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그럼 융ㆍ복합 초연결사회에서 시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봐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2. 미디어와 시, 그리고 디카시
한국에서 오늘 우리가 시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화기 이후의 일이다. 개화기 이전에는 시라는 말 대신 시가(詩歌)라는 말로 일컬어졌다. 시는 노래로 불려지는 것이었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 버린다.
泰山(태산) 갓흔 놉흔 뫼, 딥태 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이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첫 연
위의 시가 최초의 신체시이다. 시가 새로운 몸을 입었다는 의미다. 이 시는 ‘개화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전 시대와 달리 문명개화를 노래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종래의 시가 가지고 있던 노래 양식을 탈피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신체시라 할 것이다. 창가와 자유시 사이에 교량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형식의 자유를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시가 가창되는 것, 즉 음악에서 독립하여 문자언어로 표현하는 시의 첫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남선이 시가와 다른 새로운 시의 형태를 선보인 이후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이상 등 여러 시인들이 다양하게 현대시를 모색하였다. 시인 이상은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라는 당시에는 수용되기 힘든 난해시를 발표하여 일대 물의를 일으키다 결국 독자의 비난으로 중단되었다. 이 작품은 당대 독자들이 생각하는 시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구체적인 현실이나 대상을 그리지 않고 시인의 심층 심리를 언어화하는 것으로 반논리와 반현실을 드러냄으로써 가치를 전복시켜 새로운 삶의 세계와 인간 회복을 모색하는 것이었지만 당대로서는 소화해내기가 힘든 국면이었다. 시인 이상이 현대시가 도모할 실험은 다해 버린 것 같았지만 80년대 이후 해체시로 일컬어지는 형태시로 시에 사진이나 광고를 도입하는 또 다른 파격적인 시도 나타난다. 그러나 시는 문자언어로 표현하는 언어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주로 실험한 것이었다.
얇은 속옷 같은
어둠이 은은히 드리워진
봄밤의 캠퍼스
늦은 강의동 몇몇 창들만 빤히 눈을 뜨고
-이상옥, 디카시 「봄밤」
2004년 4월 2일부터 6월 19일까지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 개인서재 연재코너에서 ‘디카시’라는 이름으로 2달간 연재하고 동년 9월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 가도(固城 街道)』를 출간하며 디카시를 공론화했는데, 인용 작품이 내가 재직하던 창신대 캠퍼스의 연구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봄밤의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최초의 디카시라는 이름을 단 것이다.
2004년은 페이스북이 선보인 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을 SNS로 연결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 19세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페이스북 창립한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세계 1위의 SNS로 도약했다.
페이스북과 함께 대표적인 SNS의 하나인 트위터는 2006년에 개설되었다. 트위터는 140자 로 텍스트를 제한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시지를 압축하여 실시간 소통하는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개인 트위터 계정은 미국 백악관 공식 발포보다 더 파급력이 커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SNS 환경은 문자언어를 넘어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주로 소통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카로 찍고 써서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실시간 SNS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다. 이런 새로운 일상적 글 쓰기를 예술적 글 쓰기 곧 시적 글쓰기로 승화시킨 것이 디카시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라고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서 디카시를 정의한 것은 온당하다 하겠다.
21세기 들어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고 연결되며 전지구적 네트워크가 구축된 지금 삶의 양식만큼이나 예술의 양식도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SNS 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글 쓰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 글 쓰기이다. 영상(사진)과 문자 외에도 동영상, 음악도 함께하는 다층적인 멀티 언어로도 소통한다. 물론 문자만으로도 소통한다.
그러나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하여 소통하는 디카시만큼 SNS 환경에서 최적화한 양식은 없다. 디카시는 극순간의 멀티 언어예술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스마트폰 디카로 포착하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문자로 짧게 언술하고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 한 덩어리의 시로 SNS로 실시간 소통하는 디카시의 비전은 디지털 혁명으로 현실화되었다.
디카시는 디지털 혁명의 산물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약자인 디카와 시의 합성어인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다. 포토포엠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진과 시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다. 기존의 완성된 문자시에 어울리는 사진을 함께 엮은 것이다. 사진과 시는 각각 독립성을 지는 것으로 둘이 엮여서 시의 감상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디카시는 그렇지가 않다. 영상과 시의 결합이 아닌 영상과 문자가 결합하여 한 덩어리의 시가 되는 것이 디카시다.
혀를 잘못 씹어 말을 뱉어 놓았다
아니다, 말을 잘못 씹어
몇 덩어리 붉은 혀를 뱉어 놓았다
-송찬호 디카시 「맨드라미」
「맨드라미」는 송찬호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에 수록된 디카시이다. 시인은 맨드라미가 붉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스마트폰 디카를 들이대어 찍고는 뱉어 놓은 말 아니 뱉어 놓은 혀라고 언술한다. 눈부신 맨드라미를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 차라리 혀를 뱉어 놓았다고 읽는다. 이 디카시는 기존의 문자시와는 다른 묘한 미의식을 드러낸다. 영상 없이 짧은 언술만으로는 시적 완결성을 지니지 못하지만 영상과 상호 텍스트성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시적 완결성이 드러난다.
디카시의 문자는 그 자체로서는 독립적인 시의 완결성을 지니지 못하는 것을 인용 작품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디카시는 사진을 활용한 시라는 점에서 사진시라고 할 수 있지만 사진시가 모두 디카시는 되는 것은 아니다. 극순간 멀티 언어예술이라는 디카시의 창작 요건을 갖출 때 디카시가 된다. 포토포엠은 시와 사진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인바 시사진으로 명명하는 것으로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정의 되어 있다. 더불어 사진시의 대표적인 장르는 디카시로 역시 우리말샘에 기재되었다.
디카시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이어 네이버, 다음 등 포텔 어학사전과 인문학용어대사전, 시사상식사전 등에 등재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디카시라는 장르명과 함께 디카시 작품이 소개될 만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3. SNS 소통망으로 문학 한류를 꿈꾼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고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지역에서 세계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구호로 그치지 않는다.
2018년 9월 27일자 『매일경제』에서는 <해외로 뻗어가는 문학 한류 `디카詩`>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디카시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는 미국 시카고문인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류를 펼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대학생들과 교류도 이뤄지고 있어 디카시가 ‘문학 한류’의 일익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라고 내보냈다. 디카시가 처음에는 개인의 실험을 거쳐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지역 문예운동으로 시작됐으나 한국을 넘어 미국, 중국 등으로 소개되며 문학 한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것은, 스마트폰과 SNS라는 새로운 소통 환경에서 최적의 새로운 시적 양식이기 때문이다.
찍고 쓰는 SNS 글 쓰기를 보다 시적으로 예술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디카시라고 하면 외국인들도 금방 이해한다. 왜냐 하면 그들도 SNS를 통해 우리처럼 찍고 쓰는 글 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디카시는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적 장르로 도약이 가능하다.
이미 한국의 주요 시인들이 계간 《디카시》 등 잡지를 통해 디카시 작품을 생산해 내고 있고, 온라인 디카시 전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도 매일 많은 디카시가 생산되고 있다. 각종 디카시공모전을 통해서도 디카시 작품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개인 디카시집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디카시를 연구한 학위 논문도 나오고 있으며 학회지 등에도 논문이 게재되고 있다. 이런 디카시가 미국 중국 등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듯이 AI가 시인을 능가하는 시를 쓸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인공지능일 뿐이다. AI가 쓴 시를 보고 감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인이 시를 쓰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정서가 고양되는 것까지 AI가 대신해 줄 수는 없을 것이므로 미래에도 시인은 문자시도 쓰고 디카시도 쓰며 계속 시의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다.(<문학도시> 2019년 봄호 재수록)
약력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국경없은디카시인회 대표,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 특임교수
(끝)
--------------------------
디카시는 가장 짧은 영화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수놓는 유성이다. 또한 디카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1초 , 또는 3초짜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한 편의 영화다.
[금주의 디카시]에 이용철 님의 <아름다운 손>을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아름다운 손 /이용철
고문 전문가
모파방 끌어들여 감전사
나누며 살았던 우리
이토록 잔혹한가요
부채로 휘휘 아름다웠던 손
--------------------
이용철 님의 '아름다운 손'은 모기 같은 해충을 잡는 데 유용한 도구인데, 이를 해학적으로 부각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고문 전문가란 말 속에 이미 아름다운 손의 의미가 역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기 모기채는 해충 퇴치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이로운 해충 퇴치 수단이므로, 아름다운 손이 될 수 있다.
찌릿찌릿 감전되어 감전사로 잡아내는 해충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있다. 한낱 전기 모기채를 이토록 아름다운 손으로 육화시킨 역설의 의미 역시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를 융합시켜 전기 모기채의 기운이 찌릿찌릿 전해진다. 전기 모기채의 리얼리티를 살려낸 영상기호(디지털영상)로, 전기 고문 전문가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동시에 한여름을 이겨냈던 서민들의 정서 또한 문자기호(디지털글쓰기)로 진술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전기 고문의 손이지만, 인간에겐 '아름다운 손'임을 디지털 제목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디카시가 K- 리터러처 열풍을 몰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름다운 손'은 문명의 발달로 만들어낸 인간의 창조적 발명품임을 노래하고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착륙한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신앙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생활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