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대전수필문학동인 맥주잔 속에 비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
― 대전수필문학회 2025 정기모임 참석 소감 記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불었다.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예를 갖춰야 마땅한 정기총회 자리지만 두툼한 방한복을 입고 나섰다.
백발과 넓은 이마를 애써 가리려고 방한모까지 썼으니, 도심 호텔에서 벌어지는 정중한 행사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 분명하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입구에서 백송자 사무국장이 명찰을 찾아준다. 언제나 상냥하게 밝게 웃으면서 반기는 사무국장의 따뜻한 표정에 고마움을 느낀다.
낯선 세상, 어느 곳에서 나를 이처럼 반겨주는 얼굴을 만나랴. 문학동인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부담 없이 만나는 문단의 행사장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단상에서는 박미련 회장과 육상구 수필가, 김기태 수필가 세 분이 행사명이 써진 ‘펼침막’을 다느라 악수하기도 힘들었다.
▲ 행사장 단상 위에 펼쳐진 대전수필문학 모임 간판(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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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사에서든 솔선해서 봉사하는 분들의 수고스러움이 있기에 참석자들은 편안하게 행사장 분위기를 즐긴다.
크든 작든 어떤 행사에서 성공 여부는 사회자의 유창한 언변과 매끄러운 진행에 달렸다. 표면적으로는 행사를 주도하는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진행자의 세심한 역할 역시 크다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바로 그런 모습을 백송자 사무국장이 보여줬다.
▲ 대전수필문학회 참석자(화살표 = 진행자 백송자 사무국장) (사진편집=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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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기 배례(拜禮).
마치 연대 병력 이상이 집합한 군부대 연병장에서 울려 퍼지던 육사 출신 대대장의 쩌렁쩌렁 구령 소리와 맞먹는 반듯하고 힘찬 백송자 수필가(진행자)의 목소리였다.
▲ 단상의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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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극기만 보면 경건해진다. 옷깃을 여민다. 갑자기 애국심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무국장의 구령에 따른 간단 명쾌한 ‘국기 배례’에서부터 시작하여 전반적인 행사 진행에 있어 시종일관 빈틈이 없었다.
자상하고 세밀한 박미련 회장의 인사말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연간 행사 계획도 주도면밀했다.
▲ 박미련 회장의 인사말과 동인지 출판 계획 설명(사진제공=수필예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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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監査’로 시작하여 ‘感謝’로 끝나는 조종영 수필가의 ‘監事 역할’ 보고는 감동의 박수 소리가 더 컸다.
원로 문인이자 교육자인 柳武烈 수필가의 ‘心性’ 주제 <동양철학 30분 강의>는 진지하게 경청할만한 유익한 내용이었다.
▲ 원로 교육자인 柳武烈 수필가의 동양철학 강의(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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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충남 태안의 만리포 문인 이태호 수필가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가장 먼 거리에서 참석한 분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답게 언제 보아도 애국심이 펄펄 끓는 씩씩한 모습이다.
▲ 가장 먼 곳에서 오신 만리포 문인 이태호 수필가 인사말(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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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오신 김지안 수필가에 대한 소개 말씀도 특별했다. 왜 아니 그런가. 불과 며칠 전에 親喪을 치른 분이다. 원거리에서 참석하신 성의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끝으로 백송자 진행자는 ‘식순에 없던’ 필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당황했다.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다. 마이크를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필 창작 활동에 대해 한 말씀을 청한다”라는 진행자의 부탁은 나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했다.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상 시대에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단톡방에서의 글쓰기』였다.
필자는 요즘 (종이) 지면보다 블로그와 카페를 통한 글쓰기와 독자와의 소통을 즐기고 있다.
살아가면서 좀 특이하거나 인상적인 일상을 폰카에 담으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는 말씀을 드렸다.
‘인공지능 AI와의 만남’을 통해 ‘이미지 사진’이나 ‘삽화’를 글에 접목하는 것도 ‘변화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시각적인 ‘수필 쓰기의 효과적인 방법’임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여서 길게 말씀드리지 못하고 짧게 끝냈다.
▲ 참석 회원 테이블 모습 일부(사진=수필예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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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아, 그런데 오늘도 나는 행운을 잡았다. 존경하는 원로 문인 배인환 시인과 강승택 수필가가 바로 내 옆자리에 계셨다. 아,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이여.
▲ 존경하는 두 분 원로 문인 옆에 앉은 필자(사진=수필예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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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원로 문인과 나누는 ‘세상 이야기’와 ‘문학 이야기’도 유익했지만, 더 기분을 고조시키는 것은 두 분이 내게 넘치게 따라주는 ‘맥주’였다.
그것은 알코올 성분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맥주잔에 가득 넘치는 따뜻한 사랑을 연거푸 석 잔이나 마시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때 나의 눈에 들어오는 ‘멋들어진 글씨’가 있었으니, 벽에 걸린 名筆 趙泰洙 서예가의 액자 글씨였다.
▲ 행사장 벽에 걸린 인상 깊은 명필 글씨(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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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 ‘날마다 좋은 날 보내소서’라는 뜻이다.
‘날마다 좋은 날’을 원로 문인들이 따라주는 ‘건강한 맥주잔’에서 즐겁게 읽었다. 낭만파 시인 배인환 원로 수필가의 잔잔한 미소가 맥주잔 위에 번졌다. ■
2025. 2. 20. 저녁
윤승원 문학모임 참석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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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진용 작가(전 대전문학관장)님 댓글
백송자 수필가(대전수필문학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