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오지랖
국산 귀리라면 해남, 강진, 영암 귀리다. 귀리가 자라는 동안 지켜봐 왔었고 콤바인으로 추수한 후에 물 대고 트랙터로 갈아 써레질하고 이앙기로 모를 심는 과정까지도 모두 지켜봤다. 귀리는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특히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해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조절해 심혈관 건강에 탁월하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내 유익균 증식으로 변비 예방과 소화기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귀리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과식을 방지하고 체중조절에 긍정적이다. 풍부한 항산화제가 함유되어 있어 체내 염증 감소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니 그저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걸 나눠 먹어야지 혼자만 먹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
해남에서 농산물은 고구마가 단연 최고다. 그뿐만 아니라 김장용 배추로도 유명세를 치른 지 오래다. 해남 살이 반년 만에 듣고 본 게 어디 한두 개뿐이겠는가. 나눠 먹고 싶은 것과 같이 가고 싶은 곳과 함께하고픈 순간들이 너무 많다. “벌은 파리에게 똥보다 꿀이 나은지 설명하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나는 꿀벌이 아니다. 파리를 쫓아다니며 꿀의 효능을 설명하고 똥의 비위생을 이해시키려는 오지랖, 그 이상을 가졌다.
미니 밤호박에 홀딱 반했다. 단호박이 아니라 해남에서 처음 맛본 밤호박이다. 생김새는 단호박이랑 똑같다. 밤호박 하나를 얻어먹고는 그 맛에 반해서 지인들에게 자랑질해댔다. 토실토실한 게 말도 못 하게 맛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우리가 아는 밤 맛이다. 주먹보다 큰 알밤. 전자레인지에 7분만 넣었다 빼내면 간식이 아니라 한 끼의 식사가 된다.
나눠 먹으면 훨씬 맛있다. 안면을 익힌 농부의 도움으로 아들, 딸을 포함해서 동생과 처남에게도 한 박스씩 보냈다. 지인들에게는 주문을 신청받아 중간에서 단체로 택배 신청을 했다. 그럭저럭 30박스를 주문하니 생산자 처지에서는 우리 부부가 고마웠던 모양이다. 자꾸만 덤을 주는데 검게 탄 그의 얼굴과 선한 눈빛 앞에 서면 안쓰러워 그렇게는 못 하겠다. 후덕한 인심을 마다하지 못해 양배추 한 포기 정도 뽑아 주는 사이로 발전했다.
거래가 많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 농가에서 2박스 보낼 곳에 하나만 보내고, 1박스 보낼 곳으로 두 개를 보내 버렸다. 체면상 되돌릴 수가 없어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내 잘못이면 감당하고 말 일인데, 농가에 책임지란 말도 못 하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급한 대로 하나 더 보내서 해결은 했다. 이걸로 끝나야 하는데 꼬이려면 뭐가 끝이 없나 보다. 이틀 뒤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또 1박스가 택배로 온 모양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럴 때는 오지랖이 원망스럽다.
개인적으로 음주가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입에도 못 대는 정도는 아니다. 맥주나 포도주로 한 두잔 정도는 즐긴다. 해남 진양주는 1994년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09 한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약주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바로 옆 마을에서 찹쌀, 누룩, 유자나무잎 등으로 술을 빚는다. 맛과 향기가 매우 독특해서 또 오지랖을 떨었다. 탁월한 향과 달착지근하면서 한없이 당기는 맛 때문에 성가셔도 슬쩍 권해 본다.
산양은 양이 아니라 염소를 말한다. 해남군 계곡면에는 흑석산 아래 자연 방목하는 산양 농장이 있다. 여기서 산양우유로 요구르트를 제조한다. 계곡 산양유 요구르트는 로컬마트나 하나로마트 로컬코너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지역 상품이다. 달지 않아 마음에 꼭 들고 걸쭉한 식감에서 풍부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하여 영양가 높은 음료다. 밤호박과 함께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을 나 혼자만 누릴 수는 없다. 해남을 찾는 지인에게는 반드시 한 잔 이상을 먹였다. 아직 해남에 오지 않은 가족에게 먹일 방안을 고려 중이다. 나는 계곡 산양유 요구르트 홍보 대사가 되고 싶다.
해남뿐만 아니다. 강진군 홍보 대사를 해도 될 판이다. 강진 반값 여행의 강점을 알리는 동시에 강진 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반값 여행이란 묘미가 경제적인 면에서는 재미가 솔솔 나다. 병영성 설성식당이나 마량항 거북횟집, 청자박물관 천년 카페에서 맛보는 하멜촌 커피 에스프레소 한 잔. 물론 최고는 강진에서 맛볼 수 있는 강진 한정식이다. 이 모두가 반값 여행으로 경제적 부담이 다소 줄어든다. 즐거운 여행과 맛있는 음식 뒤에 돌려받는 포인트는 공짜 느낌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반값으로 돌려주는 포인트는 반드시 강진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말했지만, 다들 강진에 오면 잊어버린다. 역시 오지랖 때문이고 그냥 씩 웃고 마는 꼴이다.
그래도 즐겁지 아니한가. 뭐라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조금 남사스러울 뿐이다.
첫댓글 오빠는 벌이다
똥파리에게 꿀이 훨씬 맛있다고
시간을 허비 해가면서 속터져 이야기 하잖어 ㅋㅋㅋ
웃겨죽는다
그건 그렇고 그 지인은 그래서 3박스을 받아 먹은거야 ㅋㅋ
2박스값 내고 3박스 받았지.
참 착하다 바보같이 착하다
오지랖이지. 착하단말은 오지랖이 지랄인거고.
나는 다 먹어봣는데 산양유을 못 먹어봣네
아~ 이건 택배가 좀 어려운데...
이걸 어쩌지.
무척, 고민스럽네
내 정년퇴직하고 가서 먹어보께
내가 두통 사서....
보냉가방에 넣어서 갖다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