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와는 정말 인연이 깊다. 하나하나 짚어 나가보자.
무엇보다 나는 최백호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평생 열 번도 넘게 들었다. 그의 인물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니 듣기 싫지가 않음은 물어보나마나. 그러나 겉모습이 그렇다는 뜻이지 성정까지 비슷하다는 얘기가 아님은 물론이다. 그는 착한 데 비하여 나는 그렇지 못하니 자괴지심이 앞선다.
여담 하나. 뭐 키는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연예인들은 키를 대단히 부풀리는데, 지난번 만난 전영록까지 같이 세워 놓으면 그야말로 어금버금하리라. 전영록은 우긴다. 165센티미터가 넘는다고--.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제일 처음 닮은꼴이라는 말을 건넨 사람은 천주교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인 전동기 신부였다. 내가 큰 벼슬(?)을 하나 얻어 그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의 첫마디가 그거였던 것이다.(내가 샀다, 저녁은)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형제님, 최백호를 쏘옥 빼 닮았습니다."
"왠지 기운이 없어 보니는 면에서 그런 건지 모르지요."
"어떻습니까? '낭만에 대하여'를 한 소절이라도 불러 보시지요."
그래 숟가락을 쥐고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얼마 지나서였다. 나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주례를 서게 된다. 충무동 어느 조그마한 영세 예식장에서였다. 그것도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한영규 사장이 내게 사전에 일렀다. 정말 힘들게(가난을 뜻하는 말) 사실혼을 유지하는 부부가 있는데, 신랑이 좋은 계절에 신부에게 면사포를 씌워 주고 싶어한다는 것. 나야 뭐래도 좋았다. 택시를 타고 쫓아갔더니 과연 그랬다. 신랑 신부, 신부 어머니(신랑 처이모)와 신부 여동생 등 네댓 명이 전부였다. 내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신랑과 단 둘이 마주앉아 물었다.
"지금 어디서 사는가?"
"영월입니다."
번개같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자네 '영일만 친구' 아는가? 최백호가 부른 노래 말일세."
"예, 따라 부를 정도는 됩니다."
나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나중에 우리 그거 같이 부르세나!
이윽고 예식이 시작되었다. 한영규 사장 겸 사진사 내외(부인이 수모 일까지 하더라), 미화원 나, 다 합해 봐야 10명이 안 되는 결혼식, 드디어 내가 주례석을 차지했다. 사회가 있을 리 없었다. 하기야 때에 따라서는 그 사회라는 게 결혼식을 그르치치기도 하니 오히려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혼인 서약을 받고 성혼선언문 낭독까지 마치고 드디어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은사 정신득 선생님의 회남자의 '그물 한 코' 이야기를 인용하다가 나는 슬쩍 신랑에게 권한다.
"산랑 우리 노래는 한 곡 부르면 어떻겠소? 영일만 친구!"
사전 담합이 있었던 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어졌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 넒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 바다가 고향이란다
야단났다. 신부며 여동생, 사장과 부인이 삽시간에 합세한 것이다. 예식장이 떠나가라며 우리는 함께 새로운 기록 하나를 세워 나가고 있었디.
그 최백호를 얼마 전에 만났다. 대한가수협회 회장 선거 날이었다. 전영록도 그날 먼 발치에서 보았다. 과연 내가 그를 닮았는지 그가 나를 닮았는지 모를 정도로 우린 비슷했다. 게다가 사전에 약속도 없었지만, 어깨에 멘 가방은 동일하다. 방식조차 대각선이고. 그와의 기막힌, 얽히고설킨 일화가 어찌 이것으로 끝나겠는가? 다음에 또 쓰자.
<박일서 이사다. 왜 그를 미리 올리는가? 내가 그날 최백호와 같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가요계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것이다. 까짓(?) 노래가 아니면 어때? 가사를 창작하면 될 거 아냐? 그래서 몇 개의 대중 가요 가사를 만들어 두었다. 우격다짐으로라도 들이밀 생각으로 있다. 명색이 문인이다. 설마하니 품격이 있으면서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는, 차별되는 가사 몇 개야 못 만들겠는가 말이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전인미답의 '애국가 독창'도 꿈이다. 프로야구 홈구장에서 말이다. 한 번 했으니 아홉 번 남았다.
그 전에 내가 만난 가수들을 모델로 해서 재미난 책 한 권을 쓰고 싶다. 현재 대한가수협회의 김흠국 회장에서부터 이름없는 가수에 이르기까지. 최백호는 내가 워낙 좋아하는 친구라 1,2부로 나눈다. 우선 우리 수필부산문학회 카페에다 차곡차곡 쌓고 싶다. 글쎄, 한 5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