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
봉수성에서 출진한 지 만 하루 만에 족정관과 반나절 거리에 진을 친 군진에 도착했다. 족정관은 거대한 협곡 지대로 <亞>형 계곡이었다. 입구와 출구는 좁고 내부의 공간이 있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요새였다.
라혼은 일단 만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백호영들을 본진에서 쉬게 하고 본진에 주둔해 있는 관변들의 출진을 명했다.
“모석, 이곳에서 잠시 쉬고 족정관으로 와라!”
“예, 하지만 주군께서도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걱정 말고 너무 늦지 말도록.”
“….”
라혼은 백호영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약 5백가량의 병력을 남겨두고 족정관을 틀어막은 통나무와 진흙, 덩굴로 만든 판축들 다양한 공법으로 만든 성벽 앞으로 본진을 옮겼다. 과거에 존재했던 진토인들의 왕국이 만들어놓은 성채를 최근 그들 나름대로 보수한 성벽은 언뜻 엉성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견고함을 알 수 있었다.
“주군, 족정관을 지키는 진토인들은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사다리 부대만으로도 공격하면 해가 지기 전에 함락시킬 수 있습니다.”
족정관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아 8천 위병들의 훈련과 지휘를 맡았던 웅장모의 의견에 라혼은 흔쾌히 수락했다.
“좋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공략을 시작한다. 총지휘는 웅 참위가 맡는다.”
“존명!”
웅장모는 라혼의 명이 떨어지자 겉모습을 반인반웅의 모습으로 바꾸고 포효했다.
―쿠워~!
수인이, 그것도 맹수과(猛獸科)의 수인이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은 전투가 임박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곰은 신성시되는 짐승으로 힘을 상징했다. 그러한 곰의 포효는 단숨에 전군의 사기를 충천시켰다.
“크릉~! 사다리 부대는 준비하고 발석차를 앞으로 대라! 노(弩)를 준비하라!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크앙~!”
계곡인 족정관 전체가 웅장모의 포효로 가득 차 아군의 사기는 충천한 데 비해 나름대로 준비는 했으나 뜻밖의 기습을 당한 심정인 족정곡(足丁谷)의 수천의 반적들은 사기가 꺾였다. 그리고 사기가 충만한 위병들이 조립한 발석차에서 돌이 날아 족정관의 성벽을 때리기 시작했다.
―덜컹!
―쿵!
―와아~!
발석차(發石車)에서 쏘아진 돌은 성벽을 넘지 못하고 성벽에 부딪혔으나 위병들은 호기를 참지 못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것이 웅가(熊家)의 포효에 따른 효과인가?”
과거 수인들이 천하를 제패할 때 수인들은 특수한 능력을 사용했다. 특히 맹수과의 수인들은 포효로 병사들의 사기를 단숨에 극대화하여 두려움을 잃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신비스럽다기보다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전투 직전에 맹수를 숭배하는 풍습 때문이었다. 일반 병사들이 지니고 다니는 부적 중에 토끼 귀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 호랑이 이빨이나 발톱은 용기와 의지를 상징했다. 특히 병가(兵家)에서 많이 지니고 다니는 것이 늑대, 곰, 호랑이, 표범 등의 이빨이나 발톱이었다. 그러면 숭배의 대상이 같이 싸워준다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인들은 저마다 자기 가문의 특성에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텅~! 덩, 텅!
―쾅! 쿵궁!
석 대의 발석차에서 날아간 돌 중 하나가 우연찮게 성문에 맞았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것을 발견한 웅장모는 다시 한 번 크게 포효하며 돌격을 명했다.
―크왕~! 돌격하라~!
―돌격하라!
병사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굵은 대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어깨에 걸친 채 앞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쏴라!”
―투두둥~!
―피이익~! 픽! 피이이이익!
사다리병의 돌격과 동시에 노병(弩兵)들이 일제히 소리나는 화살인 효시(嚆矢)를 날려 성벽 위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노(弩)란 두 발로 활대를 받치고 몸 전체를 이용해 쏘는 강궁으로, 1백보 밖까지 날아가 돌에 박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弩)를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위병들은 본래 연안을 지키던 임무이다 보니 노(弩)를 다루는 자들이 많았다. 한두 번 일제 사격을 하자 적도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역시 진토인들은 수성전(守城戰)에 익숙지 않은 것 같았다. 단지 소리나는 화살 고작 수백 개가 날아오는 정도로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렁!
사다리 부대의 선두가 성벽에 사다리를 걸자 웅장모는 또 한 번 포효하며 거대한 도끼를 들고 성문 쪽으로 쇄도했다. 그러나 진토인들의 반격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초반 기세에 눌려 효시(嚆矢)에서 나는 굉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진토인들이 화살을 날리며 저항을 시작했던 것이다. 족정관의 반적들이 성벽 위에서 돌덩어리를 떨어뜨리고 성벽 위에 거치된 사다리를 밀어 떨어뜨리자 아군의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 시진(네 시간)이 지나자 전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저항은 이내 끝나고 말았다.
옛말에 이르기를 ‘잔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많은 술이 아니라 한 방울의 술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방울의 술이 전투의 승패를 갈라놓았던 것이다.
―주군, 오차입니다.
―오차는 웅장모를 도와라!
―존명!
오차가 까마득한 하늘에서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거대한 도끼로 성문을 부수는 웅장모를 괴롭히는 반적 진토인들을 쏘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후위에서 1천 백호영이 그 모습을 보였다. 검은 갑주의 위압적인 모습은 아군의 사기를 높여주었고, 적군의 사기를 다시 한 번 꺾어놓았다.
―만세! 만세!
―와아~! 와아~!
답보 상태이던 전투는 그렇게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는 백호영의 출현으로 사기가 충천한 위병들이 마지막 힘을 짜내며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성벽의 여러 군데 거점을 줄줄이 확보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쾅쾅쾅쾅쾅… 쾅창!
―성문이 깨어졌다!
오차의 도움으로 화살이 날아오거나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또 바위가 떨어지는 방해를 받지 않게 되자 웅장모는 전력을 다해 성문을 부수었고, 두꺼운 통나무를 통째로 엮어 만든 성문은 절정 고수의 공력이 실린 도끼질에 견디지 못하고 깨어져 나갔다. 그리고 웅장모가 맹수 특유의 흉성을 유감없이 폭발시키며 내부로 쇄도해 들어갔다. 그때 라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천 백호영의 돌격이 시작된 것이다.
“백호 돌격!”
―백호 돌격~!
―와아아~!
백호영의 돌격이 시작되자 위병들은 분분히 길을 내주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장모, 성문을 치워라!
귓가에 들린 주군의 전음에 진토인들을 쪼개던 웅장모는 서둘러 백호영이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그러나 백호영은 말을 멈추지 않고 곧바로 족정관을 관통해 반대편으로 쇄도했다.
―장모, 이곳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 오수관으로 와라!
―존명!
따로 상의한 바는 없었지만 웅장모는 주군이 백호영들과 더불어 무방비 상태인 오수관으로 갈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족정관 반대편 입구의 성문 또한 굳게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 라혼은 말을 세우고 만력에게 명했다.
“만력, 성문을 열어라!”
“옛! 나를 따르라!”
만력을 비롯한 1백 백호영이 성문에 쇄도하며 허리를 퉁겨 몸을 세워 말등을 박차고 올라 순간적으로 몸을 높이 뽑아올리는 데는 가장 탁월한 어기충소(馭氣沖宵)의 수법으로 성벽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거의 벗고 앞만 나무 막대인지 뼈인지를 엮어서 만든 보호구를 착용하고 얼굴에 붉고 검은 화장을 한 진토인들을 베어갔다. 그리고 반의 반각도 안 되는 시간이 지나자 성문이 들려올라가며 활짝 열렸다.
“주군, 성문이 열렸습니다.”
“좋아! 오수관은 이곳에서 하루 거리다. 그러나 말을 타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명만 내려주십시오!”
“좋아, 간다!”
―두두두두두두두….
1천기(騎)나 되는 기마가 족정관을 빠져나가고 순식간에 성문을 지키던 소수의 진토인들을 주살한 만력 일행도 후위에 따라붙었다. 그렇게 세 시진(여섯 시간)가량 말을 달린 백호영은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자정이 가까워올 무렵, 오수관에 도착했다. 오수관은 세 개의 산성이 지키는 구불구불한 길을 말했다. 때문에 따로따로 떨어진 난공불락(難攻不落)을 자랑하는 산성(山城) 세 개를 완전히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라혼은 말에서 내린 뒤 백호영을 넷으로 나누어 산성을 습격하게 했다.
“고우는 이곳을, 만력은 여기, 모석은 여기를 친다. 그리고 원복과 잔폭광마는 나와 함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
“옛!”
“….”
“그리고 겨우 여기에서 죽으면 우스갯소리도 못 듣는다.”
“여기서 죽으면 망신이라는 건 백호영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큭큭큭!”
평소에는 하지 않던 라혼의 농담에 맞장구치며 긴장을 푸는 만력이었다.
“그리고 여기 받아라!”
“이것은?”
“오차에게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환이다.”
―오오오~!
“오차의 것보다 더욱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임무 완수 보고는 이것으로 해라! 사용 방법은….”
라혼은 이제 완전한 팔찌 형태의 전환(傳環)을 백호십일걸에게 나누어주며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참으로 요긴한 물건이군요!”
“이제 가라!”
“존명!”
백호영은 장시간 말을 달린 피곤함을 무릅쓰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앞으로 나갔다. 초승달의 달빛은 백호영의 검은 갑주를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미약했다.
―키요오옥~!
밤하늘을 찢는 섬뜩한 비명성에 라혼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살수 역할을 바라는 건 무리였나?”
―누구야? 실수한 것이?
―음? 뭐야? 아! 이것이군.
―미안하우다.
―만력인가?
라혼은 전환을 통해 수다(?)를 떠는 그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도움이 필요한가?
―전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도움은 필요 없지만 주군이 보셔야 할 것이 있는데요.
―앞으로 전환으로 대화할 때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는 버릇을 들여라!
―존명!
라혼은 1백 백호영을 이끌고 모석이 공략 중인 산성으로 달려갔다.
―크악, 키요!
이제 대놓고 성을 지키던 반적 진토인들 주살하는 백호영이었다.
“주군! 이곳입니다.”
모석이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토굴이었다. 그곳에는 옷을 입지 않은 많은 진토인 여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여인들은 뭔가?”
“우리들은 호도의 성민입니다, 장군!”
라혼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초췌한 몰골에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역력한, 피부가 흰 여인이 했다. 조그마한 천으로 국부와 풍만한 가슴만 겨우 가린 그녀는 진토인이 아닌 중주의 여인임이 분명했다. 상당히 험하게 다루어졌는지 몸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고 산발한 머리와 퍼렇게 부은 얼굴을 하고 있어 참으로 보기에 민망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천첩은 남례성 절도사(節度使) 영양공(營養公)의 딸입니다. 그리고 다른 여인들은 노예로 호도에서 끌려왔습니다.”
라혼은 스스로 남례절도사(南禮節度使) 영양공(營養公) 용사운(龍事運)의 딸이라는 용정란(龍精蘭)을 일단 토굴에서 꺼내 망토를 벗어 몸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라혼은 그녀로부터 호도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현재 호도는 무법천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과, 대부분의 외성 출신 비(非)진토인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흑흑흑흑, 그놈들이 저를 이곳으로 끌고 오면서 아버지를….”
용정란은 그 지옥 같았던 토굴에서 빠져나오자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용(龍)이라는 성(姓)을 지닌 지체 높은 가문의 영애인 그녀에게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용황(龍皇)은 재능 있는 몇몇 십삼인가(十三人家)에게 용씨 성을 하사하여 용황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용정란은 군주(君主)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고귀한 여인이 한낱 야만인들로 치부되는 진토인들의 노리개가 되었으니….
“흑흑흑흑흑흑….”
“….”
용정란은 지금 삶과 죽음의 갈래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수치를 당한 여인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녀의 신분은 너무나 고귀했다. 그 지옥 같던 토굴에 있을 때는 살아남는 것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용정란은 더욱 서럽게 흐느꼈다. 라혼은 흐느끼는 그녀 곁에 말없이 서서 그녀를 지켜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라혼에게 모석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오수관 공략이 완료했음을 보고했다.
“주군, 오수관의 세 산성 모두 완전히 확보했습니다.”
“음, 각 거점에 1백씩 남겨 그곳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병력은 사로잡은 포로들과 함께 이곳으로 모으도록! 그리고 백호영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옛!”
“이곳에서 밤을 보낸 다음 내일 새벽 천수교(川水橋)로 갈 것이다. 그러니 식사는 각자 지닌 육포로 해결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차에게 전환을 주어 웅장모에게 보내도록!”
“옛!”
누군가 접근한 것을 느끼고 울음을 멈춘 용정란은 천상의 장군 같은 헌헌미장부가 수하에게 거침없는 명을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훔쳐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용정란을 더욱 수치스럽게 했다. 또다시 자신의 처지가 상기된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결심을 굳혔다. 혀를 이 사이에 밀어 넣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옥에서 구한 백마공자의 헌앙(軒仰)한 모습을 훔쳐보며 질끈 힘을 주었다. 그러나 턱이 얼얼해지면서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너는 이제 용정란이 아니다. 너는 초초(草草)다. 용정란은 방금 죽었다.”
라혼은 그녀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결심한 각오를 느끼고 차마 눈앞에서 쓸데없는 수치감으로 목숨 끓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도 안타까워 지풍(指風)으로 그녀의 아혈(啞穴)을 점혈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를 말릴 수 있었지만 굳이 죽고자 고집한다면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라혼은 그녀에게 자신을 버리라는 말을 했다. 만약 이 충고도 듣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는 것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는 자진하려는 생각을 버린 듯했다. 하지만….
“절 거두어주세요!”
“….”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가족 전부가 이미 비명에 갔습니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아오나…. 흑!”
비감 어린 어조로 토하듯 하는 용정란의 말은 라혼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 또야? 어떻게 된 것이 도와주면 혹으로 달라붙는 거지? 마가 낀 건가?’
사실 설화도 그렇고, 백호영도 그렇고 최근에 차레족의 경우를 봐도 사심 없이 도움을 주면 꼭 혹이 달라붙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라혼은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비(侍婢)라도 좋다면 거두어주겠다.”
“천녀(賤女) 초초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억겁같이 느껴지는 침묵을 깨고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용정란 아니, 초초는 그 즉시 몸을 바닥에 던지며 절을 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지금 이 순간이 새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용정란은 죽고, 초초가 탄생하는 순간인 것이다. 의지할 곳이 생긴 여인은 다소 안심이 되는지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었다.
―꼬로록~!
“…!”
“….”
절을 하고 일어서는 초초의 배에서 울린 소리에 초초는 얼굴이 붉어졌다.
“하하하하, 참으로 우렁찬 요곡음(要穀音)이로군.”
“….”
생과 사의 문제가 해결되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순간, 몸은 곧바로 음식을 찾는다. 라혼은 그러한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라혼은 새로 태어난 초초에게 가지고 있던 음식을 주고 쉴 곳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전환을 직접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러나 전환의 용도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앞으로 하남천원군에 의해 호도가 탈환되면 그녀 가문의 남아 있는 재산은 그녀에게 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