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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52화 ― 「사라진 초등학생의 운동화」
비는 밤새 내렸다.
은솔천은 평소보다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강변 자전거도로 아래쪽에는 경찰차 두 대와 소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에서 길게 흔들렸다.
이도현 형사는 우비 모자를 벗어 뒤로 젖혔다.
“여기서 발견됐습니다.”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가 난간 아래를 바라봤다.
진흙이 쌓인 하천변.
파란색 초등학생 가방 하나.
그리고 그곳에서 약 네 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운동화 한 짝.
하얀색 바탕에 파란 줄이 들어간 운동화였다.
빗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김맑음 신부의 얼굴에서 평소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이 신원은 확인됐어?”
둘만 가까이 있어서 반말이었다.
이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 안에서 학생증 나왔어.”
**박준호. 열한 살. 은솔초등학교 5학년.**
“부모님은?”
“연락됐어. 지금 오고 계셔.”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이 언제야?”
“오늘 오후 네 시쯤 학교 나간 게 마지막이야.”
김맑음 신부가 시계를 보았다.
밤 여덟 시 사십 분.
네 시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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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경찰이 먼저 확인했다.
교과서.
필통.
공책 두 권.
작은 우산.
보조배터리.
그리고 휴대전화는 없었다.
이도현이 말했다.
“부모 말로는 준호가 휴대전화 가지고 있었대.”
“연락은?”
“꺼져 있어.”
김맑음 신부는 가방이 발견된 위치를 바라봤다.
하천 바로 옆이기는 했지만—
이상했다.
가방이 물에 떠밀려온 흔적이 없었다.
바닥의 진흙도 그대로였다.
가방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내려놓은 것처럼 벤치 아래에 놓여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도현아.”
“응.”
“가방은 비 맞은 시간이 짧아 보여.”
“왜?”
“윗부분만 많이 젖었고 바닥은 생각보다 덜 젖었어.”
이도현도 가까이 살폈다.
“벤치 아래 있었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김맑음 신부는 운동화를 바라봤다.
“그런데 운동화는 완전히 젖었네.”
이도현의 표정이 달라졌다.
“서로 다른 시간에 놓였을 수도 있다는 거야?”
“아직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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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준호의 부모가 도착했다.
어머니 이선영은 경찰차에서 내리자마자 무너질 듯 달려왔다.
“준호요? 우리 준호 어디 있어요?”
경찰이 붙잡았다.
“아직 찾고 있습니다.”
“저 운동화 준호 거예요.”
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가 사준 거예요.”
아버지 박성진도 따라왔다.
“물에 빠진 건 아니죠?”
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어떤 것도 단정하지 않습니다.”
수색이 시작됐다.
소방 구조대는 하천을 확인했다.
경찰은 상류와 하류를 나눠 수색했다.
은솔시 곳곳에 아이 인상착의가 전파됐다.
---
김맑음 신부는 부모에게 조용히 물었다.
“준호가 요즘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어머니가 울면서 말했다.
“없었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그냥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두 사람의 눈빛이 조금 달랐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한 적은요?”
잠깐 침묵.
어머니가 먼저 대답했다.
“아침마다 조금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아버지가 바로 말했다.
“애들 다 그렇죠.”
“학교에서 친구 문제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대답이 너무 빨랐다.
김맑음 신부는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
다음 날 오전.
은솔초등학교.
경찰은 담임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확인을 시작했다.
담임 김정희 교사는 준호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용한 아이예요.”
“친구들과 잘 지냈습니까?”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이도현이 물었다.
“최근 결석이나 지각은?”
“지각이 세 번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요?”
“한 달 전부터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학교에 와서 보건실에 간 적도 있습니까?”
교사는 잠시 생각했다.
“네.”
“왜요?”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
“몇 번이나요?”
“네다섯 번 정도.”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의 시선이 마주쳤다.
---
복도 끝.
김하늘 안젤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도현이 말했다.
“너 학교는?”
“오늘 토요일이에요.”
“아.”
하늘이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준호 관련해서 온라인도 찾아봤어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뭐가 있었어?”
“준호 이름으로 된 공개 계정은 없어요.”
“그런데?”
“게임 아이디 하나가 있어요.”
하늘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이디는—
**bluefox_11**
게임 커뮤니티에 최근까지 글을 남겼다.
가장 최근 글은 사흘 전.
**‘숨을 데 좋은 곳 추천 좀.’**
댓글에는 장난스러운 답들이 달려 있었다.
**옥상. 창고. 놀이터 미끄럼틀 밑.**
그리고 준호의 답글 하나.
**‘사람들이 안 찾는 데여야 함.’**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달라졌다.
---
하늘은 더 찾아냈다.
한 달 전 글.
**‘학교 끝나고 집 늦게 들어가도 안 혼나는 핑계 뭐가 있음?’**
두 주 전.
**‘운동화 한 짝 없어지면 엄마한테 뭐라고 말함?’**
이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운동화?”
하늘이 말했다.
“네. 지금 발견된 운동화랑 연결될 수도 있어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준호는 이미 전에도 운동화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부모님은 아무 말 안 했죠.”
“응.”
---
준호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준호가 운동화를 잃어버린 적 있습니까?”
어머니는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숙였다.
“한 번 있었어요.”
“언제요?”
“세 주 전쯤.”
“어디서 잃었다고 했습니까?”
“학교 운동장에서.”
“한 짝만요?”
“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물어봤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친구들이 장난쳤다고.”
“누구인지 물으셨습니까?”
“준호가 말 안 했어요.”
“학교에는 알리셨습니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
김맑음 신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물었다.
“준호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한 적 있습니까?”
어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있었어요.”
아버지가 눈을 감았다.
“한 달 전부터요.”
“왜 말씀 안 하셨습니까?”
아버지가 대답했다.
“애가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린다는 말은요?”
침묵.
어머니가 말했다.
“한 번 했어요.”
“뭐라고요?”
“급식 먹을 때 옷에서 냄새 난다고 놀린다고.”
김맑음 신부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뿐이었습니까?”
“또…….”
어머니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가 대신 말했다.
“체육복을 숨긴 적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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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경찰과 학교는 따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준호가 어디 있는가였다.
김맑음 신부는 다시 운동화가 발견된 하천변으로 갔다.
밝은 낮에 보니 밤에는 놓쳤던 것들이 보였다.
운동화는 강물 방향으로 떠밀려온 것이 아니었다.
신발 밑창 안쪽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진흙은 하천변의 검은 진흙과 달랐다.
연한 황토색.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여기 흙이 아니네.”
장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 쪽 흙 같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어디를 걸었다가 벗은 거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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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도 이상한 것이 발견됐다.
준호 공책 마지막 장.
연필로 작은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나무.
낡은 지붕.
그리고 네모난 창문.
밑에는 숫자 하나.
**3**
오미자가 말했다.
“세 번째 집?”
최병철이 말했다.
“3층?”
김하늘이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하늘은 사진을 찍어 이미지 검색 대신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은솔천 위쪽에 폐농막들 있잖아요.”
장태식이 말했다.
“옛 과수원 쪽?”
“네.”
“세 번째 농막 아닐까요?”
김맑음 신부가 지도를 펼쳤다.
은솔천에서 북쪽으로 약 1.8킬로미터.
옛 과수원길.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농막 세 채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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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도현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림 하나만 보고 들어가면 안 돼.”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늘이 다시 온라인 기록을 뒤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글을 찾았다.
준호가 일주일 전 게임 친구에게 남긴 댓글.
**‘내 비밀기지는 와이파이 하나도 안 잡힘.’**
또 하나.
**‘비 오면 양철지붕 소리 진짜 큼.’**
장태식이 말했다.
“폐농막 지붕이 양철입니다.”
하늘이 화면을 내렸다.
“그리고 이거요.”
**‘집에서 30분이면 감.’**
자전거로 움직였다고 가정하면—
옛 과수원길까지 거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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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즉시 움직였다.
김맑음 신부도 따라가려 했다.
이도현이 막았다.
“이번엔 진짜 경찰이 먼저 간다.”
“알았어.”
“정말?”
“응.”
이도현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여기 있어.”
“그래.”
경찰차가 출발했다.
김맑음 신부는 그대로 서 있었다.
박복례가 옆에서 말했다.
“이번엔 말 잘 듣네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아이 문제니까요.”
---
삼십 분 뒤.
이도현에게 전화가 왔다.
김맑음 신부가 바로 받았다.
“찾았어?”
잠시 침묵.
그리고—
“찾았다.”
김맑음 신부가 눈을 감았다.
“살아 있어?”
“응.”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친 데는?”
“크게는 없어.”
박복례가 옆에서 알아듣고 두 손을 모았다.
“다행이다.”
---
박준호는 세 번째 농막 안에서 발견됐다.
젖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작은 과자 봉지 몇 개.
생수 두 병.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그리고—
운동화 한 짝만 신고 있었다.
이도현이 물었다.
“다른 운동화는 왜 하천에 놔뒀니?”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찾으러 못 오게 하려고요.”
“무슨 뜻이니?”
“강에 빠진 줄 알면…… 학교 애들이 못 찾잖아요.”
이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널 찾는데?”
준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형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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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같은 학교 6학년 학생 세 명.
처음에는 별명.
그다음에는 심부름.
간식값.
준호의 물건 숨기기.
체육복.
운동화.
그러다 휴대전화로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말하면 더 심하게 한다.**
준호는 부모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에 조금씩 흔적을 남겼다.
**학교 가기 싫다.**
**숨을 곳이 필요하다.**
**운동화 없어지면 뭐라고 하느냐.**
아이의 구조 신호는—
아주 작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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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는 병원에서 준호를 만났다.
준호는 담요를 덮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밖에서 울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의자를 가까이 가져왔다.
“준호야.”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저 알아?”
“신부님.”
“그래.”
잠시 침묵.
김맑음 신부는 묻지 않았다.
**왜 도망갔니?**
대신—
“많이 무서웠니?”
준호의 입술이 떨렸다.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면 엄마가 학교에 올까 봐요.”
“그게 싫었어?”
“그러면 애들이 더 괴롭힌다고 했어요.”
“그래서 혼자 숨으려고 했구나.”
준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죄송해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
“엄마 아빠 걱정시켜서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
“지금은 준호가 무사히 돌아온 게 먼저야.”
준호가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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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운동화는 왜 한 짝만 버렸니?”
준호가 한참 뒤 말했다.
“두 짝 다 버리면 걸어갈 수가 없어서요.”
김맑음 신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계획을 모두 설명했다.
한 짝은 하천변에 남겨서 자신을 찾는 방향을 돌리고.
한 짝은 신고 농막까지 걸어갔다.
가방 역시 일부러 하천변에 놓았다.
하지만—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숨으려 한 것이었다.
---
김맑음 신부는 조용히 말했다.
“준호야.”
“네.”
“다음에 또 무섭고 숨고 싶을 때가 오면.”
아이의 눈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사람한테 숨어.”
“사람한테요?”
“응.”
“믿을 수 있는 어른 뒤로.”
“엄마 뒤든.”
“선생님 뒤든.”
“경찰 아저씨 뒤든.”
그리고 웃었다.
“신부님 뒤도 괜찮고.”
준호가 아주 조금 웃었다.
“신부님 싸움 잘해요?”
김맑음 신부가 잠시 당황했다.
“그건…….”
문밖에서 듣고 있던 이도현이 말했다.
“못해.”
김맑음 신부가 돌아봤다.
“도현아.”
“왜. 사실이잖아.”
준호가 처음으로 조금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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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공식적인 절차가 시작됐다.
학생들의 진술.
보호자 면담.
교육청 보고.
경찰은 협박과 금품 요구 여부를 따로 확인했다.
김맑음 신부는 그 과정에 끼어들지 않았다.
이도현이 말했다.
“이번엔 가만히 있네.”
둘뿐이었다.
“네가 하잖아.”
“원래 경찰이 하는 일이야.”
“그래서 맡기는 거지.”
이도현이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맑음아.”
“응?”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왜?”
“말을 너무 잘 들어.”
“나 원래 말 잘 들어.”
이도현이 웃었다.
“박복례 어머니 앞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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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은 준호의 온라인 기록을 정리하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왜 그래?”
“조금 무서워요.”
“뭐가?”
“저런 글을 다 봤는데도.”
하늘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아무도 진짜 도와달라는 말이라고 생각 안 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크게 외치는 도움은 잘 듣는데.”
“작게 흘리는 도움은 놓칠 때가 많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평소와 다른 걸 보는 거야.”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학교 가기 싫다고 하고.”
“온라인에 이상한 말을 남기고.”
그는 잠시 멈췄다.
“하나만 보면 별일 아닐 수 있어.”
“그런데 여러 개가 겹치면—”
하늘이 말했다.
“이야기가 되는 거네요.”
“그래.”
---
며칠 뒤.
준호가 다시 성당에 왔다.
이번에는 두 짝 모두 새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박복례가 과자를 내줬다.
“많이 먹어.”
준호가 물었다.
“신부님은요?”
“또 어디 갔겠지.”
그때 김맑음 신부가 사제관에서 나왔다.
“저 여기 있습니다.”
박복례가 말했다.
“웬일이에요?”
“저도 가끔 있습니다.”
준호가 웃었다.
그는 손에 작은 그림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에게 내밀었다.
그림에는—
큰 성당 하나.
그 앞에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한쪽에는 경찰.
한쪽에는 여자 기자.
한쪽에는 휴대전화를 든 여학생.
그리고 가운데—
안경 쓴 신부.
그 뒤에 작은 아이가 숨어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숨을 데.**
김맑음 신부는 그림을 오래 바라봤다.
“여기가 숨을 데야?”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혼자 숨는 데 말고요.”
아이가 말했다.
“사람 뒤에 숨는 데요.”
김맑음 신부는 웃었다.
“좋다.”
---
그 주일.
강론에서 김맑음 신부는 말했다.
“아이들은 때때로 말하지 않습니다.”
“말할 수 없어서.”
“말하면 더 큰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어른이 믿어주지 않을까 걱정돼서.”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도 어른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말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말을 인터넷 어딘가에 남길 수도 있습니다.”
잠시 침묵.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먼저 묻는 것입니다.”
**‘왜 그랬니?’**
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니?’**
그리고—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김맑음 신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아이가 어른을 믿고 자신의 두려움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습니다.”
---
미사가 끝난 뒤.
김하늘이 사제관으로 뛰어 들어왔다.
“신부님.”
“왜?”
“이거 보세요.”
하늘이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
은솔성당 사진이었다.
촛불이 켜진 봉헌초대.
그런데 사진 한가운데—
봉헌초 하나 밑에 오만 원권 지폐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헌금 아닐까?”
하늘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이상한 게요.”
“뭐가?”
“어제도 똑같은 자리에 있었대요.”
“누가 놓았는지는?”
“몰라요.”
“오늘도?”
“네.”
그때 최병철이 급하게 들어왔다.
“신부님.”
“예.”
“그 돈.”
“네.”
“지난주부터 계속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들었다.
“계속요?”
“매일 정확히 오만 원씩.”
오미자가 뒤에서 말했다.
“드디어 돈 사건이네요.”
이도현이 한숨을 쉬었다.
“왜 좋아하십니까?”
오미자가 말했다.
“이번엔 귀신은 아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안경을 고쳐 썼다.
박복례가 멀리서 말했다.
“밥 먹고.”
김맑음 신부가 손을 내렸다.
“예.”
이도현이 웃었다.
“완전히 학습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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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천에서 발견된 작은 운동화 한 짝은—
처음에는 모두에게 가장 무서운 결말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운동화는 죽음의 흔적이 아니었다.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가 남긴—
서툰 방향표지였다.
김맑음 신부가 찾아낸 것은 운동화의 주인만이 아니었다.
아이가 오래 숨겨온 두려움.
작은 신호들을 흘려보냈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못했던 마음.
그리고—
혼자 숨는 것보다 누군가의 뒤에 숨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은솔성당 한쪽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오만 원 한 장을 내려놓고 있었다.
매일 같은 자리.
매일 같은 금액.
그리고 아직 아무도—
그 돈이 헌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제52화 끝 ―**
### **제53화 ― 「봉헌초 아래의 오만 원」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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