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데이빗슨(Richard Davidson)
I. 들어가는 말: 불교와 뇌과학의 만남
불교와 뇌과학의 만남에서 달라이 라마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달라이 라마는 일찍이 서양의 과학자들과 만나면서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화두처럼 끊임없이 던졌었다. 그러나 “마음은 단지 죄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서양과학자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성인의 뇌신경 조직은 고정되어 있고 새 뉴론을 생성하지 않고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거의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1)
부처님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고 들었든지, 또 누가 말했든지, 심지어 부처님 당신께서 하신 말씀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믿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기 전에 먼저 합리적 생각과 상식으로, 그리고 우리의 실제 삶속에서 체험을 통해서 검증해 보라고 가르치셨다. 달라이라마는 만일 과학이 불교가 믿고 있는 어떤 내용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불교는 그 믿음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2) 그는 불교와 과학은 둘 다 진리와 현실을 찾고 이해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고 종교와 마음과학의 두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불교가 현실적 측면에 대해서 보다 진보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과학으로부터 배움으로서 불교는 그 세계관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달라이라마는 특히 과학이 따뜻한 심장과 결합한다면 현상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되어 나타나지만 과학기술이 부정적인 정서와 함께 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더 많은 파괴, 살생, 유해함으로 넘쳐나게 되고 결국 세상 자체가 고통하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을 향해 호소해 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행복과 평화를 극대화하고 불행과 불만족을 최소화하면서 삶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달라이라마는 돈과 권력이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진실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연민심 수행을 하라고 설득해 왔다. 그는 수많은 강연과 저서들을 통해서, 나의 종교는 아주 단순하다. 내 종교는 친절함이다. 절은 필요하지 않다. 복잡한 철학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들의 뇌, 우리들의 가슴이 우리들의 절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철학은 친절함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그의 지칠줄 모르는 자비와 신념이 드디어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이루었다. 사실 과학적 방식의 앎의 세계와 명상수행을 통한 앎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안과 바깥을 이해하는데 똑같이 중요하다. 우리의 진정한 행복, 건강, 평화를 위해서 이 강력한 두 앎의 만남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달라이라마의 화두, 진리와 현상의 본질에 대해서 과학자들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그의 원력은 1987년 10월 다람살라에서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 1946-2001)를 위시한 6명의 과학자들이 함께 1주일간의 첫 대화가 열렸다. 이후 두 번의 만남이 더 있었고 1990년에는 드디어 마음 & 생명 연구소로 탄생되었다. 1987년 이래 2010년까지 불교와 과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들로 18번의 컨퍼런스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마음&생명 연구소 이사회 멤버들 가운데는 리처드 데이빗슨(Richard Davidson), 존 가밧진(Jon Kabat-Zinn),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 알렌 월레이스 (Alan Wallace)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3)
본 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신경과학자는 마음&생명 연구소의 핵심 과학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새롭게 떠오르는 명상신경과학(contemplative neuroscience) 분야에 선봉역할을 하고 있는 리처드 데이빗슨이다.(아래 사진에서 왼쪽 세 번째). 우리는 그의 연구성과들을 통해서 불교의 명상수행의 오늘,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간략하게나마 짚어볼 것이다.
II. 리처드 데이빗슨은 누구인가
리처드 데이빗슨은 1951년 뉴욕 브룩크린에서 출생했다. 1972년 뉴욕대학에서 심리학 학사를 마치고 1976년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위스콘신 대학(메디슨소제)의 심리학&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경과학자다. 위스콘신 대학의 부설기관인 정서 신경과학 연구소, 뇌영상과 행동 웨이즈먼 연구소, 그리고 건강한 마음연구 센터소장을 맡고 있다. 2000년에 미국 심리학 협회로부터 뛰어난 과학 공로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단독 또는 공동으로 발표한 300여 편의 뇌과학 관련 연구논문들이 있다.
리처드 데이빗슨이 하버드 심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1970년 중반, 그가 지도교수에게 명상수행의 파워에 대해서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지도교수는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는데 좋은 길이 아니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후 명상에 관한 그의 연구는 소강상태에 있다가 1992년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과학구도에 자비심에 관한 연구들을 첨가하고 그러한 마음특질을 연구하기 위해서 정밀한 과학적 도구들을 사용하는 데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즉 신경과학에서 불안, 공포,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상태를 연구하는데 사용했던 도구들을 연민심과 같은 긍정적인 정신특질을 연구하는데로 옮겨보겠다는 것이다. 데이빗슨은 달라이라마가 8번째로 그의 연구실을 방문하던 해에 건강한 마음연구 센터를 오픈했다.
2005년 5월, 1100명의 청중을 향해 법문하는 달라이라마에게 데이빗슨은 건강한 마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계발하고, 배양하도록 과학적으로 개입하고 연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달라이라마는 개인의 웰빙을 위해서는 타자의 웰빙에 초점을 두어야 하고, 자신을 향한 초점을 줄이는 것이 자비의 핵심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데이빗슨은 대학생을 피험자로 실험을 실시했다. 임으로 두 그룹을 만들어서 각각 50불씩을 나누어 주면서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하루동안 자신을 위해서 그 돈을 쓰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쓴 그룹도 행복했다고 보고했지만 남을 위해서 사용한 그룹이 더 행복했다고 보고했다.
III. 리처드 데이빗슨의 연구
데이빗슨의 연구는 주로 우울과 불안증을 포함하는 정서, 감정장애와 관련된 뇌피질 회로에 초점을 맞춘 신경과학 분야다. 그는 뇌기능 영역의 패턴을 관찰하기 위해서 양적 전기생리학,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사단층),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을 사용한다. 뇌기능조절 능력을 배양하는 정서적 지능에 관한 데이빗슨의 모델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는 정서조절 기능을 하는 자각(self-awareness)이다.
1. 자각기능과 뇌영역
자각기능을 하는 뇌영역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자각하거나 그와 관련된 그림을 보여주는 과제를 하는 동안 뇌를 탐사함으로서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단서를 얻었다. 데이빗슨은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해서 얻어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자각기능이 뇌의 어느 한 지점에서 작용하지 않고 네트워크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데이빗슨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서 자각기능과 관련된 3가지 중요한 뇌의 영역을 지적한다. 첫째, 뇌에는 신체에 관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를 인슐라(insular)라고 부른다. 인슐라는 몸의 기관들에 관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뇌에서는 유일한 부위다. 이 인슐라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같은 뇌의 다른 부위들과 소통함으로서 자각을 우리 몸으로 가져올 수가 있다. 둘째는 자기기억(self-memory), 즉 일상의 삶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해마는 전전두엽과 같은 뇌의 부분들과 소통함으로서 자아와 관련된 기억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셋째, 정서기능에 중요한 구조인 편도체(amygdala)다. 편도체는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심장박동을 보다 강하고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몸의 상태를 바꾸는 책임을 담당한다. 그리고 공포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는 전전두엽과의 소통을 통해서 정서기능을 조절한다.
이와 같이 자각은 뇌의 다양한 하위부위들과 관련된 하나의 복합적인 과정으로서 전전두엽을 통해서 이들은 서로 상호소통한다. 데이빗슨은 이외에도 동기(motivation)나 공감(empathy)과 같은 기능에도 전전두엽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동기는 목적을 마음에 유지하고 행동으로 안내하도록 돕는데 전전두엽이 관여할 뿐만 아니라, 목적에 도달했을 때 느끼게 될 긍정적인 정서를 예상하는 기능 또한 전전두엽과 뇌의 다른 부위들 (특히 nucleus accumbens: 보상, 즐거움, 중독 등과 같은 특질에 핵심역할을 하는 영역)간의 상호작용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2. 전전두엽: 두뇌의 사령탑, CEO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전두엽은 자각의 모든 요소들과 소통하는 두뇌의 사령탑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즉 이미 설명했듯이 몸의 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슐라, 자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정서기능에 중요한 구조인 편도체, 동기와 보상 등에 관련된 뉴클러스 어컴벤스 (Nucleus Accumbens) 등 뇌의 다양한 영역들과 소통하면서 정서적, 사회적, 인지적 자각기능을 수렴하고 조절한다.
그런데 자각기능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관계하는 전전두엽은 우리 인간에게만 있는 것인가? 데이빗슨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나 고릴라 등 다른 동물들에게도 있지만 그들에 비해서 인간의 경우 다른 영역보다 유난히 전전두엽의 부위가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인간이 정서를 조절하는 역량이 더 우수하다는 의미인가 라는 질문에는 가끔은 그렇지만 반대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정서조절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울이나 불안은 다른 종들에 비해서 인간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이들의 느낌을 감지하고 공감하는 기능이나 그들의 지각을 이해하는 기능과 관련해서 데이빗슨은 인슐라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것을 먼저 지각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일차적으로는 그들의 목소리, 안면표정, 감각신호 등을 감지하는데 필요한 뇌의 영역들이 필요하다. 공감의 또 다른 요소는 우리가 지각하는 상대와 유사한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호를 감지한 뇌의 영역들이 몸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슐라와 소통한다. 공감적 느낌은 우리가 공감하고 있는 사람과 똑같은 몸의 상태를 실제로 우리 몸으로 경험하는 것인데 그와 같은 현상은 감각체계와 연결되어 소통하는 인슐라의 기능에 많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인관계에서 우리가 다른 이들과 느낌을 공유할 때, 우리의 뇌와 몸으로 그들과 함께 느낀다는 의미로서 데이빗슨은 대인관계를 뇌와 몸의 연결이라고 표현했다.
3. 신경가소성: 아동기 경험과 정서스타일
그런데 사람마다 공감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서 더 쉽게 그리고 더 심하게 화를 낸다. 한마디로 일상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매우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 다르게 반응하고 무엇이 다르게 만드는지, 또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보다 긍정적이고 적응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그 답을 찾는 것이 명상신경과학의 궁극적 목적이다. 데이빗슨은 사람들의 화, 공감, 정서조절의 차이는 그들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신속함의 차이와 같다고 한다. 부부간의 다툼이나 상사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학생이 나쁜 점수를 받을 경우와 같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들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어떤 이들은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 다음 아주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또 어떤 이들은 집요하게 여러 시간, 여러 날 동안 부정적인 정서를 지속한다.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데이빗슨은 실험실에서 부정적인 정서가 발생해서 기본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변화의 과정과 시간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뇌의 체계에 핵심적인 요소는 이미 설명했듯이 전전두엽과 정서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간의 연결기능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편도체가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몸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나쁜 일들이 발생했을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사람마다 활성화된 편도체를 가라앉히는 능력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이다. 순간의 위험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함으로서 안전하게 적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편도체의 작동을 가라앉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오랫동안 작동하게 하는 부정적응적인 이들도 있는데 실제로 MRI 상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그 능력의 차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빗슨은 실험실에서 MRI상으로 확인된 사람들의 능력의 차이가 단지 실험실에서 관찰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뇌에서도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생물학(stress biology)이라 부르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데이빗슨은 그것을 스트레스 호르몬의 개인적 패턴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가 스트레스를 겪는 동안에 분비되는 어떤 호르몬이 있는데 그 호르몬들은 몸의 기능들을 동원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호르몬들을 제거할려고 하면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서 편도체를 조절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것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의 패턴이 균형을 잃고 코티솔의 레벨이 높거나 오래지속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코티솔은 혈당을 높이고 면역기능을 약화시킴으로서 다양한 질병에 민감하도록 만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5)
데이빗슨은 개인에 따라서 화와 같은 정서를 더 강하게 또는 약하게 경험하고, 더 오래 지속하거나 빨리 회복하는 것이 개인적인 정서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신경과학 증거들이 개인의 뇌에 차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표적으로 잘못 해석하는 것은, 그 차이가 유전적이고 고정되어 있어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빗슨의 연구결과는 아주 상반된다. 즉 뇌는 우리 몸의 다른 어떤 조직과 비교해서도 경험에 반응하면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데이빗슨은 마음수행과 같은 정신적 개입이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약물보다도 뇌의 특정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고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아동기 경험들이 뇌와 정서스타일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의 동물연구 실험에서 극도로 불안한 양어미(adopted mother)와 반대로 극도로 이완된 양어미에게서 자라난 새끼들의 불안수준은 엄청나게 달랐다. 뿐만 아니라 뇌의 유전자 구조까지도 달랐다. 즉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코티솔의 패턴이 변했다. 이러한 결과는 동물에 비해서 전전두엽의 크기가 더 큰 인간은 더 강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적 결과들은 우리가 중요한 성장기간에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정서적으로 해롭고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엄청 화가 많은 부모에게서 자란다면 신체적 학대가 아닌 단지 정서적 학대만으로도 공감능력에 결정적인 정서를 지각하는 뇌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반대로 뇌의 가소성은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4. 신경가소성: 명상수행이 뇌를 바꾼다
신경과학은 양육스타일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상의 질적인 양육을 위해서 데이빗슨은 지혜를 닦는 불교명상수행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쥐를 대상으로 하는 자신의 연구에서 아주 건강한 뇌를 형성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가 어미가 많이 핥아주는 행위라고 했다. 데이빗슨은 사회적 정서적 학습이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만일 부모가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일시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겠지만 재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이 정서조절을 담당하는 뇌조직을 형성하는데 강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빗슨은 최근 미국에서 하고 있는 사회적 정서적 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운동에 상당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운동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느낌을 알고, 효과적으로 다루고, 공감하고, 또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연령에 맞는 올바른 학습을 돕는 프로그램 세트다. 이 프로그램을 정규 학습프로그램에 포함시켜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실시한다. 관련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받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서 문제행동이 줄고, 학교를 더 좋아하고, 수업태도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또 약물, 폭력, 교칙위반, 수업불량태도 등과 같은 문제행동이 12% 줄었고 학업도 15% 향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분명 내적인 갈등과 학습능력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빗슨은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불안, 부정적 정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면 전전두엽의 인지기능을 직접적으로 방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왔다고 한다. 데이빗슨은 사회적 정서적 학습이 인지학습을 촉진시키는 방법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편 정서와 주의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일 주변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고 안절부절 하는 편집증적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주의는 항상 위험하지 않는 상황이나 신호를 찾느라고 자기 앞에 놓여진 과제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회적 정서적으로 평화로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거짓말을 적게 하게 되고 화가 났을 때 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또 선생의 말에 더 잘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IV. 행복도 학습이 필요하다
달라이라마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데이빗슨은 우리가 긍정적 정서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서조절, 공감, 자애로움 등의 정신특질들을 어느 정도까지 배양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는 명상신경과학 분야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정서에 관한 그의 연구가운데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 활동하는 오른쪽 전전두엽과 의욕적이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고 느낄 때 활동하는 왼쪽 전전두엽 사이의 활동비율에 관한 연구다. 왼쪽과 오른쪽 전전두엽의 활동비율, 또는 휴식비율은 그날의 무드범위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데이빗슨이 수백명의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오른쪽 전전두엽이 아주 많이 활동하는 사람들은 임상적으로 우울과 불안경향성이 있었다. 반면에 왼쪽 전전두엽이 많이 활동하는 사람들은 강한 정서, 부정적 정서를 거의 보이지 않고, 많이 화내지 않고, 화가 났더라도 빠르게 회복한다고 한다. 그의 연구에 참여한 티벳 스님들에게서는 의욕, 긍정적 정서와 연합된 왼쪽 전두엽의 활동이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한다.6)
데이빗슨은 과학이 따뜻한 심장과 결합하면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되지만 과학기술이 부정적 정서와 함께 하면 더 많은 파괴, 살생, 해로움으로 종국에는 세계 자체가 고통하게 될 것이라는 달라이라마의 메세지를 받들어서 연민심을 강조하는 수행법이 실제로 뇌를 변화시키는지 알아보는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의 연구에서 보면 장기 연민수행자들의 뇌는 명상수행을 하지 않는 자들에 비해서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는데 결정적 요인이 되는 인슐라의 활동이 엄청나게 높게 나온다. 그의 연구에 참여한 장기 명상수행자들은 적어도 10,000시간 수행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참여자들은 모두 12,000에서 60,000시간 훈련한 사람들이었다.
한편 데이빗은 장기 명상수행자 뿐만이 아니라 2달 이하의 명상 초심자의 경우나 단기간의 짧은 수행후에도 왼쪽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2달간의 명상그룹과 명상을 하지 않은 그룹 사이에 독감백신에 반응하는 항체의 농도를 비교했을 때 명상그룹의 면역체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데이빗슨은 이와 같은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누구든지 마음훈련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작부터 상당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 그의 연구 결과들은 주의, 정서조절, 긍정적 느낌을 생성하는 능력은 훈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학교 아이들에게 이 훈련을 적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의 뇌는 고도의 가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주위 환경에 대한 민감성, 자각, 스트레스로부터의 빠른 회복,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식들을 갖추도록 훈련시킨다면 우리는 미래의 엄청난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빗슨은 아이들의 과다행동 주의력 결핍증(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경우도 주의를 좀 더 잘 기울이고 집중하며 충동을 조절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충동과 만족을 지연시키는 역량은 청소년 약물남용을 예측하게 한다. 데이빗슨은 기본적으로 약물처방을 반대하는 입장이며, 특히 ADHD의 경우 약물사용이 만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약물에 의해서 도움을 얻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들은 명상수행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약물의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약물의 양을 의미있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결과는 집중하는 능력,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들이 아이들의 뇌를 더 나은 방식, 최선의 방식으로 형성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에 따르면 교사가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단순한 것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V. 2050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명상신경과학에서 지금까지 해온 연구 토대를 바탕으로 데이빗슨은 2050년 쯤에는 다음의 내용들이 현실로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 정신훈련이 마치 오늘날 신체훈련을 하듯이 대중적으로 수용되고 실천되어질 것이다.
2. 우리는 덕을 갖춘 과학을 갖게 될 것이다.
3. 우리는 마음을 의약에 편입시킬 것이고 뇌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에 보다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4. 우리는 다음 사실들을 위해서 명상전통이 가지고 있는 훈련과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개발할 것이다:
① 선생과 아이들에게, 정서와 주의를 더 잘 조절하고 친절, 연민과 같은 정신특질을 배양하는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서.
② 희생자들에게는 용서하는 마음을 배양하고, 가해자에게는 정서조절과 스트레스감소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정방식을 전환하기 위해서.
③ 우리가 타자, 지구, 자연과의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자각하는 능력을 증가시키고 우리의 소중한 환경을 보다 책임감 있게 돌보도록 하기 위해서.
④우리의 중요한 문화기관들이 보다 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우리의 문화가 정중함, 겸손함, 감사함 등의 미덕을 다시 복원하도록 돕기 위해서.
VI. 나오는 말:
달라이라마가 서양과학자들을 향해서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는 화두를 던진 이유는 불교의 요익중생(饒益衆生, 중생을 이롭게 함)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즉,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를 보다 자비롭고 친절한 사람, 덜 이기적이고 덜 공격적인 사람으로 훈련함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화두다. 나아가서 정신치료와 자녀교육, 그리고 고통과 불행을 야기하는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예방하는 교육과 복지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불교수행을 종교적 전통과 수련에 국한시키지 않고, 객관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마음수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고자 함이고 궁극적으로는 중생의 아픔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치유하려는 보살의 자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달라이라마의 저서, 행복의 기술(The Art of Happiness, 1998)에서 달라이라마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학습과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테니스 선수의 팔과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더 길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의 팔과 손가락 운동과 연관된 뇌의 특정부위가 더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과학적 증거에도 수긍이 간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정서와 관련된 뇌의 부위가 더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은 아직도 행복을 운명처럼 여기면서, 그냥 종교적으로 원하고 바라기만 할 뿐, 그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리처드 데이빗슨을 위시한 명상신경학자들은 행복도 다른 기술들처럼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서 입증했다. 이 말은 우리들 가운데 남들보다 불행한 아동기 시절을 보냈거나, 현재 불행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비록 상대적으로 더 힘들고 오랜 훈련의 과정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 불행은 반드시 행복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데이빗슨이 말했던 것처럼 오늘의 “나”가 우리들 인생의 마지막에도 동일한 “나”로 끝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참고자료
서광스님. 뇌과학과 불교. 월간불광, 2008, 9월호
Tenzin Gyatso. Our Faith in Science. The New York Times, 2005년 11월 12일.
Training the Brain: Cultiving Emotional Intelligence-A Conversion with Richard Davidson and Daniel Goleman. More Than Sound Productions. 2008.
1) 서광스님. 뇌과학과 불교. 월간불광, 2008, 9월호
2) Tenzin Gyatso. Our Faith in Science. 2005년 11월 12일. The New York Times.
참고: http://www.nytimes.com/2005/11/12/opinion/12dalai.html
5) 스텐포드에 있는 데비드 스피걸(David spiegel)의 연구에 의하면 정상인의 경우 아침이 저녁에 비해서 하루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코티솔 레벨이 평균보다 4배까지 높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암환자들의 경우 3분의 2정도가 비정정상적인 코티솔 패턴을 보이는데, 최근에 전이성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코티솔 레벨을 낮추는데 실패해서 빨리 사망했다고 한다.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서는 코티솔 조절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스피걸은 코티솔이 계속 작동한다는 것은 마치 차의 엔진이 쉬지 않고 계속 작동해서 오일이 다 소진되고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원리와도 같다고 한다.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jeIieRgThl0
한국불교 심리치료 연구원에서 옳겨옴
첫댓글 자애님~^^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