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 성석제 장편소설, 2015.3.23. 여주모 독서모임, 남포면옥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짜증이 났으며 맘에 안 들었다! 그 이유는!
1. 스토리가 영화 <국제시장>과 비슷하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이런저런 많은 사실을 나열하고 있다.
<국제시장>도 그렇지만 이 소설도 그 과거사 중에 어느 것들만 특정해서 서술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나 많은 사건사고들을 서술해 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과거사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심리 묘사나 사랑이야기 같은
따뜻한 이야기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우리의 삶도 그 어떤 시대건 살만한 그 무엇들이 있었을텐데
이 소설은 그러한 면들을 너무 드라이(dry) 하게 서술했다.
2.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에 있어서 등장인물들을 좀 명확하게 구분해 주어야 하는데,
"빈번하게 바뀌는 화자들의 배턴터치도 독자의 주의력을 환기하고 인물들에게 풍부한 입체성을 부여"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리고 이러한 전개방식이 소설에서는 자주 쓰는 방식이지만,
나는 이러한 방식은 독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고 쓸데없는 멋을 부리는 방식이라고 폄하하고 싶다.
굳이 독자들을 지나치게 긴장하게 하고 짜증나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Chapter도 나누고 소제목도 많이 달면 소설의 가치가 떨어지나?
3. 대개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서사적인 작품들은 성공 아니면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마무리를 비극적으로 전개하는데, 그 상징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어제 이 투명인간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나처럼 현실적인 사람에게는 이것이 비현실적이고 애매하게만 보인다. 아무리 소설이고 상징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해학적인 입심은 탁월하다.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소설 속에 얼버무려 놓는 재주는 역시 소설가다운 재능을 지녔다.
압축성장과 개발만능 시대를 살아가면서 희생되고 뭍혀버린 민중들의 고되고 피폐한 삶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읽으면서 곳곳에서 우리세대가 겪어왔던 시대적인 사건들과 애환들을 상기할 수 있었다.
예컨데 연탄가스 중독 문제, 교통경찰들의 뇌물수수, 선생님들의 가정방문, 고문, 구로공단, 파업과 손해배상 문제... 그러한 문제들을 소설내용 속에 비교적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집어넣었는데, 그래서 전체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는 높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대사에 있어서 에피소드에 가까운 그러한 문제들을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든가 해야지
이런 식으로 툭 던져 놓고 나몰라라 하는 방식은 좀 무책임하고 안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컨데 이 책에도 <국제시장>에서와 같이 월남전 이야기가 나온다.
그 전쟁이 우리에게 현대사의 비극적인 상처와 함께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 중요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피상적으로만 언급되어 좀더 심층적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대개들 성공신화에 익숙해져 있다.
고 정주영회장이 아니라도 우리 친구들의 부모님들과 같은 성공신화도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리세대에는 성공신화가 그래도 많았는데 만수같이 안 풀린 인생도 더 많았겠지!
성석제는 그렇게 안 풀린 인생들을 위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弔詞(조사)이야기를 쓰고 싶었던거고!
결말을 투명인간으로 만든 것은 삶의 비극성을 그나마 무마하려 했던 것 같고!
"종국에는 어찌할 도리 없는 슬픔과 서늘한 감동이 몰려"왔다는 느낌도 있을 수가 있지만
나는 읽는 동안 짜증이 났고 읽은 후에는 좀 우울했다!
왤까? 우리의 아마도 나도 삶이 비극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익히 있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경쾌한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더 컷기 때문일거다!
아마 이것은 내 탓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