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김인세 총장이 기부자의 서명을 무단으로 도용해 건축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대는 지금까지 최고의 대학발전기금을 기부한 ㈜태양 송금조 회장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송 회장측은 ‘사문서 위조’ 행위로 간주하고 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사건 전말에 대해 취재해 봤다.
양산 캠퍼스 부지대금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 왜?
진화 나섰지만 ‘글쎄’…나머지 잔금 받기 어려울 듯
송 회장 부부는 지난해 7월, 기부 약정한 305억원 가운데 이미 사용된 기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110억원을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기 위해 부산대를 상대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냈다.
소장 내용을 보면 당초 발전기금 305억원은 고향인 경남 양산에 들어설 부산대 컴퍼스 부지 구입비로 내기로 한 것인데 김 총장은 이를 ‘부산대 캠퍼스 건설 및 연구 지원기금’으로 용도를 바꿔 195억원의 대부분을 유용했다는 것.
송 회장측 “사문서 위조해당”
지난해 12월24일, 송 회장 측은 부산대 김 총장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과 관련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사건 당사자인 김인세 총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상태다. 부산대는 이에 따라 1월15일 공판에서 김 총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금조 회장은 지난 2003년 부산대학이 경남 양산 지역에 제2캠퍼스를 만들기로 했지만 부지 마련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지매입 비용 305억원을 전액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155억원을 기부한 송 회장은 나머지 금액은 2009년까지 향토 교육을 위해 낼 계획이었다. '
이후 2003년 11월에는 전재산 1000억원을 ‘국가의 교육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설립한 경암교육문화재단에 사재 1000억원을 출자했다. 송회장의 기부금은 단체가 아닌 개인 기부로서는 국내 두 번째 최고액으로 부산대 기부금 역사상 최고로 기록돼 있다.
송 회장의 부인 진애언 씨는 “송 회장의 서명을 도용해 건설업체 선정에 사용한 것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동의해주거나 사인해 준 적이 없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기부를 했을 때 사용 내역에 대해 밝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부산대는 사용처를 밝힐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며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송 회장 측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설 명절 때 김 총장은 송금조 회장 집을 방문해 송 회장의 기부금 305억원을 부산대 건물 건립에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특약서와 특정 건설업체와 설계사무소를 지정하는 사업자 선정 문건 등 4건의 문건을 가져가서 서명 2개를 받아 갔다. 이후 송 회장 측이 기부금의 용도가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므로 건축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요구를 받아 들여 서명 원본을 돌려줬다.
하지만 C 언론에 의하면 송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문건이 대학 건물의 건축계약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건설업체는 김 총장이 부산대 강의동 건축을 위해 건축계약을 체결하면서 송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사업자 선정 문건’을 첨부했다고 확인해 줬다.
건축계약을 위해 송 회장이 서명이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립대학인 부산대가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지만 부산대학과는 별도인 발전기금 재단을 통하면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부산대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대학교에 들어 온 기부금은 해당 법인체를 통해 운영되며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고 건축계약을 할 때 서명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재단 통하면 수의계약 가능?
관계자는 또 “24일 첫 공판 때 송 회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서명원본은 단순하게 컴퓨터로 출력한 종이 위에 서명한 것으로 정식서류로 보기엔 증거자료로는 불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건설업자들은 부산대의 이런 행보를 놓고 일반적으로 건설업체의 수의계약의 문제점들이 뇌물수수, 계약의 변조, 특정기업과의 결탁, 해당 업무관계자의 부패 등으로 지적되고 있어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이 수의계약 대신 공개입찰을 하는 것과는 역행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처음 약정서를 체결할 당시 송 회장의 기부금 305억원 용도가 부지대금 및 대학연구 발전기금으로 쓰일 수 있도록 체결했기 때문에 부산대 캠퍼스의 강의동 건물을 짓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학교발전기금 68억4800만원 투입을 인정했으며 송 회장 측의 요구가 있어 문제의 사업비를 다른 사업비로 대체해 원래의 부지매입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송회장 측은 이와 관련 “송 회장의 뜻대로 기부금이 사용되기를 바랐는데 기부금 사용용도 등이 적절하지 못하게 운영돼 나머지 자금을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