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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청 가
송나라 원풍 말년에 황주 도화동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였다. 누대명문거족으로 명성이 자자터니 가운이 불행하여 삼십후 안맹이라 낙수청운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요.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 부인이 있난디, 주남 소남 관저시를 모르난 것 전혀 없고 백집사 가감이라 곽씨부인이 몸을 버려 품을 팔제
삯바느질 관대 도복 행의 창의 직령이며, 섭수 쾌자 중치막과 남녀의복의 잔누비질 상침질 갓끔질과 외올뜨기 꾀담이며 고두누비 솔오리기 망건 뀌매기 갓끈 접기 배자 토시 버선 행전 포대 허리띠 단임 줌치 쌈지 약랑 필낭 휘양 볼끼 복건 풍차이며, 처네 주의 갖은 금침, 베갯모 쌍원앙 수도 놓고 오색 모사 각대 흉배 학기리기, 궁초 공단 수주 선주 낭능 갑사 운문 토주 갑주 분주 표주 명주 생초 통견 조포 북포 황저포 춘포 문포 제초리며 삼베 백저 극상 세목 삯을 받고 맡아 짜기, 청황 적백 침향 오색 각색으로 다 염색허기, 초상난 집 원삼 제복, 혼장 대사 음식 숙정, 가진 제편 중계 약과, 박산 과자의 다식 정과 냉면 화채의 신설루며, 각각 찬수 약주 빚기 수파련 봉오림과 배상허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이 다진토록, 품 팔아 모일 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양 만들어 양을 지어 관돈 도니, 일수체계 장리변에 이웃 집 사람들게 착실한 곳 빚을 주어 실수없이 받아 들여 춘추시향에 봉제사, 앞 못보는 가장 공경 시종이 여일허니, 상하 일리의 사람들.
곽씨부인 어진 마음 뉘아니 칭찬허리. 하로난 심봉사 먼 눈을 삔덕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죄로 이생에 나를 만나 날 이렇게 공대허니 나는 편타 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그러나 어쩔 것이오. 사는데로 살아가ㅚ 오늘은 지원 할 일이 있소. 우리년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 혈육 없어 조상향화 끊게 되고, 우리내외 사후라도 초종장
사 소대기며, 년년이 오난 기일, 어느뉘라서 받드리까. 그러나 우리가 사십 후에라도, 명산대찰 신공이나 드려, 남녀간에 낳어 보면 평생 한을 풀겠구만.“ 곽씨부인 이말 듣고 공손히 대답허되 「가군의 정대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하였더니」지금 말씀 그리허오니 지극 신공 하오리다. 「옛 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친 무후위대라 하였으니」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거 정성껏 빌어 보오.
곽씨부인 그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왼갖 공을 다 드릴제, 명산 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석왕사며, 석불 미륵 서계신디, 허유 허유 다니시며, 가사 시주, 인등 시주, 창호 시주, 십왕 불공, 칠성 불공, 나한 불공, 가지 가지 다하오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 꺽어지랴? 갑자 사월 초파일야 한꿈을 얻은지라. 서기 반공하고 오색 채운 영롱터니, 하날의 선녀 하나 옥경으로 나려올제, 머리위에 화관이요, 몸에난 원삼이라, 계화가지 손에 들고, 부인 전 배례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 정신이 산상의 솟아난 듯, 남해 관음이 해중의 다시 온 듯 심신이 황홀허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의 고운 태도 호치를 반개허고, 쇄옥성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 딸이려니, 반도진상 가는 길에, 옥진비자 잠깐 만나, 수어 수작을 허옵다가, 시가 조끔 늦었기로, 상제께 득죄허여 인간의 내치시메 갈 바를 몰랐더니, 태상노군 후토부인 제불보살 석가님이 댁으로 지시허여 이리 찾아 왔아오니 어엿비 여기소서” 품안에 달려 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양주 몽사 의논허니, 내외 꿈이 꼭 같은지라, 그 달부터 태기가 있난디,
석부정부좌 할부정불식, 이불청음성, 목불시사색, 좌불안석 십삭이 찬연후에
하루난 해복 기미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 봉사 좋아라고,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을 내여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짚 한줌 쑥쑥 추려 정화수 새 소반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 급한 마음, 순산 허기를 기다릴제, 향취가 진동허고, 채운이 두루더니 혼미 중 탄생허니, 선인 옥녀 딸이라.
곽씨부인 정신 차려, 순산은 허였으나, “남녀간에 무엇이요?” 심 봉사가 눈 밝은 사람 같고 보면, 아이를 낳을 때 분간을 하렸만은 앞 못보는 맹성이라 거보아 알 수 가있나, 아이를 만저 보려 헐제, 꼭 위장꾼 좀장 졸라 내려가듯 허것다. “자 어디 보자, 어디, 어이쿠,” 거침세 없이 미끈덕 넘어가니,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났는가 보오.” “만득으로 낳은 자식 딸이라니 원통하오.” “여보마누라, 그런말 마오. 아들도 잘못두면 욕급선영 하는 것이고, 딸도 잘만 두면 아들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 범절 잘 지켜, 침선 방적 잘 시켜, 요조숙녀 군자호구 좋은 배필, 부귀다남 하고 보면 외손 봉사는 못하리까, 그런 말 마오.” 심 봉사 좋아라고,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에 받쳐 놓고 비난디, 이런 사람 같으면 오죽 조용히 빌련마는, 앞 못보는 맹인이라, 팩성질이 있든가 보더라. 삼신제왕이 깜짝 놀래 삼천 구만리나 도망가게 빌어 보는디.
“삼십삼천 도솔천 승불제석 삼신제왕님네 화우동심허여, 다굽어 보옵소서. 사십후의 낳은 자식, 한달두달 이슬맺어, 석달의 피어리고, 넉달의 인형 삼겨, 다섯달 오포나고, 여섯달 육부 생겨, 일곱달 칠규 열려, 여덟달에사만 팔천 털이 나고, 아홉달에 구규 열려, 열달만으 찬김 받어 금강문, 하달문 고이 열어 순산허니, 삼신님 넓으신 덕택 백골 낭만 잊으리까? 다만 독녀 딸이오나, 동방삭이 명을 주고 태임이 덕행이며 대순 증자 효행이며, 기량 일처 절행이며, 반희의 재질이며, 촉부단의 복을 주어, 외붓듯 달붓듯 잔병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 허게 하옵소서”
그때의 곽씨부인은 산후 손대없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드니, 뜻밖에 산후 별증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 달싹 못하고,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머리야, 사대삭신 육천 마디 아니 아픈데가 전혀없네” 곽씨부인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가군의 손길 잡고, 유언허고 죽든이라. “아이고 여보, 가장님. 내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 백년 봉양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초종 장사 마친 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이 이뿐인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 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 헌 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 뉘라 허리.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할 곳 바이 없어 집팽막대 흩집고 더듬 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의 채여 넘어져서, 신세 자탄 우는모양 내 눈으로 본 듯 허고, 기한을 이기여 가가문전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리, 명산대찰 신공 들여,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말이 웬말이요. 이일 저일을 생각허니, 멀고 먼 황천길을 눈물 겨워 어이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 마을 귀덕어미 정친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앞에 찾아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 상면을 허게 허오. 헐 말은 무궁허나 숨이 가퍼 못 허것오.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두고 유언하고 돌아눈다.
“아차, 아차, 내 잊었오. 저 아이 이름일랑 청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 비단 금자박어 진옥판 홍사 수실, 진주 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어주고, 나라에서 하사허신, 크나큰 은전 한푼 수복강녕 태평안락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여주고, 나 찌든 옥지환이 손에 적어 못찌기로 농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여주오” 한숨 쉬고 돌아 누워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아이고, 내새끼야. 천지도 무심허고 귀신도 야속허지, 네가 진작 삼기거나, 내가 조금 더 살거나, 더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지통을 널로 하여 품게 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기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 되어서러. 폭각질 두 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그때에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든다고 다 죽을 리가 있겠오. 나 의가에 가서 약지어 올 터이니, 부디 안심허오” 심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서 약을 지어 돌아와, 수일 승전반에 얼른 짜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약 자시면 즉효 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이 있으리오. “어! 식음을 전폐 터니 기허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코궁기 찬김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 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서름이라는게 어지간 해야 울음도 울고 눈물도 나는 것이지, 사뭇 아람이 차노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심 봉사가 기가 막혀 섰다 절컥 주잖지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다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할인이요. 병불능살인이라더니, 약이 도려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 연화세계 환생차로 진언 외고 염불이나 허여 줄걸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글 치둥글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섣달 설한풍에 무얼입혀 길러내며 뉘 젖먹여 길러 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벽도 요지원의 서왕모를 따라가. 황능묘 이비 함께 회포말을 허러가. 천상에 죄를 짓고 공을 닦고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동네 사람들! 차소에 계집 추는 놈 미친놈이라 허였으되, 현철하고 얌전한 우리 곽씨부인이 죽었오!” 방으로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으로 이러나, 농담으로 이러나. 실담으로 이러는가 이지경이 웬일이여. 내신세는 어쩌자고 이 죽엄이 왠 일이요!”
동리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자식 엇쩌시랴요” 곽씨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 모아 들어 초종지례를 마치난디, 곽씨 시체 소방상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혀 놓고, 명정 공포 삽선 등물 좌우로 갈라 세우고 거리제를 지내는디.
영이기가 왕즉유택 제진견례 영결종천 관음보살. 춘초는 연년히 푸르건만 왕손도 귀불리라. 관음보살.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 넘차 너화넘.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북망산천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이 북망이로구나. 허 넘차 너화넘. 인제가면 언제나 올라요 오시만 날을 일러 주오. 어화넘 어허넘어 어이가리 넘자 너화넘. 물가 가제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않아서 밤을 줍는디, 원산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인경치고 바루를 치니 각댁한 님이 개문을 헌다. 어 너마 너화넘. 어너 어너 어허너 어허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 봉사는 어린아이를 강보에 싸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 지어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가오. 나 허고 가세. 나 허고 가세! 산첩첩 노망망에 다리가 아퍼서 어이가며, 일침침 운명명이 주점이 없어서 어이가리. 부창부수 우리 정분 날과 함께 가사이다.” 상여는 그대로 나가며 어화넘자 어화너.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자 어화너. “여보소 친구네들, 세상사가 허망허네. 자네가 죽어도 이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 팔자로다. 어넘자 어화너. 현철허신 곽씨부인 불쌍허게 떠나셨네” “어넘자 너화너.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자 너화넘”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 후에 평토제를 지낼 적에, 심 봉사가 이십후 맹인이라 배운 것이 있어 그전 글이 문장이었던가 보더라. 축문을 지어 신세 자탄으로 독축을 허는디.
차호부인, 차호부인, 요차․요조숙녀혜여 상불구혜고인이라, 기백년지 해로터니, 홀연몰혜 어언귀요. 유치자이 영세허니, 이걸 어이 길러 내며, 누삼삼이 천금혜요, 지는 눈물피가 되고, 심경경이 소혼혜여, 살길이 전혀 없네.
“주과포혜 박찬허나, 만사를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 허리. 노이 묻혀 환부라니, 사궁 중에 첫머리요. 아들없고 눈 못보니, 몇가지 궁이 되단 말과, 무덤을 검쳐 안고 내리 동글치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동네 사람들이 만류하며,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자식 어쩌시랴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할일없이 동인들게 붙들리어.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허고, 방안은 텅 비었난디. 심봉사 실성발광 미치는디, 얼사덜사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 집고 이웃집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왔오?”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가서 쑥내 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을 울제. 그때의 귀덕어미 아이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 아이를 보시드래도 그만 진정하시오” “허허, 귀덕어민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가고, 아이 안ㄱ 자탄할제. 강보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 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새끼야, 너의 모친 먼디 갔다. 낙양동촌 이화정에 숙랑자를 보러 갔다. 죽상제루 오신 혼백 이비 부인 보러 갔다. 가는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이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우느냐? 강복수생 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 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 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 얼마나 좋으면, 아그 초칠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마라, 어서 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새끼야”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 새기를 기다릴제.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설적에 한 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집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안에 어미 잃고 기허허여 죽게 되니,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인들 아니 주며 도척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 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 말고 자주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저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이집 저집을 다닐적에 삼배길쌈 허노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약볕에 기음매는 부인들게 더듬더듬 찾어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게 더듬더듬 찾어가서,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젖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여 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 주며 “맘쌀이나 허여주오.”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 허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올제, 어덕밑에 수풀에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딸 배 부르다. 배가 뺑뺑 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을 한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 닮아 현철하고, 얌전하여 애비 귀염을 보이여라.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딸이야. 둥둥둥 어허둥둥 내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 준들 너를 사랴. 백미 닷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딸이야. 어덕밑에 귀남이 아니냐. 슬슬 귀여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둥둥둥, 오호 둥둥 내딸이야.”
둥둥, 내딸, 어허, 둥둥 내딸. 어허 둥둥 내딸. 이리 보아도 내딸, 저리 보아도 내딸. 엄마 아빠 도리도리, 주얌 주얌. 잘강 잘강 선마 둥둥 내딸. 서울가 서울가 밤하나 얻어다. 두룸박 속에다 넣었더니, 머리감은 생쥐가 들랑달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에 한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 주마, 우루 루루루루, 둥둥둥, 오호 둥둥 내딸이야.“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놓고, 동녕차로 나갈적에.
삼배 전대 외동 지어 왼 어깨 들어매고 동녕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동냥, 어린아이 맘 죽차로 쌀 얻고 감을 사, 허유허유 돌아 올 제. 그때의 심청이난, 하늘이 도움이라 일취월장 자라날제, 십여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를 아니 잊고 헐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를 의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이 이 아니냐.
하로난 심청이 부친전에 단정히 앉아, “아버지” “웨야” “아버지 오날 부터는 아무데도 가시지 마옵시고 집에 가만히 계시오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 하오리다.” “여보아라, 청아. 내 아무리 곤궁헌들 무남독녀 너 하나를 밥을 빈단말이 될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말 마라.”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난 현인으로 백리의 부미 허고, 순유 딸 제영이난 낙양옥에 갖힌 아비, 몸을 팔아 속죄허고, 말 못하는 까마귀도 공림 저문날의 반포은을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도 할 것이요, 바람불고 날 추운디,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여봐라, 청아. 너 이제 허는 말 어데서 들었느나? 너의 어머니 뱃속에서 배워 가지고 나왔느냐, 너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집만 다녀 오너라.”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 베 중의 다님 메고 말만 남은 헌 초마에, 깃 없는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보선에 청목휘양 둘러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쳐 나갈적에, 원산의 해 비치고, 건너마을 연기일제, 주적주적 건너가 부엌 문전 다다르며 애근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안에 죽은 후에, 앞 못보는 우리 부친 저를 안고 다니시며, 동녕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나, 앞 못보는 우리 부친 구완 헐길 전혀없어 밥을 빌러 왔아오니, 한술씩만 덜 잡수고, 십시일반 주옵시면, 치운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겄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 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이 주며, 혹은 먹고 가라허니, 심청이 엿자오되, “추운 방 우리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 전에 가 먹겟네다.” 한 두집이 족헌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올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때는 원산이 해가 조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이 되었구나.”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아니허며 시장인들 안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 튀각 갈치 자반, 어머님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봉사가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부여다 입에대고 훅, 훅, 훅 불며 “아이고, 내딸 춥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왠 일이냐. 너의 모친이 살았으며, 이런 일이 있겠느냐?”
부친을 위로허여 진지를 잡수시게한 후, 세월이 여류허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이 출천하고 얼굴이 일색이라, 이러탄 소문이 원근에 낭자허니, 하로난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구나. 심청이 부친전였자오되, “아버지” “웨야?” “무릉촌 장 승상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사오니 엇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이애 청아, 그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하게 지내였다. 네가 진작 가서 뵈올 것을 이제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허고 수이 단여 오너라.” 부친의 허락을 받고,
시비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댁을 찾어가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섯난 반송 광이 건 듯 불면, 노룡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의 다 지르르륵 끌며, 뚜루루룩 낄룩, 징검징검, 와룡성이 거의 허구나.
계상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에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로다. 이 내말을 들어 봐라. 승상 일찍 기세허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감이 완허고 어린자식 손자 없어, 적적한 빈 방안에 대하노니 촛불이요, 보는 것 고서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로 저렇듯 곤궁허니, 나에 수양딸이 되어 예공도 숭상허고, 문필도 학습허여 말년 재미를 볼까 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뇨?”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 한 후, 앞 못보는 아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겠네다.” “기특다.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짜오되, “추운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 건너 가겼네다.” 부인이 허락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이 주어 시비 함께 보니겄다. 그때의 심봉사는 딸 오기만 기다릴제,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들제, 먼디 절 쇠북 소리, 날 저문줄 짐작허고 딸 오기만 기다릴제, “어찌하여 못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허느냐, 길에 오다 욕을 보나? 백설은 펄펄 흐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루루루, 날아 들어도 ”내딸 청이 네 오느나?“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내딸 청이네 오느냐?“ 아무리 부르고 기다려도 적막공산의 인적이 끊쳤으니, ”네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헐거나, 신세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이래서는 못쓰것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집팽이 흩어집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나가면서 심청을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오느냐?” 그때의 심봉사는 딸의 덕에 몇 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량 출입이 서툴구나, 집팽이 흩어 집구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 더듬 나가다가, 길 넘어 개천물에 한발자칫 미끄러져 꺽꾸로 물에가 풍! “아이고, 사람살려!” “어푸!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빠져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잘 죽는다. 정신도 말끔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한참 이리 요란헐제,
중 하나 올라 간다. 중하나 올라 간다. 다른중은 내려온디, 이중은 올라간다. 이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 화주승이라. 절을 중창 허랴허고 시줏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저물어져 흔들 흔들 흔들거리고 올라 갈제. 저 중의 맵시보소. 굴갓 쓰고, 장삼 입고, 백팔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어, 용두새긴 육환장, 채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툭탁 집고, 흔들, 흔들, 흔들거리고 올라 갈제. 중이라 허는 게, 속가에 가도 염불, 절에서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 간다더라 나무 아미타불. 원산은 암암허고 설월이 돌아오는디, 백저포도 장삼은 바람결에 펄렁 펄렁 염불을 허는디, “아, 아, 어허, 상례소수 불공덕 회양삼천 실원만 원앙생 원앙생 제불중천 제갈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허고 올라갈 제, 한곳 당도허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 저문 날 하소대로 울고가는 양태진의 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환하여 날 흘리는 울음인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을 들어 메고 이리끼웃, 저리끼웃 끼웃거리고 올라 갈 제 한 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저 중이 급한 마음, 저 중이 급한 마음, 굴갓, 장삼 훨후러 벗어 되는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다님 끄르고, 고두누비 바지가래 따달 딸딸 걷어 자감이 딱 붙쳐, 무논의 백로 격으로 징검 징검 징검 거리고 들어가 심 봉사 꼬두래 상투를 에뚜루미처 건져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 봉사라.
심 봉사 정신 차려, “죽을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이요, 거 뉘가 날 살렸오?”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 이온데, 시주집 내려 왔다가 돌아 가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오.” “허허, 활인지불 이라더니 대사가 날 살렸소그려.” “여보 봉사님. 꼭 내말만 들으면 두눈을 뜰것이요마는,……” 심봉사가 눈뜬다는 말을 듣더니 “아니 그 어쩐 말이요?” “공양미 삼백석만 우리절에 시주하면 삼년내로 눈을 뜰것이오 마는.” 심봉사가 눈뜬다는 말에 후사는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지르난디, “여, 대사, 자네 말이 꼭 그럴진대,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문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 없어 “봉사님 세력을 헤아리면 삼백석은 말고 삼백 주먹이 없는이가 함부로 그런말을 하오?” 심봉사 화를 내여 자네가 내 수단을 어찌 아는가, 잔말말고 썩 적게 적어.“ 저 중이 권선에 적은 후에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하오.“ 중은 올라가고 심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허니 이런 실없는 일이 없든가 보드라.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 들렸네. 공양미 삼백석을 내가 어찌 구하리요. 살림을 팔자허니 단돈 열량을 누가 주며, 내몸을 팔자 허니, 앞 못보는 병신 몸을 단돈 서푼을 누가주리. 부처님을 속이며는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 못보는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거드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궁고혼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석 지우고 가소. 대사!” 실성 발광 기가막혀 혼자 앉어 탄식헌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보고 깜짝놀래 발구르며 “이것이 웬일이요? 살없는 두귀밑에 눈물흔적 웬일이며, 솜없는 헌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지경을 당하였오. 승상댁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만류허여 어언간 더디였오. 말을허오 말을허오 말을허여 답답허여 못살것오.”
심봉사 할 일없어 “여보아라, 청아. 너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듬 더듬 나가다가 이앞 개천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었난디, 뜻밖에 몽은사 화주승이 올라가다 나를 구해주고, 날더러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에 시주하면 삼년내로 눈을 뜬다 허더구나 그리하여 눈뜬 단말에 후사는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에 적어 주었으니 이를 어쩔거냐. 아무리 생각허여도 백계무책이로구나.”
“아버지 듣조시오. 왕상은 고빙허여 어름궁기 잉어 얻고, 맹종은 읍족허여 눈 속에 죽순얻어 양친성효를 하였으며, 곽거라는 옛사람은 부모 반찬허여 놓으면, 제 자식이 먹는다고 산자식을 묻으랴고 땅을 파다 금을 얻어 부모봉양을 허였으니, 사친지 효도가 옛사람만 못하여도 지성이면 감천이라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부친을 위로하고 그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허고 지극정성을 드리난뒤,
후원에 단을 묻고 북두칠성 자야반에 촛불을 도도켜고, 정화수를 받쳐놓고, 두손 합창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 하옵소서. 무자생 소녀 아비 삼십전 안맹허여 오십이 장근토록 시물을 못하오니, 아비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아비눈을 밝게 허옵소서. 인간의 충효지심 천신 어이 모르리까. 칠일 안에 어미 잃고 앞 어둔 부친에게 겨우 겨우 자라나서 십오세가 되었으나, 욕보지덕택인데 호천망극이라,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에 시주허면 부친 눈을 뜬다허니, 명천이 감동허여 공양미 삼백석을 지급허여 주옵소서.“
이렇타시 빌어갈제,
하루난 문전의 외는 소리 “우리는 남경장사 선인으로 임당수 인제수를 드리고저, 십오세나 십육세나 먹은 처녀를 사려허니, 몸 팔일이 뉘 있읍나? 있으면 대답을 허시오, 아-”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천재일시의 좋은 기회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하고, 선인 한사람을 청하여 엿자오데, “소녀난 당년 십오세인데 부친을 위하여 몸을 팔려 하오니 나를 사 가심이 어떠하오?” 선인이 좋아라고, “출천지대효로고,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 삼백석만 내월 십오일 내로 몽은사로 올려주오.” “참으로 효녀로고, 그리하오. 그러나 우리도 내월 십오일이 행선날 이오니 어찌 하오리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피차 약속을 정하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부친을 속일 수가 없는지라. 심청같은 효녀가 부친을 속일 리가 있으리오마는, 속인 것도 또한 효성이라, 부친을 속이는디, “아버지, 오늘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래 “아가, 거 웬 말이냐?” “아버지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한걸 분명 대답 못했지요.” “그래서” “오날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저를 수양딸로 다려간다 하옵디다.” “아가, 그일 참 잘되었다. 그러면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 십오일에 가기로 하였네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시고 가기로 하였네다.” “그렇지, 눈 먼놈 나혼자만 둘것이냐, 잘되었다. 앗다, 야야, 그일 참 잘되었다.”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하고 행선날을 기다릴제,
눈 어둔 백발부친 생존시에 죽을일과 사람이 세상에 나, 십오세의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서름이 간장으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의복 빨래허여 농안에 담어두고, 갓 망근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행선일을 생각허니, 하룻 밤이 격한지라. 모친 분묘 찾어가서, 주과포혜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 심청이난 부친 눈을 띠우랴고 삼백석 몸이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불쌍헌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가며, 분묘의 돗난 풀을 뉘 손으로 벌초하며, 년년이 오난 기일 뉘랴서 받드리까? 내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흠양 허옵소서 사배 하직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위로하고 밤 적적 삼경이 되니, 부친이 잠든지라 후원으로 돌아가서 사당문을 가만히 열고 분향사배 우난 말이 ”불효여식 청이는 선영향화를 끊게 되니 불승영묘 허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부친이 잠들어 아무런 줄 모르거날 심청이 기가막혀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를 어찌허고 가리. 이내한몸 없어지면 동네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어찌 잊고 돌아가리, 아이고, 아버지, 날 볼밤이 몇 밤이며, 날 볼날이 몇 날이요.’ 얼굴도 대여보고 수족도 만지면서 ‘아버지, 오늘밤 오경시를 함지에 머무르고, 내일아침 돗는 해를 부상에다 매량이면, 불쌍허신 아부지를 일시라도 더 뵈련마는 인력으로 어이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요“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 맹상군이 아니어듯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하략낙일 수운리는 소통국 모자이별 용산이 형제이별 서출양관 무고인이라 상봉헐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친 이별이야 어느때나 다시보리.
벌써 동방이 밝아지니, 심청이 하릴없어 정신을 다시 차려 “이래서는 못쓰겠다. 부친 망종이나 지으리라” 부엌으로 나오니 벌써 문밖에 선인들이 늘어섰거늘, 심청이 빨리 나가 “여보시오 선인네들, 부친 진지나 잡수시게 허고 떠나는게 어떠하고.” 선인들이 허락허니 아침밥을 얼른 지어 소반 위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일어나 진지 잡수세요.” “얘, 오늘 아침밥은 매우 일쿠나. 청아 그런데 간밤에 내가 묘한 꿈을 꾸었느니라. 니가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 보이드구나. 그래서 내가 뛰고 궁글고 야단법석을 쳤는디, 수레라 허는 것은 귀인이 타는 것이여. 내가 꿈 해몽을 허였지. 꿈에 눈물은 생시에 술이라 오늘 장승상댁 부인이 너를 다려갈려고 가마를 보내실 란가 보다. 오늘 장승상 댁에서 술에다 고기에다 떡에다 잘먹을 꿈인가부다.” 심청이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허고, “아버지 그 꿈이 장히 좋습니다. 진지 잡수세오.” “아가, 오늘 아침 반찬이 매우 걸구나, 뉘댁에 제사 지냈더냐?” 진지상을 물리치고, 담배 붙여 올린 후에, 심청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머니 앉었다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제는 부친을 더 속일수가 없는지라.
심청이 거동봐라. 부친 앞에 우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한번 부르더니 말못허고 기절한다. 심봉사 깜짝놀래 “아이고, 이거 웬일이냐 어허, 이거 웬일이여. 아니 얘가 어디 급체 하였는가, 아가 정신 차려라, 누가 봉사딸이라고 정개 하드냐.”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아버지를 속였오.” “아,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일을 속였난디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 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의 제수로 오늘이 행선 날이요. 어느때나 뵈오리까”
그때의 심봉사는 눈뜨기는커녕, 눈빠질 말을 들었으니, 이일이 어찌 되겄느냐? 심봉사가 이말을 듣더니 어쩔줄을 모르고 “에이,”
“허허 이것 웬말이냐? 못허지야 못하여 아이고 청아! 애비보고 묻도 않고 너 이것이 웬일, 못허지야 못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듸 너 팔아 눈을 뜬들 무엇보자 눈을 뜨랴 철모르는 이자식아, 애비 설움을 너 들어라. 너의 모친 너를 낳고 칠일안에 죽은 후에 앞 못본 늙은 애비가 품안에 너를 안고 이집 저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 근심 햇 근심을 널로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가리라.” “그때의 선인들이 문밖에 늘어서 심낭자 물 때 늦어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봉사 이말 듣고 밖으로 우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사서 제 지낸디 어데서 보았느냐? 옛글을 모르느냐? 칠 년 대한 가물적에 탕임군 어진마음 사람잡아 빌랴허니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몸으로 희생되여 전조단발 신영백모 상림 뜰에 빌었더니 대우방 수천리에 풍년이 들었단다. 나도 오늘 내몸으로 대신 가리라 아이고, 동네 사람들, 저런 놈들을 그저 둬, 내딸 심청 어린 것을 꼬욤 꼬욤 꼬여다 인당수 제수허면 네 이놈들 잘 될소냐?”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심청이 기가막혀 부친을 부여 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천륜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리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보고 좋은디 장가들어 칠십생남 하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선인들이 이 정상을 보고 전곡을 따로 내여 동인들게 부탁허되, 심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여 주었구나. 그때에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께 엿짜오데 “아버지 장승상댁 부인이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윗따, 그댁에난 열 번이라도 가고 백번이라도 가거라.”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촌을 건너갈제,
시비따라 건너간다. 울며불며 건너갈제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양친이 구존허여 부귀영화로 잘사는듸, 내 신세는 어이허여 십오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하여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기는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이 지극허나 앞 못본 너의 부친 뉘게 의탁 하랴느냐? 공양미 삼백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하라.” 심청이 엿자오데, “장사하는 선인들게 수삭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말 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말 못허시고 “니 진정 그럴진데,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너를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을 즉시 불러 심낭자 생긴 형용 역역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놓고 화용월태 고운얼굴 모란화 한 송이가 세우중에 젖인 듯이 난초 같은 푸른머리 두 귀밑에 따인것과 녹의홍상 입은 태도 낱낱이 그려내여 족자떠러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화제를 쓰시난디, 생기사귀 일몽간허여 연장하필 누삼삼고 세간으 최유 단장처에 초록강남 인미환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 안고 “인제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는 날이나 일러다오.”
심청이 일어서며 “물때가 늦어가니 어서 건나가것네다.”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선인들은 재촉하고 부친은 뛰고 우니,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게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디.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초마자락을 거듬 거듬 거더안고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뭇친다. 업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 따라갈제. 건너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야에 앵도 따고 노던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 칠월 칠석야의 함께 걸교 하잤더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질 수 놓기와 뉠과 함께 허랴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허니 모시고 잘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부친 슬하를 떠나 죽으로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두 울고 하나님이 아옵신지 백일은 어디가고 음운이 자욱허니 청산도 찡그난 듯 초목도 눈물짓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저 빛을 잃고 춘조는 다정허여 백반제수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 허였간디 환우성 지여 울고 뜻밖의 두견이 난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가지위에 앉어 울것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곳을 당도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 한송이가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 불해의면 하인취송 낙화래라 송무제 수양공주 매화장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 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허니, 선두에다 도판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
이때의 심청이난 세상사를 하직허고 공선의 몸을 싣고 동서 남북 지향없이 만경창파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 가는구나.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어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적이 여기련만 곡중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 만고수는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를 지나가니 가태부 간 곳 없고 멱라수를 바라보니, 굴삼여 어복충혼 무양도 허시든가. 황학루를 당도허니 일모향관 하처시오. 연파강상사인수는 최호 유적이요, 봉황대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요, 이수중분백로주는 태백이 노던데요, 심양강을 당도허니 백락천 일거후에 비파성도 끊어지고 적벽강을 돌아드니 소동파 노던 풍월 의구허여 있다만은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에 안재재요 월락오제 깊은 밤에 고소성외 배를 매니 한산사 쇠북소리 객선에 뎅 뎅 들리거늘 진회수를 바라보니, 격강의 상녀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롱한수 월롱사에 후정화만 푸르드라. 악양루 높은 집에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으 돋는 달은 동정호로 비쳐오니, 상하천광이 거울속에 푸르렀다. 창오산이 아득허니 황릉묘 잠겼어라. 삼협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소리 천객소인 눈물을 몇몇이나 뿌렸든고 팔경을 다본후에,
한곳을 당도허니 향풍이 일어나며 죽림사이로 옥패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부인이 선관을 높이 쓰고 신음거려 나오면서 “저기가는 심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가라. 창오산붕 상수절 허여 죽상지루내가멸이라.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 너를 보니 오죽이나 흠전허랴. 요순후 기 천년의지금의 천자 어느뉘며 오현금 남풍시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 먼먼길을 조심허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허니, 요녀순처 만고열녀 이비로다. 오강을 바삐건너 멱라수를 당도허니 한사람이 나오난디, 키는 구척이나 되고 면여 거룬허여 미간이 광활허고 두눈을 감고 가죽을 무릎쓰고 우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가라. 슬프다. 우리 오왕 자란의 참소 듣고 촉루검을 나룰 주어 목찔러 죽은 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더니 장부의 원통함이 월병의 멸오함을 내일즉 눈을 빼여 동문상에 걸고왔네. 세상에 나가거든 내눈 찾어 전해다오, 천추에 원통함이 눈없는 것이 한이로세.” 이는 뉜고허니 오나라 충신 오자서로다. 멱라수를 바삐 건너 또 한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두사람이 택반으로 나오드니 슬피탄식 우는 말이 진나라 속임 입어 삼년 무관에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이 되었더니 박락퇴성 반기듣고 속절없는 동정따로 헛춤만 추웠노라. 뒤에 오난 한사람은 안색이 초췌하고 형용이 고고허니 이난 초나라 굴원이라. 죽은지 수천년의 정백이 남어있어, 사람의 눈에 와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나 죽을 징조로다.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날이나 되든고, 무정한 사오삭을 물과 같이 흘러가니, 금풍삽이 석기 허고 옥우광이쟁영이라. 낙하는 여고목제비 허고 추수는 공장천일색이라, 강 안에 귤농 황금이 천편 노화의 풍기허니 백석이 만점이라, 신포세류지는 잎은 만강추풍 흐날리고 옥로청풍은 불었난디. 외로울사 어선들은 등불을 돋우키고 어가로 화답허고 돋우난이 수심이요. 해반 청산은 봉봉이 칼날되여 보이난이 간장이라. 일락장사 추색원허니 부지하처조상군고 송옥이 비추부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를 실었으니 진시황의 채약 밴가. 방사는 없었으나 한무제의 구선밴가. 지레 내가 죽자허니 선인들이 수직하고 살아실려 가자허니 고국이 창망이라 죽도 살도 못허는 신세야, 아이고 이일 어이허리.
한곳 당도허니 이는 곳 인당수라 대천바다 한가운데 바람불고 물결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날 갈길은 천리 만리나 남고 사면이 검고 어둑 점그러저 천지적막헌디 간신히 떠들어와 뱃전머리 탕탕 물결은 와르르르 충렁 출렁 도사공 영좌이하 황황급급허여 고사기게 차릴제, 섬쌀로 밥짓고 온소 잡고 동우술 오색탕수삼색실과를 방위찾어 갈라놓고 산돌잡어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놓고 도사공 거동 보아라. 의관을 정제허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헌원씨 배를 모아 이제 불통한 연후에 후생의 본을 받어 다각기 위업하니 막대한 공이 아니냐. 하우씨 구년지수 배를 타고 다스릴제 오복에 정한 공수 구주로 돌아들고 오자서 분노헐제 노가로 건너주고 해성에 패한 장수 오강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지 건너주고 공명의 탈조화는 동남풍 빌어내어 조조의 백만대병 주유로 화공허니 배안이면 어이 허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주유로 경양허니 도연명의 귀거래 해활허니 고범지난 장한어강동거요 임술시 추칠월의 소동파 놀아있고 지곡총총 어사화허니 고여승무무정거난 어부으길거 계도난이 화정포 난 오희월여 채연주요 타고발선 하고보니 상고선이 아니냐 우리선인 스물네명 상고로 위업허여 경세 우경년으 표백 고사를 다니더니 오늘날 인당수에 인제수를 드리고저 동해신아명이며 서해신거승이며 남해신축융이며 북해신우강이며 강한지장과 천택지강이 하감허여 보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비렴으로 바람주고 화락으로 인도허여 환난없이 도우시고 백천만큼 퇴를내여 돗대위에 봉기꼽고 봉기우에 연화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 후에 “심낭자 물에 들라.” 심청이 죽으란말을 듣더니 마는 “여보시오 선인님네, 도화동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 가리키난디 “도화동이 저기 운애만 자욱한디가 도화동일세.” 심청이 기가막혀 사배하고 엎드려 지더니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요만끔도 생각 마옵시고 사는대로 사시다가 어서 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고 좋은데 장가들어 칠십생남 허옵소서. 여보시오 선인님네 억십만금 퇴를내여 본국으로 돌아가시거든 불쌍헌 우리 부친 위로허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말고 어서 급히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청이 거동봐라. 샛별같은 눈을 감고 초마폭을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루 만경창파 갈매기 격으로 떳다 물에 풍!
해당은 광풍으 날리고 명월은 해문에 잠겹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도 울고 역군 화장이 모두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년년히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 넣고 가니 후사가 어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닷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어, 어기야, 어허기야, 우후청강 좋은 홍을 묻노라 저 백구야 홍요월색이 어느곳고 일강세우노평생의 너는 어이 한가 허느냐 범피창파 높이떠서 도용도용 떠나간다.
그때에 이러한 출천지 대효녀를 하늘이 그저 둘리 있겠느냐? 옥황상제께서 사해 용황을 불러 하교 하시되 “오날 묘시에 우리국 심소저가 인당수에 들터이니 착실히 뫼셨다가 인당수로 환송하라.” 용왕이 수명하고 내려와 용궁 시녀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소저가 들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 궁 선녀들이 수명허고 임당수를 당도허니 때마침 묘시 초라 그때의 심소저는 물에 들 듯 말 듯 천지 명랑하고 일월이 조림커날 뜻밖에 팔선녀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 하며 엿자오데 “저희들은 용궁 시녀로서 부왕의 분부듣고 소저를 뫼시고저 왔아오니 옥교를 타옵소서” 심청이 엿자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 대죄를 내릴터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소저 마지 못하야 옥교에 앉으니 수궁풍류가 낭자 헐제
위의 도장 할시구 천상 선관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려허고 태을진 학을 타고 안기생 연타고 모래탄 이적선 청의동자 홍의동자 쌍쌍히 모였네. 월궁항아 마고선녀 남악부인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였는듸, 풍악을 갖추울제 왕좌진의 봉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처사의 죽장고 쩌지렁 쿵 쩡 쿵, 장자방의 옥 통소 띳띠루 띠루, 선역자 거문고 슬기덩지 둥덩덩, 해상의 해금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노경고이 우양허니 연광이 조일이요, 집어린 이와작허니 서기 반공이라, 수궁대궐은 응천상지 삼광이요, 곤의 수상은 비수궁지 오복이라 산호주렵 백옥한쌍 광채도 찬란허다.
주잔을 들릴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 호박병의 천일주 가득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를 덩그렇게 괘였으니 세상의 못본바라 삼일의 소연허고 오일의 대연허여 극진히 봉공헌다.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내려 오난디, 이는 뉜고 하니 심봉사 아내 곽씨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난디, 심청이가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차로 하강 하시것다.
오색 채단을 기린으 가득싣고 벅도화 단계화를 사면에 내려 꼽고 청학 백학은 전배서고 수궁에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허여 문전에 배회헐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난 곽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이 되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으나 너의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든 젖 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줄 짐작허고 부인 목을 부여 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오 불효여식 청이는 앞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 허오리까?” 부인이 만류허며 “내 딸 청아 우지마라. 너는 일후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하여 오래 지체 어려워라. 요령소리가 쟁쟁나더니 오색채운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할 일없어 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작별이 또 되는구나.
하루는 옥황상제께서 사해 용왕을 불러 하교 하시되, 심소저 방년이 늦어가니 임당수로 환송하여 인간의 좋은 배필을 정해주라 용왕이 수명허고 심청을 환송헐제. 꽃 한봉을 조화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뫼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하고 조석지공 찬수범절 금주보배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선녀 모두들 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는 곳 임당수라. 용왕의 조화인지라 꿈같이 번 듯 떳다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로 덩실 떠 있을 때 그때여 남경 갔던 선인들이 억심만금퇴를 내어 본국으로 돌아 올제. 임당수를 당도허니 심소저의 효행이 홀연히 감동되는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 놓고 심소저의 넋을 위로 하는디,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말로 제 지낸다.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야. 오장원의 낙상허든 공명의 넋도 아니요. 삼년 무관의 초패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뜨이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 제수되신 심낭자의 넋이로다.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양 허옵소서” 제물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떠 있는디, 세상의 못 본바라. 도사공이 허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금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않소. 옛날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금을 흩었으니 금 한쪽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이냐 옥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옥출 곤강이 아니어든 옥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않소. 명사십리 아니어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엇이냐? 가까이 가서 보자. 저어라 저어라, 어기여 어기여 어기여차” 가까이 가서 보니 향기 진동허고 오색 채운이 어렸거날,
배에 건저 싣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취가 진동커날 본국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 각기 저쓸 만큼 나눌제 도선주 무슨 마음인지 제물은 마다허고 꽃봉만 차지 하였구나. 그때는 어느땐고 허니 송천자께옵서 황후 붕하신후 납비를 아니 허시고 세상에 기화요초를 구하여 황극전 넓은 뜰에 가득히 심어두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 허실제.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의 군자용 만당추수 홍련화 암향부동 월황혼 소식 전턴 한매화 진시유랑거후재 붉어 있다고 복성꽃 구월구일 용산음 소축신 국화꽃 삼천제자를 강론하니 향단 춘풍으 은행꽃 이화만지 불개문허니 장신궁중 배꽃이요 천태산 들어가니 양변개 작약이요 원정부지 이별허니 옥창오견 앵도화 촉국한을 못이기여 제혈허든 두견화 이화 도화 계관화 홍국백국 사계화 동원도리 편시춘 목동요지행화 월중단계 무삼경 달가운 데 계수나무 백일홍 영산홍 외철쭉 진달화 난초 파초 오미자 치자 감자 유자 석류 능나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 화초 갖 은행과 좌우로 심었난디 향풍이 건 듯 불며 벌 나비 새 짐승들이 지지울며 노닌다.
이때에 도선주는 천자께서 화초를 구하신단 소문을 듣고 임당수에 떳든 꽃을 어전에 진상허니 천자 보시며 세상에 없는 꽃이라 선인을 입시하여 치아 하시고 무릉태수를 봉하였구나. 그꽃을 후궁 화계상에 심어 놓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겅 하실제.
천자 보시고 반기허여 요지 벽도화를 동방삭이 따 온지가 삼천년이 못다되니 벽도화도 아니요 극락세계 연화꽃이 떨어져서 해상의 떠왔던지 그꽃 이름은 강선화라 지으시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할제 일야는 천자 심신이 황홀하야 화계상을 거니난디 뜻밖에 강선화 벌어지며 선녀들이 서 있거날 천자 괴이여겨 “너이가 귀신이냐 사람이나?” 선녀 “예”하고 였짜오되 “남해용궁 시녀로서 심소저를 모시고 세상에 나왔다가 불의에 천안을 범하였사오니 황공무지 하오이다.” 인홀불견 간 곳 없고 한 선녀 서 있거날
황제 반신 반의하야 대강 연유를 탐문한 바 세상의 심효제라 궁녀로 시위하여 별궁에 모셔 놓고 이튿날 조회 끝에 만조 백관에게 간밤 꽃본 사연을 말씀하니 만조 제신이 엿짜오데 “국모 없으심을 하느님이 아옵시고 배필을 인도 하심이니 천여 불치면 반수기앙이라. 인연으로 정허소서.” 그말이 옳다허고 그날로 택일허여 놓으니 오월오일 갑자시라. 삼황후 입궁후의 년년이 풍년이요. 가가호 태평이라. 그때여 심황후 부귀무쌍 허나 다만 부친 생각 뿐이로구나. 일야는 옥 난간에 높이 앉어.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 비쳐들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에 높이 떠서 뚜루루 길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반기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러가, 소중랑 북해상에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한 우리 부친전에 편지 일장 전하여라” 편지를 쓰랴헐제 한 자 쓰고 눈물짓고 두자 쓰고 한숨쉬니 눈물이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이 되니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편지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가보니 기러기는 간곳 없고 창망헌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렸이 밝았구나.
이때에 황제 내궁으로 들어와 황후를 살피시니 수심이 띄었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심황후 엿짜오데 “솔토지민이막비왕토라, 이 세상에 불쌍한게 맹인이라 천지 일월을 못 보오니 적포지한을 한때라도 풀어 주심이 신첩의 평생 원이로소이다. 황제 칭찬하시고, 맹인 잔치를 여시난디 ”각도 각읍으로 행관 하되 대소인 민간의 맹인 잔치에 참여하게 하되 만일 빠진 맹인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은 봉고 파직 하리라.“하고 각 처로 전하였구나.
그때의 심봉사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 지낼갈제 무릉촌 승상 부인이 심소저를 보내시고 강도에 망사대를 지어 놓고 춘추로 제향헐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소저의 효성이 감동되어 망사대 곁에다 타루비를 세웠노니 비문에 허였으되 「지우노친 평생 한 되어 살신성효 행선거라 연파만리 행심벽허니 방초년년 한불귀라」 이렇다 비를허여 세워놓니, 오고 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퍼하리. 심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집팽 막대 흩어 집고 더듬 더듬 찾어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은 심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딸의 비를 찾아가서 “후유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아비 눈을 띄우랴고 수중고흔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 않고 이지경이 왠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 가거라. 나를 다려 가거라. 산신불악호야, 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눈뜨기 내사 싫다.” 비문 앞에 가 엎더져 내려둥굴 치둥굴며 머리도 찢고 가삼 쾅쾅 두발을 굴려 남지서지를 가르키는 구나.
낮이면 강도에 가 울고, 밤이면 집으로 와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봉사가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없어 사람 하나를 구하랴 헐제 마침 본촌에 뺑덕이라는 여자가 있어 심봉사가 전곡 있단 말을 듣고 동내 사람도 모르게 살짝 자원 출가 하였난디 이 뺑덕이네가 심봉사 재산을 꼭 먹성질로 망허것다.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주고, 술사 먹고, 벼 퍼주고, 고기 사먹고,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행인 잡고 패악허고 이웃집에 밥 붙이기 잠자면 이갈기와 배 끌고 발목 떨고, 한 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들게 담배 달라 실랑허고, 정좌 밑에 낮잠 자고, 남의 혼인 허랴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뒤로 살짝 돌아가 봉창에 입을 대고 “불이여!”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하고, 삣죽허면 뺏족허고, 뺏족하면 삣죽허고, 이 년의 행실이 이러 허여도 심봉사는 아무런줄 모르고 아조 뺑파에게 콱 미쳤것다.
하로난 관가에서 심봉사를 불러 심봉사가 들어가니 사또 허신 말씀 “지금 황성서 맹인 잔치를 하는디 잔치 참여 아니하면 그 고을 수령을 봉고 파직 한다고 관자가 내렸으니 즉시 올라가라.” 노수까지 후이 주것다. 심봉사 대답허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오늘 관가에 가니 황성 맹인 잔치를 가라허니 나 혼자 어찌 갈게” “아이고 여보 영감, 황성천리 먼 먼길을 영감 혼자 어찌 가신 단 말이요 여필종부라니 천리라도 가고 만리라도 같이 가지요.” “열 열 열여로다.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파같은 사람으 못 보았고, 그러면 돈 량이나 있는 것 뉘게다 맡기고 갈꼬?”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은 살림속을 몰라. 낳도 못허는 아이 선다고 살구값, 팔죽값, 떡값, 그리 저리 제하면 무슨 돈 있것소?” “그래 잘 먹었다. 계집먹은 것 쥐 먹은 것 이라니 그만두고 황성길이나 떠나세.” 뺑덕이네 앞 세우고 길을 떠나는디.
“도화동아 잘 있거라. 이제 내가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랴느냐. 어이가리너 어이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데 가 잘고 유황숙의 단게 뛰던 적토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앞 못보는 병신 몸이 몇날을 황성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자룡타고 월강허든 청총만학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몇 날을 걸어 황성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 소리나 좀 먹여주소. 다리 아퍼 못가것네.”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메기난디 어디서 들었다든지 전라도 김매기 반 경상도 메나리조로 한번 매겨 보난디 “어이가리너 어이가리 황성천리를 어이가리 날개 돛 힌 학이나 되면 펄 펄 수루루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날을 걸어 황성가리. 어이가리너 어이를 가리.”
한 곳을 당도허니 봉사 수 십명이 모였거늘 “자,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 벽돌림 시조나 불러 봅시다.” 심봉사가 시조를 시주로 잘못 알어 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내도 마시오. 내 딸 심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오.” 여러 봉사 대소허고 길을 떠나갈제.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에 들어서 잠을 잘제. 근처사는 황봉 사라는 봉사가 주인과 약속을 하고 뺑덕이네를 꼬여 밤중에 도망을 하였난디, 심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심봉사가 깜짝 놀라 방네구석을 더듬어 보니 뺑덕이네가 가고 없네.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에 들어 갔소?” “밤중쯤 되어서 새파란 봉사 한 사람하고 새벽질 떠난다고 벌써 갔소.” 심 봉사가 그제야 뺑덕이네가 도망친 줄 짐작허고
허허, 뺑덕애네가 갔네 그려. 덕이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도망을 갔네. 당초에 니가 버릴테면 있던 곳으로 마다허지, 수백리 타향에다가 나를 두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너 그런줄 내몰랐다. 아서라, 내가 니까진 것 생각하는 놈이 실어비 아들 놈이제. 현철허신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딸 청이도 생이별을 하였는디, 너까짖년 생각하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
날이 차차 밝아지니 황성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뺑덕이네 덕이네, 날 버리고 어디가오. 눈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할 터인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새만 푸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허고 바람만 우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허내. 그렁저렁 올라 갈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 성염이라. 태양은 불빛같고 더운 땀을 휘 뿌릴제, 한곳을 점점 내려가니
시내 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골 물이 쭈르르르 저 골 물이 꽐꽐 열에 열두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월턱져 구부저 방울이 버금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치가 또 있느냐. 심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내려가서 의복을 훨훨 벗어놓고 물에가 풍덩 들어 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 주먹을 덥석 쥐어 양치질도 퀄퀄하고 또한 주먹을 덥석집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을 올라선들 이어서 시원하며 동해유수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허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툼벙 툼벙 좋을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얼시구나 절시구.
목욕허고 나와보니 의관 행장이 없거날 심봉사 기가막혀 “아이 좀도둑 놈들아 내 옷 가져 오너라. 내 옷 갖다 입은 놈들은 열두대 때봉사 날 것이다.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허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백수풍신 늙은 몸이 의복이 없었으니 황성길을 어이 가리.“ 위 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더듬 올라 갈제. 체면있는 양반이라 두 손으로 앞 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시거든 돌아서서 가시오 나 벗었소.”
한 곳을 당도허니 예이찌루 예이찌루 어라 심봉사 반기여겨 ‘올타 어디서 관장이 오나부다 관은 민지부모라니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손으로 앞을 가리고 기엄 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 아뢰어라. 황성가는 봉사로써 배알차로 아뢰어라.” 행차가 머물드니 “어데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랴는고?” 예 소맹은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 잔치 가는길에 날이 하 더웁기로 이곳에서 목욕을 허다 의관의복을 잃었으니 찾아주고 가옵거나 별반처분 하옵소서.“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 하였으니 태수장 덕택의 살려주오.”
이행차는 무릉태수라 수배불러 의복 한 벌 내어주라 급창 불러 갓 망근 내어주라 노비까지 후이주며 잘가라 하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 무지한 놈들이 담배대까지 가져 갔아오니 어찌 하오리까.” 태수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여 주었것다. 심봉사가 좋아라고 “은혜백골 난망이요.” 백배사례 하직허고 황성길을 올라갈제. 낙수계를 지내여 낙수정을 건너 한 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는디 심봉사를 보고 조롱을 허것다. “근래 봉사들 한시기 좋더구 저 봉사도 황성잔치에 가는 봉사인가부지. 거기 앉저있지 말고 이리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심봉사가 그말 듣고, “점심만 줄테면 방아 찧어주지요.” “아, 드리고 말고요.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터이니 방아나 좀 찧어 주시오.” “허, 실없이 여러 가지것 많이 준다.” 심봉사가 점심을 얻어 먹을 양으로 방아를 한번 찧어 보는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크렁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라 천왕씨는 이 목떡으로 왕 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헐소냐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 귀목이소이 남기로 만들었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 만든 나무 이 남기로 집 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이 방아가 뉘방아냐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어유화 방아요. 방아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튼가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화 방아야. 옥빈홍안 태돌련가 가는 허리에 잠이 질렀구나 어유화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궁의 허리련가.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머리들어 오르는 양 창해 노룡이 성을 낸 듯 어유화 방아요. 머리숙여 내리는 양 주문왕의 돈술인가 어유화 방아요. 오거대부 죽은 후에 방아소리를 끊쳤드니 우리 성상 즉위허사 국태민안 하옵시니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한다리 치어 들고 한다리 내려딛고 오리락 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 이상 허구나.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 방아. 어유화 방아요, 제체기난다 고추방아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보리쌀 뜬물에 풋호박국 끄려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자주 찧어라.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화 방아요.
이렇다 방아를 찧고 점심밥 얻어 먹은 후에 그렁 저렁 길을 걸어 한 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 심봉사를 청하거늘 심봉사 내념의 이곳은 나 알 이가 없것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봉사님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봉사 깜짝 놀래 “댁이 무슨 의단있오. 나는 독경 못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마르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이 좌를 주어 앉히면서 그부인 하는 말이 ”당신이 심봉사요?“ ”어찌 아시니까?“ ”아는 도리가 있나이다.“
이 부인이 말씀허되 “저는 안가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일찍 기세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어 복술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라 이십오세의 길연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세일뿐 더러간 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씨 맹인이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 신조 하여 이제아 만났으니 인연인가 하옵니다.” 심봉사 좋아라고 맘이야 좋것마는 천부당 만부당 허는 소리 하나도 내게는 불가능 하오. 어찌 되었든간에 그날밤 동방화촉에 호접몽을 이뤘것다.
그때여 심황후는 부친생각 간절하여 자탄으로 울음 울제.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임당수에 죽은 줄 아르시고 애통 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신가? 당년 칠십 노환으로 병이 들어 못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에서 무슨 낭패 당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운다.
이렇다시 자탄을 하시다. 외부상서 불러 분부 하시되 “오늘도 오는 소경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이 있거든 별전으로 모셔드려라.” 그때에 심봉사는 안씨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 나드니 수심이 가득 하였거늘 안씨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베껴 보이고 나무 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그아니 흉몽이요?” 안씨부인 듣고 꿈해몽을 하는디.
신재화 하니 희락할 꿈이요, 개피 작고허니 큰소리날 꿈이요 낙엽이 귀근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날 궐문 안을 들어가면 징험이 있소리다.“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 내게난 하나도 불관이요.“ 아침밥을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정원사령이 나온다. 정원사령이 나온다. “각도 각읍 소경임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 하옵소서.” 골목 골목 다니시며 이렇타 외난 소리 원근 산천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 하옵소서.”
그때여 수백명 봉사들이 궐문안에 들어가 앉었을 때 심봉사는 제일 말석 참예 하였것다.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제. 심봉사 앞에 당도하야 “이 봉사 성명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심봉사를 뫼시고 별궁으로 들어가니 심봉사는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이고 어쩌려고 이러시오. 허허 이놈 용케 죽을데 잘 찾어 들어 왔다.” 내 궁에 들으니 그때 심황후는 언간 용궁에 삼년이 되었고 심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 되었구니 심황후 물으시되 “거주 성명이 무엇이며 처자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봉사가 처자 말을 듣더니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뚜 떨어지며
“예,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에 산후달로 상처하고 어미 잃은 딸 자식을 강보에 싸서 안고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 내여 십오세가 되었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전하야 그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 지낼적에, 우연한 중이 찾어와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운사로 시주하면 소맹이 눈을 뜬다하니 효성있는 딸자식이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 제수로 죽은지가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팔아 먹은 놈이 살려 두어 쓸데있오?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심황후가 부친을 모를 리가 없지마는 소리를 허자니 자연즉 늦게 알었든가 부드라.
심황후 거동봐라. 이말 지듯 말 듯 산호주렴 걷쳐 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이말 듣고 먼눈을 휘번덕거리며 누가 날 더러 아버지라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오.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 외딸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아버지라니 이거 웬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임당수 빠져 죽은 불효여식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 어서 저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말을 듣고 먼눈을 휘뻔덕 거리며 예이 ”이것 웬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없난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 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 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눈을 끔적 끔적 허더니 눈을 번쩍 떳구나.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해작해작 허구나. 심봉사 눈 뜬 바람에 만좌 맹경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당이 있던가 보더라.
만자 맹인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띠는 소리라 짝짝짝 허드니 마는 모다 눈을 떠 버리난디 석 달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침례하고 내려가든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로에서 눈을 뜨고 천하 맹인이 일시에 눈을 뜨는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헤메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어이없이 뜨고, 실없이 뜨고, 졸다 번 듯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 보느라고 Em고, 지어 비금 주수라도 눈 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심봉사가 그제야 정신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 금관 황홀허여 딸이라니 딸인줄 알지 전후불견 초면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마는
올채 인제 알것구나. 내가 분명 알것구나. 갑자사월 초파일야 꿈속으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 환생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라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 생시냐, 꿈과 생시 분별을 못허것네.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어제까지도 내가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집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오날부터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집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 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씨구.
얼씨구나 절시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 궁궐이 웬일이며 궁안을 바라보니 창해 만리 먼먼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 황후되어 천천만만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싸움에 좌룡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 고진감래 날로 두고 이름인가.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고적 시절이래로 봉사 눈떳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복허니 요순천지가 되었네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천천 만만세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여러 봉사들도 심부원군과 함께 춤을 추고 노는디, 그 중의 눈 못 뜬 봉사 하나가 아무 물색도 모르고 함부로 뛰놀다가 여러봉사 눈뜬 것을 듣더니마는 한편에가 울고 있구나. 심황후 보시고 분부 허시되 “지어 비금주수도 눈을 떳난디, 저봉사는 무슨 죄가 지중허여 홀로 눈을 못 떳는고? 사실을 알아 들여라.” 황봉사가 아뢰난디
“예, 예 아뢰리다. 소맹의 죄를 아뢰리다. 심부원군 행차시에 뺑덕이네라 하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 숙소할제. 한밤중에 유인하여 함께 도망 하였는디 그날 밤 오경시에 심부원군 우는 소리 구천에 사무쳐서 명천이 아신바라, 눈도 뜨지 못하옵고 이런 천하 몹쓸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심황후 들으시고 “네 죄를 생각허면 죽여 마땅허나 네 죌ㄹ 네가 말하기로 특히 살리노라.” 어명 허여 놓니 황봉사는 눈을 하나 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되었구나. 이런 일을 보드래도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요. 적악지가에 필요여앙이라. 어찌 천도가 없다 하리요.
그때에 심생원은 부원군을 봉허시고 안씨 부인 교지를 내려 정열부인을 봉 허시고 무릉촌 승산 부인은 별금 상사 시키시고 그아들을 직품을 도두어 예부상서 시키시고 화주승은 불러 올려 당상을 시키시고 젖먹이든 부인들과 귀덕어미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무릉태수 형주자사는 내직으로 입시 허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을 없앴으니, 천천 만만세를 누리더라. 그뒤야 뉘 알냐. 호가도 장창 불악이라 그만 더질 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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