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었던 책 표지를 모았다가 한쪽 벽면을 도배했다. 하얀 장판지에 제목만 뽑아서 띠지를 해놓고 보니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완성되었다 그 중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눈을 뗄 수 없었던 띠지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내용이 궁금해 세상 시름 다 잊은 채 단숨에 읽어내린 사연들은 내 몸속에 들어와 감동이라는 깨끗한 혈액으로 정화시켜 주었다. 의사선생님이면서도 쉽고 매끄럽게 써내려간 글솜씨 또한 나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의사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경험하는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고귀함과 사랑하는 가족·친구·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인생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스물일곱 편의 짠한 사연에 담아 들려준다.
세상을 떠나면서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셨던 칠십이 넘은 할머니, 치매에 걸린 시골 노인의 참혹한 너무도 참혹한 이야기,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살려내 정상인으로 되돌려 놓은 아버지, 여자 친구에게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10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무모한 고등학생 등의 사연 속에서 삶과 죽음의 모습을 경험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는 대개 무엇을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갈망이 실제로 채워지지 않았을 경우엔 절망하고 분노한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바라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끊임 없이 고군분투하며 앞만 내다 보고 내달린다.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부나 명성만큼 다른 누군가는 그 결핍에 고통받고 힘들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라고 고백한 작가의 말에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해본다.
자연을 잠시 빌려 살다가 그대로 돌려주고 가야 할 세상인데 왜 그리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지, 물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채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나 자신 또한 부끄러워졌다. 왜 그렇게 사사로운 것에 집착을 하며 살아왔을까. 이제부터라도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골의사’의 멋진 동행자가 된 나는 비록 삶이 고단하더라도 생명의 귀중함을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해본다.
최향숙 (46세·충남 태안군 태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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