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15일)에 있었던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대 KB스타즈의 경기를 Full Time으로 되돌아 봤습니다.
사실 평일 오후 7시 경기면 여자배구(5시)에 비해 TV 중계를 시청하기도 좋은데 말이죠. 중계를 시청하는 것이나 글 쓰는 것 모두 올겨울 여자배구에 조금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자배구는 대구에서 직관을 다닐 수 있을 정도(김천 도로공사)로 인프라가 되어 있다보니 여자배구에 좀 더 애착을 갖고 또 지켜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p.s. 배구든 농구든 대구에도 팀 하나 만들어 주세요!!! 실내체육관도 놀고 있고, 야구장-축구장 옆에 경기장 하나 지어도 좋고요.
일단 오늘 경기,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부터 소개해 드립니다. 홈팀 삼성생명은 김한별, 고아라 등 현재 부상선수가 많다보니 최근 허윤자-강계리 선수가 중용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KB는 김보미 선수를 대신해 김진영 선수가 우선 출전합니다.
올시즌 경기당 평균득점 1-2위를 달리고 있는 양팀답게 1쿼터는 공격적으로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되었습니다. KB에서는 심성영 선수(7득점)가, 삼성생명에서는 박하나 선수(오늘경기 17득점)이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박지수 선수는 허윤자 선수의 터프하고 노련한 수비에 막혀 득점이 없었고(1Q 막판에는 팔을 쓰다가 공격자 파울까지 불린...), 반대로 토마스 선수도 KB의 높이에 막혀 2쿼터 2분 39초가 남은 시점에서야 오늘 경기 첫 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1쿼터를 20 대 15로 마친 양팀의 득점은 2쿼터에 더 벌어졌습니다. KB의 커리 선수가 13점을 몰아친 반면(경기 20득점), 직전까지 경기당 평균득점 1위(24.1점)를 달렸던 삼성생명 토마스 선수는 2쿼터까지 단 3득점(오늘경기 5득점)에 그쳤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박하나 선수가 나홀로 분전해봤지만 아무 소용없었고, 반대로 KB에서는 김보미 선수의 3점포가 적절한 때에 골고루 터지며 45 대 26으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3쿼터와 4쿼터에도 2쿼터 때 점수차가 그대로 유지~ 삼성 임근배 감독은 4쿼터 떄는 아예 토마스 선수를 빼고 대체선수로 최근 팀에 합류한 할리비 선수에게 국내 무대 적응의 시간을, 그리고 신진급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KB에서도 4쿼터 7분 50여초 남은 시점(67대39)에서 박지수 선수의 교체 아웃, 6분 남은 시점에서 김가은 선수 아웃, 마지막으로 2분 40여초 남은 시점에서 마지막 남은 보루였던 단타스까지 빼주면서 여유있게 오늘 승리를 챙겼습니다.
KB는 강아정-심성영-김보미(사진 순서대로)에 박지수 선수까지 벤치에 머무르게 하면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습니다.
오늘 경기, 경기 결과
■ 오늘 경기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들을 적어 봅니다.
우선 삼성생명의 두 외국인선수, 토마스 & New face 할리비 선수.
일단, 오늘 경기 삼성생명 토마스 선수가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KB의 높이(박지수 & 단타스)에 맞서기엔 너무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단타스와의 1대1 골밑 맞대결에서조차 힘에 부쳐 보이더군요.
골밑에서 상대 막강 센터들에 비벼서 득점하랴 리바운드 잡으랴. 여기에 속공도 달려나가면서 지휘해줘야 하고 공격 조립까지 본인이 다 해야하다 보니까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천하의 토마스가 2쿼터 2분 여가 남은 시점에서야 그것도 겨우(억지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니 말 다했습니다.
케일라 알렉산더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레이첼 할리비 선수는 오늘 경기 전혀 안보였습니다(23분 출전, 6득점 10리바운드). 임근배 감독이 앞서 '골밑에서 좀 더 묵직하게 버텨줄 선수가 필요하다'며 할리비 선수를 데려왔는데 글쎄요... 오늘 경기 보니까 발은 느리고 플레이는 투박하고(상대의 페이크모션에도 쉽게 쉽게 잘 속고 수비반칙도 범하고).
중간 작전타임 때 감독이 "(진짜) 실수해도 좋으니까 적극적으로 하라"는데, 본인은 무언가 마음대로 안풀리는지 표정이 무척 어둡더군요. 오늘 처음 보는 선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진 몰라도, 표정만 봤을 땐 많이 소극적인 선수! 자칫하다간 적응도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망하는 선택이 될 수 있겠다는 불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삼성생명에 부상선수가 많다 보니까, 박하나 선수를 지원사격해줄 국내 자원이 전혀 안보였습니다.
슛이 전혀 없는 강계리 선수와 1979년생 백전노장 허윤자 선수가 팀의 희망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물론 두 선수가 형편없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윤예빈 선수가 눈에 조금 띄던데(약간 일본 여고생 같은 헤어스타일?), 빠른 발로 속공에 참여해 시원하게 득점 올리는 장면이 두 차례 있었습니다(180cm G, 4득점). 기본적인 웨이트는 좀 더 갖춰야겠지만 기대해볼만한 자원이 아닌가 합니다.
반대로 KB스타스에서는 단타스 선수 잘해줬고(23득점 8리바운드), 커리도 2~3쿼터 때 제몫을 다해줬습니다(20득점 6리바운드). 두 선수 모두 쉽게쉽게 플레이 하더군요. 여기에 박지수 선수는 단 4득점에 그치긴 했지만 15리바운드에 3블록슛을 기록하며 역시 제몫을 다했습니다.
확실히 박지수 선수는 코트 위에 있고 없고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4쿼터 초반 교체되어 벤치로 나가있을 때 확실히 KB의 전체적인 공의 흐름이 매끄럽진 못했습니다. 단타스 선수가 수비 시 골밑을 지키며 블록슛 2개로 버텨주긴 했지만, 김진영-김가은-김보미 등등 나머지 피지컬적 능력이 고만고만한 국내선수들이 올망졸망 뛰어다니는 모습이 확실히 박지수 선수가 있을 때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김보미 선수도 지난 시즌까지의 모습과 확실히 180도 달라진 모습. 수비 시 악착같이 상데에 달라붙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여기에 순도 높은 3점슛(성공률 50%)을 장착하니 너무나 무서운 무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올시즌 KB 상승세의 1등공신이 아닐까 하고요. 반대로 강아정 선수는 무언가 어색한 모습.
지난 시즌엔 계속된 잔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이상한 모습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던져 올려놓는 레이업은 정확성이 없었고(단 6득점, 2점슛 2/6), 경쾌하게 솟아 올라가 때리는 전매특허 3점포도 없었습니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고 하기엔 너무 안나오는 득점력이 많이 아쉽습니다. 무언가 현재 KB내에서 강아정 선수에게 주어진 역할(role)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들고요.
현재 KB에 차분하게 경기를 조립해줄 포인트가드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더군요. 주전 심성영 선수도 패스보다는 돌파에 강점이 있는 가드이고, 박지수도 패스 센스가 좋은 센터이지만 '진짜 순수한 가드' 말이죠. 골밑의 단타스-박지수에게, 그리고 외곽의 강아정-김보미에게 적절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가드, 그리고 돌파와 득점에 강점이 있는 심성영 선수와 함께 투 가드 시스템도 가능하고요. 트레이드든 신인 선발이든 좋은 가드 한 명 더 영입되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농구계에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심한 몸싸움'에 대해...
오늘 경기에서도 (꼭 KB편에만 서서 본 건 아니지만) KB선수들이 많이 다칠 뻔한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2쿼터 중반, 돌파하는 토마스 선수에게 크게 밀려 튕겨져 나간 김진영 선수, 그리고 골밑에서 협력수비 중 점프하며 밀고 들어오는 토마스 선수에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당한 김보미 선수, 또 3쿼터 2분 12초 남은 시점에서 토마스 선수의 스크린 반칙 때 크게 충돌했던 (또) 김보미 선수까지...
코트 위 선수들이 진짜 크게 다칠 수 있는 플레이가 반복해 나옴에도 심판들은 별다른 제지를 안하더군요. 그리고 오히려 경기 흐름에 별 영향이 없는(그냥 넘어가도 될) 플레이들에는 또 반칙을 불어 흐름을 끊기도 하고... 진짜 심판들 뭐하나 싶습니다.
삼성생명 토마스 선수가 나중에는 (경기가 잘 안풀리고 하니까 화가 좀 난 듯) 감정 실린 동작이나 표정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심판이 미리 좀 사전에 주의도 주고 진정시켜줄 필요도 있어 보였는데요. 오히려 KB 선수들이 반칙을 당하고도 잘 참고 넘어가는 모양새였습니다. KBL & WKBL 심판 여러분,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겁니다.
아무튼 KB스타스의 승리를 조금 늦었지만 축하하고, 올시즌 창단 첫 우승을 향한 항해가 순조로워 보기 좋습니다.
삼성생명 선수들도 더욱 더 분발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왼쪽사진은 KB 박지수 선수의 멋진 블락! 경기당 3.1개의 블락슛으로 현재 1위입니다.
오른쪽 삼성생명 할리비 선수는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홍아란, 이승아 선수가 쿨하게(?) 코트를 떠나고... 문득 생각해보니 각 팀마다 괜찮은 가드가 참 부족하네요. 삼성생명 강계리 선수(왼쪽)도 개인적으론 눈여겨 보고 있는데, 슛이나 패스나 아직 많이 아쉽습니다.
+ 강아정 선수(오른쪽)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경기당 30분 넘게 뛰며 평균 10.5점을 기록하곤 있지만, 경기 중 비치는 표정도 어둡고 시원시원한 공격력이 아닙니다. 수비에서의 궃은 일에 치중? 아니면 공격에서 경기 조율에 집중? 경기 중 부여된 역할(role)이 맞지 않는 건지... (팬으로서) 좀 더 시원시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