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님의 글에 사진을 엮어...

[딱정벌레]

     발에는 흙을

              -작자 미상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눈에는 꽃을

     귀에는 새소리를

     코에는 풀냄새를

     입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노래를

     피부에는 땀을

     마음에는 바람을

 지난 일요일 수목원 옆의 돌밭에 가서 밭일을 했습니다. 먼훗날 작은 집 한 채 지으려고 어렵게 마련해놓은 땅인데...작년에 아내와 둘이 호기있게 연장들고 가 두 고랑쯤 일을 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지요. 날은 무덥고 흙먼지는 날리고 물기없는 밭에 웬 돌들은 그리 많아 삽날이 튕기는데 밭고랑은 왜그리 길고도 촘촘한지. 띄엄띄엄 모종과 씨앗을 심었는데, 한여름에 잡초들에 가려 아예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비닐을 씌우기로 했지만...작년 생각이 나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어 오던 중, 딱정벌레 형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날짜를 잡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봉고차에 연장을 싣고 딱정 형님이 도착하여 우리집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밭으로 향했지요. 형님은 카페 뒷뜰의 작은 텃밭을 일구다가 우리밭을 보더니 새로운 각오를 다지시는 것 같더군요. 어쩌면 약간의 후회도? ㅎㅎ

 일 시작 전에 지인들을 부르는 것을 잊지 않으시더군요. 먼저 수목원 가까이 사시는 친구분 우산장수님이 연장과 모종을 갖고 도착하시고 몇 고랑 일을 마치자 타악 주자 자연인님과 바이올린 켜시는 황금짜보님의 반가운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일단 새참으로 몇 잔 마신 수목원 막걸리는 정말 시원했지요. 

 자연인님은 미니 플레이어와 스피커까지 준비를 하시어 흥겨운 라틴음악을 들으며 새참과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 무엇과 비할 수 있을까요? 흙 묻은 발로 털썩 주저 앉아 땅을 파고 불 피워 돼지고기 몇 점 익혀 밭두덕에서 방금 뜯어온 민들레며 고들빼기에 푸짐히 싸서 막걸리 한잔에 넘기는 맛! 게다가 딱정형님과 제가 일과는 상관없이 챙겨온 연장, 기타를 퉁기고 자연인 님이 즉석에서 밥그릇과 냄비 등을 뒤집어 놓고 젓가락 장단을 '프로페셔널'하게 두들기니...노동의 피로가 싹 가시더군요. 오히려 고용주(?)인 저는 더 놀자하고 일꾼들은 이제 그만 일을 하자고 하는 행복한 실랑이를 하다가 오후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전날 단비가 내리고 또 날씨도 좋아 힘들지만 기분 좋게 하루 일을 마쳤지요.

 황금짜보님은 유괴범이 현금인출기에서 돈 찾아가는 복장으로 완전무장하고 무서운 속도로 고구마 모종 심기를 하셨습니다. 연실 농부 아낙네 타령을 하시며 일구어진 밭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더군요. 해가 기울어 일을 정리하고 저희 누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저 차 한잔만 하겠다고 다들 말하셨지만 그게 되나요. '유붕이 자원방래' 그것도 먼길 와서 일을 마쳤는데 차 한잔이라니... 우리집 담근 술 중에 상품인 매실주를 따서 작은 주전자에 따라 홀짝 홀짝 마셨답니다. 중간에 간식 겸 끼니 겸해서 끓여먹은 '삼양 라면'도 죽음이었지요. 취기가 오르기도 전에 또 악기를 늘어놓고 가무를 즐겼습니다. 이번엔 우리 큰 아들 건우도 나무 젓가락을 들고 가세하여 일찌감치 자연인님의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지요.

 술자리가 익어갈수록 눈이 빛나는 제가 채 눈을 빛내기 전에 다들 먼길을 또 가야하기에 11시 경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습니다. 글쎄 우리집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12시 이전엔 발을 못뺀다고 아무리 협박을 해도 소용 없더라구요. 아쉽지만...오늘은 이만.

 함께 땀흘리신 지인들 덕분에 힘든 일 즐겁게 마쳤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 만나고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최고이지요. 보잘 것 없는 먹거리에 팍팍한 밭일이 뭐가 그리 신나겠습니다. 그래도 흥겹게 함께해주신 지인들 덕에 땀흘리면서도 행복했지요. 다음에 저도 품앗이 다녀야지요. 무슨 일이든 불러주세요. 빚 좀 갚게...

 모두들 감사합니다. 어깨, 허리, 등 근육 당김은 그날에 대한 몸의 추억이군요. ㅎㅎ

  연장챙기기...삽,쇠스랑,호미,비닐씌우개...그리고 기타까정^^*
헉!!!! 오늘의 작업현장....이렇게 광활한 대지라니...죽었당~~ 저멀리 문규셈과 친구의 모습이 가물거린다.
기다란 밭고랑...땅의 척박함을 증명하듯 돌밭이라 작업이 수월치 않다.     막걸리 한사발로 숨고르기를 하며 종이컵의 경구처럼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오월의 뙤약볕이 더운지 문규선생의 막내녀석은 똥꼬 쳐들고 아예 수조에 머릴 박는다.^^*
오후가 되어 도착한 자연인과 황금짜보님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자리깔고 불피워 밥짓고 고기굽나니...
  자연인님...번개탄에 삼겹살 굽는 솜씨 비범하니 오랜 캠핑생활의 노하우임이 분명하다.

  막걸리로 즐거운 건배!!!!! 광릉수목원 근처에 사는 우산장수 부부가 레져테이블까지 가져오고 식탁가득 방금 주변에서 체취한 들나물이 풍성하다. 고들빼기,돌미나리,민들레...        
  자연으로 항상 떠남을 준비하는 자연인의 차에는 온통 캠핑장비라 이동식 미니오디오에서 경쾌한 라틴음악이 식욕을 돋우니...

           

  이제부터 흥겨운 여흥시간...연장챙기자!!!!! 기타꺼내들고 젓가락으로 냄비랑 식탁두들겨 노래부르기^^*

          
          


          

  영어선생에서 농부의 아낙이 된 문규셈의 아내와 막내 선우 지그시 눈감고 귀열어 음악감상하는 중  
 

  맨발의 자연인...영락없는 농부의 모습이다. 여유있는 웃음과 달리 막판에는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 삽질했지요.^^*   헉!!!! 이 무슨 해괴한 복장이람?? 바이올린 대신 고구마순을 들고있는 황금짜보님... 소위 강남의 첨단패션이라나? 투쟁에 나선 여전사의 모습이다.^^*
고구마순 심기... 올가을의 풍성한 수확이 기대됩니다.

농활을 빙자한 친구들의 하루를 문규님의 글과 함께 사진으로 엮어 봤습니다.

딱정뜨락의 손바닥텃밭이 아니라 300평이나 되는 엄청(?)크기의 돌밭을 일구어

까망콩이랑 감자랑 고구마 등을 심었지요.

점심식사후의 여흥이 길어져 작업량을 완수하지 못한 미안함도 크지만 힘모아

열심히 땀흘린 보람역시 크답니다.

올가을걷이때 많은 이웃친구님들과 수확의 기쁨 함께 누리고 싶어요.

너른 들녁에서 수확한 감자랑 고구마 구워 먹으며 즐거운 나눔의 시간 보내고

싶습니다.

아~ 물론 악덕지주(?)이신 문규선생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죠.ㅎㅎㅎ

광릉수목원옆... 어머니 자궁처럼 아늑한 그 숲속의 땅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이 예쁜 가족의 보금자리가 지어 진답니다.

우리 친구들은 그 꿈의 터전에 웃음과 땀의 거름을 쏟았습니다.

그 터에 우정의 이름으로 나무 한그루 심어놓고 왔지요.

[소리미]

왜... 눈물이 날 것 같지요?.... 좋은 분들 알게 되어 갑자기 마구 행복해 집니다..

[딱정벌레]

하이고 ...수정하는 사이에 다녀가셨네요.먹는 일손 덜어주실 소리미님..가을에 함께 하자구요.^^* 그 밭고랑에 소리미님 노래공양하시면 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랄텐데..ㅎㅎ

[학무]

와아~ 분위기 정말 좋군요.. 참 키타라는 악기는 저래서 좋아요.

[딱정벌레]

맞습니다. 춘천가는 기차에서도 강가의 캠프장에서도 심지어 저렇게 농로에서도 사람들 마음을 결집시키는 마력을 지녔지요,

[거울공주]

와우~ 저 고기 넘 먹고 싶어지네요... 저 고구마 넘 좋아해서 고구마장사한테 시집갈려고 했데요 어릴때... 수확하심 조금만이라도 어찌 안되오리까요...? 아주 멋지네요 음악도 함께 하는 농사!!!

[딱정벌레]

거울공주님 어찌 먹거리에만 관심을 가지시는지..하기사 농사일이 먹거리 일구는 작업이기는 하지요.^^*

[violet]

뭔 땡볕에서 일하고 저리들 즐거워하나 했드만...저런 흥겨운 여흥이 있었으니...첫사진에선 겁나는 연장들과 안어울리는 기타하나더니..순서가 저리됐구만요. 땅일구고 심고 하는일이 힘들긴 해도 산행한것맹키로 보람을 있지라~!! 내도 ㅡ슬슬 기타를 배워야 겠다는 욕심이 생겨나서 실행하려 준비중이라는...

[딱정벌레]

띵까띵까 놀기만 한 거 아닙니다.씨앗도 음악을 들어야 잘 자란다기에 풍요제를 올린 것이지요.이참에 학무선생님께 기타 함 배워보시지요

[violet]

제가 요즘 동네친구들 한테 왕따 당하고 있다 아닙니까? 밥먹자 해도 싫다 사우나 가자 해도 싫다.하니까 요즘 집에다 애인키우냐고..사오모가 내 애인이라칼수도 없고..학무님이 갈쳐주신다면 오데까지라도 따라가서 배우지요! 큰 오빠야가 넘 바쁘셔서 말도 못꺼내라...

[딱정벌레]

친구분들에겐 왕따 사오모에선 왕녀 대접을 받으십니다.큰 오빠야 바쁘심 작은 오빠야께 청해 보시지요.(작은 오빠야는 누가될까 궁금)

[violet]

딱정벌레 업빠?? 포시즌 업빠?? ㅋㅋㅋ낭중에 갈쳐드릴게요!

[무소유]

기타치는 농부....... 농활을 빙자한 야유회였군요~! 수확 할 때 꼭 불러주셈...... ㅎㅎ

[딱정벌레]

그럼요 초대하고 말구요 (하림님 말씀)^^*

[배꽃]

농사 짓는 연장에 기타도 들어간다는것은 이제서야 알았네요 *^^* 즐거운 모습으로 광활한 땅을 일구시는 모습을 보니 괜히 제가 뿌듯하네요~~

[딱정벌레]

중요한 연장이지요 ^^ 그 터에 배나무 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

[박훈종]

자연을 벗삼아 땀흘려 일하고 더불어 풍류를 즐기는 신세대 농부님(?)들의 모습에서 참 때묻지 않은 여유와 낭만이 느껴집니다.고구마 줄기도 나물해 먹으면 참 맛나지요? 가을 수확철이 벌써 기다려집니당.←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ㅎㅎㅎ

[violet]

하이고~가을엔 또 농사꾼버전 벙개?? 봄에 씨뿌린 님들 가을에 사오모의 습격을 조심하시와요^^

[딱정벌레]

신세대 농부라는 표현이 신선합니다.ㅎㅎ 가을 수확도 우리들의 작은 축제가 될 것같은 예감이네요.^^*

[사랑해]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나니 옳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는 뜬 구름일 뿐~

[박현주]

너무 아름답습니다... 일손 필요하실떄 말씀하세요...^^ 노가다는 좀 자신 있는데... 공사판과 농사는 좀 다른가???@^^@

[하숙생]

카!!!!!!! 기타치는 주말농부님들... 멋지십니다... 수준있는 신세대 주말농부...

[하숙생]

근로후에 먹는 삽겹살에 막걸리,,, 보약이 따로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