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 윤관입니다.
작년부터 펀드투자에 대한 칼럼을 써오다보니 어느덧 은퇴설계에 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재테크를 하는 첫 번째 목적이 “노후준비”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펀드투자가 결국엔 노후준비를 위한 은퇴설계와 연결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에도 일관되게 말씀드린 것처럼 먼 미래를 위한 노후준비는 펀드상품이 중심이 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은퇴설계와 관련된 칼럼은 종착역에 도달하기 까지 멀리 둘러서 돌아갈 예정입니다. 단순히 노후를 위해 얼마가 필요하고 나는 얼마를 준비했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돈은 단지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나의 노후를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대한민국 1호 은퇴매니저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매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결혼해서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전까지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임산부들이 어찌나 자주 지나갈 때 마다 보이던지! 2006년 8월 1일부터 ‘은퇴매니저’라는 다소 색다른 명칭을 가진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는 신문이나 뉴스, 칼럼 심지어는 TV광고에 이르기까지 온통 보이고 들리는 것이 ‘은퇴’ 나 ‘노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은퇴’라는 용어가 특정 인물이 정계에서 물러나거나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가 현역에서 물러날 때 쓰던 제법 드물게(?) 쓰이는 단어였습니다. 물론 이 단어가 지닌 의미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최근처럼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IMF 이후 고용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을 뿐 아니라 퇴직금 중간정산이나 연봉제의 확산 등으로 퇴직금이 퇴직 후의 용도로 사용되는 자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은퇴이후의 노후자금에 대한 불안이 가중된 것이 그 주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또한 경제활동인구의 중심축이었으며 우리나라 인구의 약 17%를 차지하는 베이비 붐 세대 (통상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코앞의 현실로 맞이하게 됨에 따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은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한 1950년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농사를 짓던 그 시절에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거나 특정한 나이에 이르렀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지 않았죠. 오히려 풍부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지식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맡는 것이 일반적 이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은퇴의 개념이 만들어 진 것은 사실 산업화 시대의 부산물입니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는 일을 하는 근로자를 대체 가능한 생산수단의 일부로 간주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었던 신성한 노동이 생계유지를 위한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베이비 부머 세대는 그 이전의 세대가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프] 평균 수명 연장 추이
흔히 ‘인생 2막’, ‘서드 에이지(third age)’ 혹은 ‘골드 에이지(gold age)’로 불리는 은퇴 후의 시간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결코 인류 역사상 이전의 세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 긴 시간들이 베이비 부머 세대들에게 주어진 것이죠. 이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온전히 각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불행히도 국가가 제공하는 연금제도의 부족함을 보완한다는 미명 하에 보험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은퇴관련 상품 판매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채택한 마케팅 전략들이 모두 “은퇴”를 <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다가 드디어 해방되어 골프치거나 낚시하며 여행을 다니는 기나긴 휴가 > 라는 개념으로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입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정년이 유명무실하여 ‘사오정’이나 ‘오륙도’가 현실화 된 상황에서 이렇게 금융기관이 은연중 심어놓은 이런 은퇴의 개념은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 기나긴 휴가비 >를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는 심적인 부담감만을 가중시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경험 하셨을 것입니다. <기나긴 휴가 >라는 이 환상이 얼마나 허망하고 맥없는 것인가를.
필자의 아버님은 올해 희수(喜壽) 이십니다.
예전에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전혀 아니죠. 검버섯과 흰머리는 있으시지만 허리가 꼿꼿하고 걸음걸이가 활기찬 중년의 모습이십니다. 올해 차도 새로 뽑으셨고 이 차로 전국의 온천을 운전하며 다닐 수 있는 젊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노인. 몇 세가 되어야 노인입니까? 아니 몇 세가 되어야 늙은 것입니까?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할 때에만 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한은퇴자협회(KARP)가 노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뽑는 올해 제4회 히어로대상에서 우수노령히어로에 뽑힌 이 제화(81세)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일하는 보람이 새록새록 깊어지는 것 같다” 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제화 할아버지는 결코 늙지 않았으며 또한 은퇴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최고령으로 히어로 대상을 수상한 92세의 김 남수 할아버지는 64년째 침술원을 하시고 계신데, 지금도 월, 수, 금요일은 침술원에서 진료를 하고 나머지 4일은 ‘봉사순회’를 하며 봉사활동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봉사? 보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로 하는 거지.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진짜 봉사거든” 이라고 한 말은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출처:eMoney 재테크 매거진 New Wealth Life 201호
나도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서 꾸준히 하고 싶다.
서평] 은퇴 경제학 
전기보 지음
21세기북스 2010.04.26
은퇴? 먼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멀다고 느끼기에는 살아온 날보다 은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새롭게 맞서야 할 시간이 더 짧게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던 은퇴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더욱 더 깊어진다. 하지만 막연함 뿐이다. 이 막연함은 그저 불안한 마음에 돈이 조금 더 있으면 될까? 아니면 늦은 나이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보아야 할까? 돈만 있으면 노후가 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로또를 사보기도 하고 주식 시세표를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불안감을 줄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나의 모습을 보게 한다.
은퇴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어떻게 은퇴를 바라 볼 것인가? 어떻게 은퇴를 하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리고 현재의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처절하면서 솔직하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이야기를 만났다. 처음 책을 접하였을 때는 그저 그런 이야기 책 중에 하나려니 했는데 가슴에 와 닿은 깊이가 남다르다. 일을 하고 있지만 일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었고, 직장을 이직 하면서 가졌던 수입이 없던 휴지기의 삶에 대한 나의 심리 상태가 거의 은퇴와 같은 심리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은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렸지만 내가 골라낸 한 문장은 이렇다.
은퇴는 자기반성과 설계를 요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것은 비단 돈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 일은 은퇴를 준비하며 고려해야 하는 다른 많은 중요한 사항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 Page 69
좀 어려운 말들이 있지만 준비라는 단어에 주목하여야 한다. 준비 없는 은퇴는 모든 면에서 자신을 조급하게 만들고 그 조급함은 준비 없었던 시절에 대한 푸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 무엇을 준비하여야 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먼저 와 닿는 부분이 어떻게 은퇴 후의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돈 많이 모아서 그저 골프치고 전원주택 하나 지어서 텃밭을 가꾸면서 살아간다는 막연한 생각은 우리 부모 세대들이 가져야 할 생각이다. 우리의 수명이 얼마나 될까? 거의 100세의 수명을 바라본다면 평균 55세에서 은퇴를 하면 45년을 그렇게 산 다구? 좀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재정적인 문재도 문재지만 살아온 인생과 같은 기간을 그렇게 느긋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누구와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같이 시간을 보낼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가족 그리고 친구 그리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지금부터 돈독하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외롭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하였던 은퇴는 철저한 준비와 자신의 수양 그리고 마음가짐의 변화를 가져야만 행복한 은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은퇴는 조금은 슬픈 일이지만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어느 선배의 말처럼 이모작을 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일을 혹은 취미를 찾는 일에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던져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