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장애
1. 수면중의 비밀
하루종일 이유도 없이 피곤하고 정력이 감퇴한다거나, 하는 일마다 실패가 잦다면 보약을 찾거나 점을 치기보단 밤잠을 잘 자고 있는지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일상생활에서의 조그만 실수에서 운전중 사고에 이르기까지 건강하지 못한 수면이 상당한 원인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심장발작과 뇌일혈은 수면중이나 깨어난 직후에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핵사고는 야간 교대근무자들의 수면문제에서 야기됐다는 점에서 수면부족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다행히 20세기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수면중의 많은 생리현상들이 기록되고 판독됨으로서 미처 몰랐던 잠자는 동안의 많은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면과 꿈에 대해서 신기하게 여기고 그 비밀을 알아내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19세기까지 그다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적인 범위를 넘지는 못했었다.
1929년 독일의 한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사람의 뇌에서 전기파장을 기록해 내는데 성공했으며 이것을 ‘뇌파’라고 불렀다. 이것을 시발점으로 수면의 깊이에 따른 뇌파의 변화를 알게 되었으며 1953년 수면연구의 대가인 미국 의사 두 명이 꿈꾸는 수면을 종이에 기록하는데 성공하여 렘수면(REM 수면 : 빠른 안구 운동을 보이는 수면이란 뜻임)이라고 일컬었다.
이때부터 수면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밤동안 일어나는 수면의 단계와 생리적 변화를 알 수 있는 ‘수면다원기록기’라는 첨단기기를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의 3가지를 기본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온갖 신체의 생리적 현상을 기록할 수 있다.수면다원기록에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수면을 ‘꿈을 꾸지 않는 잠’과 ‘꿈을 꾸는 잠’ 두 가지로 구분해 낼 수 있다.꿈수면이 아닌 수면은 비REM 수면이라 부르며, 보다 더 세분하면 얕은 잠에서 깊은 잠까지 4단계로 이루어진다.
정상 성인의 잠은 반드시 비REM 수면부터 시작되어 차츰 깊은 수면으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얕은 잠으로 올라온다. 바로 이 첫 수면주기 직후에 꿈수면이 뒤따르고 다시 비REM수면이 단계적으로 이어져서 마치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듯 하룻밤에 5~6회 주기를 이룬다.
한편 꿈수면은 정상 성인에서 비REM 수면의 첫 주기 직후인 잠들고 약 90분만에 첫 꿈을 꾸기 시작하며 하룻밤에 4~5회 꿈잠이 반복되고 새벽잠일수록 꿈꾸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건강한 수면을 가진 성인의 꿈꾸는 시간은 하룻밤 동안 전체 수면시간의 20~25%를 차지한다. 즉 꿈은 누구나 반드시 꾸며 다만 깨어난 후 기억하고 못하는 데서 차이가 날 따름이다.
꿈을 안 꾸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꿈잠은 반드시 일정한 시간만큼 꾸게 되어 있다. 또 밤새도록 꿈만 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 또한 착각일 따름이다. 그러나 만약 잠들자말자 꿈을 꾼다면 건강하지 못한 수면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REM 수면중의 생리적 변화도 독특하다. 맥박, 호흡수, 혈압이 올라가고, 체온조절기능은 불안정해지며 남성의 성기는 발기된다. 이 현상을 이용하여 심인성 발기부전증인지 진짜 고자인지를 가려내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또 근육의 긴장과 이완정도를 정기적으로 기록해 본 결과 꿈수면 동안 신체근육이 가장 이완되는 사실도 판명되었다. 만약에 꿈장면 그대로 신체 근육이 움직여진다면 큰 일이 날 터이니 조물주가 그렇게 안전조치를 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일반인들도 꿈수면을 알 수 있는가?
그렇다. 여러분들의 가족 가운데 같은 방에 자는 사람의 눈꺼풀 안에서 눈알이 상하 좌우 재빠르게 움직이고 호흡을 불규칙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면 깨워서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물어보라. 상당수에서 꿈내용을 생생하게 말해 줄 것이다.성인의 건강한 수면은 7시간 가량 잠자는 동안 상기한 비수면 단계와 꿈수면 단계의 깊이와 길이가 적절한 비율로 유지되면서 5회 가량 주기를 보인다.
마치 즐거운 회전목마를 타듯 수면의 얕은 골짜기와 깊은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신체와 정신을 재충전한다. 그래야만 상쾌한 아침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행복한 낮 생활을 보낼 수 있다.
2. 인내성 수면장애
불면증의 증세는 잠들기가 어렵다거나, 자주 깨이고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든지, 새벽에 너무 일찍 깨인다고 하는 세 가지가 가장 많다. 아울러 낮에 잘 졸고 피곤해한다.
주의집중력 기억력 업무능율도 떨어진다. 또 두통이나 소화불량, 간혹 정력감퇴, 우울증, 무슨 만성질병이라는 자가진단을 내리고 찾아 오기도 한다. 모두 불면증 때문에 잘 오는 증상들이다. 불면증 가운데 신체 내적인 이유로 비롯되는 “내인성 수면장애”대해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내인성 수면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다.
어릴 적부터 잠귀가 밝고 잠이 얕은 사람들에게 잘 온다. 이들이 20~30대가 되어 사회생활과 결혼생활 중 조그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근육 긴장이 잘되고 쉽게 불면증을 경험한다. 이런 경한 불면증도 수개월 수년 계속되면 나중엔 조건 반사화 되어 밤만 되면 잠걱정 부터 한다.
침대나 베개만 봐도 긴장되고 불면증과 싸움을 해야되니 졸리던 잠도 잠자리에 눕자 말자 달아나 버린다. 말하자면 잠을 꼭 자고야 말겠다는 노력 자체가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불면증이며 여성에게 더 많다. 내인성 수면장애 가운데 매우 독특한 것은 ‘기면병’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10~20분 가량 잠을 안 자곤 못 배긴다. 공공 장소라도 자리에 앉았다 하면 한숨 자고 난 뒤에야 매우 상쾌한 기분을 맛본다. 그러나 수시간 뒤에는 또 수십분가량 안 자곤 못 배긴다. 졸리는 정도가 지나쳐 참을 수 없는 수면상태가 되는 병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화중, 식사중, 강의를 하는 도중, 걷는 도중, 심지어 운전중일 지라도 잠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부수 증상들로 탈력발작, 입면시환각, 가위눌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웃거나 놀랄 때 신체의 근육긴장을 잃고 수초 수분간 턱을 내리뜨림, 말이 느려짐, 고개를 떨어트림, 심하면 무릎이 휘청거리거나 땅에 주저앉아 다치기도 한다.
입면시환각은 잠들 무렵 침대 위에 떠있는 장면, 불이 나고 공격받는 장면이 보이거나 날다가 떨어지는 느낌으로 놀라 공포에 질리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내인성 수면장애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다. 40~60세 사이의 뚱뚱한 남자에게 잘 생긴다. 요란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뚝 그치고 10초 이상 호흡을 멈춘 후 다시 숨을 쉬고 코를 골며 잔다. 코고는 소리가 큰 사람은 이웃집에서도 들리며, 보고된 바에 의하면 자동차 경적기 만큼이나 요란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무호흡상태가 한시간에 5회 이상 반복되면 병적으로 간주하며 수면이 얕아지고 신체적인 지장을 일으킨다. 만약 여러분이 잠자는 동안 누군가 당신의 코와 입을 틀어막기를 반복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지 상상해보라! 자다가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혀 숨을 못 쉬게 되는 시간이 10초 이상 길어지면 저산소증에 빠지고 순간적으로 얕은 수면단계가 되면서 기도가 열리고 다시 호흡이 가능하게 된다.
수면시간은 충분하지만 1~2단계의 얕은 잠으로 하룻밤을 잤으니 아침에 깨어나서 구갈증과 두통을 느끼며 잠을 잔 것 같지 않다. 낮에는 졸리고 피곤하게 된다. 심해지면 건망증과 혼동이 잘 오고 부정맥과 고혈압이 동반되며 사망률이 높아진다. 중년기 이후에 잘 오는 내인성 수면장애들로는 ‘주기적 사지운동장애’와 ‘하지 불안정 증후군’이다. 잠자는 동안 수초간의 다리근육 경련이 자주 생겨서 몸이 흔들거리고 깊은 잠을 못 자는 것을 ‘주기적 사지운동장애’라 한다. ‘
하지불안정 증후군’이란 잠이 들려고 하면 다리가 가렵거나 아픈 등 귀찮은 감각이 느껴져서 그냥 누워서는 참을 수가 없고 일어나 걸어다니든지 다리를 주무르다가 늦게 잠들어 수면부족을 겪게 된다.
이들 증상의 결과는 마치 여러분이 잠자는 동안 누군가 당신의 다리를 흔들어 대거나 잠자리에 누우면 다리에 개미가 기어간다고 상상하면 짐작이 갈것으로 생각된다.이상의 내인성 수면장애는 원인이 심신의 내부에 있으므로 수면장애의 종류에 따라 치료하면 완치 또는 호전될 수 있다.
3. 외인성 수면장애
‘외인성 수면장애’는 불면증의 원인이 신체밖에 있으며 외적인 원인이 제거되면 낫는다. 외인성수면장애의 원인으로 나쁜 수면습관이 가장 많다. 술, 커피, 담배, 스트레스와 흥분 등으로 불규칙적인 수면시간을 반복할 때 온다. 그 외 추위, 더위, 소음, 동침자의 방해, 위험한 환경, 4000m 이상 고산지대, 시험 치기 전날 밤이나 다음날 잔치를 앞두고 잠을 잘 못 이루는 적응성 불면증, 각종 약물의존성 불면증이 이에 해당된다.
4.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현대인들이 전기 덕택에 야간 활동이 늘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해외여행이 잦아 지면서 오는 수면장애들이 여기에 속한다. 즉 ‘일주기리듬 수면장애’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 24시간의 주기와 개인의 생체시간(하루의 주기가 약 25시간)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온다.
시차가 큰 해외 여행시의 ‘jet lag’와 야간 교대근무자들이 겪는 수면장애가 이에 속한다. 젊은 사람이 밤잠이 없고 새벽에 잠들어 오후에 일어나서 낮 생활에 문제가 되는 ‘후진성 수면위상증후군’도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 가운데 밤 늦도록 컴퓨터를 즐기는 인터넷 중독자들게 잘 온다.
반면 나이든 사람에게 잘 오는 ‘전진성 수면위상증후군’은 초저녁만 되면 잠이 들어 한밤중에 깨이므로 새벽 잠이 줄어 들고 오후 활동에 곤란을 겪는다. 그 외 일정한 잠시간이 없고 마치 갓난 아기처럼 아무 때나 자고 깨는 ‘불규칙 수면-각성 양상’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상적인 낮 활동에 지장을 받아서 직업적 사회적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
5. 수면도중에 생기는 이상 수면 및 기타 수면장애들
‘수면도중에 생기는 이상’으로는 깊은 수면단계에서 불완전하게 깨어나 걷거나 복잡한 행동을 하게 되는 ‘몽유병’과 몹시 놀라 소리 지르는 ‘야경증’은 어린이들에게 잘 오나 크면서 없어지는 수가 많다.
그러나 몽유병이 성인기에 나타나면 숨어 있는 다른 정신질환이 있을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 꿈잠과 관련된 이상 수면으로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대표적인 장애로 꼽을 수 있다. 잠자는 동안 꿈꾸는 장면이 행동으로 나타나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다리로 차서 자신이나 옆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하고 일어서서 가구를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는 노인에게 잘 오는 경향이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 꿈꾼 내용을 상기 해 보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역시 정도가 심하면 자신이나 옆사람을 다치게 하므로 즉각적인 치료를 요한다.그 외 가위눌림, 잠꼬대, 이빨갈기, 수면중 침을 기도로 흡입하거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때 그 외 여러가지 내과적 신경과적 질병과 병발하는 수면장애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가지 정신과적 장애에서 불면증이 잘 동반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려 그 종류가 80가지를 넘는다.
6. 수면장애에 대한 대책
여러분들은 이제 수면장애가 단순히 불면증의 형태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성피로, 두통, 소화불량, 기억력장애, 주의집중력장애, 정력감퇴, 업무수행능률 저하, 실수, 짜증, 신경질, 교통사고, 심장마비, 고혈압 등이 수면장애와 관련될 수도 있다고 안다면 결국 이러한 증상만을 다룰것이 아니라 그 원인되는 수면장애를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일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중요한 지침은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자가 진단하여 수면 진정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숨은 수면장애를 악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가 한달 이상을 넘어가면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이상의 수면장애들 가운데 일부는 수면다원검사를 해야 확인 되겠지만 대개는 신경정신과에서 상세한 문진으로 진단 또는 감별되므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해당과로 의뢰 될 수도 있다. 그 다음 비약물요법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건강한 수면위생’ 10가지이다. 물론 다음에 설명하는 수면 위생방법을 모두 동시에 행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선택해서 실천에 옮겨 본다.
1)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 잠드는 시간이 늦어서 몇 시간 모자라도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꼭 깬다. 하룻밤 못 자더라도 다음날 깊은 잠에 빠져들어 효율적인 수면을 갖는다.
2)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불면증이 생기기 이전 수준으로 제한한다 : 보통 수면 부족을 메우려고 지나치게 누워지내지만 수면의 효율을 나쁘게 만든다. 잠자는 시간외에는 누워 있지 않는 게 좋다. 달리 표현하면 역설적으로 덜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잠을 더 잘 오게 하고 수면의 질 도 좋아진다.
3)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물을 끊는다 : 커피는 중추신경 흥분작용이 있어서 민감한 사람은 잠자기 8시간 전부터 마시지 않는다. 잠들기 전 술로 잠을 청하는 것을 피한다. 술은 잠을 쉽게 들게는 하지만 제 3~4단계의 깊은 잠을 없애버린다.
4) 낮잠을 금한다 : 낮잠으로 지난 밤 못 잔 수면을 보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다가올 밤잠을 미리 자버린 셈이 된다. 꼭 낮잠을 자는 버릇이 밤잠에 도움되는 사람은 30분 이내로 한다.
5) 아침의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조절을 한다 : 저녁시간의 과격한 운동은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6) 저녁시간에 흥분되는 일은 피한다 : 자극적인 내용의 TV, 소설을 금한다. 낮 동안에 일어난 일이나 부부싸움으로 생긴 감정은 풀고 잠자리에 든다.
7) 취침시간 가까이 20분간 따뜻한 욕조 안에서 체온을 올린다.
8)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 취침 전에는 가벼운 간식정도가 좋다.
9) 저녁시간 긴장완화습관을 들인다 : 명상, 근육이완, 그 외 자신의 방법을 사용.
10) 편안한 수면조건을 유지한다 : 온도, 밝기, 소음 등을 적절히 하고 침대나 베개도 자신에게 안락한 것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