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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ach & Fate counselor
 
 
 
카페 게시글
* 뉴스 & 뉴스 스크랩 강원 인제군 용대리 황태축제
life coach 추천 0 조회 28 09.01.29 12: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진부령과 미시령을 넘어오던 구름이 높은 언덕에 막혀 겨우내 함박눈을 펑펑 쏟아내는 마을,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는 겨울 내내 솜같이 부드러운 속살을 자랑하는 황태를 말리느라 바쁘다. 황태, 동태, 북어, 노가리 등등 명태라는 생선 하나에서 어쩜 이리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가 나올 수 있을까. 이 중에서도 밤이면 얼어서 팽창했다가 낮에는 녹아서 수축하는 독특한 제조과정을 4개월이나 거쳐서 만들어지는 황태가 단연 으뜸이다. 물에 불려 달걀과 대파를 넣고 끓이면 구수한 황태해장국으로, 고추장을 보기 좋게 발라 철판 위에 구우면 황태구이로, 각종 야채를 넣고 오랜 시간 푹 익히면 황태찜으로. 황태의 부드러운 속살은 겨우내 입맛을 잃은 가족들의 식성을 돋우는 최고의 별미다.

광활한 산기슭에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덕장 안으로 들어서면 매섭게 귓가를 스치는 찬바람에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하얀 입김을 호호 불며 덕장 사이를 누비면서 주렁주렁 매달린 황태가 꾸덕꾸덕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추위는 저 멀리 달아나고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덕장에 황태가 내걸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략 12월 하순쯤. 입김까지 얼어붙는 추운 날을 골라 속초항에 막 출하된 러시아산 명태를 용대리로 옮겨온다. 속을 갈라 알과 창자는 젓갈공장으로 보내고 속이 텅 빈 명태를 두 마리씩 꿰어 덕장에 걸면 1단계 완료. 이제는 눈과 바람, 추위가 삼위일체가 돼 지상 최고의 맛을 창조해내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이 주산지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원산에서 피란을 내려온 실향민들이 속초에 정착하면서 고향의 음식을 되살려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겨우내 끊임없이 내리는 눈과 뼛속 깊이 얼어붙는 추위가 필수적인 요소였는데, 강원도 전역을 이 잡듯이 뒤지다가 이곳 용대리를 찾아낸 겁니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만나는 지점이라 눈이 흔한 곳이었고, 독특한 기압구조로 인해 주변 지역에 비해 평균 5℃는 기온이 낮았던 거죠. 이 주변을 거닐어보세요. 덕장이 늘어서 있는 용대리를 중심으로 반경 3km 이내만 유독 더 춥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용대리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판매를 대행하는 ‘용대황태촌’ 이강열 대표가 짚어주는 황태마을 형성사가 흥미롭다. 1960년대 실향민들이 중심이 돼 만든 마을, 용대리에는 현재 30여 개의 덕장이 있고, 해마다 100만 마리가 넘는 황태가 생산되고 있다. 예전만 해도 동해바다에서 생산되는 토종 명태인 ‘지방태’로 황태를 만들어왔지만 어느덧 씨가 말라버린 터라 러시아 근해에서 잡아오는 명태로 대체된 지 오래다. 영광굴비가 대부분 중국산 조기를 들여와 영광에서 손질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맥이 통한다.

험난한 고개를 넘어 황태마을에 도착해 속이 깨끗이 비워진 채로 덕장에 내걸리게 되는 명태는 4개월 동안 20회 넘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표면이 노랗게 일어나는 고소한 황태로 다시 태어난다. 통통한 살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절로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황태는 최상의 제품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제조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명태를 말리는 동안 기온이 너무 오르거나 떨어지면 안 된다. 영하 15℃에서 영상 2℃ 사이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것.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껍질이 하얗게 바래버리는 백태가 되고,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탁한 빛깔의 강태가 된다. 겨울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으면 살이 썩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면 살이 딱딱해진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용대리에서도 자칫 자연이 변덕을 부리면 수많은 명태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다.

▶ 최고의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황태 요리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다 보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번 황태의 맛에 중독된 사람은 단백하면서도 쫄깃하고 구수한 그 맛을 잊지 못하게 된다. 황태는 숙취해소, 간장해독 등에 특히 탁월한 효능이 있다. 궁핍하던 시절에는 연탄가스에 중독됐을 때 황태국물을 먼저 먹였을 정도라고 한다. 말리면서 영양소가 많이 파괴되는 북어와는 달리 황태에는 4배나 더 많은 영양소가 살아 있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황태 덕에 용대리 주민들은 산골마을치고는 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강열 대표가 “가구당 연간 소득이 70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라고 슬쩍 귀띔해준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황태축제도 전국적으로 마을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다. 매년 2월 말에 개최되는 황태축제(올해 2월 25일 예정, 문의 황태축제위원회 033-462-5855)는 3박 4일 동안 진행되며 황태요리 시식회, 황태투호대회, 황태탑 쌓기 대회, 황태구이체험, 황태 빨리 걸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황태요리를 공짜로 시식해볼 수 있고, 질 좋은 황태를 시가보다 20% 싸게 사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지난해에만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황태축제 기간 동안 용대리를 찾았다.

“값싼 중국산이 시장에 범람하면서 주민들이 많이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시장에 나오는 황태의 70%를 중국산이 점령했을 때도 있었죠. 겉으로 보기에는 구별이 잘 안 가지만 맛은 천양지차입니다. 4개월 동안 자연과 함께 익어가는 한국산 황태의 참맛을 따라올 수 없죠. 다행히 우리 황태의 진가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용대리 황태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강원도의 산하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을 출발해 홍천과 인제를 거쳐 원통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면 겨울 내내 새하얀 눈에 덮인 백담사의 고즈넉한 모습을 둘러볼 수도 있다. 백담사 입구에서 용대삼거리까지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은 색다른 드라이브의 쾌감을 느껴볼 수 있는 코스. 길 오른쪽으로는 북천강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골짜기가 자연의 위용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게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눈 덮인 겨울 산을 등진 채 북천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황태 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때맞춰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황태마을만의 장관이 펼쳐지게 마련. 자, 이제 뜨끈한 황태해장국 한 그릇에 추위를 훌훌 날려버리고 본격적인 인제군 관광을 시작해보자. 내설악 최고의 명소라 불리는 백담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백담계곡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를 걸어보자. 소승폭포, 진동계곡, 십이선녀탕 등 자연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설악산에 오르는 길. 어느덧 가슴이 뿌듯하게 충만해온다.

찾아가는 길 서울→홍천→인제→원통→민예단지 삼거리에서 진부령과 미시령 방향으로 좌회전→백담사 입구→진부령과 미시령 갈림길인 용대삼거리(서울에서 3시간 거리)
주변 관광지 미시령계곡, 도적폭포, 백담사, 알프스스키장, 용대자연휴양림
문의 용대황태촌(033-46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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