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십에는 20명의 감독들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알렉스 퍼거슨 감독(66)이나 첼시의 조세 무리뉴 감독(43)처럼 ‘용장’이 있는가 하면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57) 같은 ‘덕장’도 있다.
▲재림한 시황제
퍼거슨의 철학은 ‘감독은 하늘, 선수는 땅’이다. 이 때문에 스타 선수라 해도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 과감하게 제거한다. 야프 스탐,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맨유를 나간 것도 다 이런 이유다. 퍼거슨의 카리스마는 맨유 이전 시절부터 유명했다. 일례로 그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버딘 감독이었을 때 ‘화난 퍼기’로 일컬어졌다. 글래스고와 셀틱의 위용에 숨죽이며 하류인생을 살았던 애버딘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늘 인상을 쓰다보니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이다. 얼마나 면전에서 선수들을 ‘앙~앙~’대며 쏘아붙이는지 그 모습이 마치 ‘작동된 헤어드라이어’ 같다 해서 ‘헤어드라이어’란 다른 별명을 얻었다.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퍼거슨 감독은 30년 가까이 진시황 같은 절대권력을 휘둘렀지만 지금도 수많은 제자들의 존경을 받는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로이 킨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가 퍼거슨인 것만 봐도 선수들 사이에서 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킨은 퍼거슨의 미움을 사 셀틱으로 ‘귀양’을 갔다가 은퇴했다. 하지만 챔피언십 선덜랜드 지휘봉을 잡자마자 득달같이 옛 스승에게 보고를 하는 등 지금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인다.
▲싸움닭 독설가
무리뉴의 카리스마도 퍼거슨 못지않다. 무리뉴는 경기 중 단 한번도 인상을 펴지 않는다. 잉글랜드 언론이 “퍼거슨은 골이 터지면 웃기라도 하는데 무리뉴는 완전 얼음 덩어리”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무리뉴는 독설로도 악명이 높다. 지난달 레딩과의 원정 경기에서 소속팀 골키퍼 페트르 체흐와 쿠디치니가 머리를 다치자 “체흐가 죽을 뻔했다. 레딩과 영국축구협회는 각성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는 법이 없다. 툭하면 심판 탓, 그라운드 탓, 상대선수 탓, 상대팬 탓이다.
무리뉴의 독설은 나름대로의 노림수가 있다.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한 첼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큰 만큼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격적인 언행으로 언론의 관심을 자신에게 유도하는 것이다.
▲꼬장꼬장한 학자
독설과 카리스마로 똘똘 뭉쳐 있는 퍼거슨, 무리뉴와 달리 웽거 감독은 꼬장꼬장한 성격의 학자다. 경제학 석사인 웽거는 지난 10년 동안 아스널을 사랑과 믿음으로 이끌었다. 이에 대해 아스널의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웽거 감독의 인품을 존경한다. 전반전에 지고 있어도 하프타임에 어떤 꾸중도 하지 않는 감독을 보고 있노라면 후반전에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샘 솟는다”고 말했다.
한편 런던에서 10년 동안 산 웽거 감독은 얼마전 “집, 경기장, 훈련장 가는 길밖에 모른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