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연합뉴스 [디지털스토리] "25km 견인요금이 103만원, 내가 부른 견인차도 아닌데" 입력 2018.01.12. 08:00 수정 2018.01.12. 09:49 댓글 702 SNS 공유하기 음성으로 듣기 글씨크기 조절하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최근 A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달래내고개 부근에서 운전 중 사고를 당했다. 본인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내 도착한 사설 견인차는 사고 차량을 서울 용답동의 한 정비공장으로 옮겼다. 다음 날 A씨에게 청구된 견인 요금은 무려 102만7천 원이었다. 업체 측에 따르면 30km 이동 추가 요금 6만 원, 특수 견인비 25만 원, 차선 작업 10만 원 등이 합산된 금액이다. 그는 "이동 거리는 아무리 길어야 25km인데 추가요금은 무엇이며, 특수견인비는 또 무엇이냐"며 "이게 제대로 청구된 금액이 맞느냐"고 억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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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6시께 전남 화순군 이양면 광주 방향 국도에서 18중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눈이 얼어 붙은 도로에서 아반떼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이 때문에 뒤따르던 시외버스가 들이 받는 등 10여 대의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한 것이다. 아반떼 운전자는 도로변에 정차한 견인차 경광등에 놀라 급하게 제동을 했다고 밝혔다.
A 씨처럼 사설 견인차의 바가지 요금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운전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견인 차량이 사고 지점까지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 신호 위반과 불법 주정차, 번호판을 가린 채 난폭운전을 일삼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과 계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화순=연합뉴스) 9일 오후 6시 42분께 전남 화순군 이양면 광주방향 국도에서 승객 10명을 태우고 운행하던 시외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 아반테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 여파로 버스를 뒤따르던 자동차 16대가 산발적인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모두 5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아반테 운전자가 도로변에 서 있던 견인차 경광등에 놀라 급하게 제동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사진은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경찰의 모습. 2018.1.9 [전남 화순소방서 제공=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화순=연합뉴스) 9일 오후 6시 42분께 전남 화순군 이양면 광주방향 국도에서 승객 10명을 태우고 운행하던 시외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 아반테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 여파로 버스를 뒤따르던 자동차 16대가 산발적인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모두 5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아반테 운전자가 도로변에 서 있던 견인차 경광등에 놀라 급하게 제동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사진은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경찰의 모습. 2018.1.9 [전남 화순소방서 제공=연합뉴스] ◇ 견인비,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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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지도 않았는데 119나 112보다 먼저 왔다. 그리고 운전자가 사고 나서 정신없는 사이에 차를 견인해 가더라. 요금은 수십만 원이 훌쩍 넘더라"
사설 견인차의 부당한 요금에 피해를 본 이들이 공통으로 내는 하소연이다. 사고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해 우격다짐으로 차를 묶은 뒤 나중에 바가지 요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불친절함과 협박 등에 대한 불만도 함께였다.
견인차 요금 청구서(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견인차 요금 청구서(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제공) 실제로 자동차 견인 관련한 불만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견인차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 건수는 늘고 있다.
2015년 452건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10% 이상 증가한 497건까지 늘어났다. 2017년의 경우 8월 기준으로 345건에 달한다. 이 기간 접수된 상담 건수는 모두 1천20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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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청 이유로는 바가지 요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견인 요금 과다 청구 등이 77.4%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강제 견인이 15.1%로 그 뒤를 이었다. 견인 중 차량 훼손도 6.4%나 됐다. 대형 손해 보험사에서 교통 사고 피해 보상 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하고 있는 최모 과장은 "사설 견인차들이 사고 현장에서 정신없는 운전자를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알선된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가 수리 요금을 과도하게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요금이고 지급할 필요도 없는 금액"이라며 "결국 이런 사건들이 쌓이면서, 궁극적으로는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고 후 5분 만에 도착한 견인차...난폭운전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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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차들이 사고 지점까지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 난폭운전을 일삼는 것도 문제다.
2016년 4월 경북 영주의 중앙고속도로에서 견인차 세 대가 중앙선을 넘거나 역주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견인차를 고속도로에서 1km 가량 후진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난폭 운전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는 견인차 운전자가 역주행 하는 장면을 SNS(소셜 네트워크)에 생중계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1월 10일부터 견인차량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한 달 만에 140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주정차 위반 33건, 신호위반 21건, 불법 유턴 3건 등이었다. 심지어 운전자를 상대로 공갈 협박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운전자 이 모(35) 씨는 "과속은 기본이고 깜빡이도 켜지 않고 운전하는 견인차를 보면서 공포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사고날 뻔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의 위치를 임의대로 변경하거나 훼손시키는 행위도 문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견인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훼손하거나 고의로 가리는 행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13년 1천여 건이었던 번호판 관련 불법행위는 이듬해 1천210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2천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8월 기준으로 이미 이전해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 의원은 "이와 같은 불법행위가 적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실제 위반 건수는 훨씬 많다"고 말했다.
번호판을 고의로 가린 채 운행하는 견인차(이원욱 의원실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번호판을 고의로 가린 채 운행하는 견인차(이원욱 의원실 제공) ◇ 견인차 피해당하지 않으려면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견인차의 바가지요금은 삼진아웃에서 투아웃으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1차 적발 시 사업자와 운전자가 각각 적발된 차량 운행정지, 자격정지 30일 처분을 받고 2차에서는 각각 감차 처분과 자격취소 처분을 받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구난형 특수자동차 운임·요금표'보다 더 많이 청구했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운전자 의사에 반하여 차량을 무단 견인한 경우 견인차 사업자는 1차 사업 전부 정지 20일, 2차 사업 전부 정지 40일, 3차 사업 전부 정지 60일로 강화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콜센터(1588-2504)를 통해 신고할 경우, 소형 차량은 안전지대까지 무료로 견인할 수 있다. 또 자동차 보험 가입시 특약된 견인 서비스를 부를 경우 10km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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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장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김 회장은 "15년 전에 사설 견인차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누구나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때부터 공급이 급속히 많아졌고, 최근 들어서는 난폭 운전을 일삼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견인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이들 대부분이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규제도 힘들다"며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는 "심지어 사고 다발 구간에 차를 세워 놓고, 거기서 먹고 자는 견인차 기사도 있다"며 "그렇게 생활하며 운전대를 잡으니, 제대로 운전이 가능하겠냐"고 덧붙였다.
계도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과거 견인차 운전 기사 몇 명을 인터뷰한 결과, 운전 문화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며 "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계도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견인차 운전자는 역주행 해봤느냐고 물어보니까 자랑스럽게 '그렇다'고 답하더라"며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견인차를 몰 수 있게 만든 제도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사설 견인차 운전자들은 여론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견인차 기사 경력 3년 차인 김모 씨는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경쟁도 치열해져서 실적을 올리려면 과속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 씨는 "운전자들의 불만은 알지만 (견인차 기사도) 엄연한 직업의 일종이고, 생계 수단인만큼 이해를 부탁한다"며 "그래도 우리 덕에 사고 현장이 빨리 수습되고 교통 정체도 해소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구급 출동 기사 일을 하고 있는 오형택(35) 씨는 "고객들의 재촉과 늦으면 손해가 나는 규정 때문에 과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고 전화가 들어온 시점으로부터 15분이 넘어가면 수수료가 깎이거나 평가 등급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오 씨는 "오토바이 배달 30분 보증제는 부당한 업무 지시로 간주하면서, 견인차 15분 내 의무 도착은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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