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반도 거금도 여행기*
*친구들과 회갑여행으로 1박 2일 고흥반도 거금도를 가다*
오래 전부터 계획한 여행이라 많은 친구들이 참여를 했다.
봄날은 특허 받은 날처럼 화창했고 친구들은 아주 오래 전 수학여행을
간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설렘으로 이 날을 기다리며 뒤척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 거주 친구들은 합정역에서 만났고 수원, 용인 거주는 신갈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정확하게 9시 50분쯤 전세버스가 도착을 해서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버스는 막힘없이 전용차로로 씽씽 달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회를 맡고 있는 친구의 노련하고도 재미있는 진행에 모두 폭소를 터트리고 박장대소로 답을 했다. 여럿이 모이면 꼭 재능기부를 한 친구들이 있어서 흥이 난다. 먼 길 여행에 역시나 차 안에서 노래방이 시작되었고 친구들의 장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들 모두가 정신이 나갔다. 관광버스에서 노래방이라??
일탈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그 순간은 아무 생각도 없었고 앞도 뒤도 없는 멘탈의 붕괴 ㅋㅋㅋ
이런 멘탈 붕괴는 처음인데도 신바람이 났다. 친구니까 가능했을 거다.
남도 출신들의 거침없는 흥으로 우린 하나가 되었다.
딸기며 토마토와 아침 도시락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해준 집행부의
철저함, 그리고 친구가 가져온 옛날 과자는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들었다.
추억의 과자는 다들 좋아한다.
고향으로 떠나는 여행인데도 엄마에게 전화를 못하고 그냥 갔다.
행여 올까 기다릴세라!!!전화도 못했다. 엄마를 그리며 추억에 잠긴다.
그것도 잠시 친구들의 아우성에 같이 박자를 맞추고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덧 순천에 도착을 해서 맛있는 냉면을 먹고 녹동을 향하여 다시 고고~~
옛집 앞을 지나다보니 주마등처럼 옛 생각이 났다. 상념에 잠겼다.
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 난 행복했고 아무 모자람이 없었던 시절을
떠올리는데 행복은 잠시 스쳐간 옛 일인 것처럼 씁쓸했다.
버스는 노래를 싣고 잘 달린다....
녹동 항에 도착해서 미리 주문해놓은 자연산 회를 싣고 거금도를
향하여~~거금도는 예전에는 섬 이었다. 연육교가 개통이 되면서 많이 알려지기 시작을 했지만 아직은 유명세를 안타서 조용하다고 했다.
고흥반도의 팔영 산은 등산객들 한데는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
거금대교가 눈앞에 보이니 푸른 바다와 다도해의 아름다움에 모두 와 !!
하고 소리를 지른다.
해돌마루 펜션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는 바닷가로 나갔다.
펜션은 바닷가 바로 앞이었다.
잔잔한 바다는 파도소리도 없이 고요했고 넉넉한 품으로 반겨주었다.
둘레길이 조성중인데 아직은 정비가 완전하게 안 되어 있어 해안가
둘레 길을 걸어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바닷바람이 제법 불어와도 파도는 잔잔하다.
남해바다는 그렇게 조용했다.
일렁이는 파도소리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망망대해 추억의 동해바다가 업 되면서 잠시 추억에 잠겨본다.
맛있는 회도 먹어야 하니 할 수없이 룸으로 들어왔다.
벌써 먹거리 판이 벌어져 난리가 났다...
싱싱한 자연산 도다리, 광어, 멍게, 해삼, 전복에다 친구가 마련한 고향의 맛깔스런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야채를 곁들여서 한입가득 회를 먹으니 어찌나 맛나던지....
전통주 진주 홍주 한 잔 을 곁들여 맛있게 회를 먹었는데 홍주가
말썽을 부린다. 갑자기 빙빙 돌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이!!!이를 우짜냐~~
방에 가서 눕고만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었더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ㅎㅎㅎ
다행히 친구가 준비해온 보이차를 마시니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오늘 차 맛이 유난히 좋다.
누구와 같이 차를 마시느냐에 따라서 차 맛도 이렇게 다른가보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나누며 수다의 밤은 깊어만 간다.
순천에서 온 친구들과 합석을 하고 밤이 깊도록 정을 나눈다.
피곤한 친구들은 살며시 잠자리로 옮겨 가고 나도 방으로 와서
우리들끼리 또 왕 수다를 떨었다. 초딩 친구를 만나면 옛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픔 하나씩은 간직한 채 살아온 지난날들~~
난 과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그 날 저녁에 아버지 얘기며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주었다.
이렇게 서로의 아픔도 들으며 위로를 했다.
‘상처는 치유의 대상이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혜민 스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동이 틀 것 같은 붉은 햇살의 황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 조금만 기다리면 남해의 일출을 볼 수 있기에 창밖을
응시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둥근 해는 이렇게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하고 바다에 투영된
빛은 반짝이는 물위로 찬란한 빛을 선사하며 붉게 떠오른다...
일어나 친구들에게 아침 산책을 나가자고 하니 다들 시큰둥하니 별로
가고 싶지가 않은 가보다. 난 빨리 나가고 싶은 맘에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감지 않고 양치만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청량한 아침바다 잔잔한 호수 같은 수면위에 아침 해가 두둥실
떠 있다. 무념무상....
남해바다의 적막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큰 숨을 들이쉬니 가슴이 뻥 뚤린 쾌적한 상태의
몸과 마음이 느껴진다.
아침의 고요함을 숲속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걸었다.
숲, 바람, 아침햇살, 미세먼지 제로인 공기와 새소리까지 친구가 돼
주어서 발길은 가볍고 상쾌했다.
돌아오니 벌써 아침을 먹는 중이라 나도 지리 국물에 밥을 조금
먹었다. 지리 국물이 진국이었다. 요리도 참 잘 하는 친구...
이제 출발이다...
짐들을 챙겨서 차에 실어놓고 바닷가를 배경삼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기저기서
카메라 셧터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은 모두가 모델이 되었다.
우린 11시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고흥하면 떠오르는 유자, 마늘, 양파, 그리고 항공우주센터...
선착장에 도착하니 조형물인 오브제의 손이 저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나도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었다.
유람선을 타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공지를 했는데도 꼭 빠트린
친구가 있다. 신분증이 없었는데 요령 있는 친구의 주선으로 모두
유람선을 탈 수 있었다.
고흥반도 8경을 보기 위해 서서히 뱃머리를 돌려 항해를 시작한다.
항해사의 설명이 잘 들리지가 않아서 우린 풍경을 보며 안내장에 나와 있는 모양을 보고
맞춰가면서 넘실대는 바다위의 작은 섬들과 오랜 세월
풍랑에 맞서 꿋꿋하게 견디며 세월의 억 겹을 이겨낸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청청 남해바다의 정취에 푹 빠졌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에 잔잔한 바다위의 은빛 햇살이 눈이 부시게 화사했다.
2시간 코스의 유람선 관광을 지루함 없이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남해 바다의 특성상 넓은 바다 위 양식장들의
부조물들이 눈에 거슬리긴 했다.
그래서 난 동해바다가 좋다...
바다가 바다다워서 좋고 망망대해 기분이 나서 좋고, 바다위의
부조물들이 없어서 좋고, 적당한 파도의 부서짐이 있어서 좋다. ㅎㅎ
이제 점심을 먹으러 순천으로 간다.
돌아가는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또 시작이다.
이 친구들의 끼와 열정을 무엇으로 막으랴~~
평소 음주가무에 능숙하지 못한 친구는 선뜻 현금을 기부했다.
나도 노래대신 현금을 기부할까 하다가 분위기 때문에 한곡을 불렀다.
내 18번은 항상 한 곡 ㅎㅎㅎ
내가 차 안에서 노래를 불러본 건 두 번째다.
처음은 2000년 미국 여행 중 마지막 코스인 동부와 캐나다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였다.
대부분이 교포들인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국은 차 안에 노래방기기가 있어
노래를 잘 한다며 인디언 복장을 한 가이드가 우리를
소개 했고 지금 차에도 노래방 기기가 있다며 우리가족 중에 내가
맏이라고 나를 시켜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ㅎㅎ
미국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18번 남행열차를 불렀다. 이 노래만 할 줄 안다.
뒤이어 남동생이 멋지게 노래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십 년이 흘러도 18번은 변함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다. ㅎㅎ
식사는 유명한 대원식당에서 먹는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음식이 나온 걸 보니 기대치에 못 미쳤다.
예전의 대원식당이 아닌 것 같아 실망이었다.
음식의 가지 수는 많아도 딱히 그 집만의 특색 있는 음식이랄까 뭐
그런 것도 없고 된장찌개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저녁을 먹지 않을 생각으로 천천히 반 공기를 먹었다.
순천 친구와의 작별을 나누고 4시 경에 서울로 출발했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도 친구들은 웃음과 열정과 끼를 발산하며
4시간을 쉼 없이 떠들고 노래 부르고 하다가 신갈 정류장에서
굿바이 작별을 했다. 1박 2일의 여정에 이렇게 많이 웃어보긴 첨이다.
웃으면 행복지수 높아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리고 이런 광란의 여행도 첨이다.
고정관념을 깨부순 여행!!! 피로가 겹칠 만도 한데 오히려 피곤한 줄
몰랐다. 즐거움과 웃음이 만들어낸 신비한 조화일거다.
사람은 누구나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꾼다.
우리 또래의 나이가 되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그 일탈이라는 것도 아무하고나 못한다.
체면과 겉치레를 다 벗어 던져야만 가능하니까.
그 대상이 아주 오래 된 친구들이라서 가능했고 그동안 축척된
우정과 사랑과 친구로서의 존경심과 무한 신뢰가 쌓여 가능했다.
이런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어떤 친구는 요리에다 사회도 보고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도 가지고
있었고, 사진 잘 찍는 친구, 농담 잘 하는 유머러스한 친구, 음주 잘
하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 노래는 모두 기본으로 잘 한다.
다재다능한 친구들의 끼와 열정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또 친구들의 그 끼와 열정만큼 모두가 넘치는 에너지로 화답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서로의 배려로 깊은 우정을 나눈 모습들이 정말 좋았다.
짧은 여행을 하면서 할 얘기가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다.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친구들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하자 ~~
2017. 4. 23.
첫댓글 친구란 무엇인지?
인생의 조미료 기름같은 중요한친구~~ 한편의 수필같은 수작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며 읽어봅니다
닉과 어찌이리 일맥상통한 삶인지 부럽습니다
친구가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는데 자주 어울리지 못하니 아쉬움도 크지만 어쩌다 만나도 늘 그자리에 있어준 친구들이 있어 참 좋습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지 못해서 별로 친구가 없답니다. ㅎㅎ 제 블러그에 저장된 글을 올려봤어요. 그때 그 여행이 내게 참 여러 가지를 선물해줬거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바다 석양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