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전망대의 환상적인 일출
<땅끝 일출>
해남 땅끝마을 일출의 의미
우리는 매일 한 번씩 일출과 일몰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해가 뜨고 지는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도 한 해를 보내는 세모(歲暮)의 일몰과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신년원단의 일출은 그 의미가 남다르기에 이를 보기 위해 민초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전국의 유명한 일몰일출장소로 모여듭니다.
우리의 국토는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매우 아름다운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계절이 분명하여 더욱 그러합니다. 한 나라의 국토는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 많습니다. 민족의 영산(靈山)이라는 태백산의 천제단은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올리는 신성한 곳입니다. 추풍령은 경부고속도로의 중간기점으로서 뜻 깊은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해남의 땅끝마을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토의 최남단은 마라도이지만 육지의 최남단도 매우 의미 깊은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비록 신년은 아닐지라도 장엄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도 비할 바 없습니다.
땅끝마을 가는 길
2007년 3월 10일 토요일 밤 11시가 지난 시각,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M산악회 소속)가 힘차게 고속국도를 질주합니다. 중간에 두 번 휴게소에 정차할 때마다 버스에서 내리기는 하였지만 몽롱한 정신으로 밤새 버스에 축 늘어져 앉아 있습니다. 잠을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앉아있으려니 머리도 뻐근하고 사지가 불편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불평할 형편이 못됩니다.
버스가 언제 고속국도를 벗어났는지 이제는 구부러진 도로를 따라 느릿느릿 기어갑니다. 버스 창문은 뿌옇게 습기에 차 있고, 사위는 온통 어둠에 젖어있어 바깥풍경이 보이지 않으니 눈을 뜨고 창 밖을 살펴보아도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과 마찬가지입니다. 달리는 버스의 헤드라이트만이 가는 길을 비추지만 필자의 자리가 버스 중간이라 도로이정표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밤새 어둠을 뚫고 달려온 버스는 먼동이 튼 후에야 땅끝마을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서울을 떠난 지 거의 7시간이 지났습니다.
땅끝마을 전망대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단지 일출을 보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남쪽에 위치한 보길도에 가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길도행 배의 출항시각이 아침 8시 20분이라 자투리시간을 이용하여 일출을 보기로 합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전망대 입구로 이동합니다. 전망대는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갈두산 사자봉 정상(156m)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미 부산지방에서 두 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전망대로 떠난 후입니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오르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시각이라 전망대매표소는 굳게 문이 잠겨 있지만 사람들은 돌고래 형상의 전망대를 돌아보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땅끝 전망대>
<전망대 상부>
<땅끝 표석>
땅끝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된 것은 1986년으로 국토의 최남단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망대를 세우고 봉화대를 복원하면서부터입니다. 이곳은 땅끝이라는 말이 주는 독특한 느낌과 함께 맴섬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의 황홀감을 느끼려는 많은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찾고 있는 관광명소입니다.
<복원된 봉화대>
전망대 앞에는 땅끝의 유래에 관한 안내문이 보입니다. "육당 최남선의「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2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3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전망대에서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토말(土末)비석과 삼각형의 모양이 하늘로 솟은 땅끝탑이 바로 바다 옆에 세워져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없어 답사하지 못합니다.
필자가 1985년도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플로리다 남쪽에는 키 웨스트(key west)라 불리는 섬이 있는데 이미 교량(약 11km)으로 연결되어 육지화가 된 곳입니다. 이 섬의 남쪽 끝에는 소설가 헤밍웨이가 작품활동을 한 집이 있고 그 옆에는 "미 대륙의 최남단"(Southernmost Part of the Continental U.S.)이라는 붉은 글씨로 씌어진 이정표가 있어 이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망대 매표소 입구에는 땅끝마을 방문기념증서를 발행해 준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필자는 1992년도 유럽대륙의 최 서방지역인 포르투갈 신트라(Sintra)시의 로까 곶(Cabo da Roca)을 방문했을 때 받아온 방문기념증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장엄한 일출
필자는 전망대 아래 목책이 설치된 곳에 자리를 잡고 남해바다의 동쪽하늘을 바라봅니다. 꽃샘추위가 엄습하여 대기가 맑아진 덕분에 바다 위에는 해무(海霧)도 없이 깨끗합니다. 그때 전망대 쪽에서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이어서 붉은 태양이 멀리 보이는 섬 뒤로 장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카메라 셔터를 몇 차례 누르는 사이에 이미 둥그런 태양이 온 누리에 빛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일출을 보았지만 이토록 완벽한 일출은 처음입니다.
<일출 직전 붉게 물든 동쪽 하늘>
<모습을 드러낸 태양>
<살짝 줌인하여 바라본 모습>
<좀더 확대한 태양>
오늘 같은 날에 대비하여 카메라도 바꾸고 무거운 삼각대도 가지고 왔지만 아직도 내공이 부족하여 사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모드를 바꾸어 가며 정신 없이 사진을 찍고 나서 뒤돌아보니 전망대에 서 있던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아니합니다. 이제야 7시까지 버스에 승차하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필자는 급히 삼각대를 접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되돌아와 버스에 오릅니다. 다행히도 꼴찌를 면해 체면을 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적당히 아침을 해결하고 보길도행 배를 타러 떠날 차례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