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0.1%의 공부법_8
공부 잘하는 애는 뭐가 달라도 달라! 이런 선입관은 동관 군을 보자 여지없이 깨졌다. 그는 너무 평범했고, 고1 이후로는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다. 평소 학교 공부에 충실했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실력을 키웠다. 인강? 그거 아무나 하는 거잖아. 아무나 하는 걸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올해 서울대 의예과에 들어간 한동관 군은 충남 서산 서령고 출신이다. 지방에서, 그것도 서울대 의대에 정시로 합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동네 학원을 다녔을 뿐, 온전히 혼자 힘으로 공부해서 당당히 국내 최고 대학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기숙사 앞에서 만난 동관 군은 참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 마른 몸집에 안경을 쓴 그의 얼굴에서 말썽의 흔적을 찾기란 힘들었다. 이런 첫인상은 그의 말투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관악 캠퍼스를 걸으며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충청도 남자답게 대답에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기보다는 친한 동생처럼 느껴졌다.
중학교 때 다진 수학 기초가 큰 도움
동관 군은 어릴 때 레고 조립을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다. 나중에 커서 기계공학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자랐고, 중학교 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3년 내내 집 근처 종합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고등학교 수학선생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수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잘하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의대에 들어갈 결심을 했어요. 서산 부춘중학교에 다녔는데, 전교 10등 안에는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내신에 별로 신경을 안 썼고, 주로 수학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게 공부했어요. 학교에서 애들을 스무 명 정도 뽑아서 영재반 같은 걸 운영했는데, 거기서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했거든요. 중3 때 시에서 하는 경시대회에서 대표로 뽑혀서 도 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금상을 받았는데, 그게 4등인가 그랬을 거예요.”
보통의 중학생들을 눈여겨보면 크게 ‘내신형’과 ‘수능형’으로 나눌 수 있다. 내신형은 성격이 꼼꼼하고 완벽주의자가 많다. 한 가지를 해도 확실하게 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는다. 또 시험에서 실수도 적은 편이다. 그에 반해 수능형은 덜렁대고 대충 하는 편이다. 공부의 양과 관계없이 실수가 많고, 조금만 알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만족해한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지만 노력은 덜 하는 편이다.
한동관 군은 내신형에 가까웠다. 말썽 부리지 않고 알아서 잘하는 성실한 유형으로, 엄마들이 딱 부러워할 친구였다. 동관 군은 수학의 기초를 충분히 다진 뒤에 고등학교에 올라갔고, 1학년 때까지는 줄곧 같은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학원에 가면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수업을 받았어요. 저녁 11시나 12시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죠. 잠은 7시간 정도 푹 잤어요. 대신 쉬는 시간에 잠을 자거나 하지는 않았죠. 제가 특별히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공부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본 것도 아니니까요. 수업시간에 필기 잘하고, 집중해서 들은 정도죠.”
동관 군의 공부 비법은 원칙론에 가까웠다. 수학을 잘하고 좋아해서 이과로 가기로 이미 정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의대에 갈 결심을 굳혔다. 그 뒤로는 순탄했다. 엄마 아빠 모두 선생이란 점이 남달랐지만, 둘째아들을 위해 특별히 해준 것은 없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종합학원을 다녔고, 그마저도 고2 때부터는 듣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새벽 1시 정도까지 공부한 것 같아요. 잠은 늘 적당히 잤죠. 아참, 고2 때부터 ‘인강’으로 부족한 과목을 공부했어요. EBS랑 강남구청에서 하는 수능 인터넷 강의를 들었죠.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 방송은 1년에 3만 원이었어요. 거의 돈이 안 들었다고 봐야죠. 제가 언어영역에 약해서 그쪽을 많이 들었어요.”
언어는 EBSi에서 현대문학, 현대시, 고전문학 등을 들으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수리는 ‘수학의 정석’으로 기초를 다졌고 EBS 특강으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했다. 외국어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온 터라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과학탐구의 물리, 화학, 생물은 워낙 좋아하는 과목들이라 방학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로 예습을 많이 했다.
“찾아보면 좋은 인강들이 많아요. 어디가 좋다는 말에 비싼 돈을 내고 듣는 친구도 있었지만,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어떤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 어디가 좋다더라… 이런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을 찾아서 필요한 부분을 들으면 되거든요. 값이 싸다고 EBS나 강남구청의 인강 수준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죠.”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의 강의를 전국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인터넷 강의의 장점이다. 학원을 다니면 오고 가는 시간도 있고, 수업을 마칠 때까지 교실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에 반해 인강은 2배속으로 빨리 들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교육정책상 교육방송에서 다루는 책에서 수능의 지문을 자주 출제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동관 군은 인강을 활용해 부족한 과목을 주도적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집중해서 실력을 키웠다. 따로 문제집을 사서 볼 때도 있었지만,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를 인쇄해서 문제를 풀거나 요점 정리를 해도 충분했다. 큰 돈 안 들이고 현명하게 수능을 준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