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그 명랑한 목소리로 즐겁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뚱뚱한 아들에겐 살이 빠지길 바라며
남편은 좀 잘 살아서 주변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곤 행운을 빈다고
네잎 크로바 한 주먹을 내 손에 건네네요
죽어서도 가족 걱정 뿐이었습니다
놓치고 있었는데
음력으로 7/14일이 생일이었는데
양력으로 이 날에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양력으로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눈에 찌짐(전)이 보이길래
이 것은 뭐지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가서
찌짐이랑 나물이랑 오뎅이랑
이 것 저 것 아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서 딸과 먹었습니다
한 일 주일 전부터
아내와의 추억들이 자꾸 떠 올라
딸에게 혹시 엄마 꿈 같은 것
꾸지 않았냐고 물으니
아무 것도 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글쎄 딸내미가 7/14일 오전에
미역국을 끓였네요
물론 엄마생일인줄 모르고
끓인 것이었습니다
소름이 싹 돋더라구요
아내의 생각이었으니까요
병신같이 멀쩡히 살아 있으면 뭐합니까?
이렇게 죽어서도 자신의 의견을
보내는 것도 모르고 사는 주제에
결국 앞으로 자신의 생일을
양력으로 챙기라는 말이었습니다
모르고 끓였던 미역국과 제사에 올리는
찌짐거리들을 보여줬으니까요
이렇게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닙니다
몸만 없을 뿐이지 산 사람과 똑 같습니다
제가 추측하건데 죽은자의
제사, 생일, 차례등을 소홀히 하고 싶어도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니
계속 이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을 해 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잊혀지는 것이 싫어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서
잊혀지는 상황이 싫어 보였습니다
지금의 죽은 자들과의 제사의식 같은 것도
산자들의 생각이 아니라
죽은 자들의 생각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을 감고 아내의
맑은 목소리를 듣고 싶어 되새겨 보지만
자꾸 하염없이 눈에선 눈물만 흐르네요
아내와 같이 한 시간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쩌면 대학병원에 같이 다닌 시간이 더
많았을까요?
병을 치료했던 것도 추억이라고
자꾸 대학병원 주변을 서성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같이 못한 시간이 죄스러워서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