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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메뉴판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중 하나인 부산 밀면. 6·25전쟁 이후 등장한 밀면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밀면은 한국 현대사가 낳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6·25 전쟁 당시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냉면을 만들다가 구하기 어려운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한 것이 밀면의 시초였다고 보고 있다.
밀면의 모든 것을 살펴볼 기회가 왔다.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은 개관 후 첫 번째 특별기획전 '부산 밀면 이야기'를 10월 15일부터 오는 12월 15일까지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물 전시에서 벗어나 밀면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무게를 실었다. 이를 위해 영상물을 중심으로 전시공간이 구성됐으며, 사진과 밀면 관련 유물 20점이 배치돼 있다.
전시 내용은 5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부산 밀면, 24시간의 기록'이다. 육수를 준비하는 새벽부터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하는 밤까지 밀면집의 활기차면서 고단한 하루 일과를 영상과 사진에 담았다.
1960년대 냉면·밀면기계. 임시수도기념관 제공
두 번째는 피란민과의 연관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피란과 밀면, 우암동 내호냉면 이야기'다. 밀면의 원조로 알려진 내호냉면에서 밀면을 만든 계기를 찾아본다. 세 번째는 '밀면, 기억들'에 대한 내용이다. 밀면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내밀한 개인적 삶의 이야기들이 기록돼 있다. 네 번째는 '1960, 70년대 분식의 날에 담긴 시대의 풍경'이다. 정부가 주도한 분식장려 정책의 풍경들이 아득한 과거의 추억처럼 펼쳐진다. 다섯 번째는 '대를 이어가는 밀면집 사람들'이다. 밀면의 중요한 특징은 대를 이어가며 밀면의 맛을 지속하고,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임시수도기념관의 학예사와 영상 전문가가 부산지역 밀면집을 샅샅이 찾아다녔고 창고에서 폐품으로 버려질 날만 기다리던 옛 물건들을 소중한 유물로 기증받았다. 전시장을 찾으면 1970년대 주전자와 옛날 차림표, 밀면 매출 장부, 면을 빼내는 틀 등을 볼 수 있다.
임시수도기념관 김상수 학예사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조사를 한 결과 밀면의 원류는 냉면에서 찾을 수 있는데 원조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밀면에 담긴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기획전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무료
문의 (051)231-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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