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얼마 전 응급실에 40대 젊은 남자가 119 앰뷸런스에 실려 왔다. 무의식, 무호흡, 무맥박 상태인 소위 DOA(내원시 사망)였다. 며칠 전부터 흉통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약국에서 진통제만을 사먹고 지내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대기하던 심폐소생팀에 의해 40여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중환자실 입원 2일만에 환자는 의식을 회복했다. 실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집에서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뒤 병원까지 20분이 경과되었고 심폐소생술 40분만에 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이루어졌으니 거의 한시간 동안 사선을 넘나들며 생명의 줄이 연결된 것이다.
이 환자는 응급의료체계상 생명의 사슬, 즉 신속한 응급환자 발생 신고와 출동, 현장에서 구급대원에 의한 조기 심폐소생술의 시행, 응급의료진에 의한 조기 제세동과 전문심장처치술에 의해 드라마틱한 생명의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장마비 환자는 이런 행운을 얻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 하루만에 사망하는 심장 돌연사는 본인은 물론 가족 친지에게도 청천벽력과 같은 죽음이다.
돌연사의 원인은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90%이상이 심장질환,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65%가량 심장질환에, 20%정도가 중풍이다. 특히 순간적 또는 1~2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전부 심장질환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심장질환이란 대동맥류파열, 심근증, 심근염, 고혈압성 질환, 심장판막증 등도 해당되나 대부분은 동맥경화에 의한 심근경색증 또는 치명적인 부정맥이다.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첫째, 빨리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담배는 동맥경화증을 악화시켜 돌연사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다. 즉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감소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며, 혈관 수축물질을 분비시켜 혈관경련과 협심상태를 일으킨다. 혈전을 응고시키는 데 관여하는 피브리노겐도 증가하여 심근경색 위험도가 높아진다.
둘째,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 노에피네프린 등이 과다 분비되어 갑작스럽게 혈압을 높이고 점차 좌심실이 비대해지며 허혈성 심장질환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에 걸릴 확률이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동맥내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동맥의 손상이 심해진다. 침전물도 늘어나 동맥경화증이 촉진되며 뇌출혈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외에도 체중을 줄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도 심장돌연사를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또 술을 절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적절한 여가활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도움말 ;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