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브랜드를 총괄하는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의 기획과 마케팅, 영업과 홍보, 교육을 모두 책임지는 궁극의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다. 패션·뷰티·주류 업계의 브랜드 매니저들에게 분신과도 같은 브랜드를 독보적인 존재로 끌어올린 리더십과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을 물었다.
(왼쪽부터)
Couronne 석정혜 이사 가방 브랜드 ‘쿠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BSOLUT 송현귀 이사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총괄 마케팅 매니저
MAC 김정선 상무 코즈메틱 브랜드 맥의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brand story
디자인 프로모션 사업을 접고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직접 만든 가방을 들고 외출에 나섰다. 거리에서 누군가 나를 붙잡고 가방의 출처를 물어왔고, 그렇게 쿠론의 첫 주문 제작 오더를 받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올려둔 가방 사진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주문 의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성업하던 2009년, 드디어 쿠론의 첫 정식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 지난 2010년 코오롱FnC에 인수된 쿠론은 현재 국내 브랜드로는 두 번째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쿠론의 강점은 2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로 승부하는 제품력, 그리고 언제 어느 자리나 편안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실용성이다. 어떤 것이 좋은 물건이고 어떤 것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지 아는, 흔한 ‘it bag’에 물린 안목 높은 사람을 위한 실용적인 클래식 백, 그것이 쿠론이 지향하는 바다.
career story
내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아무 노력도 없이 지금에 이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운도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나는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오래 일해왔고 실패와 좌절도 겪었다. 디자이너로 여러 브랜드에서 일을 하다 프로모션 회사를 차려 나름 성공 가도를 달리다 IMF도 겪어봤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본 경험도 있다. 쿠론의 효시가 된 가방을 처음 만들게 된 것도, 사업 정리 후 내가 갖고 싶은 가방을 살 여력이 안 돼서 내 가방을 직접 만들어 멨다는 다소 슬픈 사연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나는 가방을 만들 때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 게 ‘나라면 이 가격을 지불하고 이 가방을 사서 들고 싶을까?’다. 우리 디자이너들에게도 가장 먼저 그걸 묻는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바로 내가 들고 싶은 가방을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내 가방 예쁘지? 편안하지?”라고 얘기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career tip
상대방의 장점부터 보라
나는 우리 브랜드의 직원들이 회사에서 가장 훌륭한 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브랜드를 이끄는 데 있어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의 장점만 보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조직에 잘 융화시키는 것이 브랜드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인 이상 단점은 누구나 있다. 무조건 단점을 고치라고 압박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을 개발해주는 것이 조직에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직장인이 가진 단점은 대부분 천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은데, 천성은 쉽게 바꿀 수 없을뿐더러 천성을 바꾸려 드는 순간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와 장점까지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태가 안 좋은 직원이 있어도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개발시켜주는 것이 조직을 발전시키는 리더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근태는 사회생활의 근본이다
보통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면 자유와 방종을 오가는 생활 패턴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성실하게 사는 게 좋다. 밤늦게 놀아도 다음 날 변함없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이건 흔히들 ‘근태’라 얘기하는 것과도 연관되는데, 근태가 사회생활의 근본이라 여겨지는 까닭은 비단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태가 나쁜 사람은 업무적인 시간 관리에서도 뒤처질 뿐 아니라 사적인 약속에도 항상 늦는다. 연애, 결혼, 승진 등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기 힘들어진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정상적인 시간에 맞춰 해내는 습관은 인생의 순리를 따르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직을 바꾼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크고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이다. 상사인 내가 출근할 때 경직된 표정으로 차가운 포스를 풍긴다면 아랫사람들은 당연히 내 눈치를 보며 주눅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밝게 인사한다. 더불어 잘 안 된 것을 지적하는 것보단 잘하는 것을 치켜세워주는 것에 더 공을 들인다. 칭찬이 불러들이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매일매일 하나씩 “너 어제 그거 반응 좋더라? 축하해!” “네가 만든 그거 예쁘던데?” 이런 식으로 칭찬하면 싫어할 사람은 없다.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더 즐겁게 더 열심히 일한다. 대신, 안 좋은 일로 지적해야 할 때는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딱 한마디만 한다. 어차피 그런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사자다. 혼낸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상처 주는 말로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내 손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끌어온 우리 브랜드 사무실이 회사 내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를 품은 사무실이자 잘나가는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는 것만 봐도, 이 긍정 에너지의 효과가 증명된 게 아닐까? brand story
앱솔루트는 스웨덴의 보드카 브랜드다. 아티스트들과의 지속적인 컬래버레이션과 파티 후원으로 인해 현재 한국에서는 그 어떤 주류보다 크리에이티브하고 아티스틱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주류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특이한 편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맥주, 와인, 샴페인, 위스키, 보드카를 위시한 다양한 주류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한국의 주류 시장은 맥주와 소주, 그리고 위스키가 전부였다. 마시는 방법도 다양하지 않았다. 앱솔루트는 정형화된 한국의 주류 시장에서 보드카 시장과 칵테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마켓을 만들었고, 전체 주류 시장에서의 파이를 급속도로 키워왔을 뿐만 아니라 보드카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워왔다. 그래서 인터내셔널 회의에서 항상 성공 사례 발표 마켓으로 선정된다. 지난 6월 새롭게 선보인 앱솔루트의 프리미엄 라인 ‘앱솔루트 엘릭스’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첫 번째로 출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우리 마케팅 팀의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브랜드에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career story
내 첫 직장은 광고 대행사였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기자, PD, 광고 대행사 AE가 인기 직종이었고, 나 또한 원하는 커리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AE로 나의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사실 광고 또한 마케팅의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이라 현재의 일과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때 내가 담당한 브랜드가 현재 우리 회사의 한 브랜드였고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다가 클라이언트사에 스카우트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일 브랜드 하나만 담당했고 지금은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모든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는 자식을 키우는 엄마와 같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론칭을 할 때는 내가 자식을 낳는 기분이다. 자식이 여럿이면 모두 똑같이 사랑을 듬뿍 줘서 잘 키워야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매일매일 동일한 애정을 쏟아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career tip
자기 관리는 발전의 밑거름이다
우리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자기 관리를 통해 자신을 마케팅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곧 자신이 속한 브랜드, 조직,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라면 특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