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귀성( 逆歸省)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나는 김을 대하면 불현듯 역귀성(逆歸省)이라는 어휘가 떠오른다. 최근에 어느 분으로부터 김을 조금 선물을 받았는데 그게 어쩐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역귀성이란 말은 순리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만큼 자연스럽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글자 역시 역(逆)으로 쓰여 ‘거스른다’는 뜻이다. 해서 거북하게 느껴진다. 이 말이 최근 들어 부쩍 많이쓰이고 있는 것 같다. 명절을 맞으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는데, 예전에는 타지에 사는 자식이 부모를 만나러 찾아오던 것이, 최근에는 그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역귀성은 형편따라서 하는 일이겠지만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꼭 무슨 고정관념의 파괴행위어서가 아니라 가치관이 전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이러한 터에 최근 집으로 김 한 톳이 우송되었다. 나는 그걸 받자 웬 역귀성인가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보내온 사람은 바다도 없는 내륙지방에 사는 분인데 그것이 좀 생뚱맞았다. 하기사 전국에 고루 유통망이 구축되어 있는 요즘인데 따로 생산지를 따질 일은 아니지만 다소 의아했다. 더욱이 물품을 풀어헤치면서는 고맙고 반갑다는 생각보다논 좀 얼굴이 찌푸러졌다.
포장을 뜯어보니 내용물이라는 게 달랑 김 한 톳 4분의 1분량이었던 것이다. 이런 걸 보내다니. 하지만 나는 선물을 보내온 뜻도 있고 해서 전화를 걸어 흔연스럽게 말했다.
" 김 고장에 사시지도 않으면서 김을 다 보내셨습니까. " 했더니,
“저는 좋은 김이라고 해서 보내드렸네요. 맛있게 드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단박에 마뜩잖아 하는 마음을 간파당한 것 같아서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하여 그런 식으로 입을 닦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은 내내 지을수 가 없었다. 내가 그분을 위해 크게 도움을 주거나 신경을 써준 일은 없다. 하지만 상대방을 어떻게 보느냐는 생각을 하니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돈으로 치면 기껏 한 2천원어치나 될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사는 고장은 수산물의 고장이다. 그런지라 생물도 많이 팔지만 건어물도 많이 판매한다. 이렇다보니 문학활동을 하는 회원 중에도 해산물 판매업에 종사하는 이도 여러 명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은 문어와 오징어도 있지만 주로 취급하는 것은 멸치와 김이다. 여기서는 주로 중간상인을 통해 전국적으로 배송하여 유통시킨다. 그러므로 거래는 보통 몇 십 포대에서 몇 백포까지이며 차떼기로 이루어진다.
그것을 볼때마다 마치 고장을 대표하는 홍보물이 실려나간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렇다고 소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적은 돈을 가지고 나가도 저렴한 가격으로 불편 없이 사먹을 수가 있다. 그런 만큼 외지로 여행을 가더라도 이런 멸치와 김을 사오는 일은 없다.
그런데 김이, 그것도 2, 3천원치를 담아서 보내온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정도 껏이어야지 암체짓을 한 것만 같아서 돌아온 역귀성이 마냥 편하지 만은 않았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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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逆歸省이 보편화되어가고 있죠!
자식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두서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김한톳이라.. 배송비가 더 들었겠네요. 선물이라는 것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충주 사과농장을 하고 있는 사람한테 맛있는 사과라고 이름없는 사과 몇개 보낸 격이네요..
참 그것을 받아들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자기는 인사라고 한것 같은데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