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숙자들의 아버지, 애빈교회 김홍술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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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중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벌써 3일이 지나갔다. 평소 왕성하던 그도 3일 단식에는 장사가 되지 못한듯 보인다. 앞으로도 4일이 남았다. |
ⓒ 송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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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과 구포역에 내려서 노숙자들에게 '왕꼬지 김홍술 목사'('꼬지'는 부산말로 '구걸'을 뜻하며, '왕꼬지'라는 말은 '거지왕초'라는 이야기다)를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안다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에게 '마음씨 좋고, 성격 시원시원하고 자상한 털보 목사'라고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 목사가 몸담고 있는 부산 부활의집 근처의 시장 사람들과 이웃 사람들도 그는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좋은 일을 하고 사는 성격 좋은 목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그의 성격은 소탈하고 자상한 편이다.
이런 '왕꼬지'목사가 이번엔 한국교회에게 뿔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의 아내가 걱정할까봐 서울에 모임이 있어 일주일 있다가 오겠다고 이야기하고서는 막상 서울 기독교회관(서울 연지동)에 짐을 풀고는 벌써 3일째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투쟁(?) 중이다. 목표는 31일 오후 7시까지. 그러니까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꼬박 7일을 단식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그가 노숙하는 것에 이골이 나있고, 1년 중 며칠은 일부러 노숙도 한다고 하지만 이번엔 심상찮다. 그의 나이 53세. 이제 객기(?) 부릴 나이가 훌쩍 지났고, 한창 때 노숙을 밥 먹듯이 해도 몸이 끄떡없었던 시절도 아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심한 중병을 앓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이렇게라도 외칠 수밖에 없었다"며 단식농성에 임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비록 단식농성의 최초 발단은 김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단 내에서 벌어진 교권의 전횡에 뿔난 것이지만, 그것이 비단 복음교회만의 일이겠냐는 것이 김목사가 굳이 '한국교회에 고함'이라는 주제로 단식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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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양초 김홍술 목사의 단식 현장을 밝히는 초 한 자루. 마치 지금 김 목사가 한국 교회를 향해 가녀린 촛불을 든 것을 상징하는 듯이 보인다. |
ⓒ 송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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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가 단식 벽보에 명시한 대로 "너 한국교회여! 너의 가진 것을 나누어 줘라. 교리의 옷과 교권의 관을 벗어 던져라. 오직 예수의 삶을 살아라"고 주장하는 김목사의 외침은 실로 자신의 살을 에이는 듯한 안타까움이 실린 것이다. 자신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노숙자 공동체를 일구어가면서 현장에서 한국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구구절절 뼈에 사무친 아픔을 토해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기에 자칫 몸을 심하게 상할 수 있는 7일 단식(물 한 모금 없이)의 길을 그는 굳이 택했던 것이다. 한국교회가 아픈 만큼 아파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날로 '대형화, 물질화, 교권화'되어 가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이건 정말 아닌데'라는 안타까움이 무르 익어 이제 터져 나온 셈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결단하여 예수의 길(낮아짐과 나눔)로 가보자는 작은 외침이라고 할 것이다.
김 목사는 또한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태도와 장경동 목사의 불교 비하 발언 등은 ‘교권화’된 한국교회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행태가 바로 한국교회를 드러내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며, 지금은 한국교회가 정화의 길로 나아가야할 총체적 위기임을 역설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부산 부활의집(노숙자 공동체)에는 김목사를 형님처럼 아버지처럼 따르며, 김목사와 나누는 형제들이 20여명인데 말이다. 말하자면 김목사는 일반 가정의 가장인 셈이다. 행여나 이번 단식으로 몸이라도 상하면 김목사를 아버지로 생각하는 형제들은 어찌해야 될지.
어쨌든 김목사의 단식 현장에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양초 한 자루의 빛이 마치 김목사의 외로운 투쟁인 듯이 피어오르고 있다. 어쩌면 이번의 그의 거사가 기독교계의 ‘촛불투쟁’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밝힌 그의 촛불이 기독교를 조금이라도 정화의 길로 밝혀낼지는 두고 볼일이다.
아래는 김홍술 목사가 현장에 걸어둔 단식 벽보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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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보 전문 김홍술 목사의 단식 현장에 붙은 벽보 전문이다. 일부 과격한 교인은 벽보를 강제로 떼어 내기도 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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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고함
1. 너 한국교회여, 너의 가진 것을 나누어 줘라. 가진 재산, 그리고 헌금을 가난한 자와 굶주리는 북녘 어린이에게 나누어 줘야 합니다. 재산이 많을수록 조직이 방대할수록 확장 유지 관리 치장에만 헌금을 쓰니, 세상이 돌을 던져 조롱하지 않습니까? 이는 주님의 심판입니다. 재산을 다 팔아 가진 것 없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오직 가질 것이라곤 복음의 능력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2. 교리의 옷을, 교권의 관을 벗어 던져라. 규격화 된 옷, 기성복이나 제복과 같은 교리로 신앙양심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아야 합니다. 직제와 제도와 조직의 권위(력)는 섬김에 있지 부림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복음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죽일 뿐입니다. 교회는 교리와 교권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義와 信과 仁으로 세워야 하지 않습니까? 교리로 지켜지고 권력으로 유지되는 교회는 이미 죽은 교회입니다.
3. 오직 예수의 삶으로 살라. 예수의 말씀, 예수의 십자가, 예수의 부활을 더 이상 팔지 맙시다. 말씀을 행하지 않고 듣기만하고, 십자가를 지지는 않고 믿기만 하고, 부활을 떠들기만 하고 경험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체화된 말씀, 체화된 십자가, 체화된 부활로 살아야 합니다. 박제 화된 예수, 교리 화된 예수를 버리고 내안에 신비로 하나 된 예수가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2008년 8월 25일 부산 애빈교회 김홍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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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홍술 목사는 열린종교관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진혼제도 직접 지내진 적도 있으실만큼 어떠한 배타적인 형식과 제도적 관습에 걸림이 없으시며 본질을 중시합니다. 그 본질이 나눔의 이웃사랑입니다. 이분은 불교인들이 성불을 위해 수행을 하듯이 기독교인도 참된 이웃사랑을 실천하면 "내 자신이 예수가 되고 예수가 내 안에 산다"고 생각하십니다. 바울이 말한 참뜻도 사실 그런 것임에도 현재의 기독교는 개독교이자 목사교가 되어서 이런 참 가르침을 배척하고 있지요.
불교의 승려를 스님과 중으로 구분하듯.. 개신교의 목사도 목사와 ?으로 구분해야할 것입니다. 불교를 위해서.. 기독교를 위해서..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_()_
용감한 목사(목적을 갖고사는 사람)이군요. 대부분의 목사(목적없이 사는 기생생물)들은 장.금.이.지요. 그러나 딸린 식구와 진정한 목적을 위해 몸은 보호해야되는데.."나' 없으면 뜻을 어떻게 이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