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조
정계원
두 마리의 어린새끼새를 거느리고 살았다
어느 날,
독수리가 날아와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새끼들이 온데간데 없다
밤이 늦도록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몸속으로 붉은 장맛비가 한없이 내렸다
그는 날마다 허공을 바라보며
체온이 없는 깃털만이라도 찾으려고 했다
혈관 속으로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슬픔을 쫓아 내려고 갈참나무를 쪼아댔다
몸속 슬픔은 콘크리트 보다 더 굳어졌다
새끼들의 그림자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저녁이 타들어가도록 또 쪼아댔다
갈참나무를 쪼아대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슴을 쪼아대는 것이었다
흰 눈은 북극으로 떠나고
들판에서 나비가 꽃과 정사를 벌이는 4월,
그는 어린새끼들의 영혼이 사라진 허공에
영산홍빛 눈물을 채우고 있다
2023년 『시현실』 봄호 발표작
편백나무베개
정계원
장롱 속에서 편백향을 뿜어내는 여인을 만났다
내가 불혹이 되었을 때,
사막의 모래알만큼 어둠의 물결이 치는 밤,
그를 안고 잠속으로 들어가면
악몽이 사라지고, 나의
영혼이 산사의 감로수처럼 정결해 진다
산전수전 겪은, 장롱 속에 편백베개를 꺼내어
물푸레나무처럼 살아온 그녀를 생각하며
안고 산다
시장좌판대에 생선을 놓고
천 원짜리 지폐와 싸우다 돌아오던 저녁,
그녀의 온몸에서 생선비린내가 풍긴다
아니다 편백향기였다
하얀 소복을 입은 눈이
노모의 영정사진을 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내린다
바늘이 찌르듯이 아픈 나의 명치끝,
그날따라 편백나무향기는 어떤 날보다 더 짙다
내가 흔들리는 날엔
편백나무베개가 내 등뼈를 잡고 어둠을 떨어준다
2023년 『시현실』 봄호 발표작
카페 게시글
-정계원
2023년 『시현실』 봄호 /「목탁조」,「편백나무베개」
정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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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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