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들 구멍은 다른 곳과의 연결이 전혀 없으니 아마도 눈으로 보는 것이나 귀로 듣는 것에 좌지우지 흔들리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아니 반신상의 다른 부위에 있는 모든 유리 무늬가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물결 무늬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마도 몸과 맘, 그리고 영혼이 우리가 사람인 이상 보고 듣는 것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은 흔들릴 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의 안에 있는 성령만은 보고 듣는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계시인 듯 하다.
즉, 하느님의 계시가 담긴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거나 미사에 참여하여 신부님의 성스러운 강론을 듣거나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우리 안의 성령은 바뀌지 않는다는 계시인 듯 하다.
자기 안의 성령이 조금이라도 바뀔려면 1처 위의 스테인드글라스에 계시된대로 마음을 기울여 자기 스스로 기도를 하거나 성가를 부르던가 하여야 하고 이것도 아니면 다른 곳에 계시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 반신상의 머리 위를 다시 보니 이 곳에 있는 문양이 마름모가 아니고 납짝한 반원형, 즉 비행접시 모양의 문양이 3층으로 세겨져 있었다.
오늘 성당에 다녀 온 후에 집사람이 H 부인과 통화를 하였는데,
지금 내가 관상하고 있는 도룡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하느님이 나에게 계시한 것인지를 물어보았는데,
이것이 맞고 내가 자주 자주 들여다 보노라면 어느 순간 바로 이것이로구나 하는 깨우침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7월 29일 미사는 저녁에 하상당에서 있었다.
이곳 하상당에도 몇 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지만, 여기에는 성령비우기의 요결이 되는 계시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사 시작전에 한빛당으로 가서 5처 위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잠시 관상하였다.
여기에는 정면을 바라보는 반신상이 있는데, 입 부위에는 2마리의 물고기가 세겨져있고 그 위에는 5개의 빵이 세겨져 있다.
이미 위에는 IXOYC( 예수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라는 글자가 세겨져 있고, 명치 부위에는 커다란 검은색의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에는 약간 찌그러진 감자 모양의 원이 세겨져 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에 있는 문양들은 성경에서 나오는 오병이어( 五餠二魚 )의 일화를 그 소재로 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기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새기면 성령이 절로 우러난다는 뜻인 것 같다.
7월 30일 금요일의 매일 미사에서는 6처 위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관상하였다. 이 곳에는 지복직관 ( 至福直觀 )의 요결, 즉 천국을 직접 마주 볼 수 있는 요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8월 1일 일요일 마지막 교리 시간을 마치고, 그 동안 수고하신 수녀님과 봉사자님에게 감사를 드린 후에 잠시 교육을 받은 소감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한빛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 세겨진 하느님의 계시를 관상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자 수녀님이 난해한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셨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아마 그런 계시가 있는지는 미처 모르신 것 같았다.
봉사자로 매주 교리에 참석하여 수고를 해주시는 고참 신자분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들이 조광호 신부님이 만든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집에와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조광호 신부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이셨다.
신부님은 1990년 이후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60×27m), 숙명여대박물관 로비 유리화(10×10m) 및 서소문성지기념을 위시하여 국내외 20곳의 가톨릭 교회 내에 대형 이콘화 및 제단 벽화, 유리화를 제작하였으며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구간 대형 벽화(250×6m)를 제작하셨고, 또 시인이자 문학가로도 이름이 높으신 분이셨다.
인터넷을 좀 더 열심히 검색해보니, 신부님의 작품들이 제법 많이 소게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도룡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것은 찾을 수가 없다.
조광호 신부님의 작품들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 중에서 관련되었다고 생각돠는 구절들을 모아 보았다.
- 사람은 누구나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에 연계된 인상’으로 깊은 감동과 체험을 한다.
- ‘눈에 보이는 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과 영혼의 내용’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성체를 모신 성당 내부의 주인은 예수님이시다.
- 그분은 침묵 속에 현존하시지만 말씀도 그분이 하고 계신다.
- " 예술이란 행복의 지켜지지 않는 약속" ( 아도르노 )
- 인간은 불안정하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유한성을 늘 절감하며 살기에 인간에게는 그리움이 있다.
- 이러한 그리움은 시간의 차원에서 영원을, 공간의 차원에서 무한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간은 회피할 수 없는 ' 목마름 '을 지닌 존재이다.
- 그림이라는 것도 '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보고자 하는 '그리움 '에서 나온다.
- 천국은 지복직관 ( 至福直觀 )이다.
- 즉, " 행복 그 자체( 하느님)을 내가 직접 마주 보는 것"이다.
- 행복은 느끼는 것,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남, 즉 마주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 ' 내면에서 바라고 , 희망하는 어떤 그리움의 총화 '
- ' 시공에 갇힌 인간이 무한한 상상으로 더 자유롭게 그 행복( 예를들어 예수님이 하신 많은 기적들 )을 눈으로 보기 위하여 그림을 그린다.'
- 그림이란 절망하는 인간의 희망
" 보이지 않는 진리를 드러내 주는 것이 예술이자 종교이다."
- 로고스 logos는 말씀이고 도( 道 )이며 진리 자체이다.
- 이 세상에서 우리는 진리 혹은 말씀을 직접 접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는 그것을 암호로서 해독하여 알게 된다.
- 로고스란 상징적인 암호체계, 즉 우리가 풀어야만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암호이다.
- 초월자의 실존 내용(메시지)을 인간이 알아듣기 위해서는 결국 " 암호 "를 해석해야만 하는 구조를 피할 수 없다.( 야스퍼스 Karl Jaspers )
- 회화는 그 무엇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내용은 내면에 떠오르는 주제를 회화적 요소( 점, 선, 색채 등 )로 표현하는 것이다.
- 그림을 그리는 근본적인 동기는 내면에 가득한 신비의 문 앞에서 애써 그 빗장을 당겨보는 것.
- ' 00:00 '라는 아이콘은 "순수한 현재" , "창조적으로 충만한 시간" , " 새로운 운명의 성서적 시간"을 의미한다.
- " 하느님의 뜻이 붓을 든 나의 손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독일 유학 시절의 고백
- "그리스도의 사랑이 깃들고, 사람과 어우러지며, 눈으로 보기에 더 없이 아름답도록 해야 한다."
- " 신이 이끄는 길이니 나는 자유롭게 이 길을 간다."
*** 위에 열거한 구절들을 세기면서 도룡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세겨진 로고스의 암호들을 이리저리 해독해 보지만~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휴~^♡
도룡동 성당 한빛당에 있는 23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말씀( 로고스 )들을 그 소재로 하여 조광호 신부님이 묵상을 통하여 얻은 것이 로고스의 암호로 표현되어 있다.
예를들어 5처 위에는 오병이어에 관한 로고스의 암호들을, 6처 위에는 최후의 만찬을, 7처에는 6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유다의 배반에서 시작하여 십자가의 길에서 나오는 로고스의 암호들을, 8처에는 5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등과 연관된 로고스의 암호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로고스의 암호들은 우리가 그냥 보기만 해서는 그 내용을 알 수가 없고, 만든 분이 한 것과 같이 묵상을 하면서 암호를 해독하여야만이 그 내용을 파악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