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침령 ~ 구룡령 <제05구간>
1. 산행 정보
1) 일 시 : 2012. 10. 07. (일) 06:45 ~ 15:00(날씨 : 맑음)
2) 주요산 : 갈전곡봉(1204) / 1061봉
3) 소재지 : 강원도 양양군 서면 및 홍천군 내면, 인제군 기린면
4) 코 스 : 구룡령 – 갈전곡봉 – 왕승골재 – 연가리골재 – 1061봉 - 조침령
들머리 :
날머리 :
2. 구룡령 ~ 조침령 (도상 : 19.6km) - 북진
구룡령 - 4.2km – 갈전곡봉 – 3.3km – 왕승골재 – 3.5km – 연가리골샘터재 - 2.6km – 1061봉 – 2.4km - 황이리갈림길 – 1.8km - 쇠나드리 – 1.8km - 조침령.
구룡령(1013)에서 1120를 살짝 넘으면 구룡령 옛길로 양양과 홍천 명개리를 잇는 샛령이다. 산은 높아도 높은 능선을 타는 관계로 편안하게 능선이 이어지고, 최고봉은 갈전곡봉이며, 남서쪽으로 가칠봉을 갈 수 있다. 급경사를 안전시설에 의지하며 왕승골재에 이르면 인제 조경동과 양양 갈천약수로 갈 수 있다. 이어지는 봉들을 오르내리며 연가골샘터에 도착하고, 취수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956봉을 거쳐 1061봉 부근에서 정점을 찍으면 이후부터 조침령까지 하강국면이다. 여유롭게 쇠나드리재를 거쳐 조침령에 안착한다.
3. 산행의 흐름과 메아리
1) 들머리에서
어제의 향긋한 송이 힘으로 어둠을 밝히며 구절양장(九折羊腸)고개 길을 돌아간다. 멀미가 날 것 같다. 초한지 유방이 촉한의 땅으로 들어가는 심정을 그려본다. 자동차로도 접근이 어려운데 옛 사람들은 짐을 이고지고 이 고개를 넘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인류의 발달은 인간의 욕심이 아니라 목구멍이 포도청일 때 일어난다고 봐야겠다. 목구멍이 포도청일 때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는 것이다.
2) 구룡령 – 옛길(샛령) - 갈전곡봉 – 1107 – 왕승골삼거리 - 연가골샘터 (06:45 ~ 11:20)
구룡령(1013)표지석에 포즈를 취하고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백두대간으로 들어선다. 여명을 따라 가을을 수놓는 싱그러움으로 가겹게 1094봉 꼭지점을 찍고, 구룡령도로에서 승천하는 구룡을 만나 머루를 선물 받는다. 아!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차며 행복해진다. 자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맛. 자연은 선(善)을 확장하여 우리의 정서를 바로 세워간다.
자연을 입에 담고 홍천과 양양을 잇는 구룡령 옛길에 이르니 중국의 차마고도 영상물이 돌아간다. 그래도 그곳은 말이라도 타고 넘지만 이곳은 지게작대기로 넘었을 것이고, 산적과 맹수들의 공격을 상상하며 갈전곡봉으로 향한다.
일출을 못 보았는데 태양이 뒤꼭지를 비춘다. 북쪽으로 가고 있으니 오른쪽에서 해가 떠야지 왜 엉뚱한 곳에서 떴지? 지도를 보니 북서쪽으로 산행중이라 당연히 뒤꼭지에서 해가 뜰 수밖에. 그래도 2%로 부족한 찜찜한 기분. 감각의 관점. 확인 된 사실도 인정하지 못하고 의문으로 북서쪽으로 나아가니 갈전곡봉이다.
갈전곡봉의 안내판에는 가칠봉을 남서방향에 그려놓고 서북방향에 있다고 기록하여 놓았다. 과거시험용 지식과 지혜는 별도로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임용시험이 기억력테스트 시험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바람 따라 쓸려 다니는 낙엽. 위도와 경도도 지도와 맞추어 보니 위치가 다른 곳을 가르친다. 일본 대지진으로 위치가 바뀌었나? 지난날 그 무덥던 여름이 태풍에 쓸려 가듯이 땅도 위치를 이동하였나? 혼동의 시간을 흘러간 상황에 넘기고, 가을바람을 따라서 가을단풍을 감상하며 복잡한 머리를 비운다.
급경사 길에는 병들어 부서지는 나무, 속이 텅 빈 나무, 바람과 번개로 부러진 나무들이 백두대간을 막아서고, 어지럽게 널렸어도 불쾌하거나 거추장스럽지 않다. 우리모습이고 미래이다. 거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잡초와 세월의 역사를 품다가 쓰러지는 고목. 어떤 삶이 진정한 삶일까? 삼국지의 유표는 조조와 원소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지 않으려고 중립을 지키다가 유비에게 형주의 땅을 내어준다. 그 결과 유표는 바보로 기록된다. 과연 그는 바보인가? 욕망의 날을 세워 백성을 사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영웅인 세상. 지혜롭고 선량하면 바보이고, 욕심 많고 야망이 크면 크게 될 사람이라면서 우리는 욕심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바보가 되기 위하여 욕심을 버리며 왕승골재에 이른다.
가을단풍을 이어가고 헤치며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 사이로 마을이 형성되고 끝자락에 도로가 달려간다. 도로가 끝나는 산 너머에는 동해바다가 수평선으로 다가오며 맘을 설레게 한다. 오지에서도 마을과 바다가 보이니 여기는 오지가 아니고 우리의 터전이고 향수가 배어 살아 숨 쉬는 곳이로다. 왠지 모를 머나먼 이질감이 사라지고 동질감이 일어나면서 기쁨이 피어난다. 연가골샘터에 이르니 물을 얻으려면 시간을 투자하란다... 참자.
3) 연가골샘터 – 951 – 1061– 황이리갈림 – 쇠나드리 - 조침령 (11:20 ~ 15:00)
951봉을 지나 1061봉으로 찍으면 동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조침령까지 내려가는 산세다. 동쪽으로 게걸음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백두대간이 어찌 남북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졌겠는가? 우리의 고장을 이리저리 어우르며 정기를 전해주기에 우리는 행복한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깊은 산골에 송이가 있을법한데 송이는 찾을 수 없고 스머프마을의 버섯이 있어서 파란 사람이 될까봐 눈요기로 대신한다.
바람불이재에는 바람이 없어도 북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이 불어온다. 완연한 가을 단풍에 설레면서 무덤덤해지는 감각에 인생의 즐거운 맛을 잃는 것 같다. 예전에는 가을단풍만 봐도 탄성을 자아냈는데 이 환상적인 단풍에도 감각이 잃어가니 참으로 애석하다. 공자는 50대를 지천명이라 하였다. 책을 읽지 않았어도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탈출구가 이곳저곳 많구나. 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모이고, 가고 오는 것은 그 뿌리와 원천이 있다. 원천을 무시하다 난을 일으켜 실패하면 역적이고,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원천으로 회귀하게 마련이다. 황이리, 쇠나드리로 흘러가는 길, 그 마을들은 멀면서도 가까워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크나큰 역할을 한다.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다.
쇠나드리를 지나서 점봉산과 설악산의 위치를 파악하며 파란 가을하늘을 담는다. 가을정취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설악산을 이야기하는데 목재다리와 임도가 조침령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작은 시작이 작은 결과를 만들고 그들이 모여서 크나큰 결실을 맺겠지.
4) 날머리에서
강릉으로 나와 동해바다에서 갓 잡은 활어로 시들어가는 체력을 팔짝팔짝 뛰게 만드니 활력이 살아나서 축지법으로 가벼얍게 안식처로 골인한다. 날아가는 스트레스 기분만땅.
4. 문화유적과 전설
1) 구룡령
구룡령(구룡령)은 양양군과 홍천군을 잇는 해발 1,013m의 고개이다. 지명유래로는 옛날에 아홉 마리 용(龍)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쳐서 갈천리 마을약수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어갔다 것과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산길이 구불구불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워낙 깊은 산간 오지라 심마니, 숯, 철광 등 산간민속이 남아 있으며, 볼거리는 청룡과 황룡폭포, 금강소나무, 갈천약수, 미천골 자연휴양림 등이다.
2) 갈전곡봉(葛田谷峰)
구룡령과 조침령을 잇는 백두대간의 능선에 위치한 갈전곡봉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다. 갈전약수에서 유래된 갈전곡봉은 골짜기마다 칡밭이었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정상에서 서북방향으로 뻗은 가칠봉, 사삼봉, 응복산, 구룡덕봉, 방태산이 이어진다. 산자락에는 방동약수, 개인약수, 왕승골, 아침가리골, 연가리골, 조경동계곡 등의 깊은 골짜기도 많다. 구룡령휴게소의 갈전약수는 계곡 암반수로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