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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토요산악회(부산경남) 원문보기 글쓴이: 황여
天下第一名山 黃山
“五岳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五”‘오악(화산, 숭산, 태산, 형산, 항산)을 보면 다른 산은 눈에 보이지 않고, 황산을 다녀오고 나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 명나라 때의 지리학자인 서하객(徐霞客)은 30년간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황산이 곧 천하제일의 경관을 갖추었다는 말이며,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황산(黃山)은 중국 양자강 하류지역인 안휘성(安徽省)의 남부에 위치해 있고, 절강성(浙江省)의 성도인 항주(杭州)광역시와 이웃해 있다.
해발 1,864m의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峰)을 비롯한 광명정, 천도봉 등 1,000m 넘는 암봉들이 72개나 되고, 기암과 노송과 운해가 어우러진 천하제일명산 황산 중에서도 서해대협곡(西海大峽谷)은 마(魔)의 환영(幻影)과 같은 경치라 하여 『마환세계(魔幻世界)』또는 『마환경구(魔幻景區)』라 부른다.
서해대협곡의 경관을 사진으로 접하고 충격을 받아, 언제 황산에 올라 서해대협곡을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그 기회를 엿보던 중 우기(雨期)라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쓰지 않으면 물알로 갈 장기재직휴가가 남아 있어
황산 산행팀이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산행팀은 없고 황산 패키지 상품으로 일반 여행객들 틈에 끼어 황산을 겉핥기식이나마 접해보려고 3박4일간 황산탐방에 나섰다.
6월 13일 아시아나 320편으로 10시 05분 김해공항을 이륙하여 망망대해를 날라 1시간 50분의 비행 끝에 엷은 이내가 껴 있는 항주 국제공항에 현지시간 10:55 도착한다. (중국이 한 시간 늦음)
항주(杭州)는 절강성의 성도로 전당강(錢搪江) 하류에 위치한 남송의 수도(임안 : 臨安)이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로 단지 오래된 도시만은 아니다.
서호십경(西湖十景)으로 대변되는 빼어난 풍경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북경까지 대운하로 연결되는 교통의 편리성을 갖춘 가히 강남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상해에 이은 강남의 대도시이다.
항주는 또한 월나라 출신으로 사대미인 중 으뜸이라는 서시(西施)의 아름다움에 비견되는 서호(西湖)의 풍경은 많은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이곳에 붙잡아 두었고, 최고급 녹차로 알려진 용정차(龍井茶)의 산지로도 이름이 높다.
항주시내로 이동하면서 중국에 대한 첫 인상은 글자의 홍수라는 점이다. 담벼락, 건물, 간판 등 어디 빼꼼한 데 없이 어디서나 보이는 중국 한자들....... 우리도 한자문화권이라 대부분의 한자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간자(簡字) 투성이의 한자들을 나열해 놓았는데 도대체 이 나라가 한자 발상지가 맞나........???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이 너무 많은데 3박4일 동안 자꾸 보고 앞뒤 글과 연상을 시키니 대충 감이 잡힌다.
소상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낙동강보다 하상이 너른 것 같은 전당강(錢搪江)을 지나 전당강가 육화탑 아래 식당에서 소동파가 만들었고 즐겨 먹었다고 이름난 동파육(東坡肉)을 주 메뉴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한 점 뜯어보고는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니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서호와 육화탑>
식사 후 잠시 이동하여 아름다운 서호(西湖)에 도착하여 노 젓는 배를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인공섬 부근까지 한 바퀴 돌아 40여분 서호의 경치를 감상한다. 삼담인월(三潭印月 : 호수 안의 인공섬 안에 있는 호수에 뜨는 달은......) 서호 관광을 마치고 고대 사찰인 영은사(靈隱寺)로 이동한다.
영은사는 1600년 된 고찰로 유명한 절인데, 절 입구 비래봉에 새긴 많은 불상 중 가장 규모가 큰 배불때기 포대화상이 인상적이다. 포대화상은 명나라 건국공신 중 한사람인데 중화인들에게 존경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사찰 경내로 들어가 정면에 있는 34m 높이의 대웅보전 안으로 들어가니 높이 19.6m로 엄청난 크기의 석가여래좌상이 앉아 있다. (오지기 크네.......)
역대 오백의 이름난 승려들을 모신 오백나한전을 둘러보는데 주불이 김교각스님이 아닌가....... (신라의 왕자로서 75년 수행에 99세에 입적하여 지장불의 화신으로 등신불이 된 구화산의 주불)
머나먼 중국 땅에서 우리의 선조가 중국에서 각자(覺者) 중의 각자로서 크게 숭앙을 받고 있는데, 후손인 우리가 참배하지 않을 수 없다. 교각스님께 참배하고 대충 절을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다는 220km나 떨어진 황산시로 이동한다. 차로 서너 시간 가는 건 이웃 동네 가는 걸로 생각한다는데.......대국은 대국인 모양이다.
항주에서 임안(臨安)으로 가는 도중 항주-임안 고속도로 공사로 한 시간여 먼지와 요철이 심한 길에 온 몸이 망가지면서 (2007년 개통 예정) 겨우 임안 시내를 통과하여 서쪽으로 달려 꼬불꼬불한 국도를 한참 달려 황산시까지 120km 정도만 개통되었다는 항휘(杭徽)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출발 두 시간 반쯤 용강(龍崗)고속도로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고, 절강성(浙江省)과 안휘성(安徽省) 경계의 험한 준령을 뚫고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려 황산시에 도착한다.
4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중국에서 4시간 정도면 이웃 나들이하는 정도라며 이주 가까운 곳이란다.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80km인데 오가는 차가 없는데도 80km를 넘지 않는다. 갑갑하긴 하나 만만디 정신이 몸에 밴 중화인들이니 자기들이야 바쁜 게 있나........우리 같으면 140∼150km다..........
황산시의 무슨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로비에는 TV가 없어 모두 방에 들어가서 CCTV5채널로 대한민국과 토고의 월드컵 첫 경기를 시청하는데,
우리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온 호텔이 떠나갈 듯 고함과 박수소리가 요란한 걸 보니 엽전들이 많이 투숙한 것 같다.
06:00 모닝콜, 06:30 간단한 뷔페식으로 아침식사 후 07:50분 체크아웃 하여 비가 슬슬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황산으로 한 시간 반 이동하여 황산 동쪽에 위치한 와호장룡의 촬영지라는 비취곡(翡翠谷)에 도착한다.
별 특징도 없는 조그마한 계곡을 개발하여 입장료를 받고 강제로 한 바퀴 돌게 하는 건 심한 처사이나 황산 산행의 워밍업이라 생각을 하자.
인근 북한식당에서 모처럼 입맛에 맞는 한식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황산의 관문인 황산대문(黃山大門)을 지나 버스로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운곡(雲谷)케이블카 타는 곳(해발 700m)으로 오른다.
황산(黃山) 입장료 200元(26,000원), 케이블카 편도 65元(8,450원)
황산은 크게 천해, 북해, 서해, 동해, 전해로 나뉘는데, 계약 당시 국내여행사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가이드 제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케이블카 예약이 되어있다는 등 등)
황산의 남쪽, 즉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峰 : 1864m로 현재 입산금지)과 천도봉(天都峰), 옥병봉(玉屛峰) 등 천해(天海) 쪽은 포기를 하고
<황산의 최고봉인 천도봉>
황산 제2봉인 광명정을 넘어 서해와 북해 쪽을 돌아보려는데, 일기가 불순하여 천하절경이 모두 운무에 잠겨버렸으니 벼르고 벼른 산행인데, 복도 이만 하면 쫄복이로다.......
<황산의 운무>
12:20 케이블카 대기소로 입장하여 50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백아령(白鵝嶺 : 해발 1,600m)으로 오른다. (8분 소요)
<북해의 원경>
하산할 때 보니 케이블카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두어 시간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인 것 같아 예약했다는 가이드 말도 일면 수긍이 간다.
백아령에 도착해 잠시 전열을 가다듬어 12:38 출발, 일행 중 82세의 할머니는 백아령에서 광명정을 넘어 서해삥꽌까지 15만원에 가마꾼과 합의를 하여 가마를 타고 넘기로 하고,
경사진 계단 길을 조금 오르니 운곡산장이라는 식당 겸 숙박시설이 나온다. 12:50 도착하여 산장 안에서 궐연 한 대하고 휴식..................
<황산의 기암들>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다가는 5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니 절대 피우지 말란다.
(군데군데 공안인지 군인인지 분간이 안 되는 젊은이들이 제복을 입고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다.........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밥값이나 할라나..........)
숙박시설이나 상점의 흡연라인 안에서는 피워도 되니 흡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중국인이 피워대는 담배로 얻는 국가수익이 워낙 크다보니 완전금연을 하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13:00 운무가 짙어 계단만 보고 동서남북 구분도 안 되는 계단 길을 따라 광명정(光明頂 : 1860m로 황산 제2봉)을 향하여 비스듬한 경사로 올라가서 13:20 천해(天海)와 서해(西海) 갈림길인 광명정에 도착 휴식하고 내림 길로 내려가서 다시 약간 올라 비래석에 도착한다.
<비래석>
13:50 비래석(飛來石)에 도착하였으나 운무로 시야가 흐려, 흐릿한 가운데서도 사진 한 방 찍고 계단을 올라가서 비래석을 손으로 만져본다. 남자는 오른손, 여자는 왼손..........
세 번을 만지면 관운, 재운, 복운이 온다고 하며, 네 번을 만지면 애인이 생기고 다섯 번을 만지면 비밀이라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다섯 번을 만지면 아들이 생긴다나.......
마나님 왈 “나는....... 비밀이라 해서 다섯 번 몬졌는데......”
“그래....... 니 잘했다....... 늦둥이 하나 낳자......”
<석상봉의 대단한 절벽들>
황산의 산 길 대부분은 돌 같아 보이는 콘크리트 계단 14만여 개로 산 능선과 깎아지른 절벽을 가로질러 구비 구비 이어져 있다. 자연훼손 보다 오히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을 보존하는 지혜가 담긴 길이다.
<멀리서 본 비래석과 주변 경관>
계단 간격과 높이가 일정해 올라가는 건 수월한 편이나 내려오면서 무릎 상하는 건 마찬가지니 길 좋다고 빨리 가다가 무릎이라도 탈나면, 만리 밖 타국에서 그 설움을 어찌 감당하려고 저리도 빨리 달리는고.......
우리나라 계단은 높이와 간격이 제멋대로라 어떤 길은 한쪽발만 계속 올라야 하는 등 불편하여 힘들게 만들어 놓은 계단 옆으로 따로 길이 만들어 지고 있는 실정인데 여기 와서 계단 만드는 걸 좀 배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가서 배운루(排云樓 : 상점과 여관)에 14:00 도착, (서해호텔과 배운정(서해대협곡), 태평케이블카 가는 4거리) 배운루‘NO SMOKING’라인 안으로 들어가서 한 대 피우고 12명의 일행 중 5명은 서해호텔로 가고 7명은 살살 꼬셔 서해대협곡으로 간다.
14:10 배운루에서 5분 거리이고 경사가 거의 없는 배운정(전망대)에 도착하여 운무로 보이는 건 없으나 그 불가사의하다는 허공다리를 건너가 보려고 서해대협곡의 북쪽 기점에서 출발한다.
<허공다리들>
14:10 배운루에서 5분 거리이고 경사가 거의 없는 배운정(전망대)에 도착하여 운무로 보이는 건 없으나 그 불가사의하다는 허공다리를 건너가 보려고 서해대협곡의 북쪽 기점에서 출발한다.
남쪽 기점은 보선교(步仙橋)로 배운정에서 4km이며 가이드 이야기로는 5시간 넘게 소요된다고 하나, 2시간 반이나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시간 관계로 보선교 쪽은 포기하고 배운정 코스만 돌기로 한다.
<서해대협곡의 한 곡각 지점 : 바위 쪽에 붙어 뽈 뽈 긴다............ >
서해대협곡은 절벽을 가로지르는 허공다리들을 12년의 설계와 9년의 공사와 2년의 감리 끝에 2001년에야 완공했다는데 만리장성을 쌓은 민족이 아니고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수직 절벽에 철근 심을 박아 콘크리트로 길을 만들었는데 서해대협곡을 가보지 않고는 황산을 이야기하지마라 할 정도로 경관이 아주 우수한 지역이다.
<서해대협곡>
가이드에게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 보았으나, 지금도 동해 쪽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며 비밀공정이라 자기네들도 모른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 동북공정, 서북공정....... 공정 되게 좋아 하네.......
배운정 우측으로 절벽을 끼고 거대한 수직 절벽인 단하참(丹霞站 : 태평케이블카 종점) 허리를 돌아 아래로 내려가서 인공으로 판 바위굴도 두어 개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서해대협곡의 다른 출발지인 보선교>
보선교 3.5km 지점인데, 여기서 우측으로 1.1km 내려갔다가 1km를 다른 길로 올라오는 삼거리이다.
우측으로 접어들어 송림봉 허리에 나 있는 허공다리를 통과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겁이 나서 못가겠다고 남자 한 명 되돌아가고,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데 운무가 짙어 위아래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신비감만 들뿐이다.
<서해대협곡의 대단한 허공다리들......>
허공다리는 발로 굴리면 텅텅 소리가 나는데 무너질까봐 일행들이 비명을 지르고 질급을 한다. 여인들도 아랫도리가 쩌리 해지는 곳을 몇 차례 지나가더니 그 다음부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진도 찍고 재잘거리며 잘 지나간다.
<서해대협곡의 아래 부분>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니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보선교 방향이고 좌측 길은 위 삼거리로 오르는 길이다. 오르는 길도 수직 절벽을 이리저리 감돌아 오르는데, 한 바퀴 둘러오는데 딱 1시간 걸렸다. 이곳은 직접 가봐야지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곳이다.
<서해대협곡의 한 부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배운정에 도착한다. 배운정은 서해대협곡을 바라보는 전망대인데, 자물통에 이름을 새겨주는 장사치가 있다. 자물통에 연인들의 이름을 새겨 절벽난간 쇠줄에 채우고는,
서로 ‘사랑한다’(중국말로 뭐라 쌌던데......) 고함을 지르고는 열쇠를 천길 절벽 아래로 던진다....... 사랑을 깨려거든 열쇠를 주워오라 이건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의식인 것이다.
우리는‘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해 쌌는데, 여기는 쇠사슬로 꽁꽁 묶어버리니 역시 대국은 대국답다.......
“우리도 하나 걸어 보까요???”
“에이 쑥스럽게 스리......”
자물통을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걸어 놓았는데, 어떤 커플은 걸 자리가 없어 남의 자물통 고리에다 걸어 놓은 것도 더러 눈에 띈다.
배운정에서 배운루로 돌아오는 중간쯤 길옆에 바위를 깨고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름 하여 파석송(破石松)....... 이 소나무도 국가에서 관리하는지 안내판이 서있다.
“졌다....... 우리는 복분자술 먹고 겨우 요강이나 깬다고 난린데....... 이 녀석은 바위를 깨 버려......”
15:10분 배운루 도착, 궐련 한 대 하고, 15:15 오늘 숙박지인 서해호텔로 내려가는데 20분 걸린다더니 4분 걸려 호텔에 도착한다.
서해호텔 로비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등 인종의 전시장 같다. 시끄럽기는 중화인이 단연 압도적인데, 4성으로 고음이 많은데다 말도 빠르고 쓰.......쌰.......같은 된 발음에 강조를 하니 꼭 욕하면서 싸우는 것 같다.
방을 배정 받고 샤워를 한 후 산보나 하러 로비로 내려오니 이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우중에 운무가 가득 차 천하제일 절경을 눈앞에 두고도 계단만 쳐다보고 왔는데, 내일은 또 어찌될지.......아이고.......
이날 아침 뉴스 시간에 황산과 가까운 항주(杭州)와 합비(合肥)(안휘성 省都) 지방 일기가‘大雨後多云(비 좀 온 후 구름 많음)’이라는 자막이 나와서 혹시 하고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산중이라 쉽게 개일 것 같지가 않다.
가이드도 신경이 쓰였는지 광명정에 있는 기상대에 물어봤더니 내일 새벽 일출을 볼 수 있을 확률이 50%라며 기대해 봐란다. 아님 그뿐이고.......
기나긴 밤을 일행들과 숭늉처럼 싱겁고 텁텁한 중국 삐루에 시원소주를 섞어 털어 넣으며 시간을 죽이고는 잠자리에 든다. 내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4시 반에 일출 보러 간다고 준비를 하란다.
새벽 3시 잠이 깨어 밖에 나가보니 비는 오지 않고 안개도 걷혀 구름 속에 달이 희미하게 보이고 눈앞에 산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 오늘 잘하면 반 본전은 뽑겠구나......”
04:30 로비에 모여 30분 거리에 있는 최고의 일출 전망대라는 청량대(淸凉臺)로 출발한다. 계단 길을 10여분 올라 반대로 내려가니 북해호텔이 나오고, 호텔 바로 앞 숲속에 있는 사림호텔 옆을 지나서 잠시 산을 오르니 04:50 청량대에 도착한다.
청량대 왼쪽 위로도 10여분 걸릴 것 같은 높다란 수직절벽 꼭대기가 사자봉인데 벌써 사자봉 정상부에도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일출시간이 조금 이르고 사람들이 많아 위로 조금 더 올라 후자관해(猴子觀海 : 잔나비 새끼가 구름의 바다를 바라본다.- 절벽 위에 원숭이 형상의 바위)가 바로 앞에 보이는 절벽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높은 구름이 잔뜩 끼었고 아래로는 운무와 이내가 끼어 맑은 일출은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동쪽으로 석필강(石筆矼) 봉우리와 십팔나한조남해(十八羅漢朝南海)라는 긴 이름의 기이한 연봉들이 바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후자관해>
높은 구름이 잔뜩 끼었고 아래로는 운무와 이내가 끼어 맑은 일출은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동쪽으로 십팔나한조남해(十八羅漢朝南海)라는 긴 이름의 기이한 연봉들이 바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십팔나한조남해 : 서해호텔에서 산 그림엽서를 스캔..........>
차츰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구름 사이로 해가 잠시 떠오르더니 이내 구름 속에 잠겨버린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서 황산 일출 사진 한 장 건지려고 제정신들이 아니다.
<일출 : 엽서 스캔>
이윽고 날이 개어 사방을 둘러보니 북쪽으로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키 재기를 하듯 솟아있고 뒤로는 어제 우리가 돌았던 광명정과 천문대, 비래석 등 등 천하제일 황산의 천봉만학(千峰萬壑)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황산 원경>
암릉 사이를 비집고 쭉쭉 뻗은 기기묘묘한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봉우리들의 자태를 직접 보니 마음과 눈이 황홀해져 옆에서 말없이 그 광경을 음미하고 있는 마나님을 그윽이 쳐다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진짜 대단하다. 그쟈......’
‘응......’
끄떡 끄떡.......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다.
05:20까지 일출구경을 하고, 05:40 호텔에 도착, 06:00 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려 로비로 나와, 하도 억울해서 반 본전 찾으러 일행들을 또 꼬셔 어제 간 서해대협곡을 다시 돌기로 했다.
06:30 호텔을 출발하여 06:40 배운정에 도착, 서해대협곡으로 들어서니 협곡 맞은편으로 거대한 기암절벽들이 도열한 채 나타난다.
어제는 종일 비가 내리더니 황산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멀리까지 시야가 트이는 행운도 맛본다. 어제 겁이 나서 되돌아간 한 분 역시 삼거리까지만 가고 또 안 가겠다고 해서 배낭을 맡겨 놓고 홀가분하게 탐방에 나선다.
수백 미터나 되는 절벽 중간을 가로지른 계단 길로 만든 서해대협곡 루트는 공중에 허공다리를 위태롭게 걸쳐놓아 아슬아슬해 쳐다만 봐도 아랫도리가 쩌리해진다. 천 길 낭떠러지의 아찔한 절벽과 거대한 암봉들이 어우러진 절경이 마치 ‘마귀의 환영’ 같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것 같다.
아래 삼거리에 도착해 보선교 가는 길을 내려다보며 루트 파인딩을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그만 가지고 재촉을 한다. 오늘 하루 보조 가이드 사가지고 둘이서 한 바퀴 확 돌아버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올라가면서 어제 운무로 보지 못했던 서해대협곡의 기암들을 감상하며 07:30 배운정에 도착한다.
비록 일정 상 서해대협곡을 일주하지 못하고 반만 돌아보고 왔지만, 황산을 오를 기회가 있다면 필히 서해대협곡 일주를 권하고 싶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웅장함과 그 높이와 그 깊이에 놀라고 그 불가사의한 계단 길에 놀라게 된다.
잠시 휴식하고 07:45 배운정을 출발하여 주마간산 격으로 새벽 일출 보러 갔던 길로 가다가 북해빈관 전망대에서 좌측 필가봉(筆架峰)과 우측 시신봉(始信峰) 사이에 몽필생화(夢筆生花)라는 만년필처럼 뾰쪽하게 생긴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우측 뾰쪽한 바위가 몽필생화 : 꼭대기 소나무가 일품임>
바위봉 정수리에 정2품송 축소판 같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아래 잠자는 사람 형상의 바위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 소나무는 최근에 고사하여 그와 비슷한 소나무를 옮겨 심어 살려 놓았다고 한다.
아침에는 운무가 발아래 깔려 있더니 어느새 운무가 위로 올라와 주변 산하를 서서히 덮고 있어 더 이상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황산의 사절(四節)은 운무와 소나무, 기암, 온천이라는데 운무도 운무 나름이지, 산허리를 감싸고 흘러가는 운무들이야 더욱더 황산을 빛내 주지만 산봉우리 전체를 덮어버리는 운무는 없느니만 못한 것이니.......
시신봉에서 바라보는 북해의 경관도 절경이라는데 운무로 잠겨버려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시신봉은 생략하고 백아령을 향하여 계단 길을 한달음에 올라 운곡케이블카 종점인 백아령에 08:20 도착한다.
(하도 사람들이 밀리니 몇 년 전부터 시신봉에서 석순봉을 돌아 신백아역(白鵝新站)까지 허공다리를 만들고, 신백아역 케이블카를 2008년에 완공하여 현재 운행을 하고 있다고 함 : 우리도 이곳으로 갈 예정임)
좀 더 지체하면 케이블카 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가이드가 재촉해 도착하자마자 운무로 가득 찬 백아령에서 08:22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온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데, 동쪽 하늘 높이 천도봉의 끝도 없는 수직 절벽이 운무 사이로 보일 듯 말듯 애를 태우는데 08:30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올려다보니 어느새 운무가 감싸버려 끝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는 변화무쌍한 황산의 날씨에 발목을 잡혀 어제는 운무 속에서, 오늘은 그나마 아침에 날이 개어 겨우 반 본전만 건지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만 남는 천하절승 황산탐방의 막을 내린다.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에 무수한 경승지가 있지만, 황산을 천하제일의 산이라 칭하는 이유 중 제일 큰 이유는, 둘레 120km나 되는 거대한 산군의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과 눈을 놀라 게 만드는 아름다움에 있다 할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지역이 황산 전체의 10분지 1에 불과하다며, 길을 내기 어려운 동해(東海), 북해(北海), 전해(前海)에서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천하제일의 명산이 틀림없는 것 같다.......
물건 사는 법도 배웠다. 무조건 깎아라.......
생수, 커피믹스 등 간단한 생필품 아니면 살 것도 없다.
황산에서 황산시로 나와 비단공장 견학 시 한 쪽 귀퉁이에 중국술이 많이 전시돼 있다. ‘오량액(五粮液)'이 좋다 해서 값을 물어보니 조선족 판매원이 7만원이란다. 우리한테 파는 술은 99%가 가짜라던데........
인터넷엔 39,000원 정도면 된다던데 너무 바가진 것 같아 깎아 주라 했더니, 여기는 정찰이라 안 된단다. 가이드는 정찰이라도 조금 깎아 준다던데.
“정말 안 깎아 주요?”
“정찰입네다......”
“그럼 치아뿌라.......”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중국 물은 안 좋으니 수돗물은 절대 먹지마라 하고, 차는 마셔도 된다고 가이드가 겁을 줘 다들 생수를 사서 마시는데, 중국가게에 가서 생수를 한 통 들고 주인 보고
“이거 울매?”
손가락을 두 개 펴더니 “어얼 처넌......”
눈을 똑 바로 쳐다보며 손가락을 세 개 펴며 “싼....... 천원?.......”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떡이며 “싸안.......처넌.......”
흥정은 끝나고 아주 얇고 질긴 까만 비닐봉투에 세 통을 담아 나온다.
환전할 필요 없이 관광지 모든 곳엔 우리 화폐가 통용이 되고, 약간의 한국말도 통한다. 관광지에는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보통 물건 값이 많이 다운된다.
황산시에서 식사를 하고 그 지랄 같은 길을 따라 오후에 항주로 돌아와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보석상점 등 공식적인(?) 곳 아이쇼핑을 하는데,
가이드가 상점 사무실에 가서‘OK’도장 받고 올 때까지 30여분 상점에서 빌빌대고 있어야 한다. 도장 못 받으면 가이드 자격증 반납해야 된다던데, 에이 설마.......
송성가무쇼(宋城歌舞쇼) 관람도 하고, 항주의 특미 라는 거지닭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어여쁜 아가씨에게(마나님은 총각에게) 발마사지도 받고, 하룻밤을 자고난 다음날 용정차 단지에 있는 차 박물관에서 용정차 한 잔 얻어 마시고 항주공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