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경련 좀 했다고 간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으로 인해 열이 심하게 오르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엄마들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겠지만, 생각보다는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이렇게 열을 동반한 경련(경기)을 일컬어 열성 경련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아기가 경련을 일으키면 부부가 서로 의심부터 했습니다. 경련이 곧 간질이고 간질은 유전병이자 불치병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경련을 일으키면 집안 불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만 할 뿐 어떻게 대처하고 치료할지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지요.
고열이 지속되면 누구나 열성 경련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열성 경련은 열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경련으로, 뇌의 염증성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에 의해 일어나는 경련과는 다릅니다. 물론 흔히 알고 있는 간질과도 다릅니다. 또한 열성 경련을 몇 번 했다고 간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경련을 일으키기 전부터 발달장애나 비정상적인 신경학적 증상이 있었거나 간질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열성 경련은 주로 생후 6개월~5세 사이에 일어납니다. 드물게는 6개월이 안 된 아기나 5세가 넘은 어린이에게도 나타나지요. 돌이 되기 전에 열성 경련이 있었다면 재발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1세 미만의 아기가 열성 경련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면 이후에는 열을 동반하는 질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처치만 잘해주면 재발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열성 경련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열성 경련을 경험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나 됩니다. 결코 적지않은 사람들이 열성 경련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열성 경련을 경험했다고 해도 대부분은 1회 정도에 불과합니다. 열이 날 때마다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열성 경련은 처치나 관리만 잘 하면 재발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엄마들 가운데에는 열성 경련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린 양 낙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경련 증상이 낯선 데다 경련과 관련된 선입견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엄마가 침착하게 대처만 잘 하면 열성 경련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그렇다고 열성 경련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열성 경련은 대개의 경우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발작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회복이 되지만, 간혹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열성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었거나, 하루에 여러 번 경련을 했거나, 경련의 양상이 전신성이 아니라 몸의 일부만 떨었다면 ‘복잡 열성 경련’일 확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소아 신경과 전문의에게 보이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단순 열성 경련이면서 금세 회복이 되었다고 해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의논하고,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경련이나 간질에 대한 의학계의 연구가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간질을 앓는 아이도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하며 자랄 수 있고 치료 경과도 좋은 편이지요.
아이가 열성 경련을 일으켰다면 이렇게 하세요
먼저 엄마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다고 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 제2의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가 의식을 잃었다면 먼저 편안한 곳에 눕히세요. 그리고 입 안에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간혹 구토가 일어나서 기관지를 막을 수 있으므로 분비물이 쉽게 배출될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세요. 약을 먹이거나 음식물을 먹여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다음 숨쉬기 편하도록 겉옷을 벗기거나 조이는 부분은 풀어줍니다. 아이 주변을 살펴보아서 위험한 물건이 있으면 치우고 외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해 줍니다. 간혹 경련을 하는 아이 입에 재갈을 물리는 엄마들이 있는데, 실제로 경련으로 인해 아이가 혀를 깨무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수건 같은 것으로 재갈을 물려주다가 오히려 기도를 막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니 삼가세요.
여전히 열이 높을 때에는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서 열이 내리도록 해주세요. 단, 물수건으로 몸을 닦느라고 아이의 몸을 이리저리 들썩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가 경련하는 모양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 열성 경련은 대개 15분 이내에 끝나지만, 집에서 관찰하는 경우 5분 이상 멈추지 않으면 응급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서둘러 아이를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도 침착하게 아이를 옮겨야 합니다. 당황한 나머지 경련이 지속되는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문이나 벽 등에 부딪쳐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경련이 그치면 잠이 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련이 길지 않았다면 기다렸다가 잠이 든 다음 병원에 데려가도 됩니다. 단, 경련이 금세 멎었더라도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경련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