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엉겅퀴가 꽃필 때쯤 잡초를 잡기 시작한다.
우리 동네 이웃 밭에 핀 엉겅퀴가 꽃이 지면 그 풀씨가 바람에 날려 우리밭으로 달라든다.
매년 엉겅퀴를 뽑아내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웃 밭 때문이다.
남의 밭을 임차한 때문인지 자기 농사에 지장이 없으면 엉겅퀴에 전혀 관심도 없다.
제초제도 다니는 농로에나 뿌리지 밭 주변 가장자리까지는 빼놓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남의 탓이나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나는 이미 년례 행사라고 생각하고 내 밭 주변에 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주로 제거 대상은 물론 엉겅퀴다.
특히 엉겅퀴 몸체에는 가는 가시가 붙어 있어 목장갑 만으로는 찔리기 쉽다.
왼손에는 꼭 고무 장갑을 덧씌워야 과감히 엉겅퀴를 잡을 수 있다.
엉겅퀴가 꽃을 피우는 5월 중 하순에는
단풍잎 돼지풀이 아직은 크게 자라지 않아 뽑기가 수월하다.
개망초는 자랄대로 자라서 제법 키다리가 되어 있다.
나무들을 비비꼬아 올라타는 환삼덩굴도 아직은 크게 자라지 않아 쉽게 뽑힌다.
특히 환삼덩굴은 방치하면 인근 나무나 농작물에 타고 올라가 여간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풀들은 아예 예초기로 이발을 한다.
그런데 예초기를 사용할 때 가장 큰 걱정은 돌이 튈 위험이다.
안전망을 쓰고 앞치마를 두르는 등 보호대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
그래도 매년 한 두번은 돌이 튀는 위협을 겪는다.
그래서 가을 걷이가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가급적이면 돌들을 모아 미리 정리한다.
잡초는 장마기를 거치면서 또 무섭게 자란다.
엉겅퀴나 개망초, 단풍잎 돼지풀 같이 키가 큰 녀석들을 5월 중에 잘라주면 장마 후 또 잘라야 한다.
나는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중순 경에 2차 제초 작업에 들어 간다.
만약 다니는 길이 너무 무성하면 그 안에라도 예초기로 길만 깎아준다.
때로는 잡초가 수분을 적당히 보존하므로 땅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나름의 역활을 하는 셈이다.
잡초라고 무조건 제거 대상이 아니다.
부직포를 깔지 않은 고랑의 풀은 작물에 지장이 없는 한 장마기를 넘긴다.
고랑의 풀은 멀칭한 비닐 때문에 예초기로 깎기도 어려워 결국 호미로 김매기 하듯 하게 되는데
맨살이 드러난 흙은 장마비에 토사가 유실되게 마련이다.
전원생활 초기에 깔끔을 떠느라 고랑의 풀을 알뜰하게 뽑았다가 폭우가 내리자 밭이 크게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장마기에 잡초를 놔뒀더니 더 이상 피해가 없었다.
잡초도 나름의 기여를 하는데 너무 괄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유실수 인근의 잡초는 뽑아서 나무 밑 주변에 깔아 준다.
생풀을 깔아 주는 것이 해충을 부른다고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두툼하게 깔아놓은 풀은 잡초 발생을 억제하기도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방법이다.
그리고 아직 열매를 달지 않은 나무에게 수분과 거름 노릇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