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TV 방송에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이
나오길래 42년전 일이 생각나서 기억은 희미하지만
한번 더듬어 봅니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용두동
저가 태어나서 21살때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간곳이 바로 그곳 서울 용두동입니다.
낙동강변에서 태어나 마산,부산에는 근거지를
두었지만 수도 서울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병대 동기와 71년도 7월 첫 정기휴가를 命 받아
동기 집이 있는 서울 용두동에 놀러 가자는데
그렇게 즐거울수가 없습니다.
포항에서 열차를 타고 영천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드디어 서울 청량리역에 도착합니다.
이미 군용열차 안에서 해병대 첫 휴가 기념이라면서
육군들의 축하금[?]을 많이 받고 취기가 적당히 오릅니다.
팔각모는 하늘로 향하고 고성을 질러도 겁나는 것이 없고
청량리 주먹들도 그냥 쳐다만 봅니다
수도 서울 입성 기념으로 동기와 청량리역 우측에 자리잡은
대왕코너에서 영화 한편보고 청량리역 뒤편에 있는
친구집 용두동으로 걸어갑니다.
역 뒤편으로 들어서자 마자 판자집들이 즐비하게
나타납니다
아니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이렇게 허름한 판자집
군락이 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가도가도 끝없이 얼키설키 허름한 판자집만 계속
연속입니다.
무슨 뚝방길인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얕은 하천
양편으로 냄새는 코를 찌르고 생활용수인지 오줌인지
비포장 골목길은 질펀하고....
그래도 산비탈에 자리잡은 부산의 판자집은 운치라도
있지만 서울 용두동 판자집은 완전 딴판이고 설레임으로
처음 가본 서울에 대한 기대감은 일시에 무너집니다
친구집에 도착했는데 흙과 판자로 지은 오두막집은
대강 하늘만 가리고 사는 형편인데 요즘 아프리카
빈민촌과 별반 차이가 없는 환경입니다
솔직히 동기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꺼림칙하여 방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지금 서울 용두동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용두동 판자집의 모습은 시골 우리집 세멘트로
지은 돼지 축사보다 휠씬 못한 환경이였습니다.
그래도 친구의 안내로 서울 시내 구경이 시작됩니다
용두동에서 조금 걸어가니 친구가 졸업했다는 동대문
상고가 나옵니다
학교 옆으로 처음보는 고가도로가 뻗어있고 밑에는
청계천이 흐른다고 동기가 열심히 설명합니다
조금 걸어가니 서울에서 제일 큰 상가라면서 세운상가를
안내하는데 전자제품 그리고 내가 관심이 많은 공구와
전기재료를 열심히 구경합니다.
동기가 서울에서 제일 보고 싶은곳이 어딘냐고 묻기에
나는 서슴치 않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립된 장충체육관이
제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군인이 돈이 있나 걸어서 동대문과 동대문상가를 구경하고
1월1일 심야에 종이 울리는 보신각을 거쳐 장충단공원을 구경하고
드디어 제일 보고 싶은 장충체육관에 도착합니다.
TV 중계로만 보던 장충체육관에 입장하니 감회가 깊습니다
66년 6월25일 김기수선수가 이탈리아 벤베누티를 누르고
한국최초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온이 되던 곳이 바로 이곳
장충체육관이 아닌냐?
감회에 젖어보면서 또다시 걸어서 남산을 오릅니다.
남산에서 케이블카도 타고 계단위에 자리잡은 언덕 위
하얀건물 어린이회관도 구경하고 서울의 대표적 미인
전시장 청량리588도 견학하고...
지금도 간혹 수도 서울에 올라가지만 갈때마다
40여년전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서 싱긋히 웃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