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계좌에 적립된 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는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그런데 똑같은 연금소득세라고 하더라도 자금 원천이 무엇이냐에 따라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
IRP계좌에 쌓인 적립금은 그 원천에 따라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IRP계좌에 이체했거나 ▲IRP계좌에 추가로 자금을 적립한 경우 ▲퇴직금과 추가적립금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추가적립금은 다시 매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금액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면 자금의 원천에 따라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퇴직금,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 30% 절감
퇴직금을 IRP계좌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해주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때 연금소득세는 퇴직 시점에 계산한 퇴직소득세율의 70%로 과세된다.
얼마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김재동(60) 씨를 예로 들어보자. 김재동 씨는 퇴직금으로 1억 원을 수령하면서 이 중 1000만 원을 퇴직소득세로 납부했다. 퇴직소득세율이 10%인 셈이다. 김재동 씨는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터라 세후퇴직금을 전부 IRP계좌에 다시 이체하고 퇴직소득세를 돌려받기로 했다. 그런 다음 퇴직금을 10년 동안 매년 1000만 원씩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김재동 씨는 매년 연금으로 1000만 원을 수령할 때마다 70만 원씩 연금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IRP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서 매년 연금을 지급할 때 연금소득세로 70만 원을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930만 원)만 김재동 씨에게 준다. 어쨌든 10년 동안 매년 70만 원씩 총 700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앞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을 때보다 세금이 300만 원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 동안 납세 시기가 분산되는 것도 장점이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을 늦게 내고 덜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2015년부터는 종합과세에 대한 우려도 덜게 됐다. 연간 수령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넘으면 연금소득 전부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6~41.8%)로 세금을 부과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도 연금소득에 포함됐다. 당연히 퇴직금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연금 수령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 금융기관에서 원천징수하는 것으로 과세가 종결된다. 따라서 더 이상 종합과세에 따른 세 부담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적립금, 연금 수령할 때 비과세
IRP계좌에는 퇴직금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추가로 자금을 적립할 수 있다. 근로자가 추가로 납입한 금액 중에는 매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금액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IRP계좌에는 퇴직금 이외에 추가로 연간 120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 데 반해, 세액공제 혜택은 연간 700만 원까지만 주어진다.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해 적립한 금액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세액공제 한도보다 적게 저축했어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은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IRP계좌에 적립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않았으니 연금을 받을 때도 연금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논리다. 다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으려면 별도의 증빙서류(연금보험료 소득·세액공제 확인서)를 IRP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서류는 관할 지방세무서나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p.14 참조)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 연금소득세 부과
추가적립금 중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금액은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퇴직금이 됐든 추가적립금이 됐든 간에 이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금을 연금으로 받게 되면 여기에도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 소득세율은 연령과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연금을 수령할 당시 가입자 연령이 만 70세 미만이면 5.5%, 70세 이상 80세 미만이면 4.4%, 만 80세 이상인 경우에는 3.3%의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서도 세율이 달라지는데, 종신연금을 선택하면 70세 미만인 경우에도 4.4%, 이후에는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반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얻은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 매년 15.4%의 세금이 징수되는 것과 비교하면 연금소득세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서 발생한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어가면 해당 연금소득을 전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