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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머물다 가는 월류봉
젊을적 여름날 월류봉으로 당시 늦은 나이에 대학 MT를 갔다. 그때 사진은 어느 앨범속에서 잠자고 있겠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이 항상 뇌리에 남아 있었다. 이튿날 그곳의 자그만 식당에서의 매운탕과 막걸리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의 강변과 마을은 수해를 입어서 사라지고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옛날의 그 시골스런 정겨운 맛이 퇴색되어 있다.
충북 영동 황간면 초강천(초강) 상류에는 월류봉(月留峯)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산이 있다.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듯 사라진다고 한다. 그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은 이곳에 한천정사를 짓고 아침마다 월류봉 중턱 샘까지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8개 명소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으뜸은 월류봉이다. 아래에서 지긋이 올려보는 월류봉도 좋지만, 월류봉에 올라 내려다본 모습 또한 일품이다. 한천팔경 중 으뜸인 월류봉
월류봉 주차장에 도착하니 밤새 비가 내려 촉촉하게 젖어 있는데 빗방울이 한 두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월류봉은 원촌리 주차장 앞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멋지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나가는 초강천 뒤로 송곳처럼 우뚝한 봉우리 6개가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맨 왼쪽 봉우리 앞으로 월류정이란 정자가 날아갈 듯 앉아 있는 모습도 근사하다. 기막힌 자리에 화룡점정처럼 앉은 정자 덕분에 월류봉의 모습은 더욱 돋보인다. 이 정자는 예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2006년에 세운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는 가히 돋보이는 역작이다
한천팔경은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용연동·산양벽· 청학굴·법존암·사군봉·냉천정의 여덟 경치를 말하는데,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화헌악(花軒岳)은 봄에 진달래와 철쭉으로 붉어진 산을, 용연동(龍淵洞)은 월류봉 아래의 깊은 소를, 산양벽(山羊壁)은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벽을, 청학굴(靑鶴窟)은 월류봉 중턱의 깊은 동굴을 이른 것이다.
월류봉 감상은 대개 주차장 앞에서 산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다가 차를 타고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월류봉에 오르면 유장하게 흘러가는 초강천과 웅장하게 펼쳐진 백화산 조망이 기막히다. 산행에 앞서 주차장 앞에 세워진 월류봉 등산 안내판을 유심히 봐야 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초강천을 건너 산에 올랐다가 다시 강을 건너 원점회귀한다.
한천가든은 달이 머문다는 월류봉 아래서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쏘가리 매운탕집 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수해를 입기전에도 한천매운탕집은 존재 하였나보다. 이곳에 있던 마을이 사라져서 옛추억을 더듬는 내게는 못내 아쉬웠다.
돌이 물에 쓸려갔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바로 오르자면 신발 벗고 도강을 해야한다. 징검다리가 물에 쓸려간 흔적이 보여서 몇명이 가서 다시 징검다리를 복구하여 일행들이 건너려고 하였지만 밤새 내린비로 물도 불었거니와 큰 돌도 귀하여 물을 건너가는것을 포기하고 돌아서 오르기로 하였다. 이 물을 예전에는 차다고 해서 한천으로 불렀다. 백두대간의 깊은 계곡인 물한계곡에서 내려오는 냇물이다.
강을 건너면 미루나무들이 우뚝한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TV 드라마 ‘해신’을 찍었다고 한다.
월류정에 오르면 초강천의 유연한 곡선이 보기 좋을게다. 산길은 미루나무를 지나 백사장을 따라 이어진다. 월류봉 산신을 모신 서낭당을 지나면 길은 산비탈을 부드럽게 타고 돈다. 치솟은 산에 비해 길이 순한 것이 신기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다른길을 가기로 하였다.
월류정과 월류봉을 한번에 담아 보고자 이곳 저곳 오가며 노력 하였는데...
월류봉(月留峯). 풀자면 '달이 머무는 봉우리'라 할 수 있다.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그런 이름을 가졌다는데, 제대로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산들이 밑변이 넓은 삼각형의 모양인 데 반해, 월류봉은 작은 봉우리들이 규칙적으로 불룩불룩 솟아 있다. 그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은 가히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 시킨다.
월류봉은 어느 때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시간은 새벽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안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에는 더욱 그렇다. 월류봉을 끼고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이 흐르는데, 이 강물이 안개를 불러온다.
안개는 월류봉 능선 하부에 자리한 정자, 월류정을 지웠다 내보였다를 반복하며 주변을 떠돈다. 그 위로는 뭉툭한 봉우리들이 높이를 잊은 채 떠 있다. 그 모습만 보면 누가 낮은 산이라고 깔볼 수 있을까.
위에서도 얘기 하였듯이 월류봉은 말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다. 월류봉의 은은한 자태 아래로 금강상류의 한 줄기인 맑은 초강천이 흐르고, 깨끗한 백사장, 강변에 비친 교교한 달빛이 운치를 더해 양산팔경에 견줄만 하다.
초강천은 이 곳에 이르러 '석천(石川)'이란 별칭을 얻었는데, 월류봉의 석벽이 정상에서 바닥까지 깍아지른 듯 아찔한 절벽을 이루고 이 산줄기의 끝이 석천의 깊은 소(沼)에 드리워져 절경을 이룬다. 남쪽으로는 호위하듯 6개의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데 월류봉에 달이 차 오르면 신비함이 감돌아 그 정취가 정말 빼어나다. 몽환적인 달빛 아래 월류봉 밑을 맑은 물이 휘감아 돌아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징검다리 입구에 서 있는 해신 촬영지 안내판이다.
월류봉과 월류정을 같이 담으려고 일행에서 벗어나 계속 돌아가며 담아 보았다.
여기까지 담고선 다시 산악회버스에 올라 우회하여 다리를 건너서 인근에 에넥스 공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줄곧 선두를 고수한다.
강이 마을을 휘도는 것이 뚜렸한 한반도 지형을 낳았다.
비온뒤의 쌀쌀한 바람속에 풍경을 제대로 담으려고 선두대장을 바짝 따라서 월류봉 정상에 오르니 월류봉을 휘감아 도는 초강천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초강천 너머 엷은 안개에 젖은 한적한 원촌마을 풍경도 인상적이다.
아른 곳에서도 대개는 그렇듯이 월유봉도 시원한 조망이 압권이다. 물한계곡에서 발원해 황간을 적시고 흘러온 초강천과 백화산에서 내려온 석천이 월류봉 앞에서 합류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북쪽으로 주행산과 포성산으로 이어진 백화산맥의 흐름이 웅장하다.
원촌마을의 주변 산들을 조망 한다.
안개속에 가려진 저곳이 백화산이 아닌가 싶다.
제 1봉인 월유봉 암봉 전망대에서 열심히 담아본다.
월류정 앞을 스쳐 U자를 그리며 흘러나가는 초강천 모습이 잘 보인다. 물속에 돌들이 많이 보이는곳이 징검다리가 있는 곳인데 오늘은 모두가 잠겨 있어서 우회하여 올랐다.
초록의 계절에 맑은날 오른다면 이 모습들이 더욱 선명 하겠지만, 오늘 이 풍경만을 볼수 있는것도 내가 존재함에 감사 하고프다^*^
월류봉 일원은 한나절 즐기기에 적당한 공간이지만, 하룻밤 묵으면 감회가 더욱 새롭다고 한다. 달 뜨는 밤 월류봉에 걸친 달과 그 달빛에 비친 강변 풍치가 그윽한 낭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달님도 쉬어간다는 층암절벽의 월류봉은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한천정사를 지어 이곳에서 강학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며 동국여지승람에서부터 비롯된다. 월류봉의 웅장한 자태와 그 건너 북쪽 평지에 우뚝 솟아오른 절묘한 경승지를 통틀어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우암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1봉에서 2봉으로 옮겨가면서 담은 모습들이다. 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원촌리 마을의 이 모습의 특이한 지형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 지금은 지역 명소가 됐다.
한천정사는 우암 선생이 한천팔경의 절경을 음미하면서 서재를 짓고 글을 가르치던 곳이다. 후세에 우암 선생의 제사를 모시고 글을 가르치는 한천서원이 세워졌다가 고종 초 철폐된 뒤 유림들이 1910년 한천정사를 건립해 현재에 이른다.
우암 선생의 유허비는 선생이 이 곳에 잠시 은거하며 학문을 가르치던 곳을 알리기 위해 정조 3년(1779년)에 세웠다고 한다.
3봉으로 오르며 1봉과 2봉을 조망한다.
들국화 향기속 '월류봉 달빛향연' 원촌마을은 전국 최초로 들국화 꽃길을 조성해 2008년 행정안전부 주관 '참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 전국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간면은 몇년전부터 이 마을에 자리한 월류봉 주차장에서 '월류봉 달빛향연'을 열고 있다고 한다.
계속 달빛이 흐르듯 4봉과 5봉을 나도 흘러가야 한다.
2봉에서 일행들이 줄을 지어 내려오고 있다. 오늘은 산악회 버스 2대로 90 여명이 함께 왔으니 많은 인원일수록 풍경사진 담기는 그만큼 힘들기에 선두를 더욱 고수해야 한다.
2봉의 깍아지른 층암절벽과 원촌마을 사이로 한천은 흐른다.
함께 가던 산행 선두대장왈~ 이제는 중국땅 이랜다^*^ 한반도에서 황해 건너편에 이르렀으니 그럴듯한 말이다^*^
월류 4봉을 지났는데 이제 1시간반도 아니 지났으니 빠르게 지나자면 다섯봉우리를 한시간 반이면 족히 완주 할듯 하다. 실제로 5봉을 하산 하였을적에 2시간이 채 안되었었다.
날씨만 조금 맑았으면 더없는 선명한 모습일텐데~~그래도 이것도 나의 축복이다^*^
4봉에서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듯한 백화산을 조망한다.
저~ 아래 모래사장이 드라마 해신을 촬영 하였다는 곳이다.
월류 1~2~3 봉우리들을 담아본다.
월류봉 5개 봉우리 중에서 월류봉(1봉)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위성항법장치(GPS)로 확인한 결과로는 의외로 5봉이 가장 높다고 한다.
날씨는 조금씩 맑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조망이 썩 좋지는 않다.
월류 5봉을 지나고~
건너편 멀리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산하를 바라본다.
5봉에서 바라본 남쪽 산봉우리가 손짓하며 나를 부르는듯 하다.
월류봉과 원촌마을을 다시한번 담고서 하산을 한다.
강변에 생강나무꽃이 만개하여 있다. 가까히 다가갈수가 없는 곳이기에 확대하여 담지는 못하였다.
한천의 중간에 보를 막아서 꽤 많은 수량이 호수를 이루고 있다.
강변 보리밭은 파릇한 잎들이 돋아나고 멀리 월류봉이 보이다.
5봉에서 하산을 하면 바로 이곳으로 나오게 된다. 10여분 걸어서 한길에 나와 산악회 차량을 타게 된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상주시에 해당하는데 옛폐교지를 대형 식당으로 개조하여 소고기 전문가든이 되어 있어서 모처럼 소고기구이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감나무 저 편의 산이 백화산 이라고 하였다.
그곳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리며 차창으로 담은 모습이다.
같은 지역의 두장 이지만 나중에 가곡 이미지로 쓰일것 같아서 이곳에 둔다.
옥천휴게소에서 만개한 반가운 산수유꽃
산수유꽃을 접사로 한번*^^
인천의 수십여 산악회를 다니면서도 오늘처럼 점심식사를 푸짐하게 들기는 처음이다^*^ 월류봉에 가기 위하여 가입한 산악회지만 알고보니 인천에서는 가장 회원이 많은 산악회였다. 덕분에 이번 산행은 아련한 추억속을 더듬으며 즐겁고 아름다운 절경 산행 이었다.
2011. 4. 3 일요일
♣ 그리운 마음 - 이기철詩 - 김동환曲 ♣
바람은 불어 불어 청산을 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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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천 굽이굽이 참좋은 경치네요...어느 노의사분의 말씀이 생각나네요..남한땅 두루 다녀보고 황간에 매료되어 노년을 황간에서 터잡겠노라...한번 다녀오고 싶은곳인데 미리 볼수있어 감사드립니다..경치와 음악이 참 잘 어울립니다..
우리땅 어느곳을 가던 상상외로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산좋고 물좋은 우리의 강산 어느곳에 노년을 보내고픈 마음은 같으리라 봅니다.
함께 해주신 남가지님~!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