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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설기 三說記
삼사횡입황천기(三士橫入黃泉記) 는 조선 후기 소설 목판본삼설기(三說記)의 도입부에 실린 작품이다.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한글소설로 불교 환생설화를 바탕으로한 전기(傳奇)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세 명의 선비가 저승을 다녀온 이야기이다. 서울 방각본 중 최초의 간본으로 경판본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1848년경 독자들에게 판매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업용 소설인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당시 한양의 풍속과 상황을 담고 있는 단편 문예물이다. 세 명의 선비들이 술잔치를 하다가 발생한 유머러스하고 반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이다. 꽃비가 날리는 봄날, 세 명의 선비들이 백악산에서 술을 마셨다. 요즘처럼 벚꽃이 휘날리는 날이었으리라! 나도 그들과 함께 술 마시고 시한 수 읊고 싶다.
과거 공부를 하던 세 명의 선비가 금주 미주(金樽美酒, 금동이 속 아름다운 술), 옥반가효(玉盘佳肴, 옥으로 만든 쟁반이나 밥상)에 만취하여 토사곽란을 일으켰다.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있을 때, 마침 지부(地府) 사자들이 사람을 잡으러 돌아다니다가 세 사람이 죽은 줄 알고 끌고 갔다. 그들은 최판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생사치부책을 조사해 보니 30년 빨리 끌려왔음이 밝혀진다.
염라대왕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예상치 못했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그들은 염라대왕 앞에서 소지(所志)를 올린다. 전반부는 쉬운 한글로 되어있고 후반부는 난해하고 어려운 한시가 들어있다. 분명 작가는 유려하게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써 내려갈 만큼 상당히 뛰어난 지식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몰락한 양반가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정점과 성공 가도를 달리다 몰락한 어느 날 깨달은 달관의 경지가 느껴진다. 당시 시대적인 상황이 적라하게 드러나 있고 삶의 방식과 작가의 가치관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명성이나 명예가 소박한 행복과 바꿀 수 없음을 작가는 의도적으로 염라대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삼설기가 당대에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성들의 힘든 삶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쾌하고 시원한 결말은 염라대왕이 던지는 답에서 깨달음이 드러난다.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보고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이른 죽음에 원통해 하던 선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염라대왕이 직접 나섰다. 세 명의 소원은 완전히 달랐으며 그 당시 시대가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선비들의 소지에 쓰여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선비는 천하를 흔들며 위엄이 사해에 진동하는 병법에 능통한 장군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름을 날리고 싶다고 했다. 사내로 태어나 영웅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과거에 합격해 대장군에 이르기를 원했다. 정치인이나 군인의 삶을 청했다. 남자로 태어나면 한 번쯤 꿈꿔 보았을 내용이다.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시대가 바뀌고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인간사는 거기서 거기이다.
두 번째 선비는 명문가에 선비 같은 풍모로 태어나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문장가가 되어 대과에 급제하고 백성들의 억울함을 대변하고 싶다고 했다. 암행어사 박문수 같은 삶을 원했다. 오늘날에도 판사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 많다. 염라대왕은 두 선비의 소원을 들어주고 좋은 날을 가려 인간 세상에 환생하도록 허락했다.
세 번째 선비의 소원은 가장 소박했다. 어쩌면 무소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 효도하고 아들 둘 딸 하나에 자손이 번창하고 친척이 화목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 번 이번 선비에 비해 그의 소원은 오히려 초라했다. 명당에 초당을 지어 안빈낙도하고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는 것이었다. 겸허하고 소박한 세 번째 선비의 말을 들은 염라대왕은 극대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P2HkHqrPiI
"너야말로 욕심이 넘치는 탐욕스러운 놈"이라 꾸짖었다. 그런 팔자 좋은 멋진 인생 있으면 내가 염라대왕 때려치우고 대신 살겠노라 했다. 염라대왕의 냉엄한 꾸중은 평온하고 행복한 삶이 인생에서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가르쳐 준다. 권력과 명성이 있어도 마음 편하기는 어렵다. 변덕스럽고 알 수 없는 인생사를 꼬집어서 말한다. 야담과 위트가 최고이다.
불교 환생설화가 주는 묘미와 반전 매력의 글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행복의 정의가 우리와 같음이 신비로울 뿐이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소원은 이루기 어려운 것이고 수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다. 결국 그 원대한 꿈을 이루더라도 마음 편하거나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라대왕의 의도를 세 번째 소원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세 번째 소원은 마음 비우기 나름이고 어쩌면 쉬운 듯 보이나 인간사 고통이나 병이 반드시 함께 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저승에서 보면 인간 세상의 성공은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결국 얻어지는 것들이다. 염라대왕의 삶도 이승에서의 것처럼 고달프고 힘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세 번째 선비야말로 젊되 노련한 삶의 고수이다. 사자의 실수로 푸른 청춘들이 저승으로 끌려갔으니 억울함이 컷을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 선비야말로 삶에 통달한 달인이었다.
나라면 어떤 소원을 말했을까? 이십 대의 난 아마도 첫 번째 선비의 소원을 말했을 것이고 삼십 대나 사십 대의 나라면 두 번째 소원 그러나 지천명을 넘은 지금의 나로서는 단연코 세 번째 선비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마음 편하고 자손이 번창하고 근심 없는 삶이 어디에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작가나 독자층도 상당한 지식층이었을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비슷하다. 살아보니 돈, 명예 다 필요 없고 가족과 건강하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것뿐이다. 모든 게 혼란한 요즘 염라대왕의 꾸짖는 소리가 유난히 와닿는다.
작가 미상의 소설이라 더 신비롭다. 아마도 그나 그녀는 아마도 나처럼 지긋이 나이를 먹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재산도 지위도 아무 의미 없고 안빈낙도가 최고라는 것을 깨달은 경지에 이른 시대의 어른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인생 초보자이다. 겪지 않으면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삶에는 많다. 돈도 명예도 넘어선 마음 다스리기가 염라대왕에게 조차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삶은 얼마나 아이러니하고도 우스운 것인가! 조선의 백성들이 꿈꾸는 명예와 권력의 삶이 기실 별 볼일 없는 것이라는 염라대왕의 판결이 조선의 솔로몬을 보는 듯하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조선의 판타지 소설에 마음을 빼앗긴 봄날이다
송서.율창의 노랫소리가 절절하게 들리는 내 나이, 지천명 하늘은 내게 어떤 인생의 후반부를 줄 것인가? 마음 비우고 평온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탐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지혜로운 조상의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몰락한 양반이 모든 것을 다 누리고 난 후에서야 마음의 평화를 소지에 올린 것! 세 번째 선비는 삶의 고수였다. 그의 염원이야말로 모두의 꿈인 것이다. 조선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아뿔싸, 인생의 깨달음은 모든 것을 얻었으되 모든 것을 잃은 어느 날 찾아왔다. 판소리보다 더 오랜 노랫소리에 지난한 시간을 율창 명창의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염라대왕도 탐내는 그 귀한 시간은 아닐지!
2. 춘향전
작자도 작품 연대도 미상인 판소리계 소설이다. 선율 하나하나가 느껴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양반가의 자제 이몽룡과 기생 월매의 딸 성춘향과의 낯뜨거운 사랑 이야기이다. 학창 시절, 잘생긴 총각 국어선생님께서 완판본을 보면 놀랄 것이라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읽을 기회가 생기니 감개무량이다. 작가가 누군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필력은 단연 최고이다. 한국 문학사 중 이토록 찰지게 남녀의 정사 장면을 묘사한 것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작가는 정녕 조선의 셰익스피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역대 최고의 입담과 필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실망시키지 않는 명문장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작가가 한 명이 아니라 오랜 세월 여러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명작인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아이들 말로 인생띵작을 조우한 느낌이었다. 기민했던 사춘기에 이 글을 접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싶게 노골적인 묘사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인상 깊은 한문단"사랑"이라는 단어가 수없이 반복되지만 한 줄 한 줄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 대목이다. 사랑이 이토록 찰지게 표현된 것은 세계문학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허물없는 부부사랑
화우동산 목단화같이 펑퍼진 사랑
영평바다 그물같이 얽히고 미친사랑
은하직녀 작금같이 올 이은 사랑
청루미녀 침금같이 혼술마닥 감친 사랑
세내가 수양같이 청처지고 늘어진 사랑
남창북창 노적같아 다물다물 쌓인 사랑
은장옥장 장식같이 모모이 잠긴 사랑
영산흥노 넘노난이 황봉백접 꽃을 물고 질긴 사랑
녹수청장 원낭조 격으로 마주 둥실 떠노난 사랑
육관대사 성진이가 팔선녀와 노난 사랑
역발산 초패왕이 우미인을 만난 사랑
벗겨도 벗겨도 쏟아지는 겹겹의 천 조각들, 풀어도 당겨도 계속되는 신부의 옷자락처럼 조선 시대의 전통의상이 주는 야릇함이 그려진다. 이렇게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분명 작가가 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영원한 이야기 거리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숨겨진 사랑의 감정을 술술 풀어낸다. 허물없는 사랑, 펑퍼진 사랑, 미친 사랑, 감친 사랑, 사랑이란 단어만으로도 울렁이는 건 누구나 꿈꾸었던 세상의 사랑이 다 나온다. 정말 뜨겁게 제대로 미친 사랑이다. 25개의 구멍을 가진 삼천리 연탄의 600도를 넘는 사랑, 우리 문학사에 저토록 뜨거운 사랑의 묘사가 또 있을까? 비유와 리얼리티가 넘친다. 인류 문학의 역사에서 이토록 찰지고 음탕한글은 처음이다. 부끄럽지만 사실감이 넘쳐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안방에서 처녀들과 아낙들이 모여 곰방대에 담배를 채워가며 누군가는 열심히 사랑가를 불렀을 것이다. 긴 겨울밤 여자들은 얼굴 벌게지도록 이 장면을 상상하며 들었을 것이다. 이불 안에선 뜨거운 남자이고 한시를 써 내려가는 지성미의 남자를 위해 춘향의 정절은 절정에 달했다. 청춘 남녀의 벚꽃 같은 사랑 이야기에 취하고 싶은 날, 가슴 시리도록 절절한 춘향가를 들어본다.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설정도 많은 이들의 심장을 울렁이게 했을 것이다. 춘향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시대를 아우르는 질긴 사랑이다. 젊다 못해 푸르뎅뎅한 육체가 방을 구르며 낯부끄럽게 표현된다. 이 사랑의 글이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의성어 의태어의 향연이다. 이몽룡 성춘향 향단 방자 변 사또 월매 같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내뿜는 매력도 단연 으뜸이다. 다양한 버전의 춘향전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세월을 견디고 남은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춘향이 매를 맞으면서도 십장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사랑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이몽룡이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 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이라는 기막힌 시를 짓는다. 이 단어는 삼설기에도 나오는 말이다. 금 술잔 위 달콤한 술은 백성들의 피요. 인조 시대에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정치가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기생 춘향이 열녀 춘향으로 부활하는 순간이다. 고통의 사랑은 어떻게 화할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시련의 정점에서"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시원한 반전이 있다. 이 대목에 많은 사람들이 엽전을 던지거나 환호의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어린 시절 영화 속 타잔의 울림소리만큼 기다렸던 순간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사랑은 파고 파도 이해 못 한다. 인간이 진화하고 윤회해도 사랑의 병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순결을 지키려는 여인의 의지가 담겨있다.
설령 사랑을 지우는 약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미 마음을 줘버린 그 사랑이 그리워 다시 피우고 싶은 잉걸불같은 게 사랑이다. 춘향과 이도령의 음탕하고 문란한 듯 순수하고 아름다운 듯 속물인 듯 지고 지순한 듯 헷갈리는 사랑의 명작이다. 안방에 모여 조선의 여인들은 춘향전을 이야기하며 고달픈 삶을 달랬을 것이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신리로운 존재이듯 우리에게도 춘향전을 지은 미상의 작가가 있다.
성몽룡 이춘향이 본명이고 성도령의 생가가 있다고 한들 무엇이 중요한가? 그들의 낮 뜨거운 사랑이 본질일 뿐이다. 199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쉼보르카"가 왜 춘향전을 언급했는지를 알 것 같다. 위대한 고전에서는 세월의 혹독함을 견뎌낼 수 있었던 막강한 힘이 들어있다.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는 춘향전의 마력을 폴란드 시인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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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병창 춘향가 사랑가 - 강정숙 외
행사명 : 소리인생 50년 "동행" -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 국악대향연 행사일 : 2007년 1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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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이 시대, 춘향전은 더 이상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문학의 정점엔 춘향전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버전으로 피어날 수 있는 천년 묵은 연꽃 같은 작품이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적다. 한국문학이 세계로 향해 나아가는 이 순간, 춘향전이야말로 언어의 향연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K 문학의 금자탑이다. 그들이 실제 인물이건 아니건 중요한 건 그들처럼 뜨겁고도 농밀한 사랑은 누구나다 꿈꿔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도 이야기는 남는다. 더욱 뜨거운 버전으로 승화되어 다가온다.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어도 백성들은 뜨겁게 열심히 살아간다. 이제 제발 정치인들이나 좀 잘했으면 좋겠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오호호호 통재(嗚呼痛哉)라!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재활용도 안되는 인간들로 넘쳐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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